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교회다. 그 교회도 또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떤 곳은 아예 교회가 마을처럼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종교인의 숫자를 세어보면 우리나라 국민보다도 많다는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종교란 무엇일까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진 적은 있었는지...

 

책 제목이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이지만 사실은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다. 기독교를 대표적인 종교로 본다기보다는 본인의 종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독교 이야기만 있지는 않다. 다른 종교까지도 끌어들여 이야기를 하는데...

 

주요 비판의 대상은 기독교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비판을 자제하고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고민을 많이 한 종교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비판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판은 비난과 다르다. 따라서 비판은 애정을 가지고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라는 의도로 이야기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좀더 좋은 쪽으로 발전된 쪽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말하기, 그것이 바로 비판이다.

 

저자가 기독교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것은 기독교가 성경이 이야기하고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나아가라는 애정을 담고 하는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서 많은 책이 나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강남이 쓴 책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종교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문자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또 과거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종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그것을 삶에서 실헌하는 것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종교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되는 그런 모습을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종교를 피상적으로 만나지 말고 깊이 있게 정말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추는 것.

 

기독교는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을 모두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하늘나라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하늘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라는 사실. 그것이 예수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종교가 무엇인지, 진정한 기독교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책. 읽으면서 그래, 그렇지. 이게 바로 기독교지. 이래야 기독교인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기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읽어봐야 할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은 목회자들이 읽어야 하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북상징어사전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4
하종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고기들에게도 국경이 있을까. 여기는 네 땅, 여기는 내 땅. 선을 그어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철조망을 치고, 철조망도 부족해서 온갖 위험물들을 깔아놓고, 그 선을 넘는 순간, 목숨을 걸게 만들까.

 

지구상에서 자유롭게 갈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 핏줄이라고 하는 북한이라니... 북한도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나라가 한 핏줄이라는 남한이다.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탈출을 하지 않는 한.

 

땅도 모자라 바다에도 선을 그어놓고, 그 보이지도 않는 선이 사람들 살아가는데 장애로 작용을 하게 한다. 그리고 또 싸운다. 왜 넘어 왔어, 여긴 우리 땅이야 하면서.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들의 등에도 그 선이 그어졌을까. 물고기들도 그 선이 무슨 선인지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 곳을 평화지대로 만들어 함께 사용하자고 하면 영토 포기니 뭐니 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남과 북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가 다시 냉랭해졌다. 긴장의 연속이다. 함께 하면 좋을 것들이 많은데, 이제는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누구의 책임이다를 말하기 전에, 우리 같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자 하면 좋을텐데...

 

이런 시대에 시집을 골랐다. 제목도 좋지 않는가. "남북상징어사전"

 

이 시집에는 온갖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남과 북에 관련이 있다. 전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결국 남과 북과 연결이 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자기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역사의 희생양이 되고, 어떤 사람은 아직도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도 하다.

 

시집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 이 때 우리가 읽으면서 되새겨 볼 내용들이다. 그런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기에 이 시는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의 현실. 있는 그대로...

 

남북상징어사전

 

내가 산등성마루로 올라갈 때

너는 상수리로 올라간다고 말해서

같이 산행을 하면서

상수리나무 열매로 올라가는

너를 상상하고는 갸웃했다

 

내가 드라이클리닝 할 옷을 맡기러 세탁소에 갈 때

너는 화학빨래를 시키러 가느냐고 묻고

내가 원피스를 입은 너에게 멋지다고 칭찬했더니

너는 달린옷이 멋지지 않느냐고 되물어서 멋쩍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가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를 따러 가자,, 고 청했을 때

너는 조국의 앞날을 떠메고 나갈 어린 세대 딸 수 없다, 고 거절했고

내가 나는 사람이다,고 주장했을 때

너는 네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 아니다, 고 응수했다

 

꽃봉오리와 사람이란 각 낱말의 상징을

우리가 각각 다르게 해석해서 쓰던 그날부터

둘 중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낱말을 버려야

한곳에서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했다

 

하종오, 남북상징어사전, 실천문학사. 2011. 84-8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

 

김구 선생이 했다는 말을 정치인 노무현이 부산에서 출마할 때 다시 썼다는 말이다.

 

시류에 굴복하지 않고 시류를 거슬러 옳음을 추구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대붕이고, 살아 있는 물고기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지역구도의 타파를 위해 당선이 가능한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으로 내려간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럼에도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우리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히게 된다.

