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에 담긴 풍경이 아니라 글자 풍경이다. 글자가 풍경이 된다. 타이포그라피라고 할 수 있는데, 컴퓨터를 쓰는 우리는 폰트라는 말을 많이 쓴다. 폰트라고 하면 더 쉽게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글자라도 형태가 다른데, 그 이유는 그 지방의 풍토, 생활습관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로마자의 형태만 살펴보아도 많은 글자체들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글자체들이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보임도 알 수 있다.

 

로마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컴퓨터에 있는 한글 폰트만 해도 꽤나 많다. 그리고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글자체도 많이 달라져 왔다.

 

같은 소설이라도 1970-80년대에 출판된 책들의 활자체와 지금 출판되는 활자체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 활자체에 익숙해져 있으면 예전에 나온 책들을 읽을 때 쉽게 눈의 피로를 느낀다. 글자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한마디로 가독성이 떨어진다.

 

현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출판사마다 자기들이 내는 책에 활자체를 달리한다. 어떤 출판사 책의 활자는 오래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또 글자들도 눈에 잘 들어오는 반면에, 어떤 출판사 책은 나무들을 솎아주지 않은 숲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 것처럼 너무도 글자들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이렇듯 글자들의 형태는 우리에게 중요하다. 문자가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 그 문자들이 더 잘 읽히고 의미 파악이 잘 되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음도 분명하다. 그것들이 글자체로 나타났을테고.

 

우리가 흔히 쓰는 한글 글자체는 명조체라고 한다. 명조체가 궁체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명조체라는 이름에 대한 논란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다.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166쪽)

 

한글을 창제한 사람은 세종대왕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한글에 대한 글자체를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최정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것이고, 궁체들이 궁중 궁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글씨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명조체로 연결이 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한글 창제과정과 발전과정에 더하여 한글이 어떤 글꼴로 발달해가는지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인식되었던 글꼴도 시대가 흐르면서 불편한 글꼴이 됨을, 글꼴도 생명체와 같이 수명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명조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서구식 근대 인쇄가 일본을 거쳐 유입되면서 당시 일본 가나 문장에 쓰인 본문 기본형 활자체의 일본식 이름이 그대로 흡수된 것 같다. '명조'는 '명나라 왕조'라는 뜻이다. 중국이 한자 글자체 중에는 '명조체'말고도 '송조체'와 '청조체' 등 시대로 구분한 이름이 있다. (168쪽)

 

'명조체'라는 이름은 여러모로 한글 명조체의 특성과 맞지 않아서, 1992년에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명조체를 순우리말 '바탕'으로 개칭하기도 했다. '바탕'을 이루는 기본형 글자라는 뜻이다. 고딕체는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는 의미에서 '돋움'이라고 했다. '바탕'과 '돋움'이라는 이름은 '명조'와 '고딕'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은 채 지금은 나란히 쓰이고 있다. (169쪽)

 

이렇게 우리 글꼴에 대한 이야기도 알려주고 있어서 우리 글꼴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도로에 쓰여 있는 글자들과 또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간판 글자들... 이것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쓰이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쓰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독일차 번호판에 있는 글자체가 위조방지와 가독성을 높이는 글자체라고 하는데, 그만큼 실생활에서도, 또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서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로 글자체 개발을 들고 있다.

 

글자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또 지식들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서, 그동안 별다른 생각없이 넘어갔던 수많은 폰트들, 또 폰트를 만든 사람, 만드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한글에 대하여 또 다른 언어에 대하여 지식의 확장을 이뤄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벌 받을 부모들!'

 

이 말이 이 소설을 말해주고 있다. '핵전쟁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있을까. 내가 폭탄을 떨어뜨린 것도, 내가 폭탄을 만든 것도 아니니까, 난 책임이 없어라고 말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 어른이야 말로 핵전쟁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왜? 행동해야 할 때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핵폭발이 일어나고 어떤 도시는 완전히 가루가 되고, 어떤 도시는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지만 방사능에 의해 또 다른 유행성 질병에 의해 사람들이 죽어간다.

