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 학교의 배반
지아.조해수.정의진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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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이 바뀐다.

 

그래야 한다. 지난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어간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고, 교육의 정치 중립성을 누구나 외치지만, 그 소리가 들리는 만큼 정치에 휘둘린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명박 정권에서 한 해가 멀다하고 교육과정이 바뀐 경우도 있으니, 아마도 이명박 정권에서는 교과부 장관을 제외하고, 또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은 늘 진보여야 하지 않나? 그 유명한 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교육은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아는 일 아니던가. 즉 옛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보수일지 몰라도, 옛 것을 알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의지이기에 교육은 늘 진보여야 한다)을 철저히 탄압하던 일을 제외하고는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러한 교육정책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로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만들어냈던 그 긴 기간 동안, 정말로 교육이 아닌 모습이 너무도 많아서 "교육"을 하고 싶었던 사람들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를 만들어 내고, 하여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을 교사들 스스로 만들어내게끔 하였던 공도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교사들은 불온해질지 몰라도, 그래서 교육불가능의 시대에서 교육가능의 시대를 꿈꿀 수 있을지 몰라도,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정말로 "불가능한 교육"을 온몸으로 맞으며, 또 대학이라는 삶의 터전으로 가기 위해서느 절대로 "볼온해질 수 없는" 그런 생활을 강요받지 않았던가.

 

이런 학생들의 삶에 "혁신학교" 또 "진보 교육감"들이 등장하여 "학생인권조례" 등을 통해 잠시 숨통을 틔워주었더니, 아이들이 잠시 숨 좀 쉬고 살려니 했더니 또다시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라는 낙인을 들고 나와, 한 번의 실수를 실수로 여기지 않고 범죄로 만들어 버리고, 이를 거부하는 교사들을, 교육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섰으니...

 

가만히 내버려두면 잘 이루어지는 교육을 자신들이 상급 기관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이런저런 교육정책들을 남발하여 "교육이 아니"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학교 여건이나 지역 여건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벌이는 "문예체 활성화"로 인해 학교는 또 한 번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이것은 가뜩이나 "집중이수제"라는 현실을 무시한 정책으로 인해 파행적으로 변한 학교를 더욱 힘들게 하고 말았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역사를, 도덕을 한 학기에, 또는 한 해에 다 배운단 말인가? 그럼에도 상급 기관,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기관에서 하라고 한다는 이유로 "교육이 아닌" 그런 "교육"들을 학교에서는 할 수밖에 없었던 암울한 현실.

 

여기서 다시 숨도 쉬기 힘들어지는 아이들이 생활.

 

"교육"은 있으나 "아이들"은 없는 그런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교는 교육을 배반하고 말았고, 그런 배반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또 아이들도 학교를 떠나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말한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이건 교육에 대한 배반이라고. 교육에 대한 모독이라고. 이제는 이런 모독을 멈추어야 한다고. 아니 멈추게 해야 한다고.

 

교육이 아닌 일들을 이렇게 책에서 이야기하는 까닭은 알면, 깨우치면 고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고쳐야 한다고 깨우친다면 고치려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리라.

 

"교육이 아니다"라는 외침이 "이것이 바로 교육이다"라는 감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리라.

 

하여 정말로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보인다. 교육이 아닌 것들이. 그래서 '사랑하면 보이고, 보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즐기게 된다'는 말처럼,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교육이 아닌 것이 보이고, 그러면 그것들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즐겁게 노력을 한다는 말로 바뀔 수있는 것이다.

 

교육이 아닌 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교육인 것"을 볼 수 있을테니, 막연한 반대가 아니라 긍정으로 향한 반대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전 정부에서 이루어졌던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이것은 교육이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니'라는 말을 빼게 해야 한다. 그렇게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되어야 할 교육정책으로. 큰 뼈대는 유지하되, 살은 계속해서 덧붙여질 수 있는 교육 정책이 되게. 그래서 우리가 진심으로 "이것은 교육이다"라고 외칠 수 있게.

