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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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자연이라기보다는 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는 자연에 상반되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도시가 팽창한다는 것은 자연이 축소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도시화는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듯이 다른 존재들에게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종이 지구상에서 멸종되기를 바라는 종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고,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진화라고 한다면, 도시에서도 진화는 맹렬히 일어나고 있다고, 아니 자연에서보다도 더 빠르게,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 자신들의 몸이나 행동방식 등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한가? 진화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그러므로 짧은 시간에 일어난 것은 진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도시에서도 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도시에 적응하는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기적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종은 자신들의 종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종의 유지를 위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게 진화다.

 

도시화를 막을 수 없는 생물들 처지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에 적응해야 한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핵심 종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21세기 어느 시점부터는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우리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학에서는 이처럼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생물을 핵심 종이라고 한다. 인간은 전례 없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핵심종이다. 더 나아가 초 핵심종, 생태계를 조정하는 슈퍼 생물 종이라 할 수 있다.(313쪽)

 

이렇게 인간들로 인한 자연의 재편에 다른 생물들과 무생물들도 적응하려고 한다. 그들 역시 자신의 종을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변이들을 일으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그 환경에 맞게, 가능하면 빠르게.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산업화 되자 나방들이 어두운 색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진화시킨 내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종이 성공할까? 아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멸종위기 식물, 동물이라고 해서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계속 나오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한 종류라면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생물은 수십 가지다. 도시는 진화를 촉발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생물학적 다양성이 크게 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흥미 있는 현상이건, 전 세계 생물을 보존하려면 이와 같은 현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감시하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11쪽)

 

그렇다. 도시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도시화에 걸맞게 진화한 생물종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 사라진 종들도 많다는 것, 종의 다양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여 도시에서도 생물들이 진화하여 적응한다는 것을 밝힌 저자조차도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저자는 도시화가 되어도 생물은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화에 성공하는 생물도 있지만, 실패하는 생물이 더 많을 것이고 생물 종의 다양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미 도시화가 된 것을 되돌리기는 힘들다.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더이상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멈추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자연을 들여오는 노력도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계 최정점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흥미롭고 놀랍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사례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령 일본에 있는 까마귀들... 자동차가 정차했을 때 타이어 밑에 호두를 놓아두고 자동차 바퀴에 깨진 호두를 자동차가 떠나자마자 먹어버린다는 그런 사례... 또 우유병을 따고 속에 든 크림을 먹어치우는 박새 등등) 그런 것들과 더불어 우리 인간은 지금의 환경에 적응만 하는 종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핵심 종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이 책은 지구라는 별에서 다양한 존재들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여 저자는'다윈의 조언이 담긴 도시 설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293-308쪽)

 

1. 내버려 둬라 

2. 반드시 토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3. 청정 자연을 일부 남겨 두자

4. 분리하려면 제대로

 

이 말들이 지닌 의미를 곰곰 생각해 보자. 그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미래 방향에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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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으면서 기분 나쁜 말이 떠오르니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하물며 구더기도 이런데, 국민들을 개돼지에 비유하다니.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대는 사람들을 그렇게 폄훼하다니... 그것도 교육부에 있던 관료라는 작자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교육부에 있던 사람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면, 그들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교육을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관료는 없겠지만, 그말이 그말이다. 이게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사람들 의식이 깨우치기 전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검색해 보니 2016년에 일어난 일이다. 아마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들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교육부에 있었으니 다른 부처 사람들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나아졌을까? 여전히 국민을 부려먹어야 하는 존재로,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아니라 위로부터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관료로, 또 정치인으로 지내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윤학의 시 '구더기의 꿈'을 읽으며 기분이 더 나빠졌다. 2016년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국민이 개돼지라니... 이런, 구더기도 이런 꿈을 꾸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사는데... 일반 서민들이 얼마나 살기 위해서 힘쓰는데...

