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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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가면 밝은 내용이 나올 줄 알았다. 정권도 바뀌었고, 이국종 교수도 많이 알려졌고, 나라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그런 여러 이유로 2권은 좀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런데, 아니었다.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그냥 말로만 좋아지고 있었던 것. 본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국종은 그래서 견뎌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정경원에게 넘겨줄 때까지 가는 것을 종착지라고 생각한다.

 

종착지. 그곳은 다른 출발지일텐데, 그 출발지에 선 사람이 이국종이 겪었던 일들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되게 해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들의 대부분은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사회는 이들이 자신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기에 중증외상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우울한 내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이국종이 내외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에서 중증외상 외과를 이끌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도록 해야 할텐데, 관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서류 속에 있을 뿐이다. 마치 이 책에서 언급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건물을 지을 때를 말하는 것처럼.

 

한국의 많은 병원들이 내실을 다지기보다 화려한 외장과 외래 공간에 공을 들인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선진국은 고사하고 중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그 수준을 좇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12쪽)

 

병원들의 행태가 과대 포장한 불량식품 같았다. (13쪽)

 

관료들 역시 사무실, 서류 속에서 모든 일을 한다. 그들에게는 피 터지는 속에서 환자들을 살려내려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구급대-소방대원들이 보이지 않고, 오로지 종이 또는 화면 속의 숫자들만 보일 뿐이다. 그러니 정작 필요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도 있었다.

 

중국 남부에서 사고 당한 동포에 대한 이야기에서... 결국 가족들이 비용을 마련해 환자를 이송하려는 장면. 수많은 예산이 드는 항공 이송에 대해서 과연 어떤 체계가 만들어졌는지...

 

개별 환자에 대한 항공 이송 체계 설립에 대한 논의는 석해균 선장 이송 직후 번개탄처럼 타올랐으니 추가 논의 없이 빠른 속도로 차갑게 식어버렸다. (28쪽)

 

결국 환자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병원은 인력을 보충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이들에게 일은 과중될 수밖에 없다.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많은 간호사, 의사들이 견디지 못하고 그만둘 때 이국종은 이런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 분야는 오히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시작해야 지속할 수 있다. 한 번의 수술로 기적같이 환자를 살려내고 보호자들의 찬사를 받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존재한다. 실상은 답답하고 지루한 긴 호흡으로 환자를 살펴야 하고, 그런 중에 더없이 비루한 현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외상외과의 일이다. (47쪽)

 

자신의 희생을 담보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이 있다고 해서 개선할 방법을 찾지 않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희생이 아니라 이들 역시 자신들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제도,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력 확충이 필요하고, 장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의료 수가에 대한 현실화도 필요하고.

 

이런 장면들에 이어 마음이 너무 아픈, 정말 모든 국민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한, 지금도 여전히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국종이 헬기를 타고 팽목항에, 그것도 사건 당일에 갔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때의 참담함... 아! 세월호...

 

사고 해역 상공 관할은 해양경찰이 맡았고, 다른 헬리콥터들의 진입은 충돌 사고 위험을 높인다며 밖으로 물러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늘 위에는 우리뿐이었으므로 나는 그 명령이 이해되지 않았다. (67쪽)

 

이게 무슨 짓인지... 바다에는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고, 다른 헬기들은 육지에 대기하고만 있는 상황...

 

부두 바로 옆 나대지에는 소방방재청 헬리콥터는 물론이고, 경찰청의 헬리콥터와 보건복지부의 닥터 헬리, 산림청의 화재 진압용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헬리콥터가 '비행하지 않고' 착륙해 있었다. 앉아있는 헬리콥터들이 마치 철새 도래지에 집결해 있는 철새들같이 보였다. (68쪽)

 

이것이 이국종의 눈에 비친 세월호 구조 헬기들의 모습이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세월호 승객들만이 아니라 구조단원들도 들었나 보다. 위급한 상황에, 움직여야 사는 마당에 가만히 있으라... 승객도, 구조단원들도... 이게 말이 되나?

