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의 교육 편지 -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이들께
김상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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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의 원리
첫째, 혁신교육은 무너진 교육 공공성의 가치를 구현하는 일입니다.
둘째, 혁신교육은 내용 면에서 창의성의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셋째, 혁신교육은 교육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사회적 협력을 통한 역동적 발전의 가치를 원리로 삼아야 합니다.
넷째, 혁신교육은 학교 공동체 운영 및 학생 생활의 원리와 관련하여 민주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다섯째, 혁신교육은 개혁의 가치와 인재에 대한 열린 관점으로 협력과 소통의 국제적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35-37쪽

혁신교육의 정책 과제
첫째, 학생들의 창의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창의지성교육'을 학교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둘째, 교육 활동을 중심으로 학교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입니다.
셋째, 학교 문화를 평화의 문화로 바꾸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인권 및 평화 능력을 신장하는 교육을 펼쳐야 합니다.
넷째, 혁신교육은 '보편적 교육 복지'를 선진국 수준의 방식과 내용으로 확충해 나가는 교육입니다.
다섯째, 교원 임용 방식과 교원 연수 체제를 대폭 개혁해야 합니다.
여섯째, 진정한 의미의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제도와 문화를 정비해야 합니다.-38-42쪽

교육은 교육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가치와 본질을 구현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입니다. 행복한 배움을 통한 진정한 '교육 경쟁력'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뜻을 물으며 설계도를 그리고 주춧돌을 놓으며 아름다운 '우리들의 집'을 짓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짐을 지우던 교육을 미래를 향한 '희망의 교육'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섞고 있습니다.-47쪽

성공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나라의 공통점은 교직과 교사 집단이 대표적인 전문직, 지성인 집단으로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권을 존중받으며 존경과 감사를 누린다는 것입니다.-56쪽

선생님은 사람의 영혼을 빚어내는 '예술가'들입니다.-67쪽

인권 친화적인 삶의 감수성을 내면화할 축적된 경험과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 그리고 반인권적 사회 문화가 우리 아이들을 반평화, 반인권적 상황으로 내몰고 있따는 반성,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 사회의 열망이 모여 학생인권조례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114쪽

폭력을 이기는 것은 결국은 평화와 사랑의 힘입니다.
...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정, 학교, 사회가 하나 되어 가츠려야 합니다.-164쪽

교육이란 참된 배움에 대한 자발성과 탐구 정신을 북돋우고, 인내와 노력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이끌고, 의미 있는 과제에 도전하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도록 돕는 일입니다. -211쪽

국제시민교육의 준거는 이러한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책임 있는 주체를 양성하는 교육'이어야 할 것입니다.-231쪽

개혁이 성공하려면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서 각 학교에서 스스로 개혁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234쪽

대학교육 혁신 방안
. 대학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고등교육 정책 기조 전면 재검토
-- 국, 공립대 비율을 50%이상으로 높이고, 국,공립대 법인화 개혁 중단 및 취소해야

. 대학 서열 체제 완화를 위한 혁신대학 지정, 운영
-- 권역별로 서울대학교를 하나씩 만들어야

. 초, 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 체제 개선
-- 질 높은 내신 체제를 구축하고 모집 단위별 특성화 전형 확대해야

.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
-- 보편적 방식으로 대학에 직접 지원, 등록금 낮추고 사학부패방지법 제정해야

. 지역균형 선발제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확대
-- 지역할당제 방식으로 신입생의 25%이상 선발, 입학사정관제 제대로 정착시켜야

. 국가직업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한 전문대학 체제 개편
-- 기업과 연계한 전문대학 육성, 재직자 특별전형 확대해야

.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운영
-- 국민적 공감 위에 교육 혁신 정책 마련, 시.도 교육청 및 교과부 위상 재정립해야

-248-249쪽

교육 개혁을 위한 세 가지 패러다임의 전환
첫째, 개인 부담에서 국가 부담으로, 교육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둘째, 경쟁 교육에서 협력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셋째, 통제에서 자율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259-260쪽

혁신과제 해결을 위한 열 가지 제도화
첫째, 과밀학급을 없애고, 학급당 인원수를 25명 이하로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셋째, 유아 및 고등학교 무상교육,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합니다.
넷째, 자율형 사립고를 폐지하고 특수목적고를 정상화하며, 혁신학교를 늘려야 합니다.
다섯째,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개선해야 합니다.
여섯째, 지방교육자치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일곱째, 교과부의 시,도 교육청 평가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여덟째, 아동, 청소년인권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아홉째, 교장 임용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열째,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많이 양성하고 교원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합니다.-262-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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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연구에 기반한 현명한 수업원리 일곱 가지
Susan A. Ambrose 외 지음, 이경옥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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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할 때 하는 말이 있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즉, 물을 마시는 주체는 말이라는 얘기다. 이를 교육에 적용을 하면 교사는 학생들을 배우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배우는 주체는 결국 학생일 뿐이다라는 말이 된다.

