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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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하늘을 잘 보지 않게 되었다. 하늘을 보더라도 우리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또 밤하늘의 별을 보려고 해도, 너무도 밝은 빛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하늘을 볼 틈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날그날을 살아간다. 하늘을 하루에 한 번 이상 보기도 힘든데, 우리 시야를 넘어 존재하는 우주에 눈을 돌리기엔 너무도 바쁘다.

 

그리고 너무도 시야가 좁아졌다. 최첨단 과학이 발달하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존재들을 발견해 내기도 하지만, 또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져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들도 찾아낼 수 있지만, 그것은 나와 같은 장삼이사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전문가들도 자신들 분야를 파고들어서 시야가 많이 좁아졌다고 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해도 우주는 우리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제목은, 결국 우리는 우주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우주가 없다면 우리도 없다. 또한 우리 인간은 우주의 탄생 속에서 수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이 지구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우주를 알지 않고는 인간을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은 곧 우주이기 때문이다. 동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이 곧 하늘이라는 말은 인간은 우주라는 말이다.

 

우주의 탄생, 그리고 생명체의 탄생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우주에서 별들이 사라져 가듯이 인간 생명 역시 유한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고 있다.

 

물론 아무리 쉽게 풀어준다고 해도, 전문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겠다. 다만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 지동설이 대세가 되고, 창조론보다는 빅뱅설이 과학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 또한 우주의 나이를 측정해 대략 138억 년 정도라고 밝혀낸 일.

 

이러한 별들의 탄생 과정에서 얼음이 존재하고, 이 얼음들이 지구와 같은 별로 떨어져 물이 될 수도 있음을... 지구와 같이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유지,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별들이 수백억 개가 넘음을 지금까지 이루어진 우주에 관한 과학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 중에 물에 관한 이 말... 내게는 새로운 말이었는데.

 

적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이 지구와 충동한 소행성과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224쪽)

 

이 말에 의하면 우리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게 된 원인도 별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다.

 

우주에 관심을 갖는 일은 바로 우리 인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별에서 왔고, 우리 자신이 우주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하늘을 보자.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이 책은 그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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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둘러싼 수많은 존재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함께 한다고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리터러시라는 말. 문해력이라고 하는데, 읽기 능력 또는 이해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말을 꼭 문자 언어에만 적용할 필요는 없다.


  문자 언어에 당연히 적용되는 말이 리터러시지만, 읽기는 문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림도, 조각도, 또 건축도 읽기에 해당하고, 무엇보다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영상 (특히 일명 너튜브라고 하는 유튜브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 세대들이 등장한 지금 시대에)에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


또 바로 우리 삶에도 리터러시가 적용되어야 한다. 내 삶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삶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삶은 그냥 주어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읽어내야만 하는 존재다.


이렇게 삶을 읽을 수 있는 리터러시의 한 방법이 [빅이슈] 읽기라는 생각이 든다. [빅이슈]를 읽으면 나하고 가장 거리가 먼 삶들도 만나게 되고, 내가 원하던 삶 또는 나와 비슷한 삶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만남을 통해 삶을 읽기 시작한다. 그냥 보기만 하지 않고 읽어내게 된다. 리터러시가 발동된다. 이번 호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아마도 코로나19로 미디어에 더 많이 접하게 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어린이, 청소년만이 아니라 사실은 어른들을 향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의식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행하고 있다. 마치 숨을 쉬듯이, 이들에게 미디어는 일상이다. 그러니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에서 거의 반대 방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기존의 읽기 방식을 강요하면 안 된다. 오히려 어른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어른들이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이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 고민할 때, 서로 다른 삶을 읽어내는 능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빅이슈] 251호에서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삶 중에서 이슬람을 믿는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니캅' - 히잡, 부르카 등등 아직도 잘 구분은 하지 못하지만, 얼굴을 가리는 천을 니캅이라고 한다는데 -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삶에 대해서 읽을 줄 알아야 함을 느끼게 한다.


