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끝났어요 토피아 단편선 1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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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영어를 써서 SF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우리들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상상과 지식이 반대될 것 같지만 상상은 지식의 밑받침이 없이는 발휘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집의 주제는 유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상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주 다양한 유토피아가 지금까지 표현되어 왔다. 이 소설집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작품을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도 있다. 디스토피아, 절망의 세계인데, 유토피아가 주제인 소설에서 디스토피아를 느끼다니, 그렇다면 이 유토피아 시리즈 말고 디스토피아 시리즈가 있는데 그 소설들에서는 유토피아를 느낄 수 있단 말이 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동전의 양면이다. 세상에 천국만이 존재한다면 그런 세계가 과연 유토피아일까?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의 존재로 인해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공포와 절망이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주영의 '프레스톨라티오의 악몽'은 어두운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생각하게 해죽 있다.

 

우리가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고 해서 있는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이것을 꿈이라는 방식의 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 이것이 프레스톨라티오의 악몽이다. 악몽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잊었을 때, 또는 잊으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잘못된 역사, 부끄러운 역사를 감춘다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다.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악몽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현실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소설은 그렇게 결말을 내고 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행복의 세계에서 불행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 김초엽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다. 갈등, 비난을 모르고 지내는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성년이 되면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몇몇은 돌아오지 않는다. 왜 돌아오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의구심을 지닌 데이지가 순례의 길을 떠나면서 소피에서 글을 남기는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이들이 떠나는 순례지는 지구다. 온갖 비난과 갈등과 분리와 다툼이 있는 곳. 그런데 이곳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행복의 나라를 만든 창시자다. 유전자 선택이라는 것을 통해서... 하지만 이 결과는 분리와 갈등으로 끝난다. 그래서 창시자 릴리는 떠난다. 이 릴리를 찾아온 딸 올리브는 자신들이 만든 행복의 세상에서 지구로 가서 죽는다. 왜? 이렇게 행복한 세상을 놓아두고?

 

불행한 세상에서도 행복이 있음을, 유토피아를 떠나 디스토피아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유토피아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곽재식이 쓴 '로보타 코메디아'는 단테의 '신곡'을 연상시킨다. 다만 지옥을 여행하는 존재가 로봇일 뿐이다. 역시 지옥을 보여주어야 천국을 꿈꿀 수 있다. 구한나리의 '무한의 시작'은 인류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시작,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이어야 한다.

 

이산화의 '전쟁은 끝났어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도 결국 원자(분자)의 결합이라면 이것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인지 고민하게 하는데... 화학 작용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것, 이것의 부작용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다'에 나오고 있지 않은가. 또한 많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아 결합되어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유토피아가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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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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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란 제목을 바꿔 보자. 미생물이 없다면 나는 살 수 있을까? 없다가 정답이다. 미생물이 내 몸에 너무 많아도 내가 살기 힘들지만 없어도 살 수가 없다. 그럼 제목을 '나는 미생물이 없으면 죽는다'라든가 또는 '내 삶은 미생물 때문에 유지된다'라고 바꿀 수 있다.

 

미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들. 그러나 미생물 하면 우리는 해로움을 먼저 떠올린다. 바이러스 하면 우선 병을 떠올리듯이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미생물에 대해서 바로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미생물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미생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지만 미생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렵지 않다.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미생물들이 말하는 이로 나와 자신들이 어떻게 인간들에게 오해를 받는지를 시작으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온 미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러한 미생물들을 탐험한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우리에게 알려준 과학자들. 이들의 노력으로 미생물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들이 너무 많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미생물 세계의 귀퉁이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또한 미생물과 인간의 대결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생물이란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 여기에 다시 살아남으려는 미생물들의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항생제다.

 

처음에는 인간이 완전히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미생들이 내성을 지닌 존재로 진화해가고 있다는 것,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과 미생물이 적대적인 관계로만 가다가는 끝없는 갈등만 반복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미생물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생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이익을 주는 경우도 많음을, 미생물이 없으면 우리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미생물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른 존재들을 존중해야만 우리 인간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요즘인데... 이 책은 감염병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가장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똥에 관한 것. 우리는 똥하면 벌써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는 시늉을 하지만 똥에 있는 미생물들은 우리들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

 

2부 7장의 제목이 '똥값도 금값으로 만드는 미생물'이다. 장 건강이 안 좋은 사람에게 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방법은 장이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것. 장에 있는 미생물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똥에 있다. 그러니 똥값은 곧 금값이다.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값인 것이다.

