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기반상담 놀이와 프로그램 구조화된 놀이상담 시리즈 4
전국재.우영숙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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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예전에는 놀이와 학습이 떨어져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인생은 모험이라는 말도 많이 했다. 미지의 세계에 아무 것도 없이 나와 한 평생을 살아가는 일은 모험이 아닐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네 인생이라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모험의 세계이다.

 

모험은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게 된다. 또한 모험은 혼자서도 하지만 대부분은 여럿이서 함께 한다. 갈등하고 타협하고 화해하고 하면서 함께 모르는 길을 걸어가게 된다.

 

예전에는 놀이와 학습이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말은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일을 모험을 통해서, 즉 낯선 일들을 함께 함으로써 인생에 대해 배워갔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서로 어울릴 수밖에 없었고, 놀이문화도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컴퓨터 앞에서 혼자 얼굴을 처박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동네에 나가면 친구들과 늘 어울려 뛰어다니며, 온갖 말썽들을 부리며 지내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점차 협동심, 문제해결력 등을 키워나갔으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대부분 혼자 지내거나 또는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 지낸다. 함께 있어도 아이들은 혼자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고, 남과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지내게 되니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폭력적이 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남과 어울리면서 자신감과 문제해결력을 찾게 해주는 방편으로 나온 것이 모험기반 상담 놀이이다. 그냥 모험 상담이라고 하던지, 모험놀이라고 해도 좋고, 놀이 치료라고 해도 좋다.

 

무언가 몸을 움직이거나 또 함께 머리를 쓰거나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함께 함을 자연스레 익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요즘처럼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는 이런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두세 명이 할 수 있는 놀이부터, 30명이 넘는 인원이 할 수 있는 놀이까지 무려 100가지가 넘는 놀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적인 강사가 있고, 장소와 준비물이 필요한 놀이 프로그램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또 후반부에 가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을 소개시켜 주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아이들만이 아니라, 직장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거나 어떤 동호회 활동으로 이를 활용해도 좋다. 즉, 어른들에게도 꽤나 유용한 프로그램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이러한 놀이 프로그램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네 사회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이런 데서 나온다.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물론이고, 학교 근처에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갖추어진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체육시설이 아니더라도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은 허황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에는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기반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문제다. 단지 학교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주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고, 이러한 모험, 놀이를 통해 함께 함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또 그러한 활동 다음에는 자기를, 집단을 되돌아볼 활동을 제시하고 있어서 협동심, 문제해결력, 창의력, 그리고 자기 존중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인생은 모험이다. 이 모험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순간, 함께 할 사람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함께 함에서 더 큰 행복을 찾게 된다. 모험기반 상담 놀이 프로그램은 이러한 인생을 작은 곳에서부터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작은 것이 전체를 품고 있다는 이론도 있으니 이런 모험기반 상담 놀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축소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자, 놀자, 그리고 모험을 떠나자. 남들이 하는 모험을 간접적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하자.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풍부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그러한 일에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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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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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불온하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고 읽을수록 답답해지기도 한다. 아니 부끄러워진다. 살아온 과정이 다른 생명들의 목숨값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먹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 식의주(食衣住)가 모두 다른 생명들과 관계가 있음을 이 책은 다시금 깨우치게 하고 있다.

 

"스토리 전쟁"이라는 책을 읽다가 스토리를 잘 살린 애니메이션으로 '미트릭스' 얘기와 '물건이야기'라는 얘기를 읽게 되었고,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이거 괜찮네... 책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물건이야기"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그동안 읽은 환경 관련 책이 몇 권인데.. 또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나. 그냥 식상한 내용을 하나 더 첨가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있었지만 그런 사실들이 하나의 체계로 꿰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물건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고나할까.

 

특히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물건들이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에도 나무의 목숨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나무의 목숨이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더 많은 나무들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책은 많이 팔려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

 

물건의 일생이다. 그리고 이 일생에 따라 물건을 추적하고 있다. 추출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일어나는지... 이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석탄산업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산들이 파헤쳐졌는지.. 그리고 골프 산업으로 인해서 산과 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는지,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없어진 자연은 어떠한지... 추출이란 이름에 들어가기엔 좀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골프장이나 도시개발, 또 4대강 개발 등은 분명 추출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그런 행위.

 

여기에 생산은 더하다. 우리나라에 있었던 원진레이온을 생각해보라. 생산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유독물질이 발생했는지.. 오죽했으면 노동자들이 온갖 질병에 시달렸고, 이 회사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안 보인다고 이런 기업이 사라졌을까. 아니다. 이 기업은 규제가 덜한 다른 나라로 옮겨가고 말았다. 결국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원진레이온같이 예전 기업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모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 인과관계를 밝히려고 하고 있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니까.

