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공부, 인생공부 - 옛 그림에서 나답게 사는 법을 사색하다
조정육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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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인생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모든 것이 우리 인간의 삶과 연관이 되어 있는데... 그래서 어떤 것을 보더라도 그것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데... 어쩌면 이 당연한 일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림을 보면서 그냥 아름답다, 좋다가 아니라 무엇인가 삶과 연관을 짓는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냥 편하게 보기만 해도 좋다. 그림이 편해지는 이유는 내 삶에 어떤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읽는 내내 눈이 호강하고 있단 생각을 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기 힘든데, 책을 통해서 많은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그림이 원본이 아니라 하더라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판매하는 도록 수준의 그림들이 실려 있으니, 한꺼번에 이렇게 좋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행복을 맛보게 해준 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여기에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더욱 좋고, 그림에 대한 설명에다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좋고, 따라서 그림을 나와 동떨어진 하나의 대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나를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어서 더 좋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편제를 택하고 있어서 우리네 인생사의 모습을 책에 담고 있으며, 계절에 맞는 그림들을 선택해서 보여주고 설명해주고, 삶을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나를 표현하는 대상으로 그림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정신없이 바쁜 현대, 또 디지털로 모든 것이 전환되는 이 시대에 어쩌면 이렇게 그림을 보고 그림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모습은 아날로그적인 삶이라고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대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우리네 인생이 디지털처럼 0과 1로만 구성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삶을 0과 1로 분해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0과 1을 넘어선 삶 자체를 보여주는, 분해가 되지 않는, 분리가 되었을 때는 오히려 죽음에 이르는 그러한 모습을 우리 삶이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은 그러한 삶의 전체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림을 통해서, 과거로부터 전해온 그림들을 보며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함으로써 이 책은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또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멋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편안하다. 읽는 내내... 한 번에 죽 읽기 아까운 책이다. 한 장씩 한 장 씩 그림을 보며, 생각을 하고, 글을 읽으며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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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반양장) - 지구상에서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
정현숙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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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학에 가면 누가 집을 짓고 빵을 만들지?"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똑같을 수가 없고, 하는 일이 모두 같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똑같음을 추구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개성이 중요하다는 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을 남들에겐 쉽게 하면서도 자신의 자식에겐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모두 대학에 가면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지금 모두 대학에 가도 집을 짓고 빵을 만들고 있는 형편 아니던가.

 

대학까지 엄청난 학비를 들여 공부(?)를 해놓고 네덜란드에서는 그렇게까지 시간과 돈을 쓰면서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외국의 교육에서 좋은 사례들은 이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 않았는가?

 

몇 년 전부터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그리고 독일 등등. 또 발도로프, 프레네, 몬테소리, 배움의 공동체 등등...

 

정말로 많은 성공 사례들을 소개하고 보고 듣고 하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들의 교육은 남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래 그들은 그렇게 성공했어.

 

우리는?

 

안 돼!

 

우리 현실에선 불가능해! 

 

왜?

 

제도가 바뀌지 않으니까.

 

국민들 의식이 바뀌지 않으니까.

 

이러고 말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미 외국의 우수 사례는 알만큼 안다. 하도 들어서, 하도 읽어서 이제는 어, 그렇지, 이러네... 또 이거네 한다.

 

이게 다다. 더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아이들, 우리나라 학교, 우리나라 정부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외국의 좋은 사례를 갖다놓고 우린 왜 이렇게 못하지? 우리 아이들 불쌍해서 어떡해? 도대체 교사들은, 교육자들은, 정부에선 뭐하는 거야? 하고 말지는 않았는지...

 

사교육이 없고, 최대한 개성을 살리며,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없고, 양육비에 대한 부담도, 또 학업 스트레스도 거의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며, 한 가지 예능 기예들을 익히고 있는 이 나라의 사례가 우리 아이들에게 대입이 되었을 때는 비참함, 그것밖에는 없다.

 

그래, 좋겠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좋겠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부모를 둔 자식들은.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아이들은, 이 나라에서 좋든 싫든 이 공교육제도하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출발을 여기서 해야 한다. 이런 책을 읽는 이유도 이것이 되어야 한다. 정말로 벗어날 수 없는, 이 지긋지긋한 교육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대다수의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외국은 이래서 좋더라가 아니라, 외국의 이런 점은 좋은데, 이것을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적용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쓰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바뀐다.