 

오픈바이옴이라는 비영리기관 이야기가 나온다. (102쪽)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친지들의 열망에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합쳐져 세워진 비영리기관이며, 안전한 '똥 이식'이 가장 큰 설립 목적(102쪽)이라는 이 기관은 '좋은 똥'을 모은다고 하는데... 조건이 까다롭단다.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똥을 모으는 것, 헌혈이 아니라 헌분이다. 한 회당 40달러란다. (103쪽 참조)

 

왜 그럴까? 미생물 때문이다. 미생물로 우리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식하지? 내시경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캡슐로 만드는 것. 실제로 만들었단다. 오픈바이옴에서.  여기서 우리나라 옛날 명창들 이야기도 나온다. 똥물을 마셨다는 명창들... 그 똥물이 미생물과 관련지으면 건강식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더럽다고 여기는 똥 속의 미생물들 이야기를 통해 미생물이 우리들 삶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우리는 무균실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균이 없으면 우리 몸 면역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미생물과 함께 살아왔다.

 

이 책은 그런 미생물에 대해서 쉽고도 자세하게 잘 알려주고 있다. 자, 막연히 미생물에 대해서 두려움만을 지니지 말고 그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생활 방식을 만들자. 그러면 된다. 그게 바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필요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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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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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했다. 새로운 감각을 지닌 소설가의 소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1회 수상작품집이라는 것은 그 작품집의 성향이나 경향을 알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총 7명의 소설가를 선정했는데...

 

읽으면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반성완 역) 첫 장면이 떠올랐다. 별을 보고 길을 갈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는 의미의 문장.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식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별을 보고 길을 가지 않는다. 우리가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은 하늘이 있지 않다. 우리 손 안에 있다. 일명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그렇다면 우리는 길을 찾는데 멀리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른 존재를 살피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만 볼 뿐이다. 이런 시대에 소설을 읽을까? 별을 보고 길을 가는 시대가 사라지자 소설이 등장했다고 했는데, 별을 대신하는 존재로 손 안의 핸드폰이 등장하자 다시 소설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든지 길을 찾을 수 있기에 다른 존재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삶을 만난다는 것, 내 삶의 길을 찾는 노력을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는데 왜 소설을 읽을까? 이런 시대에도 소설은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은 살아남는다. 손 안의 핸드폰이 주지 못하는 것을 주기 때문이다.

 

내 삶과는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은 계속 살아남는다.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만든 이유는 이렇게 소설이 계속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에는 7명의 작가와 작품, 작가의 말, 비평이 실려 있다. 한 작가당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비평 역시 젊은 비평가가 하고 있으니,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는 기회를 준다.

 

김중혁, 1F/B1

편혜영, 저녁의 구애

이장욱, 변희봉

배명훈, 안녕, 인공존재!

김미월, 중국어수업

정소현, 돌아오다

김성중, 개그맨

 

2010년. 젊음은 힘들다. 그 점을 소설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소설들에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층과 층 사이에 있는 슬래시(/)에 대한 각성을 하는 소설에서부터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인물들, 그냥 그 자리에 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 등...

 

어느 한 쪽에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인물들을 이 소설집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젊음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2010년에 들어와서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작품집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게 소설의 매력이다. 문제적 인물의 이야기를 우리가 읽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서는 더이상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니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는다. 소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그리고 그런 소설을 읽으며 우리들 삶을 만나는 그런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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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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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사를 바꾼 식물이라니... 일본 사람들이 쓴 책에는 이런 제목들이 많은지... 최근에 읽은 책도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였는데...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책들인데... 이번에는 식물이다. 식물은 식량으로 쓰이기도 하고, 관상용으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식물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다.

 

이 중에 식량으로 쓰이는 식물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5개를 고르면, 옥수수, 밀, 벼, 감자, 콩이라고 한다.

 

이들 다섯 식물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인 식물들이다. 그런데 감자와 토마토는 한때 유럽에서 악마의 식물이라고 해서 경원당하기도 했다는데... 감자에 독성이 있는 것까지야 배척받을 이유라고 해도, 성경에 없는 식물이라고 배척했다는 데는 서양사람들의 맹목적인 교조주의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세상을 자기들 중심으로 해석했기에, 다른 대륙에서 온 식물을 악마 취급한 것일텐데... 그럼에도 자신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되니, 자연스레 이런 식물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세계사를 바꾼 식물이 되는 것이다.