 

그는 이 책에서 말한다. 자신이 대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는 데는 다른 말을 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이" 성공과 좌절 "이듯이 그리고 자신이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고 회고록을 쓰는 일밖에는 없다고 했듯이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였을까 되짚어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 이 책은 노무현의 손에 의해 쓰여지지 못했다.

 

그의 사후 그의 글들을 모아 다른 사람들이 펴낸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무현의 마지막 육성이 담긴 글이라는 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라는 점에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표지에는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고 쓰여 있다.

 

노무현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당부의 말일텐데..

 

그가 대통령이 되어 한 일 중에 잘한 일과 못한 일이 있고, 성공한 일과 성공하지 못한 일이 있을텐데, 그것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역사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정치에서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정권이 실패했다고 규정하는 것은 언론이고, 언론은 참여정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보다는 실패 쪽에 무게를 두고 그를 과장하여 보도하였다고 생각한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으며, 특히 언론은 그들만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고 한다. 언론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던 노무현은 그의 정책이 언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오해를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진보진영의 분열이 치명적이었으며, 심지어는 그를 지지하던 정당조차도 분열되어 버렸으니, 그의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기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이제 우리나라 정치를 한 단계 끌어 올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 풍토가 되게 하는 것이었고, 한반도에는 평화가 정착되게 하는 것이었으며, 노동자도 사람대접 받으면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을텐데...

 

한 개인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처지가 다르기에 생각도 다르게 해야 하고, 행동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 그렇겠단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고, 더 많은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더 많은 것이 걸려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과연 서민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그는 중산층이 괴멸되어서 그렇다고 말을 하는데, 그리고 중산층의 괴멸은 과거 정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왜 그 중산층이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갔는지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이미 지난 일이지만...

 

서민들이 과연 언론의 보도만을 믿었을까. 그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바로 언론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많은 생각들이 든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나라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정치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어렵사리 끌어올린 정치 수준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데, 민주주의를 경험한 사람들은 독재를 인정할 수 없듯이 한 단계 끌어올려진 우리나라 정치, 다시 밑으로 곤두박질 치게 국민들이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애증이 교차하는데... 인간 노무현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정치인 노무현에게는 애정에서 미움으로 변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이미 그는 갔고, 그가 원했던 세상은 오지 않았으며, 그런 세상은 이제 온전히 우리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대붕이었든 아니었든, 판단을 못하겠지만, 그가 살아 있는 물고기였음은 확실하다는 생각. 우리도 대붕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살아 있는 물고기는  되어야겠다는 생각.

 

그렇게 되려면 역사인식이 있어야겠고, 우리 사회를 파악하는 눈을 지녀야겠고, 또한 행동하는 실천력도 지니고 있어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제통합수업 -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읽는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7
김정안 외 지음 / 맘에드림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신학교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어느 단체에서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어떤 단체에서는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인식하고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감에 따라서도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 차이가 대단하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혁신학교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른 학교들도 혁신학교의 사례를 받아들여 학교를 혁신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반대로 서울은 아직 혁신학교의 성공 사례가 그다지 널리 퍼져 있지 못하다.

 

그러던 참에 서울형 혁신학교들의 실천 사례를 담은 책이 나왔다.

 

경기도는 소위 말하는 시골학교가 아직 존재한다면, 서울은 대도시이고, 또한 거대학교들이 많은 도시형 학교들만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맞는 교육혁신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서울에서 학교 혁신으로 무엇을 우선으로 시작해야 하나 하는데서, 공통적으로 주제 통합 수업을 한 사례들을 싣고 있다.

 

학교가 교과별로 독립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자기 교과목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지니고 있고, 그래서 교과들 간에 서로 교류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업 혁신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 주제별로 통합하여 수업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한 경우이다.

 

이 때는 교과 교사들끼리 서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특정한 기간에 함께 고민해서 교과에 맞는 수업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사례가 실려 있어서 아, 이렇게 수업을 했구나, 또는 이렇게 수업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주제 통합 수업은 학생들 자신의 삶과 교과를 연결하는 수업으로써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는데 의미가 있다.

 

주로 택한 주제들은 평화, 환경 등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이 바로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들이고, 심각한 주제들이기도 하다.

 

초등학교는 초등학교 나름대로(세 학교), 중학교는 중학교 나름대로(두 학교), 고등학교는 고등학교의 수준(두 학교)에 맞게 실시한 주제 통합 수업. 읽어볼 만하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이제 시작한 지 3년이 되어간다. 교육이 백년을 내다보고 하는 행위라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아직 무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교육 외적인 요소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혁신학교가 이미 잘되고 있는 교육청이 있다는 얘기는, 혁신학교가 대안학교와는 달리 또 국제학교나 자사고와 같은 학교와는 달리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학교라는 얘기다.

