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뇌졸중에 걸린다면? 생각할 수가 없다. 뇌졸중에 걸리면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졸중에 걸린 사람이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그건 단지 그 사람이 표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 책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뇌졸중으로 표현을 하지 못하더라도 생각을 하고 느낌을 계속 지니고 있다는 것을.

 

뇌학자인 질 테일러가 어느날 뇌졸중에 걸렸다. 자신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과정을 느끼면서 뇌졸중이 왔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연락을 해야 하는데 뇌기능이 상실되어 몸을 쉽게 움직일 수가 없다.

 

뇌혈관이 터졌는데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 쪽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기억과 언어에 문제가 생긴다. 물론 행동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연락을 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기억해야 하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전화를 걸었어도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다행히 연락이 되고 지인이 찾아와 병원에 가게 된다.

 

뇌수술을 해야 한단다. 두개골을 절개하는 일. 잘못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놓아두었을 때 또다시 뇌졸중이 올 수도 있고 그때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결국 수술하기로 한다. 그리고 수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좌뇌를 쓸 수 없을 때 우뇌가 작동함을, 그리고 우뇌를 통해 평안함을 경험하게 된다. 언어로 세상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림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자폐증을 앓던 템플 그랜딘이 그림으로 생각한다고 하던데, 그것이 우뇌를 이용한 생각법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평온을 유지하는 상태. 이를 열반에 든 상태나 몰아의 경지에 이르른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좌뇌가 활발히 활동할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좌뇌는 언어를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다시 과거 자신의 모습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평온한 상태를 굳이 다른 상태로 옮길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질 테일러는 자신의 좌뇌를 살리기로 한다.

 

단계적으로 천천히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과거의 자신을 살리게 된다. 이런 과정이 결코 짧지 않다. 8년이란 시간을 통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얻게 된 성과인 것이다.

 

이렇게 뇌과학자의 뇌졸중 경험기를 통해서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됐다. 우선 회복하기 위해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 뇌가 손상되었을 때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면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도 표현만 못할 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따라서 이들을 대할 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 되고 잠시 아픈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대해야 한다는 것. 부정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이들을 만나지 말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만나야 한다는 것.

 

여기에 우리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성되어 있어 얼핏 두 명의 인간이 한 뇌에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이 두 뇌가 뇌량을 통해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하고 있으니,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는데 이런 뇌의 기능을 알면 많이 도움이 된다는 것.

 

뇌졸중. 어느 순간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지만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있다는 것. 결코 불가역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뇌과학자가 자신이 경험한 뇌졸중에 대해 쓴 책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가 있다.

 

우리 인간이 우주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질 테일러라는 뇌과학자의 경험기를 통해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호에서 주목할 주제는 두 가지다. 두 가지지만 하나로 연결이 될 수 있다. 원인과 결과라고 할 수도 있고, 함께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기후위기와 코로나19사태다. 기후위기로 인해 생태계에 교란이 생기고,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코로나19라는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결국 인간이 초래한 위기라고 할 수 있는데...

 

  기후위기에 대해서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청소년들 중에 등교 거부를 하면서 기후위기 문제에 대처하라고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성세대들 가운데서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기후위기가 코로나19라든가 또는 대홍수, 산불, 지진, 가뭄 등등으로 우리에게 이미 다가왔는데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는 없다는 식으로 막 나가는 정치인도 있고,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후위기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임에도 그것을 자꾸만 부정하면 이번 코로나19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데...

 

이번 호 표지가 마음을 울린다. 이미 우리는 지구를 생명체에 비유하여 가이아라고도 하는데, 이번 호 표지에 있는 문구는 '기후야 그만 변해 우리가 변할게'다. 그렇다. 다른 존재 탓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우리 인간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변해야 한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진 기후가 우리에게 더 이상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고 항의를 한다. 그 항의를 더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올해 그 항의의 결과를 톡톡히 코로나19를 통해서 겪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코로나19는 단속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교육부터 시작하여 생활하는 방식까지 확 바꿔놓은 것이 코로나19인데... 이번 호에서 교육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하고,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주고 있다.