 

감자는 특히 아일랜드에서 감자 농사가 흉년이 들어 대기근이 일어났을 때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 그 자손들 중에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말을 붙여도 될 성 싶고... 여기에 오랫동안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나타난 괴혈병을 방지하는데도 감자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인류가 굶주림에서 해방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 식물들(감자, 옥수수, 밀, 벼, 콩)도 있고,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하는 향신료 (후추,마늘)도 있고, 건강을 유지해 주는 식물들(토마토, 차, 양파)도 있고, 우리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식물(목화)도 있으며, 입맛을 살려주는 단맛을 내는 식물(사탕수수)도 있으며, 눈을 즐겁게 해주는 식물(튤립)도 있다.

 

이들이 우리 인간 곁에 다가오게 된 유래를 알려주고, 이들이 한 역할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식물을 인간만이 이용했다고, 식물들은 인간에게 피해만 입은 존재라고 할 수 없다고, 식물들 역시 자신들의 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들을 이용하기도 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한다.

 

이는 인류가 지구에서 유일한 종이 아님을, 인류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는 말로 들린다.

 

다양한 식물들과 동물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들은 또한 먹고 먹히는 생태계 속에서 서로가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쌀은 많은 영양소를 지니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한 영양소를 콩이 가지고 있어, 콩과 쌀을 함께 먹으면 거의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하는데... 우리들 식생활이 콩을 반찬으로 하는 식단이 발전된 것이 공연한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 콩 생산량은 소비량의 5%정도라고 하는데...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바로 대두다. 반대로 대두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싸이오닌(Methionine)이 부족하지만 쌀은 메싸이오닌이 풍부한 식품이다. 그러므로 쌀과 대두를 적절히 조합해서 먹으면 모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252쪽)

 

한국은 대두 자급률이 5퍼센트도 안 될 정도이고 일본도 1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260쪽)

 

앞으로 세계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 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식량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량을 자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쌀만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쌀과 잘 어울리는 콩 자급률이 이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각 식물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있다.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물들을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그 점을 반성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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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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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자연이라기보다는 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는 자연에 상반되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도시가 팽창한다는 것은 자연이 축소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도시화는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듯이 다른 존재들에게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종이 지구상에서 멸종되기를 바라는 종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고,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진화라고 한다면, 도시에서도 진화는 맹렬히 일어나고 있다고, 아니 자연에서보다도 더 빠르게,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 자신들의 몸이나 행동방식 등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한가? 진화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그러므로 짧은 시간에 일어난 것은 진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도시에서도 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도시에 적응하는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기적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종은 자신들의 종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종의 유지를 위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게 진화다.

 

도시화를 막을 수 없는 생물들 처지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에 적응해야 한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핵심 종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21세기 어느 시점부터는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우리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학에서는 이처럼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생물을 핵심 종이라고 한다. 인간은 전례 없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핵심종이다. 더 나아가 초 핵심종, 생태계를 조정하는 슈퍼 생물 종이라 할 수 있다.(313쪽)

 

이렇게 인간들로 인한 자연의 재편에 다른 생물들과 무생물들도 적응하려고 한다. 그들 역시 자신의 종을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변이들을 일으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그 환경에 맞게, 가능하면 빠르게.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산업화 되자 나방들이 어두운 색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진화시킨 내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종이 성공할까? 아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멸종위기 식물, 동물이라고 해서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계속 나오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한 종류라면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생물은 수십 가지다. 도시는 진화를 촉발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생물학적 다양성이 크게 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흥미 있는 현상이건, 전 세계 생물을 보존하려면 이와 같은 현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감시하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11쪽)

 

그렇다. 도시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도시화에 걸맞게 진화한 생물종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 사라진 종들도 많다는 것, 종의 다양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여 도시에서도 생물들이 진화하여 적응한다는 것을 밝힌 저자조차도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저자는 도시화가 되어도 생물은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화에 성공하는 생물도 있지만, 실패하는 생물이 더 많을 것이고 생물 종의 다양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미 도시화가 된 것을 되돌리기는 힘들다.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더이상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멈추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자연을 들여오는 노력도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계 최정점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흥미롭고 놀랍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사례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령 일본에 있는 까마귀들... 자동차가 정차했을 때 타이어 밑에 호두를 놓아두고 자동차 바퀴에 깨진 호두를 자동차가 떠나자마자 먹어버린다는 그런 사례... 또 우유병을 따고 속에 든 크림을 먹어치우는 박새 등등) 그런 것들과 더불어 우리 인간은 지금의 환경에 적응만 하는 종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핵심 종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이 책은 지구라는 별에서 다양한 존재들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여 저자는'다윈의 조언이 담긴 도시 설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293-308쪽)

 

1. 내버려 둬라 

2. 반드시 토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3. 청정 자연을 일부 남겨 두자

4. 분리하려면 제대로

 

이 말들이 지닌 의미를 곰곰 생각해 보자. 그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미래 방향에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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