 

출퇴근 시간에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전철이나 또 만원버스를 타고 살기 위해서,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그래서 더 슬퍼졌다. '구더기의 꿈'을 읽으면서. 이들이 이렇게 시달리면서도 일하는 것은 바로 다른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구더기의 꿈

 

구더기는 몸담고 살던 구덩이가 싫어졌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기어올라가야 했다

구덩이에서 알을 깔 수는 없었다

더러운 생(生)을 물려줄 수는 없었다

알이 눈에 띄게 커지고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만은

깨끗한 곳에서 먹이를 찾아야 한다

목숨을 위해 더러운 곳으로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터질 듯이 부른 뱃속의 알을 끌고

수렁을 벗어났다 구더기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알을 낳았다 구더기는 빈 몸이 되어

눈부셨다

 

호기심 많은 눈을 뜨고 빛을 몰고

밖으로 나가는 새끼들

 

이윤학. 먼지의 집. 문학과지성사. 1993년. 17쪽.

 

이게 바로 우리들 아닌가. 자신은 더러운 곳에서 살았어도 자식들만은 깨끗한 곳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처럼 살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려고 몸과 마음이 상해도 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또 국민의 충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말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 공무원들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으로 보아서도 안 된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그 자체로 하늘이다. 모두가 똑같은 하늘이다. 마찬가지로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들도, 다른 존재들도 하늘이다. 우리는 모두 하늘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을 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런 자세, 이런 마음이 재앙을 피해갈 수 있게 한다. 인류가 겪는 재앙, 많은 부분에서는 자신만 빼고 다른 존재들을 무시하는 마음, 행동에서 나온 것이니. 그러니 바꿔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구더기도 이런 꿈을 꾸는데... 하물려 우리 인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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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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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는 천문학에 관한 책인가 했는데, 천문학이라기보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기후는 우리들 생존에 중요한 환경이다. 그런데 이 기후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신경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기후를 우리 삶에 가져올 때는 기껏해야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라든가, 지진이 발생했다든가, 또는 태풍이나 폭우, 강풍 등이 몰아쳤을 때, 또는 지나치게 덥거나 춥거나 할 때다.

 

나머지 때에는 기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늘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환경으로 지속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니다. 이거 심각하다. 기후는 우리에게 영원히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홀로세(holocene)라고 하여 인류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기간이 지금까지 지구의 시간이었다면 얼마 전부터는 홀로세가 아니라 인류세가 되었다고 한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라는 뜻이다. - 33쪽)

 

인류의 세기다. 인류의 세기라고 하면 가치중립적인 말로 쓰이는 것 같으니, 인류 중심의, 인류만이 군림하는 세기라는 뜻으로 인류세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인류세는 다른 종들에게는 재앙이 되는 세기인 것이다. 다른 종들뿐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게도 재앙인 세기가 바로 인류세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후변화고, 좀더 범위를 좁히면 지구온난화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 그러면 빙하가 녹고, 이산화탄소를 잡아두지 못하게 되니 또 온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반복되고 등등... 이 정도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자연의 반격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이 더는 인류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현대의 종말을 뜻한다. - 57쪽)

 

반대로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역사에서 늘 반복되던 일이었으니 호들갑 떨 필요없는 일이라고, 온난화가 되었다가 다시 떨어졌다가를 반복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류의 과학기술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처럼 기후협약에서 탈퇴를 하는 지도자도 있으니...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는 기정사실이고, 과학적 사실이며, 이를 반박할 수는 없다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며, 인간들이 사용하는 화석연료들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가 자연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기후변화는 명백하다. 그러므로 "기후변화가 없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우리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일으켰고, 이는 최근의 극한 날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지구는 인간이 가하는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받아 인간에게 극한 날씨로 되돌려준다. 비정상이라고 간주했던 극한 날씨는 이제 우연이 아니라 정상이 된 것이다. - 82쪽)

 

이것은 머지 않아 큰 재앙이 될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현재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지닌다면 우리 미래세대들은 암담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사례들을 들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또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생존 환경이 분리되었던 종들이 인류에 의해 생존 환경이 합쳐지게 되니, 그동안 따로따로 존재했던 바이러스들이 상호 침투하여 변이를 이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우리가 몸소 겪는 날씨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들로 하여금 대처하게끔 했다면, 기후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기에 즉각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후와 날씨는 시간 척도로 구분된다. 기후는 장기적 균형 상태이지만, 날씨는 그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기적 일탈을 뜻한다. - 60쪽

기후는 우리가 앞으로 무슨 옷을 살지 알려주고, 날씨는 우리가 지금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해주는 것이다. -60쪽)

 

그래서 너무도 심각한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 왜냐하면 자신의 시대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이 그 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 지금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고 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총력대응을 하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 이것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지금 코로나19로 세계가 겪는 어려움보다도 더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그런 점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제 행동이다.