 

유통은 말할 필요도 없다. '탄소발자국'을 따라가보면 얼마나 많은 오염을 우리가 유통단계에서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물건들을 쉽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미 자연을 파괴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물류의 필요성이라고 해서 배를 이용하는 운하를 만들자는 어이없는 발상도 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 그것이 바로 물건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이제는 소비 단계다. 물건들이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또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망각하고 있으면 소비 단계에서는 모르고 오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일에 우리 자신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나라 핸드폰이다. 2G, 3G, 4G라고 하여 엄청난 속도로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신제품이라고 광고를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제품을 사게 만든 광고의 역할,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품들의 디자인. 이것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지 않으면 우리는 소비 단계에서 지구를 파괴하는 일에 자연스레 동조하고 만다는 것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폐기 단계. 그냥 버리면 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끝이 아니다. 그것들은 폐기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듯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또 이 단계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런 비용을 감수하고도 오염물질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다시 먼 거리 수송을 한다. 여러모로 환경에 치명적이다.

 

좋은 방법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일. 생산자가 책임지고 재활용하게 하는 일. 또 다시 쓰고 바꿔 쓰고 함께 쓰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일이라고 한다.

 

제목을 '너무 늦기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고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란 말이 있듯이 물건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일은 이런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전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 우리는 물건을 좀더 잘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노조. 이 책에서는 노조활동을 지지해야 한다고 한다. 노동자가 인정받고 있으며 노동자가 단결이 된다면 유해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지양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노조에 대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군대...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존재. 너무도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는 그런 존재. 세계의 발전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존재가 바로 군대라는 사실. 그래서 물건 이야기에서는 군대란 존재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돈을 다른 곳에 쓰면 우리가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것들도 이 책에서 생각하게 한다.

 

역시 세상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런 책.. 학교에서 교육활동의 교재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생각. 더 바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세상이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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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구입한 시집이다. 제목이 좀 낯간지럽다. 그런데 내용이 음악시 모음이란다. 그래 시를 통해 음악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시와 음악은 친구라는데, 한 번 보자 하고 구입한 책.

 

음악에 관해서, 노래에 관해서 시를 통해 표현내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지금 우리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들도 있다. 그냥 음악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시들.

 

그러다 참 재미있는 시다 하는 것 한 편.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우리네 현실을 생각할 수 있는 시. 두 음악가의 이야기. 우리들도 갈등을 이렇게 풀었으면 좋겠다. 서로 티내지 않고, 또 서로 미워하지 않고. 그렇다고 갈등을 오래 끌지도 않고.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장벽 무너뜨리기

 

크리스마스 날 FM에서 엿들은

아니리 한 대목이었다

 

(동글동글 굴러가는 목소리)

  풋치니와 토스가니니는 친구였어요. 그땐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빵을 선물하는 것이 풍습이었죠. 무의식 중에 풋치니는 토스카니니에게 빵선물을 보낸 것이 생각났는데 곰곰 생각하니 다툰 기억이 났어요. 혹시 용서를 비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되돌려보내진 않을까. 전전 긍긍 생각다 못해 전보를 쳤지요. 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보냈다 메리 크리스마스-그랬더니 답신 전보 오기를 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먹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풋치니의 토스카를 들으며

창 밖의 눈발처럼 희죽희죽 웃었다

나도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 김추인

 

홍윤숙, 정공채 외, 이 떨림 네 가슴 닿을 때까지, 삼일서적, 1994년 141쪽.

 

재미있게 또 감동받으면서 읽은 시집이다.

 

시와 음악하면 전봉건의 '피아노'란 시가 제일 먼저 떠올랐었는데, 이 시집에 이 시는 없다. 음악이라는 소리 예술을 시각 예술로 바꾸어놓은 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선명함이라니.

피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 여자의 두 손에서는 / 끊임없이 / 열마리씩 / 스무마리씩 /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 가장 신나게 시퍼런 / 파도의 칼날 하나를 / 집어들었다.

또한 이 시집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는 몇몇의 시인 또는 가수가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중에...

 

백창우

 

그는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라는 노래로 나에게 다가왔다. 가사의 내용도 좋고 음도 좋아서 한 때 노래방에만 가면 늘 부르던 노래였는데... 그가 시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시집의 시들이 참 감성적이었다. 그의 시집 제목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다.

 

자신이 시도 썼지만, 이미 나와 있는 시들에 곡을 붙인 것으로도, 또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부를만한 노래를 만들고 함께 공연한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 그는 삶 자체가 바로 음악과 시이지 않을까 싶다.

 

그가 시에 붙인 곡들, 그래서 시와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책.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김현성

 

그 다음에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김현성이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등병의 편지'로 유명한 사람.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삶이보이는 창"을 통해서 였다. 그가 이 책에 음악에 관한 글을 썼었다. 그래서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의 시집 제목도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고.