 

단지 정부에 기대만 해서는 안 되겠지. 결국 교육은 우리 모두의 몫이니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야만 "교육"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실천을 하자는 다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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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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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유쾌하다. 시를 읽는 동안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기존의 시들이 압축, 함축, 상징 등등 읽기에 참 어려운 과정을 요구했다면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은 그냥 읽으면 된다.'

 

그냥 읽으면 아이들의 심정이 눈 앞에 그려진다.

 

그래, 그래, 정말 그래.

 

시를 어려운 것으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시집을 읽힌다면, 어?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할 거다.

 

이게 시야? 하기도 할 거다.

 

그러면서 이런 시라면 나도 쓰겠다 할 거다.

 

그래서 이 시집은 좋은 시집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시로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겪을 수 있는 그 많은 이야기들. 그 중에서도 시인이 남성이라서 남학생에 관한 시들이 더 많은데, 정말로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일들이, 그런 마음이 시집에 잘 나타나 있다.

 

청소년기의 그 재기발랄함을 "난 빨강"이라는 시에서 잘 표현하고 있으며, 또 청소년기의 미숙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아직은 연두"라는 시에서 잘 나타나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이렇게 연두라는 색과 빨강이라는 색으로 표현을 하다니... 참...

 

자,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청소년들을 이렇게 표햔한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시를 보자.

 

그리고 이런 청소년들을 그대로 인정해 주자. 바로 그들은 그들이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이렇게 빨강으로 그들을 인정하기를...

 

난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빨강 립스틱 빨강 바지 빨강 구두

그냥 빨간 말고 발라당 까지 빨강이 끌려

빼지도 않고 앞뒤 재지도 않는 빨강

빨빨대며 쏘다니는 철딱서니 같아서 끌려

그 어디로든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해종일 천방지축 쏘다니는 말썽쟁이, 같은 빨강

빨랑 나도 빨강이 되고 싶어 빨랑

빨랑, 빨강이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어

빨빨 싸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나도

빨강이 될 거야 새빨간 빨강,

빨강 치마 슈퍼우먼이 될 거야

빨강 팬티 슈퍼맨이 될 거야

빨강 구름 빨강 바다 빨강 빌딩숲 만들러 날아다닐 거야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막대사탕처럼 달달하게 빨리는 빨강,

혀를 내밀면 혓바닥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것 같은 달콤한 빨강

, 하고 말만 해도

세상이 온통 빨개질 것 같은 끈적끈적한 빨강

 

박성우, 난 빨강, 창비, 2011년 초판 1164-65

 

시간 나면 이 시집에 있는 "아직은 연두"도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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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의 달인, 장효조 프로야구 레전드 1
최준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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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조.

 

그의 이름을 들으면 웬지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나라 최고의 타자였던 그를 생각하는데, 왜 마음이 짠해질까?

 

그가 실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을 때 국가대표가 되어 한 해 늦게 프로에 입단을 했고, 프로 첫해 타격왕 등 엄청난 활약을 했음에도 신인왕이 되지 못했던 그.

 

그가 그 정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어쩌면 그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으리라.

 

보여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도 그는 야구만을 알고 살았고, 또 자신의 야구를 사랑했기에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한다. 노력이 장효조를 타격의 달인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자신의 재능이 덧붙여져 그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장효조. 그는 내 우상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때, 그 때 타점 기회에서 장효조가 안타를 치지 못하고 그냥 물러나왔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우리나라 최고의 타자라는 사람이 이럴 수가 했던 마음. 그럼에도 그는 계속 내 우상이었다. 그가 타격왕을 하지 못하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장효조는 늘 3할을 쳐야 하는 타자였고, 또 그는 백인천의 4할1푼2리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선수였다.

 

결국 백인천의 4할이란 타율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지만.

 

그가 은퇴를 했을 때, 나는 곧 그가 감독으로 우리 곁에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아니면 누가 감독을 하나 하는 생각.

 

그런데 그는 감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세상을 떴다. 그리고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다.

 

그런 그를 기리는 책이 나왔다. 반가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그는 야구라는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이지 않은가. 그런 사람은 최고로서 대우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프로야구가 30년이 넘었고, 또 700만 관중의 시대에 이 시대를 만들어간 선수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야 하지 않겠는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이런 책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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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명품 - 옛사람들의 일상과 예술에서 명품을 만나다
최웅철 지음 / Storyblossom(스토리블라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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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생활 명품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좋다고 생각했던 우리나라 문화들이 이 책에 나와 있다.