 

아무리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어도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우리는 어쩌면 교육을 접근할 때 환경적인 측면에서 먼저 접근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배움에 이끌리는 학생은 어떤 학생들일까? 이는 분명 내적인 동력을 지닌 학생들이리라. 배움을 우리가 말하는 출세에 두지 않고, 사람다움, 자아실현에 두고 있는 학생들이리라.

 

그렇다고 이러한 배움을 , 주체는 학생들 자신이야, 학생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데 어쩌란 말이야 하고 말면 교육의 존재 의미는 없어지고 만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때도 전략이 필요하지만, 말이 물을 마시게 하는 데도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이러한 전략을 잘 구사하면, 물을 마시는 주체는 말이지만, 이 주체로 하여금 내적인 동기를 지니고 행위를 하게 할 수는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물론 외적인 자극이 전부여서는 안되지만...

 

이 책은 이러한 배움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원리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학습에도 원리가 있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입증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7가지 원리로 정리를 하였다.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원리들인데, 이들이 어떻게 작용을 하고, 직접 교육 현장에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도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 원리들은 우선 학생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면 잘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학생들에게도 이 원리들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학습에서 멀어진, 또는 학습성취를 이루지 못한 학생들은 이 원리를 자신의 학습에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교사들을, 특히 대학교 이상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역으로 읽으면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아,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면 되겠구나, 훨씬 효과가 있겠구나 하겠기 때문이다.

 

우선 배움의 욕구가 있다면, 이 책의 원리들을 실행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수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배움의 욕구가 땅에 떨어진 때에는 배움의 욕구를 지니게 하는데 우선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 원리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에게 모두 유용한 원리들이고, 또 이 원리들이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설명해 주고 있어서 교수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든다. 백 가지, 만 가지의 교수법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배울 수 있기에, 우선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게 하는데 교수법에서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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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연구에 기반한 현명한 수업원리 일곱 가지
Susan A. Ambrose 외 지음, 이경옥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2년 4월
품절


원리1 : 학습자의 사전 지식은 학습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학습을 방해할 수도 있다.-16쪽

사전지식이 활성화되고 충분하면서 적절하고 정확한 경우 학습을 돕는다.
사전지식이 활성화되지 않거나 불충분하거나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경우 학습을 방해한다.-18쪽

원리2 : 학습자가 지식을 구성하는 방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학습하거나 활용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 -53쪽

원리3 : 학습자의 동기는 학습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감독하고, 유지시켜 준다.-82쪽

원리4 : 숙달을 이루기 위하여 학습자는 요소 기술을 획득하고 통합하는 방법을 훈련하여야 하며, 배운 것을 언제 적용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113쪽

원리5 : 정확한 피드백과 결합된 목표지향적 훈련은 학습자의 학습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150쪽

원리6 : 학습자의 현재 발달수준은 수업의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습에 영향을 미친다.-188쪽

원리7 :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되기 위해 학습자는 과제의 요구사항을 평가하고,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고, 자신의 접근방식을 계획하고, 자신의 진행과정을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조정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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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가 82호를 내었다. 처음 나올 때는 얼마 못 갈 줄 알았더니, 대안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민들레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말이 82호지, 햇수로 따지면 13년이 넘는다. 사람으로 치면 태어나서 유치원,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생이 된 나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춘 셈이다.

 

이번 호는 특이하다. 기존의 편집진이 잠시 쉬고, 그동안 민들레를 애독해왔던, 또는 사랑해왔던 사람들이 편집진이 되어 만들어냈다.

 

일명 "독자가 만든 특별호"

 

대안 교육을 다루는 잡지답게 편집도 특이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민들레 스스로 축하할 나이도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축하할 나이도 되었다고 본다.

 

마치, 앨범에 헌정 앨범이 있듯이 이번 호는 민들레에 대한 민들레 헌정호라고 하면 되겠다.

 

각지에서 각자 나름대로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사실 교육이라기보다는 배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만, 생활했던 사람들이 민들레와 얽힌 사연들을 풀어내고, 자신들의 고민을 풀어내고, 삶을 풀어내고 있는 호다.