 

그렇다.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교육이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교육이 무엇인가, 왜 학교가 필요했는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또는 교육의 본질, 여기에 사람의 몸이 지닌 특성이나 배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 교육 환경이 갖추어졌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호에서 '관계와 공간이 변화한 상황에서 학습시간과 학습내용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김성우, 온라인 학습과 새로운 교육의 상상력) 문제제기는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김성우는 이 글에서 이렇게 제안하고 있다.

 

'어떻게 온라인 교육으로 기존의 교육을 지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삶의 질서와 기술적 토대가 열어젖히는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나누어줄 것인가'를 넘어 변화하는 삶의 지형 속에서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발전해야 한다. '온라인 교수학습'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재구조화 속에서 교육의 본질과 과정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대체제'가 아니라, 기존의 교육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도약대이다. (100쪽)

 

지금 등교개학을 했다. 어떤 학교는 학생들이 접촉을 막는다고 쉬는시간도 없앴다고 한다. 9시부터 1시까지 4시간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게 과연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일까? 이렇게까지 하면서 등교개학을 해야 하나?

 

마찬가지로 온라인 수업도 오프라인 수업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하고 있다. 그러니 이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을 해야할지 교육의 근본, 학교의 존재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민들레 129호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텅 빈 거품 토피아 단편선 2
김동식 외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엔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한 소설 모음집이다. 우리가 바라지 않는 세상을 그리는 이유는 그런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하고, 그런 세상이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상상을 통해서나마 끔찍한 세상을 경험하는 것, 인간이 지닌 유토피아적 요소이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 요소이기도 하다. 세상에 행복만으로 살아가기도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디스토피아를 생각해내고 상상한다는 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결국 디스토피아를 상상한다는 것은 미래를 상상한다는 얘기하고 통한다. 지금 세상에 어느 정도는 만족하고 있으므로 그 세상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작가들이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는 어떤 세상일까?

 

우선 조상들이 죽지 않고 존재하는 세상.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미래까지도 지배하는 세상은 디스토피아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만 한다. 만약 그것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혜진이 쓴 '언인스톨'은 그런 세상을 다루고 있다. 나를 옥죄고 있는 조상들... 그들의 취향대로 살아야 하는 후손들. 그건 후손들의 자율성을 빼앗는 것이다. 자율성을 빼앗긴 존재, 행복할까? 그 세계가 바로 디스토피아다.

 

김창규의 '벗'은 더 끔찍하다. 철저한 계급사회도 끔찍하지만 자신과 똑 같은 존재를 발견하는 것 역시 끔찍하다. 그것도 세상을 정복하는 존재라니. 나를 조종하는 존재, 인간이 무기가 되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존재로 전락한, 기계가 되어버린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런 세상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이것과 유사하지는 않지만 지금 자동차들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생각해 보라.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그것에 맡기지 않는가. 이것이 점점 확장되면 나란 존재는 다른 존재에 구속당해 자율권을 박탈당하고 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정도경의 '너의 유토피아'는 파괴된 세상을 보여준다. 인간이 없는 세상. 인간이 창조한 자동차가 인간을 그리워하는, 아시모프가 말한 로봇의 3대 원칙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없는 기계가 판치는 세상은 공포스럽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을 자신에게 태우고 함께 하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김동식의 '두 행성의 구조 신호' 역시 반전이 있다. 궤멸한 두 행성을 구조하러 간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것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기록과 씨앗(정자, 난자 포함)들이다. 노아의 방주처럼 이들이 살아갈 행성을 마련해 주는데... 기록을 살펴보면 이들은 일부러 공멸을 택했다는 것. 미래의 후손들을 살리기 위해 현재 자신들의 죽음을 담보로 한 세상이라니...

 

해도연의 '텅 빈 거품'은 지구 멸망을 아는 사람이 나온다. 이 멸망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두고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떤 길이든 디스토피아임에는 틀림없다. 자신들의 행성이 사라진다는 것. 미래를 명확히 알고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이것 역시 디스토피아다.

 

결국 이 소설에서 그려진 것은 멸망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만 한순간에 인간을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소설을 통해서 그런 세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이 우리가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디스토피아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행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흥미로운 주제로 다양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준 작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북 관계다. 잘 굴러가서 많이 진척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자리다. 그냥 열심히 움직이기만 했다. 결과는 또 제자리. 다람쥐가 돌다 돌다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나마 움직임도 없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은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의 행동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반대로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친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노젓는 사공들처럼, 그렇게 협동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전이 있다. 이게 남북관계다.

