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지음, 최혁순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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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이 '대화편'에서 보여주는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라면, 크세노폰이 보여주는 소크라테스는 인간 소크라테스다. 물론 대화편과 비슷하게 소크라테스의 논증이 많이 나오지만... 소크라테스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대화, 논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잘해주었는지, 자만에 빠진 제자를 어떻게 자만에서 구했는지,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친구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공부에 힘쓰지 않는 제자에게 공부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소크라테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살면서 주면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미덕이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소크라테스가 재판에 넘겨졌을 때 그는 재판관들에게 아부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신에 의해서 자신의 목숨이 다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잘살아왔으므로 후회는 없다고...

 

"...나는 가능한 한 선한 인간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는 자가 최선의 생애를 보내고, 전보다도 한층 더 선한 사람이 되었다고 자각하고 있는 자가 가장 즐거운 생애를 보내는 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세.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의 생애는 사실상 앞서 말한 그래도였으며, 또한 다른 사람과 만나 그들과 나를 견주어 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변함없이 계속해  왔던 것이네. ... 나는 지금 죽는다 하더라도 또한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나를 죽인 사람들이 받는 것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내가 이 세상의 어떤 사람에게 단 한 번이라도 부정을 가한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타락케 한 적도 없으며, 나와 사귄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더 좋은 인물이 되도록 늘 애써 왔음을 나를 위해 영원히 증명해 주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세." (263-264쪽에서)

 

이 말에 담겨 있는 언행들을 크세노폰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크라테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슨 대화법이나 산파술이니 하는 것들을 떠나 인간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다. 그가 얼마나 자유롭게 또 정의를 위해서 살아가려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른 말 필요없고, 이 책의 끝부분에서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는 실로 내가 이제까지 말해 온 그대로의 인물이며 경신(敬神)의 념(念)이 돈독하고 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 일도 행하지 않을 정도이며, 정의를 중히 여기고 조금도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또한 자기와 사귄 자에게는 최대의 조력을 아끼지 않았고 모든 욕심을 몸소 이겨 냈으며, 선을 제쳐 놓고 쾌락을 택한 적이 일찍이 없었으며, 보다 선한 것과 보다 나쁜 것에의 명석한 판단에 그르친 적이 없었으며, 자기 혼자만의 지식으로서 모든 일을 충족하게 처리했으며, 또한 이것들을 사람들에게 해설하고 나아가 정리하는 데 능숙했으며, 또한 타인을 자세히 관찰해서 만일 잘못에 빠져들 때는 이것을 인식케 하고 그들을 인도하여 미덕과 군자의 길로 걷게 하였다.

  실로 나에게 있어서 그는 가장 착한 사람인 동시에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264-265쪽에서)

 

이보다 더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우리게에 소피스트들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소크라테스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삶이, 그의 사상이 이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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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질문을 하는 사람. 세상에서 질문을 찾아내는 사람. 즉 당연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그래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사람.

 

  시집의 맨 뒤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너무 늦게 알았지만 / 비로소 알게 된 일들이 새로이 발생되는 것. / 그것만이 지금 내게는 유일무이한 / 시의 목적이 되어 가고 있다.'

 

  '늦게'와 '비로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이 있는데, 시인은 늦게 알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비로소 알게 된 일이다. 시인 덕에 비로소 알게 되는 일이 있고, 그렇게 알게 된 일들은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된다.

 

시인은 그렇게 우리에게 비로소 알게 된 일들을 새로 발생하게 해주고 있다. 시집에서 '누군가 곁에서 자꾸 질문을 던진다'는 시가 있다. 이 시에서 한 구절.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너무 많은 질문들이 / 도착해 있다' (82쪽)

 

어디 시인만이랴? 우리들이 서 있는 자리에도 수많은 질문들이 도착해 있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발견하느냐 마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질문을 발견하는 일, '비로소'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결코 질문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위를 관심 있는 눈으로 볼 때, 마음을 열고 볼 때 비로소 질문들은 우리 눈에 띄게 된다.

 

시집 제목이 된 시 '수학자의 아침'도 그렇다. 수학자 하면 명징함을 떠올린다. 계산 가능한, 설명이 가능한, 증명이 되어야 하는, 그런 명징한 세계를 대변하는 사람, 수학자. 시에서 수학자의 아침, 즉 새롭게 시작하는 이 아침에 시인은 죽음을 이야기한다.

 

'나 잠깐만 죽을게' (14-15쪽)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삼각형, 선분, 원주율을 등장시킨다. 아침인데... 죽음을 이야기한다. 아침이라면 인생으로 치면 이제 시작인데, 죽음과 같은 저녁이 나오고 있다.

 

반대편을 보여주고 있다. 직선의 세계에서 곡선의 세계로. 끊임없이 내달리는 세계에서 살짝 휘어진 결국 제 자리로 돌아오는 원의 세계로.