 

지원은 많다고 전해지는데 해상과 영공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탄 AW-139 외에 가라앉고 있는 배 위로 비행하는 헬리콥터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가라앉고 있는 선체를 해상 계류시키거나 잡아두는 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선체를 부수면서 들어가는 작업도 하지 않는 현장 상황은 의아하기만 했다. (72쪽)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아예 구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생때같은 목숨들을 두 눈 버젓이 뜨고 수장해 버린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에서 병원에서 돈도 되지 않고 부담만 되는, 헬기가 이착륙 할 때마다 민원에 시달리는 병원 관리자들에게는, 외상센터는 눈엣가시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원이 있을 리가 없다. 지원이 없으니 이들은 과로로 계속 쓰러지고,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이게 한두 해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지금까지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니...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 살리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는 못해줄 망정, 민원이나 또는 직간접적인 방해, 탄압을 일삼고 있으니...

 

외상센터의 업무 범위는 병원 전 단계까지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소수의 인력을 쪼개어 버텨야 했으므로 팀원들의 희생은 불기피했고 출혈은 컸다. 나도 그 점을 잘 알았으나 그만두지 못했다. 외상센터가 제 몫을 하기 위해 필요한, 병원과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 모든 측면에서 한계였다. (191쪽)

 

이게 지속되었으니 문제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말이 이 책에 계속 나온다. 한 사람의 공명심으로 외상센터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공명심만으로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고 헬기를 사용해 환자들을 이송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환자를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사방에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다. 그 화살을 온몸으로 맞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이국종이다.

 

그래서 책은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여전히 비극적인 진행이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이렇게라도 기록으로 남겨야 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중증외상외과에 대해 너무 무지했음을... 건강보험으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없는 사람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들이 중증외상을 당할 확률이 높고, 제대로 된 처치를 받기 힘든 상황에 있을테니...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국종이 추진하는 일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계속 이어질테지만... 잘못하면 서류상 판단으로 중단될 수도 있으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이 책이 중증외상 외과가 존속하는데 초석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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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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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golden hour'라고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 제목이 되는 골든 아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알고 있는 골든 타임인 것이다. 골든 타임을 놓쳐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지, 그것을 4월에 경험한 우리들은 이 말에 깃든 무게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말이 지니고 있는 생명들의 엄청난 무게에도 간혹 허공에 흩어지는 말로 전락할 때가 있다. 여전히 우리는 말로만 골든 타임, 골든 타임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고들은 여전히 많이 일어나고,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로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죽어가는지 방송보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방송보도에서도 이 정도로 많은데, 방송되지 않은 사건사고들까지 치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겠는가. 시간을 놓쳐서, 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 작전에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일로 언론에서 많이 언급했고,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그가 외상외과 의사로 사고를 당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가끔 그는 언론에 나와 쓴소리를 했다. 우리나라 중증외상 환자들의 치료 실태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대해. 그가 하는 쓴소리들이 마음에 별로 와 닿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가 왜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해하게 됐다.

 

정말, 읽으면서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할 정도로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의료계와는 거리가 먼 나도 그런데 직접 현장에서 이 많은 일들을 겪고 있는 당사자는 얼마나 속이 상했겠는가...

 

중증외상 의료센터를 지정한다고 하니, 그동안 별 관심도 없던 병원들이 지원하는 행태. 그들이 지원해서 얻어간 과실은 환자들의 생명이 아니라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는 증명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이 건강보험에서 수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다.

 

의사는 남의 질병을 고치거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최소한 그들이 손해를 보게는 하지 않는 것이 의료 정책이어야 하는데, 일률적인 잣대로 보험 수가를 정해 지급을 하니,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하면 치료할수록 적자가 나게 된다는 현실이 책에 나와 있어 참담한 마음을 지니게 하고 있으니...

 

2009년, 외상외과에 혼자 있을 때 1년간 적자는 8억 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2010년 정경원이 합류해서 열심히 진료하고 수술하니 8개월 만에 적자가 8억 원을 넘어섰다. 권준식 등이 합류하고 렐리콥터를 이용해 중증외상 환자의 집중도가 증가하자 적자는 더 늘어났다. 2012년에 기획팀장이 나를 찾아와 2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보이는 외상외과의 ABC 원가분석 보고서를 내밀었다. (337쪽)

 

사람을 살릴수록 병원은 적자를 내게 되어 있다. 어떤 병원에서 이런 치료를 좋아하겠는가. 병원도 수익을 내야 하는 곳이다. 수익이 없더라도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이국종 교수와 같이 외상외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병원 고위 관계자들의 눈에 날밖에..

