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실체가 잡히지 않았다.


  막연한 불안감. 촛불이 타버리고, 촛농만 흘러 촛불을 켰던 사람들 손에 뜨거움만 남겨 놓은 상태.


  어둠을 밝히려고 촛불을 켰는데, 촛농으로 내게 뜨거움만 남기고, 초를 놓아버리게 만든 시간들.


  그것이 바로 불안감이 생긴 원인이었다. 촛불로 밝히려던 많은 일들이 밝혀지지 않고 어둠 속에 묻혀 버렸다는 생각.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쳇바퀴 위에서 열심히 달렸구나 하는 생각.


꼭 외부 요인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외부 요인이 강하게 다가오더라도 내부에서 고쳐나갈 의지가 있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터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 녹색평론179호를 읽으며 불안의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최병성, 탄소중립,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고,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나라에서 세계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고, 탄소중립으로 가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자화자찬하는 방송이 많았는데... 과연 그런가?


왜 도처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숲을, 땅을 밀고 그 위에 고층건물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여전히 아침에 나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어정쩡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숲에 있는 나무를, 그것도 30년이 넘은 나무는 탄소 흡수율이 떨어지니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하면서 베어내고 있으니...


재생에너지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을 위해 농토를 없애고, 산을 깎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으니, 녹색평론 이번호를 읽지 않았으면 그냥 막연하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태양광을 농토에 만들지 않고 고속도로를 둘러싸고 있는 방음벽, 철도 방음벽 등에, 또 고층 건물 외벽에 설치하면 될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산촌에 건설해서 송전탑과 송전선을 만들어 전력을 이동시키는 정책은 환경 파괴 정책이지 환경 보호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지적.


나무로 문제를 국한시키더라도 이번 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30년 이상된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은 훨씬 뛰어나다고 하니 방송에서 다루었던 우리나라 숲에 30년 이상된 나무들이 많아서 탄소 흡수율이 떨어지니 그 나무들을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말이 잘못된 주장이라고 한다.


'30살까지는 나이를 세기 어려울 만큼 나이테가 간격이 아주 촘촘했다. 그런데 30살이 넘어가자 나이테 간격이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나무가 성장한다는 것은 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나이테가 더 넓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여 몸에 저장한 것이다.' (최병성 글. 11쪽)


'나무 둥치는 나무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자기 몸에 저장한 것이다. 나무는 탄소덩어리 자체다.' (최병성 글. 13쪽)


이 글을 통해서 오래 된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탄소는 토양에도 많이 저장되기 때문에 나무를 베면서 토양을 훼손하는 일도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한다.


말로만 환경, 생태, 탄소중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연과 공생하면서 우리 인류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점을 녹색평론 179호에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탈핵으로 간다고 했으면서도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전 정권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앞에 내세우는 말과 실제로 하는 행동이 다른, 전 정권과 차이가 나는 정책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촛불이 결국 우리들 손만 데게 하고 있는 상태. (황대권, 고준위핵폐기물 투쟁의 전말)


하지만 이런 일들에 실망만 할 수 없다. 회의가 들고 그냥 포기하기엔 들었던 촛불이 아깝다. 초는 자신을 태워 불을 밝혔는데,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고 김종철 선생을 다루고 있다. 녹색평론을 만들고 우리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우리 시대의 어른. 돌아가신지 1년이 넘었는데... 그분의 주장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됨을 깨닫게 하고 있다.


오래 걸리더라도 가야할 길이 있다면 가야만 한다. 그 길을 걸어가야 함을 김종철 선생이 잘 보여주었고, 이번 호에서 다루고 있는 '김종철 선생 1주기를 맞으며'는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 녹색평론이 여전히 발간되고 있음은 우리에게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우리가 가야할 길이 있음을, 그렇게 그 길을 함께 가자고 결코 멈추지 말자는 독려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에 실린 이문재의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근대문명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 끝이 끝나기 전에 (이 끝이 끝나는 순간 인류는 사라집니다), 끝을 시작으로 바꿔내야 합니다. 선생이 누차에 걸쳐 말했듯이 우리 안에 있는 '시의 마음'을 되찾는 것이 전환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시의 마음으로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우리 '전환의 전위'는 춤을 추게 될 겁니다. 샤먼의 영혼과 땅의 노래(시)가 어우러지는 춤이 '공생공락의 가난한 사회'를 만들어내는 맨 앞이 될 것입니다.' (153쪽)


"끝이 시작되었다.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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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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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견뎌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생겨났다. 위기 의식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다.


이 책에서는 기후 변화란 말을 썼지만, 많은 사람들은 변화라는 말보다는 위기라는 말을, 또 재앙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한다.