 

먹을 것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만 살아남으려 한다. 자기 것에 집착하고 남을 멀리하게 된다. 먹을 것을 약탈하고 살인도 저지르며, 도덕과 법은 핵폭발과 함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 사라질까?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도 사람다움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렇다. 그는 사람들에게 물을 날라주고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주려 한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알고 있던 사람들, 가족들이 하나둘 죽어나간다.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단 말인가? 이런 핵폭발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소설은 이것을 추적하지 않는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살아온 어른들 모두의 책임이다.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만큼 소설은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대대수의 사람들은 핵폭발로, 그 다음에는 질병으로, 또 그 다음에는 굶주림으로 죽어갈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방사능으로 인해 후대까지 고통을 물려주게 될 것이다.

 

인류를 파멸로 이끌 핵이, 그렇기 때문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핵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에에 책임을 면해 주지 않는다. 단 한번의 폭발로도 인류에게 심대한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핵폭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문가의 책임을 망각한 행위인 것이다.

 

한스 요나스의 '책임의 윤리'에 의하면 최악의 사태를 생각해서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때는 기술 개발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 적어도 핵개발에 관해서는 이 책임의 윤리를 적용해야 한다.

 

외가집으로 가던 도중에 핵폭발을 목격하고, 도시에 도착해서도 온갖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핵폭발의 위험을 온몸으로 겪는 롤란트를 주인공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핵폭발 이후에 인간들이 어떤 일을 겪을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몇 년 뒤 어느 정도 안정(사실은 불안한 안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아버지와 롤란트. 이때 롤란트가 이렇게 말하면서 소설을 끝맺는다.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너희들은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다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줄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어울려 찾아 내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세상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쉐벤보른에 남은 최후의 아이들이니까. (226-227쪽)

 

이 핵폭발이 꼭 핵전쟁만 의미할까? 아니다.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통해 이미 핵전쟁만이 아니라 핵발전 또한 얼마나 위험한지 경험하지 않았던가.

 

이런 위험을 만들어낸 어른들, 그들은 아이가 벽에 써놓았던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천벌 받을 부모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이슈 한 권을 사는데 빅판이 비타민 하나를 준다. 고맙다고. 빅판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내가 힘을 얻는다. 고맙다. 이렇게 만난 빅이슈 198호다.  

 

  만나지 못할 때는 빅이슈를 잊을 정도로 만나지 못하다가, 만날 때는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도 마음이 떠나 있다가 다시 마음 속으로 들어온 것이리라.

 

  표지 그림이 눈길을 끈다. 안중근 의사다. 3월을 시작하는 빅이슈로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서 애썼던 안중근 의사. 그에 대한 글이 쓰여 있어 민족 독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단지 민족 독립만이 아니라 그는 동양평화를 꿈꾸었던 사람이고, 동양평화 속에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었을테니, 결국 빅이슈가 꿈꾸는 세상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빅판들 역시 독립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개인이든, 민족이든, 세계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독립할 수 있는 생활, 평화로운 생활을 꿈꾸고 그렇게 되기를 노력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에 이어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 <항거>에 출연하는 배우 고아성을 인터뷰한 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번 빅이슈에서 더 의미 있는 것이 유관순 열사로 그치지 않고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 있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 것이다.

 

한 사람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힘겹고 한발한발 내디뎌 우리나라 독립을 이루었음을 이번 호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빅이슈도 마찬가지다. 그냥 한 사람의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록 크지는 않더라도 여러 사람들이 빅이슈를 통해 모여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어서 더 의미가 있다. 그들의 그런 함께 걸음이 빅판들에게도 힘으로 다가올 수 있고, 빅판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민족 독립운동가들이 꿈꾸었던 세상, 누군가에게,또는 다른 나라에 종속당하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아니었을까. 그런 세상을 향해 우리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번 빅이슈 198호를 읽으며 한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 그리스인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속해서 시오노 나나미 책을 읽게 된다. 그리스인 이야기 2권까지 읽고 3권을 이렇게 늦게 읽게 된 까닭은 이 3권이 도서관에 나중에 도착했기 때문.

 

참 단순한 이유다. 그렇지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늦게 읽게 되니 오히려 더 좋은 점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책을 서술하는 특징을 알게 된 것.

 

시오노 나나미는 사람을 중심에 둔다. 그래서 그리스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등의 제목을 붙인다. 또 이 사람들이 주로 전쟁과 관련이 있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세계 역사를 바꾸는데 전쟁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아무래도 세계사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여기나 보다.