 

시도 좋고 노래도 좋지만.. 그 역시 백창우와 마찬가지로 시에다 곡을 붙인다는 사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의 활동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치환

 

허스키한 목소리.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사람. 그의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무슨 자선공연이었는데... 서강대에서 했던. 거의 두 시간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그런 열정으로

 

무슨 일을 못하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 공연에서 정호승 시인이 나와 본인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었지.

 

안치환도 역시 시에다 곡을 붙이는 사람이다. 단지 아름다운 시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는 사회성이 짙은 시도 곡으로 만든다. 그가 곡을 붙이고 부르는 김남주의 '자유'를 보라.

 

시인은 또 가수는 서정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그가 바로 안치환이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가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것과 서강대에서 공연했을 때 주로 불렀던 노래들.

 

이렇게 시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은 조금씩 더 따뜻해질텐데... 세상이 따뜻해지면 우리 쓸데없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텐데.

 

나와 다름을 인정해줄텐데... 그렇게 시를 노래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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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 자서전
스티븐 윌리엄 호킹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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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킹의 모습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 그리고 뒤틀어진 몸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루게릭병이라는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 21세에 발병했다고 하니, 참 오래도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루게릭병에 걸리면 얼마 살지 못하던데... 1942년생인 그가 2013년인 지금까지 살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경탄을 넘어 그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아 우주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잘 모르겠는데, 이 책의 해설에 보면 호킹의 복사이론은 우주론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준 그는, 그가 말하는 '무경계'에 살고 있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

 

'나의 장애는 나의 과학 연구에서 심각한 걸림돌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었던 것도 같다. 나는 학부생에 대한 강의나 교육의 의무를 지지 않았고 지루하고 따분한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오롯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나는 일개 물리학자일 뿐이지만, 대중에게 나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일 것이다.'(152쪽)

 

그렇다. 그는 바로 자신의 삶에서 경계를 없애버린 사람이다. 그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과 같이. 그런 경계없음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으며, 그런 그를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쓴 자서전이다. 엄밀히 말해 그가 썼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는 팔을 움직일 수 없으므로. 그러나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그는 무경계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전문적인 학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자 했고, 또 그렇게 낸 책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역사"인데...이 책은 세계에서 많은 판매를 이룬 책이기도 하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는

 

'내가 장애를 딛고 이론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흥미로운 사연이 책의 판매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시간의 역사"를 사서 책장 안이나 탁자 위에 진열만 해놓고 읽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 반면에 적어도 일부 사람들이 내 책을 애써 읽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안다.'(125쪽)

 

이렇게 그는 자신의 처지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지만 거기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포기하는 이유를 찾지는 못한다. 오히려 어려운 책임에도 불구하고(아무리 대중적으로 책을 썼다고 하더라도 우주를 다루고 있는, 그것도 제목이 "시간의 역사"인 책이 쉬울 리가 없다) 읽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이것이 호킹이 지닌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고 있다.

 

'내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무언가를 보탰다면, 나는 행복하다.'

 

그는 가정으로 말했지만, 우리는 사실로 말할 수 있다. 그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무언가를 보탰다고.

 

스티븐 호킹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신이 쓴 책이기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분량도 얼마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앞부분에서는 호킹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라서 쉽게 읽을 수 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 그가 루게릭병에 걸린 이후에는 우주론, 또 물리학 분야로 들어간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여럿 나온다.

 

특히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냐는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를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하나로 만들어준 블랙홀 이야기는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그가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했고, 이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시간 여행은 불가능할 거라고 말했는데...

 

'설령 미래에 어떤 다른 이론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여행은 영원히 불가능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일 언젠가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지금 우리 곁에는 미래에서 온 관광객들이 넘쳐날 것이다.'(142쪽)

 

상식적으로도 시간 여행은 불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여기에 중첩되어 있는 과거-거기, 미래-거기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공간의 중첩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는데.. 무슨 홀로그램처럼 공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공간에 존재하는 인간도 홀로그램처럼 존재하게 되나? 아니면 시간-공간이 하나의 쌍으로써 무수히 존재한다고 해야 하나?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다행히도 호킹은 우리가 '타임머신 지평을 통과하여 타임머신에 진입하려는 사람이나 우주선은 복사(輻射) 번개에 맞아 흔적도 없이 파괴될 것이다.(140쪽)'라고 하니, 여기에 대한 생각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하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읽었던 "시간의 역사" 그러나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더불어 내가 우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스티븐 호킹은 사람은 어떤 상태에서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예로서 나에게 존재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존재할 것이겠지만.