이미 우리 인간이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지구 기후는 예전에서 벗어났으며, 그러한 변화로 인해 우리들 삶에도 위기가 도래했다. 그런데 위기라고 다 같은 위기일까? 아니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하위 10억 명 정도에게는 기후 변화는 위기 정도가 아니라 삶을 위협하는, 재앙에 해당한다.


이대로 지구를 내버려둔다면 하위 10억 명은 살아남기가 매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지구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초래한.


따라서 지구 위기는 우리의 위기다. 우리 삶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벌써 두 해째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었어도 돌파 감염이 일어나고, 바이러스들은 수많은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홀연히 나타난 질병이 아니다. 인류의 삶이 초래한 질병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질병이 우리들 삶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두 해째 겪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는 이렇게 눈에 보이게 다가와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지 우리들 삶에 대한 경각심까지는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백신을 개발해 감염을 예방할까에 집중하고 있지, 인류의 삶에 대한 성찰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정신 차리라고 경고를 하고 있는데, 그 경고를 무시하고 있는 현실이라고나 할까.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줘서 조금은 낫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들이 이러한 기후 변화, 위기로부터 초래되었는데도, 근본부터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때 그때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가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그러한 변화로 인해 인류의 삶 자체도 위험한 수준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지구는 우리 인간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지구를 사람처럼 비유한 경우가 많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고 해야겠지만. 가이아라고 한다. 지구는 가이아다. 그렇다면 지구는 사람과 같다고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을 만들었다고 하는 신화들이 대다수니까) 한다면 역시 물이 중요하다.


사람 몸을 이루는 요소 가운데 물이 70%정도 차지한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도 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 물이 없으면 사람이 죽듯이 지구도 물이 없으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이 되지 못한다.


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함부로 대하고, 또 그러한 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한다.


하긴, 우리 몸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지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바다, 물로 차 있는, 아니 그 물 속에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는 그 바다를 우리가 육지에서 했듯이 막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바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난개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으니.. 다만 바다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빅데이터 시대일텐데, 바다에 대한 자료들도 그렇게 모아두면 우리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시작해서, 자연재해, 쓰레기 문제 등을 통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바다를 통해 인류에게는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희망은 바다에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바다를 육지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바다는 그 자체로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수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고, 또 자원도 풍부하기에 우리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다에서 희망을 지녀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난개발은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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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06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8-06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kinye91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8-06 1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kinye91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1-08-06 19: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 -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 핵심 가치 서가명강 시리즈 10
이효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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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곳. 우리나라에서 제왕적 권력을 지녔다고 하는 대통령을 탄핵심판할 수 있는 곳. 그런 이름을 지닌 헌법재판소를 보면 헌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우리들을 규정하는 기본 원리가 바로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헌법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도(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나 행정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드물다.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정치, 경제를 배우지만, 또 법을 배우면서 헌법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전체를 배우지는 않는다. 그리고 헌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게 된다. 물론 헌법이 법 중에서 가장 상위에 속한다고는 알고 있지만, 헌법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여기면서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헌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간 무심했던 헌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고, 우리나라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도 알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은 존재(자인)와 당위(졸렌)로 파악하고, 당위로서의 헌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헌법을 읽을 때 한 가지 유념해야 하는 점은 가치판단을 전제로 당위규범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52쪽)

 

이 말에 따르면 우리는 헌법은 이렇게 이렇게 개인의 행복과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읽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헌법에 미치지 못하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기관들을 통제해야 한다.

 

'법치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기관의 권력 행사를 통제하는 것에 있다. 법치가 국가권력의 행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93-94쪽)

 

이것은 우리가 헌법을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기관의 권력행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헌법을 알아야 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이 그 요건과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 ... 정부의 행정명령이나 법원의 재판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110쪽)

 

이런 원칙은 우리들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 자유를 무한히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법률에 의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쉽게 제한해서도 안된다. 너무도 쉽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당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헌법이 지향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헌법은 개인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를 지향한다.' (248쪽)

 

이게 바로 헌법이다.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가 되도록 하는 것.

 

나라가 스스로 그렇게 할 수는 없을테니, 그런 나라를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몫이다. 우리 권리이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헌법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어떻게 헌법이 지향하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교육에서는 무엇보다도 헌법을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한글이 위대한 문자라고 하면서 한글 창제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지 않는 교육과 비슷하게 헌법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교육을 하지 못했다.

 

제 나라 근간을 이루는 법, 우리들 삶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담고 있는 법, 그리고 모든 법이 이 헌법에 위배되어서는 안되는 법. 그런 헌법에 대해서 자세하고 꼼꼼하게 가르치고 배울 필요가 있다.