 

그가 서술하는 책에서는 위대한 인물이 이룬 업적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가 그런 업적을 이루는데 함께 한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어야 하는 민중들에 대한 이야기도 배제되고 있고. 이렇게 해서 역사를 위대한 인물이 이끌어가는 듯이, 마치 니체의 용어를 빌리면 초인(超人)을 갈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오노 나나미는 위대한 인물이 이끌어가는 역사가 민중들이 만들어 가는 역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지나간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그리스인 이야기 3권에서는 더 심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우리가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부르는 사람. 그는 서양 역사에서 서양 사람들이 인식하는 영토를 인도까지 넓힌 사람이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군대를 이끌고 계속 동쪽으로 동쪽으로 간 것뿐.

 

하지만 이런 영토 확장에 이어 그가 이룬 것은 민족간의 융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페르시아 사람들도 중용했는데, 그것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되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물론 때이른 알렉산더의 죽음으로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장군이자 정치가로서 능력을 십분 발휘한 알렉산드로스. 그의 동방원정으로 새로운 융합 문화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결국 융합의 문화가 꽃피우는 것은 로마에 이르러서야 가능했음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한편의 영웅 대서사시를 읽는 듯한, 전쟁이 일어나는 장면을 잘 묘사해 주고 있어서 그 자체로 흥미를 지니게 하는 책인데... 알렉산더의 전쟁 영웅으로서의 모습보다는 그가 융합을 추구하는 정치가로서 지닌 모습에 더 강조점을 두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물론 그처럼 한 사람에게 세계의 운명을 맡겨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의 죽음 이후 마케도니아는 사분오열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위대한 한 사람의 업적은 후대에 계승되기 힘듦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으니... 우리는 어떤 정치를, 어떤 인물을 우리 대표로 뽑아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그리스인 이야기 3권, 알렉산드로스 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갈리아 원정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4,5권은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카이사르가 정치가이자 군인만이 아니라 저술가임도 강조하고 있는데, 그가 쓴 대표적인 책이 '갈리아 원정기'와 '내전기'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이사르 부분을 읽었으니 '갈리아 원정기'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마침 도서관에도 책이 있다. 카이사르가 간결한 문체를 구사했다고 하는데, 번역이라고 하지만 문체가 간결함은 알겠다. 또한 서술에도 군더더기가 없음도.

 

카이사르가 왜 갈리아 전쟁을 했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분명 당시 로마 사람들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서술했으리라. 그러니 그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가 없지만, 한 가지 그는 로마를 좀더 강한 평화를 유지하는 나라로 만들기를 원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갈리아는 여러 부족으로 흩어져 있지만, 그 때문에 로마에도 언제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족이었고, 이들은 게르만 족과 연합하거나 아니면 게르만 족에 쫓겨 로마 쪽으로 몰려와 로마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로마에 완전히 종속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갈리아 족들의 풍습, 성향 등을 철저히 연구한다. 갈리아 족은 뭉치면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와 또 강대한 군대를 거느리겠지만 이들은 각 부족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 하나로 합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카이사르가 갈리아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렇게 여러 갈리아 족들과 전쟁을 하는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전쟁이라기보다는 갈리아 족에서 보면 로마 침략기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로마 입장에서 보면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정복함으로써 로마 국경을 확장한 것만이 아니라 로마가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게 한 사람이 된다.

 

카이사르의 성공기가 바로 이 책이지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카이사르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 책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료(史料)들을 바탕으로 했겠지만, 카이사르는 항복한 부족을 무조건 처벌하지는 않는다.

 

적장이라고 해도 목숨을 무조건 뺏지도 않는다. 그는 목숨을 뺏음으로써 그 부족들의 원망을 사는 일을 하지 않는다. 물론 로마인을 해치거나, 약속을 두 번 이상 어긴 부족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을 하지만.

 

평화를 전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모순되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원망, 증오가 남도록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총 8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7편까지는 카이사르가 썼다고 하고, 8평는 히르티우스가 썼다고 한다. 카이사르로서는 7편까지가 갈리아 전쟁의 핵심이고, 8편에 서술되어 있는 일들은 뒷마무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뒤의 일들이 글을 쓰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전투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갈리아 인들의 성향으로 보아 지금 유럽이 많은 나라들로 나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로마 역사에 대한 1차 사료로서 이 책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