 

그의 자서전인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루게릭병은 근육은 망가뜨려도 뇌는 망가뜨리지 못한다고.. 그가 생각하는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그래서 그의 삶은 경계가 없는 삶이라고. '무경계'란 말은 경계가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경계가 너무도 뚜렷한데, 그 경계 위에서 이 쪽 저 쪽을 다 볼 수 있는 상태라는 말로 해석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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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이제는 찬바람이다. 바람에 나뭇잎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다 제 자리를 잃고 떨어져 버린다. 떨어져 바람이 흩날린다. 정처 없이. 길 가에 떨어진 잎들을 차들이 밟고 지나가고, 밟히지 않은 잎들은 바람에 다시 날리고...

 

제 자리를 잃은 잎들은 결국 빗자루에 쓸리고, 담겨, 자루에 갇힌다. 이들이 가는 곳. 불구덩이. 본래 이들이 가야 할 곳. 땅 속. 땅 속에서 거름이 되어 자신들의 후예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갈 곳을 잃었다. 그들이 갈 곳은 이미 콘크리트로, 보도블록으로, 아스팔트로 차단되어 있을 뿐이다.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시간제 근로를 실시한다고 한다. 명목상으로는 육아를 돕기 위해서, 나이 드신 어른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 공부 시간 벌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차별법, 해고법이 된 지 오래. 어떤 곳에서는 2년 동안 고용을 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아예 계약기간을 2년이 채 못 되게 계약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일의 전문성은 확보되기 힘들고, 사람의 영속성도 역시 확보되지 않고...마치 잎들이 가을이 되면 떨어질 준비를 하고, 바람에 정처없이 날려가버리듯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어야 그것을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힘써야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나리. 그런 '정치인'이 그리워지면.. 이건 참.

 

"삶창". 따스한 글들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데... 이번 호는 그렇게 따스하지 않게 다가온다. 이유는 특집 기획도 "나는 쓰고 싶다"인데, 무엇을에 해당하는 목적어가 없다. 그 무엇을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사표'라는 사실이 씁씁하다. 

 

무언가 일을 하다가 할 수 없게 될 때, 다른 일을 찾았을 때 '사표'를 쓰게 되지만,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 '사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은 '해고'에 다름 아니다. '해고'가 싫어서 먼저 '사표'를 쓰고 싶지만..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다.

 

'사표'를 쓰는 일이 머리 속에서만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럼에도 '사표'를 쓰고 싶다고 하는 기획이 이루어질 지경이라면 이 사회는 참...

 

여기에 '앵글로 본 세상'에는 밀양의 사진이 나와 있다. 평생을 땅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을 대도시의 전기를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 전기를 보낸다는 명목으로,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음에도 굳이 고압 송전선을 지상에 세우고자 하는 행위에 맞서 온몸을 쇠사슬로 감고 있는 노인들. 어르신들. 어떻게 마음이 따스해질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삶창"에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현실은 암울할지라도 밝은 미래가 오리라고 기대하며,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아직,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고... 잎들이 떨어져 이리저리 휘날릴지라도 잎들은 다시 거름이 되어 나무를 더욱 푸르게 할 수 있다고...  

 

이 현재를 과거로 밀어내고 우리가 미래를 현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그래야 한다고.

 

"삶창" 이번호를 읽으며, 가을이라 그런지, 또 찬바람이 쌩하고 불어서 그런지, 거리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아서 그런지... 그 낙엽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으니.

 

지금이 지금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낙엽은 언젠가 거름이 된다. 더 좋은 푸르름을 위한.

 

"삶창"이나 낙엽이나 그런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낙엽에게

 - 비정규직 노동자


한 때 넌

네 푸르름으로 찬탄을 자아냈고,

네 짙은 녹음으로 부러움을 샀었지.

모두들 네가 있어 좋다고

넌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고 했었지.

따뜻한 봄날,

네 옅은 연둣빛 색깔에

우리의 눈은 얼마나 즐거웠고,

무더운 여름날,

네가 만든 녹음에

우리의 몸은 얼마나 시원했는지,

서늘한 가을날,

누렇게 변해가는 네 몸에서

벌써 세월이 이리 되었나,

원숙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네게서 또한

기쁨을 느꼈는데,

환경이 변하자,

우린, 널,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았지.

찬 바람에

네가 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길거리를 배회해도

우린 우리 옷깃만 감싸쥘 뿐,

발끝에 닿는 너를 못 본체 했지.

아니, 귀찮아했지.

네가 우리에게 준 것은 까맣게 잊은 채.

낙엽이여, 낙엽이여,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여!

 

그러나 낙엽이여,

튼튼한 나무의 거름이 되어

또다른 푸르름을 위하여

온몸을 살라

다시 봄이 오게 하는 낙엽이여.

푸른 새잎도, 굳은 줄기도

그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우리 깨닫고 있으니.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노동자여.

푸름을 만들어가는 낙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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