 

문제는 바로 우리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나갈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세를 통해 지구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인류와 다른 종들과 지구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홀로세를 구가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은 시대, 이제 우리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우리 미래세대들에게도 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 점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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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5-26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들은 더이상 ‘기후변화‘라 부르지 않고, ‘기후위기‘라고 부르고 있죠.
유래없는 폭염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2018년 여름,
인류가 관측한 이래 한번도 녹은 적이 없었던 북극의 영구동토층(최후의 빙하라 부르더라구요.)이 녹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렸어요.

저는 지금도 당시 그 소식을 전했던 북극 과학자의 격앙된 말투를 잊을 수 없어요.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어요.

˝인류가 예상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는 훨씬 더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예측한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인류가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므로 도저히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조차 없다.˝
(그가 직접 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했던 인터뷰 전체를 요약한 말)

2020-05-27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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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라고도 할 수 있고, 우화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인데, 두 가지 이야기를 합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세상에 호기심을 느끼는 나이를 지나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이솝우화에 나오는 사자와 생쥐 이야기와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나무꾼과 선녀가 합쳐져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각자 살아온 존재들이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나는 계기가 바로 결혼이다. 낯선 존재가 만나 서로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새로운 것들이, 생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러나 그러한 일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런 일들을 겪지 않으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음을, 이 책에 나오는 큰선녀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선 사자가 생쥐를 만난다. 이솝우화를 읽은 사자다. 생쥐가 자신을 구해준다는 것을 아는. 그런 사자는 자신의 강함, 우월함을 생쥐에게 내세우지 않는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생쥐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다른 존재를 만났을 때 지녀야 할 태도다. 사자의 이런 태도는 생쥐의 마음을 움직인다. 생쥐와 사자가 함께 지내게 된다. 함께 지내는 이들이 낯선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 함께 지낸다는 것, 그건 바로 미지의 세계로 함께 떠나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여행이 편할 수만은 없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바다사자를 만나는 것.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 바다사자는 둘만의 세계에 들어와 또다른 일들을 일으키게 된다.

 

셋이 여행을 떠나다 나무꾼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나무꾼과 선녀와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결론은 다르다. 나무꾼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길. 그것은 백만 송이의 꽃을 피우는 것. 꽃은 좋은 행동과 좋은 말의 씨앗들이 뿌려져 (162쪽) 피어난다고 한다.

 

결국 나무꾼은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지상계에서 천상계로 오르는 길은 지상의 세계에 충실한 것, 다른 존재들에게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또한 한번도 생각 못한 것들에 해당한다. 지상에서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다른 방법이 아니고 지상에서 다른 존재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면 그것이 곧 천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생각하게 한다.

 

어렵게 사는 존재와 함께 하지 못할 때 천상에서도 있지 못함을 큰선녀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데, 천상의 행복한 생활에 안주하는 큰선녀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른 존재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큰선녀 역시 천상으로 다시 올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렇게 이솝우화와 나무꾼과 선녀를 합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사자와 생쥐와 바다사자는 또다른 세계를 향해서 나아간다. 이들에게 세상은 한 번도 생각 못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니까.

 

이런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호기심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그것이 삶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 알라딘 이웃이 이벤트를 벌이는 것을 보고 신청해서 읽은 책이다. 덕분에 기존 동화를 통해 다른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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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2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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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을 기획한 사람은 세 가지를 작가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것이 이 소설의 기본 방향인데...

 

1.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합니다. (중학생이어도 좋습니다.)

2. 르포 문학을 추구합니다. 가능한 직접 겪은 일이나 실제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자기 시대에만 잠시 있었고, 그래서 내 세대만 알았던 무엇인가를 기록해 주세요.

