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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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늘지 않고 자연 감소로 갈 것을 걱정하는 보도는 많은데, 이미 감소를 넘어 멸종 단계까지 간 생물들이 많음에는 눈 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생물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 어느 한 종이 멸종하면 다른 종들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유독 인간에게만은 이 순환 법칙을 적용하지 않으려 한다.

 

미세먼지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이야기하면서, 그 미세먼지가 다른 생물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분명 인간에게 좋지 않은 것은 다른 생물에게도 좋지 않을텐데. 미세먼지가 마치 인간만의 문제인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 생물뿐이랴. 무생물이라고 분류되는 것들 역시 인간들이 저지른 일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은가. 흙들을 보라. 요즘 흙을 밟기가 얼마나 힘든가? 산에나 가야 흙을 밟아 볼까 하지 집에서는 마당도 없고, 있더라도 콘크리트로 덮어버려 흙은 구경도 하기 힘들다.

 

학교에서도 예전에는 그나마 모래가 깔린 흙운동장이었는데, 요즘은 우레탄-이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 철거되고 있지만-이나 인조 잔디로 덮인 운동장들이 대다수다.

 

이렇게 흙조차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온통 인공물로 덮어버리고 마는데, 자연이 어찌 멀쩡할 수가 있겠는가? 온갖 기상이변부터 자연재해라고 하는 것들은 인간이 초래한 결과라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으리라.

 

인간이 살기 위한 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얼마나 파헤치는지 공사현장에 가보면 그 아득함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땅을 파헤치고도 지구가 견뎌낸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문제들을 종합해 이 책은 생태감수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뒤에 만물협의회라고 해서 다른 존재의 처지에서 이야기를 하고, 인간이 되어 그 말을 듣고 다시 또 말을 하는, 그런 과정도 소개되어 있는데, 자연을 지금처럼 대했다가는 우리 인간도 생존이 힘들어질 거라는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보호, 환경보호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우리 생활은 반(反)자연, 반(反)환경인 경우가 많다.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온갖 쓰레기들을 생각하면... 순환고리를 인간이 개입해서 끊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자연에 못된 짓을 많이 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우주 나이로 치면 이제 갓 태어난 상태에도 못 미치는 인간이 45억년이 된다는 지구를 멸망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하루빨리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인간 홀로 지구에서, 우주에서 존재할 수 없음을, 환경,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인간 자신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이미 자연에서 너무도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와 있는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제 요지는 우리가 환경문제에 관하여 사람들에게 우선은 도덕보다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행동할 방법을 찾아줌으로써 미적인 행위를 하도록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생태운동 내의 광범위한 도덕적 교화는 대중에게 우선 희생을 할 것을, 책임과 우려와 도덕성을 더 보일 것을 요구하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는 삶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자유로운 자연경관을 더 소중히 여김으로써, 다양하고도 숱한 기쁨의 원천을 활짝 여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일에 개인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그것은 지역 또는 세계 차원의 정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기쁨은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자아보다 큰 무엇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자유로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면, 필요한 보살핌은 자연스레 따를 것입니다.

(아르네 네스, '자기실현-이 세상에 살기 위한 하나의 생태적 접근법'에서 37-38쪽)

 

환경을, 자연을 보호하는 일, 그것은 결코 희생이 아니다. 우리가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다른 존재들이 살 수 있어야 인간도 살 수 있게 된다. 그 점,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어느 한 곳에서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모든 존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바로 너이고, 너는 바로 나라는 것, 이것들이 생명체라고 하는 것에만 해당하지 않고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에 해당한다는 것, '산처럼 생각하라'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늦지 않았다.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 우리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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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3


바람처럼 자유롭다고

스피릿*은 말했지

드넓은 초원을 한없이 달리는

그에겐 자유가 있었지

관계 맺길 거부한 자유


하지만 길들여지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말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하지.

적토마가 여포보단

관운장을 만나

명성을 날렸듯


허공에 날리는 말들을

누가 자유라 할까

바른 관계로 내 것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지음(知音)이 되는 것을.

 

*스피릿 : 말을 소재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 제목이자 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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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값도 못 하는 놈이라는 욕이 있다. 밥값을 하는 것이 사람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는 얘기다.

 

  그러나 밥값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밥값을 수치로 계량할 수 있을까? 세상에 밥이 되는 것들이 모두 제 목숨을 버려 내 목숨을 유지하게 해주는데...

 

  밥값은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존재들 목숨값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른 존재들의 목숨값이지만, 그들 목숨을 거부할 수 없다. 살아있는 존재들이 지녀야 할 숙명. 다른 목숨으로 살아가는 목숨.

 

그러니 밥값이라는 말은 목숨값이니 그 얼마나 무거운 말인가? 수많은 과거-현재-미래의 목숨값이 내 밥값에 들어 있으니.

 

이 무거운 밥값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 '밥값'이라는 시 중간에 나오는 일상생활. 밥 먹고, 가스불 챙기고 하는 일들.

 

더한 것은 바로 지옥으로 대변되는 가장 낮은 곳을 인식하는 일. 제가 있는 곳보다 낮은 곳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일.

 

내가 다른 목숨들로 내 목숨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 어려운 목숨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일. 그것을 시인은 지옥에 다녀온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밥값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 밥값, 창비. 2011년. 초판 3쇄.  14쪽.