 

양쪽이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고,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는 관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눈에 보이는 진척을 거두기가 힘들다.

 

눈에 확 띄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밑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사이가 확 좋아지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부터는 또 지지부진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이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가 북한을 원조하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북한 사람들, 북한 체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문화적인 면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방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

 

그들도 분단이 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분명 있을테고, 그냥 현상만 보고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갔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놀이와 웃음이 있다는 것.

 

물질적 궁핍을 정신적인 노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체제의 모습이라는 것을 여러 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폐쇄성, 그럼에도 그 폐쇄성 속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김정일은 경제위기를 선군사상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그 후계자인 김정은은 경제 발전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세습체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에서는 그것을 장자계승, 또 백두혈통이라는 것으로 의식화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백두혈통과 관련지어 항일빨치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을 대우하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 우리가 우려했던 것처럼 원조물자를 군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보급체계를 만들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이지만, 그 속에서 국민들이 개인적인 활동들을 한다는 것. 이것이 최근에 북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마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집단주의에 개인주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런 시류를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를 최고지도자의 모습이나 말을 통해서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 등등.

 

겉으로 드러난 북한의 모습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협상 과정에서 돌발상황들이 많이 벌어졌는데, 원조를 받는 그들의 자세를 이해하면서 실질적인 원조를 할 수 있게 된 과정들...

 

그럼에도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 도와주려고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관료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관료집단들, 국제기구들의 관료주의들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북한에 관해서 다양한 면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이는 그들이 아직도 고난의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 웃음이 행복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신으로라도 이 고난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 그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부터 시작하면 남북관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남북관계는 좋아지고, 그것이 우리를 평화롭게 살도록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와는 많이 달라진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 - 대한민국 교사로 살아남기
최선경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텔레마케터를 비롯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흔히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이들은 손님을 대할 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만큼 감정노동을 하는 집단이 교사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는 확실히 감정노동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자신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매일매일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학생들 앞에 서서 군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사는 절대로 군림하지 못한다. 오히려 학생들의 감정에 맞춰 교육활동을 하려고 몸부림친다. 학생들과 정서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지식 전달부터 행동방식까지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과의 관계만이 그런가. 아니다. 학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교사들, 또 교육관료들도 관계된다. 이 많은 사람들과 날마다 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교사는 감정노동자로서 나날이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자칫하면 이 많은 관계들 속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런 과정을 한참 거치게 되면 교사들은 자포자기가 된다.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려고 하는 교사들이 생긴다.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억누르고 주어진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면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해진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이런 교사들과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학생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요원해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 다르다. 그렇게 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데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들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동한다는 진정성. 그런 진정성을 지니고 지내다 보면 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때부터는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꽤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이상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저자가 지키는 태도는 바로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태도다. 그런 태도가 학생들에게 전해지게 노력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교사가 되어서 한 활동들, 다양한 수업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이 책의 저자인 최선경 교사가 말하는 것은 수업 방법보다는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을 학생 입장에서는 왜 배워야 하는가로 치환될 수 있다. 즉 의미를 발견해야만 그 다음 활동들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교과 지식이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

 

그러니 다양한 수업 방식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기보다는 삶의 태도를 형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사가 긍정적인 자세를 지니고 생활을 하면 더 도움이 되고.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생활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교사가 얼굴을 찌푸리고 수업을 하면 학생들에게 지식전달에서도 실패할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에서까지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교사는 자신의 표정, 행동 하나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긍정의 힘을 전파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최선경 교사는 한 해에 단 한 명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단 한 사람조차도 변화시키기 힘들다. 다만,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교사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단 한번이 아닌 수많은 기회를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존재, 그런 존재가 교사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교사들은 긍정의 힘으로 교직에 있어야 한다.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이나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 또는 교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교사 자신도 긍정적이어야겠지만 교사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긍정적이어야 한다.

 

자신과 만나는 사람을 부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자신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니까.

 

이 책은 이렇듯 어려서부터 교사가 되어 지내온 20여 년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특히 교사들에게 긍정의 힘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