3. 르포를 추구한다 해도 당연히 소설입니다. 자신의 학창 시절을 소재로 단지 한 편의 소설을 써 주세요. (401-402쪽)

 

얼핏 보면 2와 3은 모순되는 것 같은데, 사실 중심은 3에 있다.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은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르포 문학의 성향을 지닐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를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어떤 것을 써도 르포 문학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 학교는 지금도 비정상이 정상인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학교다. 그러므로 이상한 일을 써도 소설이 된다. 픽션이 된다. 그 픽션이 팩트와 결합해 팩션이라는 독특한 말을 성립시킨다. 이게 학교다.

 

아홉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고 한다. 소설집은 시대를 역순으로 배치했다. 2015년에서 1990년으로 25년, 약 한 세대를 거슬러 가면서 학교를 이야기한다. 아니 그런 비정상의 학교에서 살아남은 학생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읽으면서 학교는 여전하구나, 여전히 비정상이구나 하는 생각, 나 역시 살아남기에 급급했구나 하는 생각. 그러면서도 살아남았음을 안도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여전히 학교에서 살아남으려 기를 쓰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라는 좁은 문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그 좁은 문으로 와 몰려들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는 좁은 문에 한 명이라도 더 들어가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다른 것들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데, 달랑 1년을 두고도 쉬지 못하는 아이들, 갭이어(gap year)는 상상도 못하고, 기껏 자유학년제라고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나라. 아마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입시에서 가장 멀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좁은 문은 통과해야 할 문이고,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허용이 되는 사회인 것이다. 이런 학교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정상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자기가 발음을 잘못하면서 잘못된 발음을 따라한다고 야단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학교 현실이 너무도 잘 드러나 있는데, 어떻게 하나같이 교사들이 비정상으로 나오는지... 그나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들은 학교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쫓겨나거나 자신의 발로 나가거나. (전혜진, 1995년. 비겁의 발견에서 송선생, 김상현, 1990년. 나, 선도부장이야에서 오선생)

 

이 두 소설에서 나오는 그나마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소수의 교사말고는 모두가 체제에 순응하거나 오히려 학생들을 억압하는 존재로 나온다.

 

('장강명. 2015년.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에서 급식비리를 저지르고 그를 무마하려는 학교의 모습, 이사장을 비롯해, 교장, 교감 등등 정말 비리 덩어리 교사들이 나온다. '이서영, 2001년. 3학년 2반'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교사들이 나오고, '김보영, 1992년.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에서는 학생회 활동에 대한 탄압, 또는 학생 자치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교사들이 등장한다. 25년이라는 편차에도 자신들만이 겪었던 일이라는 게 없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무슨 데자뷰를 보듯이 비슷한 일을 겪고 그 곳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소설집 제목이 [다행히, 졸업]이다.)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는, 학교에 갇혀 지내는 학생들 모습이 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가축들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는 학교에서는 눈에 보이는 폭력이, 공부를 잘한다는 부유하고 능력있는 집안의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난무함을 (정세랑, 2000년. 육교 위의 하트) 알 수 있는데, 이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쉽게 폭력을 쓰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비열했다. 정교한 방식으로 비열했다. (224쪽)

 

비정상적인 학교에서 비정상적인 존재는 교사만이 아니다. 학생들도 비정상적으로 물들어간다. 그것이 단순하냐 복잡하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사회에서 다시 나타나게 된다. 결국 학교는 우리 사회의 비틀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살아남으려는 아이들, 그것도 인간답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아이들. 그런 모습을 작가들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자신들이 겪은 학교에서 그치지 않고,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함을, 그런 결심을 하는 아이들이 있음을, 그렇게 우리가 지내왔음을 이 소설집은 보여주고 있다.

 

언급 안한 작가들도 있어서 그 작가들과 시대, 제목을 언급하며 글을 마친다.

 

김아정, 2010년. 환한 밤.

우다영, 2004년. 얼굴 없는 딸들

임태운, 2002년.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임태운의 소설은 명랑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야자에서 도망쳐 길거리 응원을 하는 모습을 경쾌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김아정과 우다영의 소설은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겪는 내면의 모습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한편 한편 읽으면서 학교로 과거 여행을 떠나게 되지만, 그럼에도 과거 여행이 아니라 현재 학교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이게 현실인 것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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