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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교육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2년 12월
평점 :
쿠바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나라라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적어도 어떤 방면에서는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코 앞에 있으면서도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고, 미국의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나라. 이를 카스트로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카스트로가 지금처럼 존재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를 지지하는 국민이 있게 때문일테니 말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이미 지도자가 아니라 독재자에 불과하리라.
여기에 체 게바라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져 쿠바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유기농업 방면이나 의료 방면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인정받고 있는 사실이고.
교육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쿠바의 교육제도가 상당히 좋다는 책이 나왔다. 그것도 교육 '천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쿠바가 교육 문제에서 앞서 간다는 얘기는 별로 들은 바가 없던 차에 이런 책이 나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읽기 전에 생각을 해보니, 유기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또 의료 천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발전할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교육이 발전하지 않고 어떻게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말인가.
교육은 다른 길을 꿈꿀 수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자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법 아니던가. 교육은 과거를 현재를 통해 미래로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지 않던가.
그런 교육이 없다면, 교육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힘들지 않겠는가?
물질적인 풍요가 인간을 행복으로만 이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그런 바탕에는 교육이 작용하고 있단 사실을 우리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무상교육을 하려고 하고, 조금 더 나아가는 나라들은 평생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육은 내가 내 돈들여 받아야 하는 소비재, 사유재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학교를 만들어 교육하고 있는 나라. 물자는 부족하지만 그 부족상태를 협동, 즉 함께 살아감의 기회로 만들고 있는 나라, 있는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 최대한 활용하는 나라.
이런 결과로 농촌에서도 작은 학교들이 존재하면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없고,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장소가 부족하면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교육과 근처 중학교 건물을 이용하여 대학교육을 하는 창의성까지 발휘하고 있다.
다만, 대학교육은 까다로워, 일정한 능력을 발휘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고 하니, 전문적인 직업에는 까다로운 기준을, 그렇지 않은 보통교육에는 모두가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나라니, 가히 교육천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쿠바의 교육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완벽하다기보다는 아마도 보완할 점이 많겠지.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쿠바의 교육은 문제점을 부정하지 않고, 그 문제점을 창의적으로 극복해나가는 태도를 지닌 국민들로 인해 더욱 좋아지겠다는 느낌이 든다.
읽으면서 부럽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제도를 부러워만 해서는 안되니,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제도를 만들어나갈까를 고민하는데, 쿠바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의 제도들은 아무리 좋아도 우리나라에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기에 거기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배우는 자세다.
배움은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 수용이니 말이다.
덧글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용어의 문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민영화, 자율화, 수월성 이런 개념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민영화는 사실 백성이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라, 개인이 소유하는 학교라는 점, 그래서 민영화는 사유화라는 말이 적당하며, 자율화 역시 사유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으니, 이는 자율화라기보다는 사유화 보장이라는 말이 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월성은 영재교육과 맞물리는데, 과연 어떤 재벌의 말대로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리는 사회가 좋을지, 아니면 모두가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사는 사회가 좋을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왜 유럽에는 따로 영재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지 고민해 볼 일이고, 마찬가지로 쿠바에서도 따로 영재교육을 초,중등에서부터 한다는 얘기는 이 책에도 없으니, 역시 고민해 볼 일이다.
또한 이 책에 '리틸러시'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를 '읽고 쓰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리터러시(literacy)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