 

읽을거리가 다양하고, 그리고 전문적인 글보다는 각지에서 스스로 배우는 삶이란, 또 우리에게 필요한 배움이란을 고민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나하고 비교를 한다. 물론 나는 아직도 제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삶조차 규범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민들레는 나에게 늘 자극을 준다. 앞으로도 계속 자극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지 못했던 점들을 계속 깨우쳐줄 것이다.

 

네 삶의 자리는 지금 거기야, 그런데, 거기에만 머물러 있을 거야 하면서...

 

꼭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대안적인 삶이다, 좋은 삶이다, 바람직한 삶이다라는 생각을 버린지는 오래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생활을 한다면 그도 괜찮은 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자기합리화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민들레가 꾸준히 자극을 주고 있으니... 바람직한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있으니... 고민하는 사람...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위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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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서정홍 지음, 최수연 사진 / 보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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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인이라고 한다. 서정홍을. 그가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농부시인이란 말을 꼭 붙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직업인으로서의 시인은 시를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문단에서 인정받은 사람이라고 한다면,직업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시인은 우리 모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시인이냐를 직업으로 따지지 말고, 삶으로 따진다면, 굳이 농부시인이라고 두 직업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시인이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직업 중에서 시인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 농부이리라. 농부는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돈이 안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농부는 기업농이 아님을 다들 알리라.

 

서정홍 시인은 전에 낸 시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시집 제목은 "내가 가장 착해질 때"이고 시 제목도 '내가 가장 착해질 때'이다.

 

이랑을 만들고 / 흙을 만지며 / 씨를 뿌릴 때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전문)

 

이번 시집에도 같은 제목의 시가 있다. 앞의 시가 밭에서 일할 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순수함으로 돌아간 자신을 이야기한다면 이번 시는 그러한 노동의 결과를 내 몸으로 받아들일 때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 손으로 / 농사지은 쌀로 / 정성껏 밥을 지어 / 천천히 씹어 먹으면 /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서정홍, 밥 한 숫가락에 기대어, 보리, 2012년.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전문)

 

이렇게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사는 모습이 이 시집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렇다고 농부의 삶이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고 해서 편하다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시인은 농부이기 때문에 농부의 삶이 얼마나 힘든 삶인지를 시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실 농부가 되는 길은 하늘이 인도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힘든 길이고, 이렇듯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음식들이 이런 험난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생각을 하면, 버려지는 음식들은 최소한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지만, 버리지 못하는 농사일, 그것은 바로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여 서정홍 시인은 삶 자체도 시이다. 그리고 그런 삶이 이번 시집에 시로써 살아서 실려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농부에 대해, 농사에 대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이 되살아 난다.

 

어려운 말 하나도 없이, 우리가 쓰는 일상언어들이 그대로 시에 실려 있으며, 시골 생활의 모습들이 가감없이 잘 표현되어 있다. 어쩌면 시로 살려낸 농촌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죽음과 관련된 시들이 제법 많다.

 

이제 농촌은 노쇠해가고 있고,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마다 노인들이 죽어가고 있는 농촌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경원하지 않는다. 죽음 역시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자연과 하나되는 삶, 아니던가.

 

따라서 자연은 똑똑한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과 닮은 사람을 우리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허생전"에서 허생도 무인도에 사람들을 데려가지만, 그가 그곳에서 데리고 나온 사람은 바로 똑똑한 사람들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망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어떤 재벌 총수가 한 말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똑똑한 사람(천재) 한 명이 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시인은 알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는 자연과 더불어 생활한 시인의 삶이 말해주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시인은 이를 '못난이 철학'이라고 했다. 못난이가 바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여도 좋으리라.

 

못난이 철학

 

똑똑한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만들지 못할 것이고

무기가 없으면

비참한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핵발전소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없으면

수천수만 년

잘도 흘러가던 아름다운 강을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파헤치는 짓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없으면

집을 두세 채 가진 사람도

집이 없어 애태우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없으면

어질고 착한 사람들이

느리고 미련한 사람들이

서로 나누고 섬기며

모두가 가난하면서도

모두가 부유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네 것 내 것 따지기 좋아하고

사람 위에 앉아 사람 부리기 즐기고

돈벌이 되는 곳에 똥파리처럼 달려들고

명예와 권력 따위에 눈치 빠르고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똑똑한 사람이 없으면......

 

서정홍, 밥 한 숫가락에 기대어, 보리, 2012년. 못난이 철학 전문 

 

좋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들을 읽으며 나도 착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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