 

법이나 정치와 관련된 사람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으면 우리 헌법에 미진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헌법대로만 국가가 유지되더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작은 제목을 '당신의 행복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라고 했을 테다. 자, 이미 우리에겐 헌법이 있다. 이 헌법이 존재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헌법이 지향하는(졸렌) 국가가 되도록 관심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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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곳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낮은 곳에 머무르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

 

  높은 곳에서 남들을 내려다 보기도 하지만, 낮은 곳에서 남들을 올려다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 있으면 높은 곳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도 있다.

 

  땅에 누워 세상을 보면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정시학 시인선'은 이렇게 낮은 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게 한다.

 

서문을 보자.

 

'우리는 달걀을 깨서라도 신대륙을 발견하려는 문화적 발상과는 달리, 달걀 자체는 숭고한 생명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생명 의식을 갖고 역사 지평을 열어 나가고자 한다. 이것이 환경오염과 소외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억눌린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5쪽)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성장 일변도로 달려온 인간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이 때... 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김완성이 쓴 시 '땅바닥에 누워'를 보면 낮은 곳에서 보는 눈을 지닌 사람, 그런 사람이야 말로 다른 생명들과 공존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땅바닥에 누워

                             - 김완성

 

땅바닥에 누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나무들도 우리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숲 속의 나무를 보면

나무들이 하는 소리 갈맷빛으로 보인다

살아 있을 때 모든 걸 사랑하라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들도 우리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땅바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들이 하는 소리 푸른빛으로 보인다

죽을 때까지 모든 걸 사랑하라

 

강은교, 최동호 엮음, 드므에 담긴 삽, 서정시학. 2006년. 63쪽.

 

낮은 곳인 땅바닥에 누워서 보면 귀하지 않은 존재가 없다. 나무들고 하늘의 별들도 모두 우리와 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런 존재들에 대한 깨달음. 그렇다면 깨달은 나라는 존재는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란 말인가.

 

이런 소중한 존재인 우리들이 살아 있을 때, 죽을 때까지 모든 걸 사랑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이라는 말에 답이 있다. 나만큼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 그러니 낮은 곳에서 보는 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허투루 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길이다. 서정시학이 추구하는 방향, 이 시에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아니, 서정시학이 추구하는 방향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렇게 모든 걸 소중히 여기고, '모든 걸 사랑'하는 자세.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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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민영화는 없다 - 누가 독이 든 사과를 권하는가
이광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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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논란이 벌어진 지 꽤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도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그리고 정년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경쟁을 하지 않아 자기 자리 보전에만 연연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말들이 있다.

 

민영화론자들은 민영화를 하면 경쟁이 도입되고, 서로의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더 낮아져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민영화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까?

 

다른 나라 사례, 특히 이 책에서 많이 예를 들고 있는 영국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가격 인하는 커녕, 오히려 가격이 올라서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민영화가 담합으로 이어지고, 그들이 낸 이익이 다시 시설투자나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그들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영화하고 하지만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에 사영화라고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스티글리츠라는 학자가 한 말이라는데, 민영화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208쪽)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이 말보다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 잘 정리한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자세한 사례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 책에 많은 예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나 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민영화란 민간에게 경영을 맡기고,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인데, 엄청난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에서는 민간에게만 일을 맡길 수가 없다. 그래서 초기에 정부에서 공적 자금으로 시설을 마련하고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이 다음에 민영화를 하면 그간 투자 비용은 국고에서 나갔지만, 이익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가? 게다가 민영화는 주주들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공적인 가치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적 가치를 지니는 사업을 어떻게 민간에 맡길 수가 있을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관여해야 하는 부문이 있다. 정부가 이것을 하지 않고 오로지 시장에만 맡기면 혼란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빈익빈 부익부로 사회 계층이 고착화되고, 소수의 부자들이 대다수의 재화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민영화를 반대한다. 착한 민영화는 없다고 하지만, 사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에 착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이윤을 무시하고 착함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논리다.

 

하지만 공동체의 운영논리는 시장논리와는 달라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공동체에서 채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이윤보다는 공동체의 삶을 우선하게 된다. 분명히 다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윤이 나지 않는 오지에 전기나 철도, 도로, 상하수도를 건설해서 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바로 이것들이다.

 

그러니 민영화를 해야 하는 부문이 있고, 민영화를 하면 안 되는 부문이 있다. 공적인 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을 우리는 공공재라고 한다.

 

그런 공공재에는 '의료,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 땅, 집'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의료,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에서는 민영화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았고, 공공 사업으로 유지되는 부분이 더 많지만, 땅과 집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 마련을 포기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듯이 땅을 가진 사람이 떵떵거리며 큰소리치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있으니, 땅과 집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민영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무슨무슨 개발이다 하면서 땅과 집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땅과 집을 공공재로써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필수 요소로 함께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민영화, 얼핏 보면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간다고 여겨지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영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다수이다. 소수만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지,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민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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