 

이렇듯 밥값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욕으로 하는 밥값도 못 하는 놈이라는 표현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 중에 밥값을 제대로 치르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시를 읽으며 나는 과연 밥값을 하나 하는 반성이 되었는데... 저 사람은 밥값은 하는 사람이야 라는 말...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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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6 0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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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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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시기.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다루고 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다룬다고 하기보다는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라는 사람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좋겠다.

 

세계사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사르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로마제국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으로서 정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카이사르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아우구스투스다.

 

옥타비아누스에서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사람)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전을 승리로 이끈 다음 그는 자신의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획득해 간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다음에 옥타비아누스는 어린 나이에 그 뒤를 잇는데, 운도 따랐다고 할 수 있지만 신중한 그 자신의 능력이 그를 아우구스투스로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의 오른팔과 왼팔 노릇을 하는 아그리파와 마이케나스. 한 사람은 전장에서, 한 사람은 외교 문화에서 아우구스투스를 보필했으니, 그 혼자만의 능력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아우구스투스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오래 살았다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오래 살았기에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서두르지 않고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촉박함을 느끼면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다보면 엉성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로원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도 천천히, 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도 천천히, 자신의 후계 작업 역시도 천천히, 참으로 신중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카이사르가 기초를 닦아놓은 로마 제국을 유지하는 데는 야전 사령관의 능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정치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선정한 카이사르의 안목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고.

 

하지만 아우구스투스에게도 약점은 있다. 지나치게 혈연에 집착하는 것. 마치 자수성가한 사람이 자기가 이룬 것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느낌을 주는데... 자기 딸인 율리아를 통해 핏줄을 이어가려는 눈물나는 노력이 결국 헛되게 되는 것.

 

티베리우스에게 절대 권력이 넘어가는데, 핏줄로 대를 이을 생각이었지만, 핏방울 하나 섞이지 않은 티베리우스가 아우구스투스 다음에 로마 권력자가 되니... 참. 아이러니한 결과다.

 

그럼에도 그는 능력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에게 자기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데서 아우구스투스라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원로원이 중심이 된 공화정보다는 능력있는 황제가 다스리는 제정을 더 우위에 놓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능력있는 독재자를 인정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지나간 역사를 후대가 평가할 때 지닐 수 있는 관점이라고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이런 능력있는 독재자를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고 해도 여러 사람의 능력을 모두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또한 장기 집권을 하다보면 제 권력에 취해 엉뚱한 정책을 펼치기도 하게 되니, 이런 능력있는 독재자를 견제할 집단 지성들이 존재해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600명이 지배하는 과두정이든, 한 사람이 지배하는 제정이든,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겠지만, 제정은 그것이 한 사람에게 너무도 많은 권력을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600명 중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도 나올 수 있지만, 600명이 하나같이 못날 수는 없겠지만, 제정으로 가면 못난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뛰어난 개인으로 시작했던 제정이 해악을 끼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가 되어 제정을 열어가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에서 위대한 인물이 끌어내는 위험성도 생각해야 함을, 로마인 이야기 6권에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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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에서 만난 첫시가 아, 이거다 싶은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 시집은 첫시를 읽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다.

 

  선거 때만 되면 말들이 혼탁해지지만, 평소에 더럽혀진 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도대체 어떤 말들이 필요한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입에서 내뱉으면 말이 되는 줄 아는 사람도 많은지... 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남의 감정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 말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고려하지 않고 그냥 내뱉아진 말.

 

  말을 조율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바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말을 조율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말들이 조금 엇나간 것이 아니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정도로 나아갔으니 말이다.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말들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말이 된다. 굳이 혐오표현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말 중에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말들이 많다. 특히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들을 보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식으로, 제 잘못은 생각도 않고 오로지 상대편을 비방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제 말이 얼마나 더러운지 생각도 못하고, 그냥 뱉어버리는 말들. 허유와 소부의 고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내 귀가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씻어도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언어의 조율사가 나온다면 그는 엄청 고생할 것이다. 이 엇나간, 맞지 않는 말들을 맞추기 위해서... 임영조 시집, 첫시 '조율사'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아니, 우리들이 이런 조율사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염된 말 속에서, 오염된 대기 만큼이나 괴로워하면서 지내야 할 것이다.

 

   조율사

 

어느 놈이 말썽인지

아무 기탄없이 지목하세요

고장난 소리는 모두 고쳐 줍니다

쓸데없이 소리만 큰 놈

병신같이 속으로 기어드는 소리도

모조리 가려내 풀거나 조여

원하시는 성대(聲帶)를 도로 찾아 줍니다

위턱과 아래턱이 뒤틀려

말버릇이 언제나 지저분한 입

그래서 종종 화음(和音)을 깨는

독불장군도 바로잡아 줍니다

고분고분 바른말만 하도록

(진정한 민주화를 위하여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라!)

참 지당한 말씀 같지만

이미 망가진 소리는

다수의 귀에는 폭력이에요

어느 놈이 말썽인지 대세요

당신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순하고 듣기 좋게 바꿔 줍니다

그동안 방치해 둔 평화를

당신의 압류된 노래를

깨끗이 해금시켜 줍니다

하루 품삯 이만 원이면.

 

임영조, 그림자를 지우며. 시와시학사. 2002년 초판. 13-14쪽. 

 

망가진 소리들이 돌아다니지 않게 조율했으면 좋겠다. 단돈 이만 원이 아니더라도, 더한 돈이 들더라도.

 

미세먼지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것, 그것이 바로 오염된 말, 망가진 소리다. 그런 소리들을 조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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