 

이 시를 읽으며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세계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에 얼마나 더 많은 질문들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하는 시가 많은데... (주동자, 평택, 여행자, 반대말, 연두가 되는 고통, 누군가 곁에서 자꾸 질문을 던진다, 이불의 불면증, 막차의 시간, 현관문 등)

 

이 중에 이 시... '정말 정말 좋았다'를 인용한다.

 

  정말 정말 좋았다

 

갑자기 우렁차게 노래를 불렀다

연료가 떨어진 낡은 자동차처럼

 

너는 다음 소절을 우렁차게 이어갔다

행군하듯 씩씩하게 걸었을 거다

 

같은 노래를 하면

같은 입 모양을 갖는다

같은 시간에

같은 길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같은 말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와, 보름달이다!"

같은

 

모퉁이를 돌아도

꿈이 휘지 않는다는 착각을

나누어 가진다

 

땀을 뻘뻘 흘리는 눈사람에게

장갑을 끼워줄 수도 있다

장갑차에게 꽃을 꽂아주듯이

 

가로등이 소등된다

우리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저 모퉁이만 돌면 우리, 유령이 되자

담벼락에 기댄 쓰레기봉투에서

도마뱀이 꽃을 물고 기어 나오듯이

 

숨어 있는 것들만 믿기로 한다

병풍 뒤에 숨겨진 시신처럼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이 된다

정말 정말 좋았다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지성사. 2018년 초판 12쇄. 120-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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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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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래 전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70년대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짧은 소설, 콩(꽁)트라고 하는 이 소설들은 박완서 작가가 문단에 나오고 나서 10년 안에 쓴 것들이라고 한다.

 

작가가 왕성하게 쓰던 짧은 소설을 쓰지 않게 된 이유가 이 소설집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처럼 따스하게 마음을 적신다.

 

높은 원고료에 매료되어 어떤 화장품 회사 사보에는 콩트를 연재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바로 그 높은 원고료 때문에 콩트 쓰기에 회의를 갖게 됐습니다. 작가로서 자기 세계도 확립하기 전에 돈맛부터 알게 된 자신에 싫증이 나면서 편식하던 단 음식을 끊듯이 단호하게 안 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사보의 높은 원고료가 작가에게 꽤 괜찮은 부업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나쁠 것도 없지만 그렇다면 더욱 그런 일거리는 원고료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전업작가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주부 일과 글쓰기를 같이하고 있는 겸업 작가였으니까요. 그런 사정이었을 뿐 조금이라도 콩트라는 현식을 폄하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9쪽)

 

이런 자세를 지닌 작가였다. 박완서는. 그래서 이 작품집을 90년대에 내면서도 내용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20여 년이 흘렀다고 사람 사는 모습은 많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가 자신의 소설이 시대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지니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다시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 작품들은 옛날 글을 읽는다는 느낌을 많이 주지는 않는다. 물론 사회가 많이 변해서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은 오히려 우리가 지내온 시대를 알아가는데 더 도움이 된다.

 

이 소설집에서 올드 미스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로 20대 후반의 여성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30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지금은 30이 되어야지만 결혼을 생각할 수 있게 많은 것이 변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내용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1,2,3편을 읽다 보면, 특히 3편을 읽다보면 직장에서 남녀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아파트가 막 들어설 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아파트를 선망하는 젊은 세대들과 아파트에서는 죽어도 살지 못하겠다는 나이 든 사람들의 갈등, 또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 생활들이 나와 있어, 이제는 대세가 된 아파트 생활에 대해서 예전에는 어떤 생각이었는지, 지금 우리의 아파트 생활은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아주 오래 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지금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또 콩트라는 소설 형식의 특성상 생각 못했던 반전이 일어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그런 반전의 맛도 있고, 또 따스하게 전해주는 사람 사는 모습들이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작품, 제목이 되기도 한 이 작품,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정말 따스하다.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또 그렇게 서로 만난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박완서의 짧은 소설들을 읽으며 읽는 내내 마음이 포근해지고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좋다. 이렇게 마음을 데워주는 소설들... 이게 콩트구나 싶은 그런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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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이 필요없다. 빅이슈가 이제는 좀 알려졌으니.

 

정기구독도 할 수 있고, 후원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 직접 빅판(빅이슈 판매원)에게 구매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빅이슈를 한 권 팔때마다 가격의 50%를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 판매함으로써 자립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을테니, 빅판에게 직접 구매하는 빅이슈는 자립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단 생각을 한다.

 

그냥 도와주겠단 생각으로, 연민으로, 가여움으로 구매해서는 안 된다. 엄연히 이들은 잡지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잡지 내용이 조잡한 것도 아니고,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 실려 있으니...