그들에게는 코로나19가 오히려 '니캅'을 공공장소에서도 쓸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니, 다양한 삶을 한 가지 잣대로 해석하려 하면 안 된다.


영화배우 이제훈이 표지 모델로 나와 그가 출연한 영화(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도 또 다른 삶을 만나게 된다. 주제는 비슷하지만 매번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양한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렇게 [빅이슈]는 삶을 읽는 리터러시를 경험하게 해준다. 한 달에 두 번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다양한 삶에 대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무의식 중에 삶을 읽는 리터러시를 익히게 해주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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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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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다윈상'이 생각났다. 한 해 어리석은 행동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 그가 한 어리석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어 인류가 진화하는데 도움을 주었기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하는데...


이 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살아서는 받지 못한다는, 살아 있어야만 받는 노벨상과 대척점에 있는 상인데... 이 상은 인류라기보다는 개개 인간의 행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인간의 흑역사]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개개 인간보다는, 그 인간들이 한 행동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다윈상을 인류 역사로 확대했다고 보면 되는데, 그럼에도 왜 인류는 이런 실수를 반복할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 문명이 발생하는데 농경이 큰 공헌을 했다고 하지만, 반대로 인류에게 온갖 질병과 재앙을 몰아다 준 행위 역시 농경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인간이 모여 살기 시작하는 데서 인류의 흑역사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 역사를 훑으면서 실수라고 할 만한 일들과 사람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 중에서 우리가 반복하지 않는 실수도 있지만,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실수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 중에서 무서운 실수는 바로 무기다. 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전쟁을, 살상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전쟁과 더 많은 살상이 일어나고 만 사실들... 그런 살상들에 '부수적 피해'라고 이름 붙이며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으로 언어를 통한 진실 왜곡을 하고 있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인간의 흑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속되는 실수는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 환경을 변형시킬 수밖에 없다. 한 생명체의 생존은 다른 생명체의 죽음과 연결되는데, 그렇다고 자신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는 생명조차도 멸종시키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는 인간. 


강의 흐름을 바꾸어놓아 결국 재앙에 빠지게 되는 실수들... 머나 먼 곳에 있는 생명체들을 들여와 한 지역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들... 지금도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일 아니던가. 이쯤되면 실수라고 할 수가 없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다. 일부러 그렇게 한다. 왜? 이윤이 생기니까.


이런 이윤때문에 생긴 흑역사는 바로 '납'이다. 자동차 엔진 노킹을 방지하기 위해 '에탄올'로도 충분했지만, 이윤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몸에 해롭다는 결과가 나와 있음에도 납을 첨가제로 섞는 행위를 했던 인간들.


지금은 납은 쓰지 않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여전히 쓰고 있다.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그렇게 환경을 넘어서 '과학' 분야에까지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결국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인간의 실수로 인해, 지구는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다시 '과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책은 이런 과학의 발달로 인류가 어쩌면 과거에 유행했던 질병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00년대에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이 활동해 탄저병으로 죽은 사람, 죽은 동물들이 나타나고 있듯이.


예전에 퇴치했다고 믿었던, 어쩌면 지구에 묻혀버렸던 질병들이 다시 창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과학'의 발달로 인해 '환경'은 파괴되고, 환경이 파괴되니, 기존 과학으로는 당장 치유할 수 없는 질병들이 나타나게 된다. 코로나19 역시, 그간 인간이 해왔던 실수들이 반복됨으로써 생겨난 질병 아니던가.


그러니 이 책에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뚜렷이 나타나 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인류가 인류를 살기 힘들게 하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윈상'을 통해 바보짓을 하지 않게 경각심을 심어준다면, 이 책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인류를 위기에 빠뜨렸던 일들을 알려줌으로써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과학'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할 때... 과학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우주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인간이 그 결과로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도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니. 최근 중국이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고 쏘아 보냈던 우주선 일부가 지구로 떨어지는 일을 생각해 보라. 지구로 떨어지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지구 궤도를 따라 수많은 우주 쓰레기들이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면, 그것을 벗어나는 일도 매우 어렵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인간 역사를 통해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인물들을 다뤄줌으로써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는데, 단지 재미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 생활을 돌아볼 수 있게도 해준다. 