 

명품이라고 하면 우선 물건을 생각할 수 있다. 역시 이 책도 이런저런 물건에서 시작을 하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 선인들이 일상에서 쓰던 것들인데,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우리의 생활과 멀어진 것들도 있다.

 

억지로 꾸미기 보다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물건들. 달항아리, 옹기, 유기, 조각보 등등

 

이러한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읽다보면 정말로 우리나라에 명품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물건에 이어서 그림들로 넘어가면 역시, 하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고. 그 많은 그림들 중에서도 명품이라고 할만한 그림들을 그 그림에 얽힌 사연과 함께 들려주고 있으니, 글을 읽는 재미도 있고, 그림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또 그림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림 다음에는 건축이다. 사실 건축은 알아야 보인다. 알지 못하면 그냥 물질덩어리일 뿐이다. 그래서 건축에 대해서는 많은 교육이 필요한데, 학교 교육에서는 이러한 건축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

 

한옥이 어째서 아름다운지, 한국식 정원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소쇄원이 왜 아름다운지, 정약용이 기거했던 다산초당이 어째서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지 등등을 알기 전에는 그냥 건물일 뿐이었다.

 

읽어나가면서, 또 조금씩 알아가면서 우리나라 건축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아직도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만큼 알지는 못하지만.

 

건축에 이어서 음식이다. 음식...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오면서 풍토와 입맛에 맞게 가꾸어나갔던 그런 음식들.

 

사라져 가고 있는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고유한 식감을, 우리 고유의 문화를 살려내자고 한다. 처음 들어본 음식도 있으니, 그 음식은 순채다. 참 나, 이런 음식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니...

 

이렇듯 많은 명품들이 소개되고 있어, 우리나라 전통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었으니... 이래저래 좋았던 책읽기!

 

덧글

 

144족 다산초당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정약용의 형제들이 나오는데, 큰형 정약종, 둘째형 정약전이라고 나오는데, 정약전이 둘째 형인 것은 맞고, 정약종은 셋째 형이다. 큰형은 정약현인데... 이런 사실 관계는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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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공포에 휩싸이고.

 

세상엔 왜 이리도 끔찍한 일들이 많은지.

 

그런 일들이 하나하나 내 가슴을 파고들어, 내 마음의 파장을 깨고 있다.

 

굳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신문을 보아도 좋은 얘기는 별로 없다.

 

세상의 비리들이, 그것도 모범이 돼야 할 사람들의 비리들이 무슨 감자줄기에 감자 딸려 나오듯 줄줄 나오는데...

 

하야 프로포폴이라는 이상한 약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삭막한 세상,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어쩌면 제대로 된 눈물을 흘려보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눈물조차도 만들어진, 남에게 보이기 위한 눈물이지 않을까.

 

마음 속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을까.

 

그러한 눈물은 우리의 마음을 씻어내줄텐데...

 

가식적인 눈물이 아닌, 마음 전부인 눈물.

 

그런 눈물이 그립다.

 

그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세상에 그립다.

 

문정희의 이번 시집에서는 "눈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왜 이리도 눈물이 많은지... 그런데 이 눈물은 가식의 눈물이 아니라 진실의 눈물이다.

 

마음의 눈물이다.

 

그래서 마음에 와 닿는다.

 

시인은 왜 이리도 눈물을 지니고 있었을까...

 

지금 세상, 다시 이런 눈물이 우리의 마음에 넘치는 것은 아닌지.

 

그런 눈물 중에 이 한 시... 길게 여운을 남긴 시...

 

비록 눈물이라는 말 한 마디도 나오지 않지만, 이 시에서 눈물이 보인다.

 

눈물이 느껴진다. 아주 깊고 슬픈 눈물이...

 

아들에게

 

아들아 / 너와 나 사이에는 /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 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 네 뒷모습에 대고 /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 우리 사이에 다만 /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문정희, 찔레, 북인, 2008년. 2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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