 

왜 이 책을 시작하면서 소설가 김훈을, 김훈이 쓴 칼의 노래를 언급했는지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다.

 

이순신이 겪은 일을 생각해 보라. 그가 하는 일을 지배층이 지지해주었던가. 그들은 이순신의 공적을 자신의 것으로 돌릴 생각을 했지, 이순신에게 최적의 지원을 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국종 교수가 이순신처럼 위대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처한 현실이 이순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사람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그 성과가 제도의 정비, 제도의 정착으로 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를 이 책 곳곳에서 이국종 교수는 말하고 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고 한다. 한 시간 이내에 수술에 들어가면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증외상 환자들을 한 시간에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교통편이 확보되어야 한다.

 

앰블런스와 같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도 걸리고, 도로가 정체될 때 심각한 문제가 된다. 또한 섬과 같은 벽지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의료진이 가는 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이동수단이 헬기라고 한다.

 

지금은 헬기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국종 교수가 말하고 있는 이때(2012-2013년)에는 헬기를 사용하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물론 석해균 선장을 구출하고, 치료에 성공하면서 헬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전용 헬기를 많이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헬기도 헬기지만 문제는 외상 의료진을 확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1권에서 소수의 팀원만으로 외상의료센터를 꾸려갔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과로에 시달리고 결국 하나둘 쓰러져 간다.

 

남을 살리기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어서 쓰러져 가는 현실, 그럼에도 인원 확충이나 장비, 물품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하며, 병원 고위 관계자들에게서는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니...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고... 생색내기 정책을 펼칠 뿐이지 실질적으로 제도가 정착되게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국종 교수는 일을 하면서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많이 나타나야 하는데, 거의 없는 현실에 힘들어 한다.

 

외부 지원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현실, 이들은 거의 초인적인 모습을 보인다.

 

과연 이렇게 해야 할까? 이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이들의 노력이 그냥 사그라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놔야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 테니까...

 

생각 못했던 참담한 의료 현실이었다. 외상외과 의료센터를 만들고, 그들을 치료하는 제도를 만들어가는 초기에 겪는 어려움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할텐데... 과연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2권을 읽어봐야겠다.

 

1권을 읽으며 느꼈던 분노가 2권에서는 좀 누그러지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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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는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을 기획으로 삼았다. 교육이 학교라는 공간에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마을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마을로 교육을 확장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교육을 학교에 맡겨두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마을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져가고 마을은 단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곳이라는 의미만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를 벗어난 교육을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학교를 벗어난 교육을 하려면 당연히 마을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에서 배움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을 하는 이유다.

 

여기에 학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교육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교육을 좀더 확장시키는 사업이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교육은 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사람들에게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교육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바로 마을이다. 따라서 마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지금 흐름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과 연결지어 이번 호에서 놀이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배움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놀이터만큼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는 장소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놀이터를 획일화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놀이터, 그런 놀이터를 마을에 갖고 있으면 마을 교육 공동체 사업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호, 교육을 학교에서 마을로 더 확장하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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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은 어김없이 봄을 맞이했는데... 겨우내 잠들어 있던 싹들이 활짝 활짝 꽃피우고 있는데...

 

  삶은 여전히 겨울이다. 게다가 불이 또 우리를 괴롭히는데... 인재는 막을 수 있고 책임도 물을 수 있지만 천재는 어떡하겠는가? 하지만 천재 라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

 

  자연이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희들 이대로 살면 나도 너희도 모두 살기 힘들어진다고.

 

  삶창을 읽으며 세상을 읽게 되는데... 이번 호를 읽으며 도대체 세상에 언제 봄이 오나 하는 생각을 한다.