이런 '흑역사'를 안다면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많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그런 일을 혹시 반복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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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이 있는 삶. 게으를 권리. 그렇다. 우리는 개미가 되도록 교육받았다. 베짱이처럼 살면 안 된다고 어릴 적부터 배웠던 우리는, 개미처럼 그것도 일개미처럼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뼛속 깊은 곳에 새겨두었다.


  장시간 노동도, 강도 높은 노동도 모두 미래를 위해서 한다고, 미래에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낮에 열심히 일해야 저녁에 쉴 수 있다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낮에 쉬지 못하면, 저녁에도 쉬지 못한다. 낮에 죽어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극한까지 일한 사람은 저녁이 되면 피곤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고 만다. 


어떤 사람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박은영 시집을 읽다가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저녁 없는 삶'이라는 시를 읽고 최근, 아니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노동자들이 겪은 사고가 생각났다.


그들에게는 저녁이 없었다. 쉬지 못하는 저녁이 아니라 아예 저녁에 집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많았으니... 언제나 이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올 수 있을까.


                 저녁 없는 삶


  작업은 끝이 없었다 기계처럼 움직여 잔업을 마치면 야근이 기다리고 회식이 잡혔다 공휴일은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거나 체육복을 입고 퇴근했다


  설명서가 없는 삶이었다


  주름보다 먼저 두통이 왔고 구두 굽보다 먼저 발꿈치가 닳았으며 나보다 먼저 입사 동기가 승진을 했다 지하철에 빈자리가 생기면 보상을 받는 듯도 했다 그 작은 의미를 던져주며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은 짧고 낮은 길다는 것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부품 하나가 없어도 움직이는 기계처럼,


  세상은 돌아갔다


  저녁 없이도 돌아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박은영.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실천문학사. 2020년. 14쪽.


지금도 이런 노동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저녁도 휴일도 없다. 그리고 안전규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단순히 저녁이 없는 삶이 아니라,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어느 때부턴가 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바뀌었다. 개미처럼 죽어라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누릴 줄 아는 베짱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게으를 권리가 있다.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 오죽했으면 성경에도 안식일을 지키라는 말이 있을까. 이젠 일주일에 5일, 하루 8시간 노동도 많다고 한다. 노동시간을 줄여도 될 때다. 그러니 주4일 노동을 실시하자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하루 6시간 노동에 주4일 노동, 그렇다면 주당 24시간 일하면 된다. 아마 우리나라는 이 노동시간의 배 이상이 될테니..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저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 '저녁 없는 삶'이 아니라. 그렇게 사람다운 삶에는 반드시 저녁이 필요하다. 우리는 개미도 베짱이도 모두 되어야 한다. 


박은영 시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시집에는 이런 '저녁 없는 삶'만큼이나 슬픈 시가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리너구리'라는 시, 마음이 아프다. 여전히 우리 현실은 이렇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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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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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기가 막히다. 이렇게 잘 지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영어 제목을 보니 '황금 실' 정도로 번역이 될 텐데, 전체 내용을 보면 번역자가 '총보다 강한 실'이라는 제목으로 한 번역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총은 인류를 강하게 만들었다. 다른 동물들 위에 서게 만들었다. 총으로 인류는 자신을 보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동물들을 절멸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 다른 동물뿐이랴. 총으로 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게 되었으니.


그만큼 총은 보호 기능보다도 더 파괴 기능이 앞선다.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으면 사용하고 싶어지기 마련. 그것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라도. 그러니 총은 인류가 발명하여 사용한 물건 중에서 가장 파괴적인 물건에 속한다. 총이 더 발전하여 대포, 폭탄, 지금 핵폭탄까지... 다 총이라고 지칭해도 된다.