 

이제는 이런 외국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이 아이들의 행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알려주는 책들을 읽고 싶다.

 

정말 그런 책이 나오도록 우리나라 교육을 바꾸었으면 좋겠다. 한 번에 확 바뀌지 않을지라도 조그씩,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 조금씩이라도 웃을 수 있는, 그런 교육을 하도록 노력하는 교육자들,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들에게 바라지만 말고 나부터 조금씩이라도 그렇게 해야겠다. 정말 그래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참담함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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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변화시키면 공부가 즐겁다 - 뇌과학을 응용한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의 발견
제임스 E. 줄 지음, 문수인 옮김 / 돋을새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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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비 중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바로 뇌이다. 이 뇌는 위 인간의 몸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활동이나 중요도에서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섣불리 떼어놓고 연구할 수도 없기에 아직도 뇌는 신비에 싸여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뇌가 지닌 신비도 조금씩 벗겨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해명이 도지않은 부분이 많은데... 그 중에 학습에 관한 부분도 그렇지 않나 한다.

 

예전에는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양각색으로 천양지차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뇌과학 덕분으로 어느 정도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실 학습도 뇌에서 주관하기에 뇌를 알아야 학습에 대한 설계도를 그릴 수도 있게 된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뇌를 바꾸면 공부가 즐거워진다는 이 책의 말은 일리가 있다. 기쁨이나 슬픔, 또는 두려움과 같은 감정도 뇌에서 통제가 되고 있다고 하니, 뇌가 바뀐다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은 뇌에 대해서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마도 뇌에 대해서 전문적인 용어를 쓰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 과학적인 설명을 곁들였다면 이 책은 학습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학습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말 즐겁지 않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을 공부하고, 뇌를 공부한 저자는 이런 난점을 알고 있고, 또 잘 피해가고 있다. 학습이 즐거워질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지뤃고 전혀 즐겁지 않다면 말이 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간략간략하게 내용을 나누고 있다. 또한 설명도 가능하면 일상적인 용어로 하고 있다. 뇌과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여기에 교사(교수)로서 자신이 가르친 경험을 적절한 때에 예화로 들고 있어 더욱 이해가 잘된다.

 

뇌과학 책이 아니라 학습을 즐겁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뇌와 학습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학습은 학생의 몫이라는 점이다. 학습은 학생이 하기 때문에 교사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또한 개인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학생을 상정하고 수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에서 출발해야 한다하고 한다. 그리고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도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하여 요즘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배움의 공동체'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도 중심을 학생에, 그리고 교사보다는 또래와 함께 하는 학습을 강조하고, 교사는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뇌라는 부분에서도 합리, 이성, 객관, 이런 것들을 강조하지 않고 이 책은 감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데서 올바로 방향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실'이고, 이런 '진실'은 서로 감정을 통하게 해 학습의욕을 북돋아준다는 이야기. 온갖 유명한 교수법보다는 진심이 담긴 관계가 학생의 학습을 더욱 촉진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뇌'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교육에서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학생과 교사간의 진심이 통하는 관계. 그리고 위로부터 주어지는 평가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즉 학습은 학생이 하지 교사가 하지 않는다는 사실, 학습하는 뇌는 학생의 뇌지 교사의 뇌가 아닐는 사실을 인식하고, 학생이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것이다.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쉽고 재미있고, 이해하기 편하게 책이 서술이 되어 있으며, 또한 배움의 공동체든 아니면 북유럽의 교육이든, 그러한 교육들이 왜 성공하고 있는지를 뇌를 통해 알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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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시대가 온다고 한 지 몇 년이 지나, 우리는 정말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직장에서도 집 안을 훤히 볼 수 있으며, 집 안에 있는 전자기기들을 직장에서도 조종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한 시대. 이런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었고, 광고들도 이러한 유비쿼터스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방송국과 은행의 컴퓨터가 마비되는 일이 있었다. 주요 방속국의 컴퓨터가 갑자기 정지하고, 부팅이 되지 않는 일과 은행 컴퓨터가 마비된 일.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몇 시간동안 대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해커에 의한, 해킹에 의한 마비라고 하는데, 해커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그래서 북한의 소행이다, 아니 다른 해커의 소행이다 논의만 분분한 상황.