 

'창을 열며'에서 짙은 피로감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데... 중간 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경제를 살린다는 핑계 때문인지 아니면 현 정권이 정말 '촛불'의 계승 세력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에 대해(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이야기한다) 정당이 되었건 학자가 되었건, 노동조합이 되었건 이명박에게 그렇게 저항했던 문학인들이 되었건 대부분 꿀먹은 벙어리다. 이런 기현상은 현 정권 기간 동안 다시 한번, 그러나 방향은 다르게, 정신적 퇴행을 불러올 것임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개시되는 저 미증유의 파괴 사업은 이미 제주도에서 시작된 지 오래되었다. 강정 해군기지에 이어 서귀포시 성산읍에 제2공항을 만드는 문제가 그렇다. (3쪽)

 

현 정권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이야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자꾸만 눈 감아 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눈감아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오히려 경제성장 프레임에 갇힌 현 정권에게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그 길로 가자고 해야 할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4.3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제주도에서는 4.3이 진행 중이다. 강정이 여전하고, 영리병원이 그렇고, 제주2공항 건설이 그렇다. 자꾸만 자본의 논리만을 따라가려 한다.

 

이번 호에서 이런 제주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본의 이익이 앞서서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여기에 평화라는 명목으로 자본의 논리를 추구하는 것은 비무장지대도 마찬가지다. 천혜의 자연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생겼는데, 그곳에 둘레길을 낸단다. 사람 발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지, 아니면 그까짓 자연은 인간에게 희생되어도 된다고 하는지...

 

박병상의 글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박병상,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경제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제를 우선하는데도 경제를 살리는 노동자들의 삶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들이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들이, 또한 정규직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으로 합의를 이루었지만 그 합의를 지켜나간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삶창은 그래서 지금 현실을 바로 보자고 한다.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는... 우리 모두가 삶이 보이는 창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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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합지졸 특공대
박혜지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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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단편소설이 묶여 있는 소설집이다. 소설이란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허구가 공상이 아니라 상상이라고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다.

 

그냥 공상에 머무르고 만다면 소설의 생명이 이토록 길지는 않았으리라. 소설이 사실이 아닌데, 마치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소설 속에서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 그것이 소설가가 지닌 책무일 것이다.

 

박혜지 소설집을 해설에서는 '거짓말의 매혹과 이야기의 미래'라고 했는데... 이 소설에서 백미를 이루는 것은 바로 첫번째 실린 소설, '최고의 거짓말'이 아닌가 한다.

 

갑을병정 네 명이 서로 있음직한 거짓말을 해서 거짓말의 왕을 뽑자는 내기를 하고, 그들이 서로 거짓말을 만들어내는데... 그 거짓말 끝에 왕을 뽑기는 했으나, 때마침 지나가던 유세차량에서 하는 말을 듣고 그들 모두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다고 하는데...

 

선거유세에서 하는 말이 소설가는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최고의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리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는 국민 여러분의 충실한 종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이 한 몸 아낌없이 바치겠습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부운!" (30쪽. 최고의 거짓말 끝부분에서)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 바로 이런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때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들에게는 말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렇지만 그럴 듯한 거짓말, 우리가 듣고자 하는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이기에 이 거짓말이 통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을 이 소설에서 참으로 씁쓸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문제적 개인이 사회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아니라 비루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잡으려고 아등바등 대는 모습을 소설에서 표현하고 있다.

 

제목이 된 '오합지졸 특공대' 역시 그렇다. 모두 병신들만 모였다는 특공대, 한쪽 팔, 다리, 눈, 귀가 정상이 아닌 사람들... 이들이 모여 무엇을 하겠다고 특공대를 조직했지만 그들이 잡은 것은 길고양이 한 마리...

 

우리는 이토록 비루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한 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을 비웃으면 안 된다. 이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다. 이야기의 힘이기도 하고... 비록 정상이 아니고, 약한 존재들이고, 사회에서 소외된, 무시당하는 존재들이지만 이들 역시 특공대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

 

누군가가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길고양이 한 마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함께 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래야 다른 일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소설집은 이런 식으로 웃음을 주지만은 않는다. 읽으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도 있다.

 

바로 '동백'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와중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문학(이 소설에서는 시라고 할 수 있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이밖에도 '거대한 무덤, 공격적 용서'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었고, 이런 소설을 통해서 현실을 재구성해 낼 수 있다.

 

소설이 거짓세계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설은 허구라는 요소로 사실을 비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덧글

 

고맙게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덕분에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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