하지만 실은 반대다. 실도 역시 인류를 강하게 만들었다.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여 추위에도, 더위에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극한에서 살아남도록 고안된 실도 많다. 그 실로 옷을 만들고, 옷 덕분에 인간은 우주 여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다 실 덕분이다.


이렇게 실은 파괴 기능보다도 보호 기능이 앞선다. 그래서 실은 인류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꼭 필요한 존재가 실임에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이 책 앞부분에서 실은 태고적부터, 즉 선사시대부터 사용되었음을 유물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실은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초기에는... 미라를 발굴했을 때 그 미라를 감싸고 있던 천은 미라를 연구하는데 방해가 되는 존재일 뿐이었다. 아무렇게나 풀어헤치고 버려지는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니다. 그 천으로 미라를 감쌌기에, 또 천에 많은 기록을 남겼기에 인류는 아주 오래된 과거를 기억할 수 있었다. 천은 그만큼 중요하다. 물론 천은 실로 만드니, 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할 수 있고, 그 중요성은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고대 실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단으로 넘어가고, 비단을 중심으로 교역이 이루어지는 실크로드, 그리고 대양을 누볐던 - 이 책에는 콜럼버스보다도 먼저 아메리카 대륙에 바이킹들이 도달해서 살았다는 주장도 나와 있다 - 바이킹들의 돛. 또 양모를 통한 영국의 옷감들, 화려하게 장식한 레이스들. 미국에서 벌어졌던 노예를 이용한 목화 경작들. 


이 부분까지는 조금 따분할 수도 있다. 너무 먼 과거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우리 흥미에서 다소 먼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다음부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우리 삶에서 가까운, 또는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산과 같은 그런 환경에서 옷은 얼마나 중요한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생존으로 사람을 이끄는 실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런 극한 상황은 우주로까지 확장된다.


우주복... 실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옷이니 당연히 실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주복은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으로 나아가도록 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다. 이 우주복에 얽힌 이야기. 재미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게도 한다.


우리는 지금 화성에까지 가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화성에 가기 위해선 우주선도 중요하지만 우주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우리 생존에 필수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고, 그런 우주복을 만들기 위한 실에 관한 과학,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우주복뿐이 아니라 스포츠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실을 보라. 스포츠 의류, 또는 신발 등은 획기적인 발전을 했다.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역할도 실이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실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인공 섬유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온갖 화학제품에 노출된 사람들이 고통을 받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 레이온이라는 이름이 지금은 낯설지만, 우리나라에도 '원진 레이온'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많은 산업재해를 일으켰던 기업. 지금은 다른 나라로 이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레이온을 생산하는 공장에 대해서는 알기가 쉽지 않은데...


실이 보호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실에는 파괴 기능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인간이 실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천연 -> 인공 -> 천연'으로 회귀하고 있다. 


여기에 총과 대비되는 실, 즉 거미줄로 만들어진 의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총알을 막을 수 있을 정도라고도 하지만, 아직은 실제 생활에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거미줄로 만든 옷들. 지금까지는 박물관에나 보관되는 상태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천연에서 얻은 실로 인간을 잘 보호할 수 있게 될 날이 먼 미래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어보니, 확실히 실은 총보다 강하다. 실은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실이 지닌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 저자가 말한 대로 호기심이 강한 독자를 대상으로 했다고.. 하지만 실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 호기심만큼이나 우리 삶에 중요한 역할을 실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실이 우리들 삶에 가장 중요한 존재였음을...


덧글


이런 역사를 다룬 책에서 가끔 오타가 나오는데... 

109쪽. 둔황 석굴과 관련해서 아우렐 스타인 이야기 중에... 1990년 12월 18일 스타인은 단단 윌릭 유적지에 도착했다고 되어 있는데...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1900년이라고 나와 있으니, 아마도 1900년의 오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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