 

 

 

 

 

 

 

 

 

 

 

 

 

 

 

 

 

 

 

 

 

 

 

이번 호는 표지부터 마음을 끌었다. 강렬한 흑백이다. 색채가 넘쳐나는 시대에 검은색과 하얀색만으로 구성된 그림, 그리고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표지.

 

세상이 이렇게 하얗게 깨끗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순백의 세상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표지 그림에서 방독면을 쓰고 있다. 헨 킴의 재능기부라고 하는데...방독면을 쓰고 꽃을 들이마시면 뭐하나? 그것은 이미 갇힌 향기, 갇힌 꽃일텐데... 우리들이 지금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미세먼지에 대한 글이 이번 호에 실려 있고, 또 헨 킴과 한 대담 기사도 있으니... 헨 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여기에 박완서 작가를 추모하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 박완서를 닮고 싶었던 소설가 권지예 이야기도 실려 있어서 좋다.

 

그밖에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 다시 언어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는데...

 

이슈로 미투 운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 미투 운동에 빚대어 '빚투, 약투'라는 말이 지닌 위험성, 이 말로 미투 운동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은 생각해 볼 만하다.

 

미투 운동은 성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구조와 인식을 고발하며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겠다는 피해자의 연대를 강조한 말이다. 이런 의미를 지닌 미투에 빗대어 만든 신조어의 등장은 미투의 원래 의미를 희석시키고 피해자를 가십거리로 삼는 언론의 태도를 보여준다. (#MeToo 1년, 아물지 않은 상처. 59쪽)  

 

이런 지적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어떤 동물 보호 단체의 안락사 문제가 보도된 적이 있는데... 이런 보도에서 사용된 언어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는 글이 있다. 이렇게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언론과 세간에서는 이 단체의 '무분별한 안락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단체의 행위는 '안락사'가 아닌 '살처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47쪽)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갈 때 언론에서는 분명 '살처분'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로 인해 사람들은 동물들을 죽이는 일에 경각심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만약에 구제역, 조류독감으로 인해 살처분 하는 행위를 '안락사' 시킨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과연 그 말이 타당할까?

 

그러니 동물 보호 단체에서 행한 행위 역시 '안락사'가 아닌 '살처분'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 언어를 방송에서 써야 사람들이 동물들 안락사 문제에 더 깊게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글들로 인해 잡지 값보다도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생각. 내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잡지다. 빅이슈는...이번호는 빅이슈 코리아 197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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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미스 2019-03-07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이슈, 잠시 잊고 있었어요. 다시 생각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이 글이 오늘 누군가에게 깨우침을 주었군요! 그 자부심을 가지길 바래요.(칭찬 스티커 붙이고 가요.♡)

kinye91 2019-03-07 1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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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가 세상을 뜬 지 8주기를 맞아 작가들이 박완서에게 드리는 짧은 소설을 써서 책으로 엮었다.

 

그만큼 박완서라는 작가가 우리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크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도 후배 소설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소설을 간단히 말하면 꽁트라고 하는데, 몇 쪽 되지 않는 길이에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모습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소설이지만 그냥 읽다보면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총 29명의 소설가가 참여했는데, 작품들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꽁트라는 것이 비극보다는 희극에 더 가까우므로, 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으므로, 읽을 때 그리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생활이 어렵고 비천하더라도 어떤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비극적인 죽음을 다루더라도 슬픔이나 공포의 심연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작품도 있다. (최수철,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

 

여기에 박완서를 직접 언급하는 작품도 있는데(정세랑, 아라의 소설, 함정임, 그 겨울의 사흘 동안), 이런 작품들을 통하여 박완서 작가의 인간적인 면이나 후배들에게 미친 영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가령 정세랑은 '아라의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박완서를 불러내 존경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박완서 선생님이 계시는 듯했다.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렇게 생생한, 계속 읽히는 작가가 있다는 게 좋은 가늠이 되었다. (229쪽)

 

그러니 박완서 작고 8주기를 맞이하여 후배 소설가들이 박완서에게 바치는, 박완서 소설을 오마주한 작품집을 내지...

 

이런 작가가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 문학의 행복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한편한편 읽으면서 다시 박완서를 떠올리는 것, 그것도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 된다.

 

이 책 시작에 박완서에 대한 후배 작가들의 말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권지예의 말을 인용한다.

 

박완서 선생님은 최고의 요리사다. 어떤 시시한 일상적 소재로도 삶의 진수를 뽑은 이야기의 진수성찬을 차려낸다. (6쪽)

 

이제는 후배 소설가들의 차례다.

 

오마주 Hommage(프랑스어): '경의, 존경'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보통 영화인이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품 등에 보내는 헌사로써 특정 장면을 모방하는 것이다. 원작 영화 속의 장면을 그대로 삽입할 수도 있으며 유사한 분위기를 모방하거나 혹은 특정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전[네이버 지식백과] 오마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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