 

세계에서 가장(?) 전산망이 잘 만들어져 있는 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초고속인터넷망을 가지고 인터넷을 하는 나라. 하다못해 휴대전화(핸트폰)로도 인터넷을 하는 나라. 이 나라에서는 컴퓨터라는 편리한 기계가 우리들의 생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도, 기업체도, 관공서도, 방송국도, 학교도 모두 컴퓨터가 없으면 마비가 되고 만다. 이쯤되면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온갖 장치들이 많은 나라에서 이번처럼 해킹으로 인한 컴퓨터 정지가 대규모로 일어난다면, 더욱 주요한 기관의 컴퓨터가 고장난다면? 혹 교육기관의 컴퓨터가 먹통이 되고, 서버의 자료가 날라간다면... 이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끔직한 재난이 될 것이다.

 

정말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제는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한 나라를 마비시키는데는 컴퓨터 해킹 프로그램이면 끝이라는 얘기가 되고.. 이것은 우리나라 안보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해킹을 방지할 방법만 찾지 궁극적인 해결책은 찾지 않는다. 물론 지금 모든 컴퓨터를 없앨 수는 없다. 그것은 갑자기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컴퓨터에 의존하는 삶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해킹 방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경찰 열 명이 도둑 한 명을 못 막는다"는 속담처럼, 해킹 방지 프로그램이 발전할수록 해킹 기술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사건이 터진 다음에 치료는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방어는 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인해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어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나 접속하여 움직일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인 환상이, 반대로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나 파괴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세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깨우쳐주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계속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웬델 베리처럼 컴퓨터 없는 세상을 꿈꿀 것인가?

(웬델 베리,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

 

이 극과 극의 삶의 방식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가? 어떤 삶이 우리의 삶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가?

 

어떤 삶이 우리의 삶을 사람다운 삶으로 만드는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번 해킹 사건을 계기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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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생각 - 인권으로 희망 찾기
김녕 지음 / 선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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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공기다. 우리가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만 혼탁해져도 금방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는 공기처럼, 인권은 평소에 우리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어떤 반(反)인권적인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는.

 

인권은 공기다. 혼탁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 공기가 더러운지, 얼마나 우리 몸에 해로운지 알지 못한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전에는. 인권도 마찬가지다. 인권침해가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이 인권침해인 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냥 그러려니...

 

그러다가 그것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어떤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되면 그 상황을 고치려고 노력하게 된다.

 

한 번 맛본 자유는 다시 잃을 수 없듯이, 그래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았던 민족은 어떤 침략에도 끝까지 버틸 수 있듯이, 인권의 맛을 본 사람들은 조그마한 인권침해에도 참지 못한다. 그 상황을 고쳐내려고 한다. 그리고 고칠 때까지 행동한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해서 여러 공간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책이다. 제목도 소박하다.

 

"인권생각"

 

인권에 대해서 학술적인 책을 쓰지도 않고, 또 어렵게 인권의 역사니, 인권의 개념이니, 인권의 철학이니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몇 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인권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왜 인권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그 때 그 때 상황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이미 끝난 문제도 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문제도 있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예전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놓았기에 이미 시기를 벗어난 글들도 있다. 해결되었거나, 또는 묻혀버렸거나.

 

그래도 이런 글들은 의미가 있다. 그 때 그런 상황에서 그 일을 이렇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타산지석이라고 과거의 일에서 현재를 볼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인권감수성을 연마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라는 노래의 가사를 언급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중략)

아아 영원히 변치않을 / 우리들의 사랑으로 /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그냥 감상적으로 들었던 이 노래에서도 인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 이 가사가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이런 가사가 인권이었구나 하게 해주고 있으니...

 

아직은 무딘 인권감수성을 더욱 계발하고 다듬어야 함을 알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하여 이 책을 쓴 이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아도 주인공보다도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가령 전쟁터에서 말타고 달리면서 병사들을 재촉하는 장군을 보지 않고, 무기를 들고 발로 뛰어 말을 쫓아가야 하는 병사들의 처지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도 있게 되었다는... 그것이 바로 인권감수성이라는.

 

인권은 공기다. 어떤 사람은 공기의 상태를 먼저 알아챈다. 민감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경고를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인권도 마찬가지다. 인권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인권이 살고,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나온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라는 노래 가사도 좋았지만, 정호승의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가 떠올랐다.

 

바로 우리가 이 슬픔에게 가는 길, 그래서 슬픔과 함께 할 때 인권이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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