 

교사들이 스스로 서로 협력하여 수업 고민을 하고, 수업 진행을 하고, 학생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려고 노력하며, 학부모들과도 교육에 관한 고민을 공유하려고 하는 모습, 적어도 이 책에 나와 있는 서울형 혁신학교들은 그런 것들을 실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학교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막 자리를 잡아가려는 혁신학교를 흔들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리가 많은 다른 학교들을 제대로 운영되게 하고,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들도 혁신학교처럼 운영되게 하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의무이지 않을까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지금, 이렇듯 수업 혁신이든, 생활 혁신이든, 교육을 바꾸어가려고 하는 학교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한 희망을 꺾어버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책이 완전하지는 않아도 이렇게 서울형 혁신학교의 사례를 묶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나 한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아도 시원찮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달랑 3년, 4년을 가지고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것, 이것 자체가 이미 교육 논리에서 벗어난 일이다.

 

자꾸 성공의 기준을 들이댄다면 혁신학교 또한 자신의 방향대로 나아가는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공교육의 희망으로 떠오른 혁신학교.

 

지원은 하되, 그냥 지켜보는 그런 교육관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들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있을까.

 

아니 자신에게서도 자신과 자신이 제대로 소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언어로 나오는 순간, 그 언어는 본질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언어의 미끄러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자신을 표현할 수가 없다.

 

몸짓이나 표정이나 의상 등을 통하여 표현한다고 해도, 이는 언어보다 더한 미끄러짐을 동반할 뿐이고,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방은 어떤 뜻인지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서로에게 오해만 쌓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도 역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신을 온전히 상대에게 드러내 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온전히 드러낸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미 나를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미끄러짐이 일어나고, 이 미끄러짐이 상대에게 도달하기까지 또 미끄러지고, 상대에게 도달해서도 또 미끌어진다.

 

미끌어짐의 연속. 

 

이러니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소통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이러한 미끄러짐, 또는 소통을 위한 노력, 그러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존재. 그러한 내용들이 이 시집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시 속에서 만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조차도 자신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자꾸만 미끄러지고 있다. 미끄러짐에도 만남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는 있고. 그 만남이 서로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서로를 갉아먹는 그런 상태가 되기도 하고.

 

이게 우리 인간이 서로서로 맺고 있는 관계인가 싶기도 하고, 잘못하면 그러한 관계밖에는 유지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들인데...

 

소통의 부재. 우리가 겪고 있는 큰 문제 아닐까.

 

                                    2인3각 경기

 

나의 하루는 / 너의 하루와 달라 / 나의 스텝은 / 너의 스텝과 / 달라도 너무 달라

나의 문법과 / 너의 문법이 / 두 개의 행성만큼 / 멀듯이 / 내가 보는 태양은

너를 비추는 태양이 / 아닐지 몰라

그런데도 우린 / 두 다리 묶고 / 세 다리 되어 / 줄곧 뛰어야 하는군

두 걸음 나가면 / 세 걸음 주저앉는 꼴로 /저 반환점 돌아오기까지 / 우린 몇 번이나 더

고꾸라져야 하는 걸까 /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 경기 / 관중도 심판도 없이

내 발목에 사슬 묶고 / 내 안의 나와 벌이는 / 끝없는 / 2인 3각 경기

 

강기원,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민음사. 2010년. 1판 5쇄. 70-71쪽

 

여기서 너는 나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누구이던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 둘이 하나로 묶여 있되, 완전히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다리들만 묶여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의지로 가고자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추려고 하기도 한다. 상대에게 완전히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상대에게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 아니던가.

 

하여 나도 나 자신과 2인3각 경기를 하고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과도 2인3각 경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 생각을 밀고 나가면 상대에게 완전함을 바라서는 안되고, 또한 내 뜻대로 상대가 움직여주길 바라서도 안되고, 나와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고, 맞추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것이 바로 소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의 미끄러짐은 2인3각 경기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나, 심한 미끄러짐은 서로를 넘어지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일

 

접붙이기를 하자 / 산사나무에 사과나무 들이듯 / 귤 나무에 / 탱자 들이듯

당신 속에 나를 / 데칼코마니로 마주 보기 말고 / 간을 심장을 나누어 갖자

하나의 눈동자로  하늘을 보자 / 당신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 / 상처에 상처를 맞대고

서로 멍드는 일 / 아니 /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일 / 그러나

맞물리지 않는 우리의 생장점 / 서로 부르지 않는 부름켜 / 살덩이가 썩어 가는 이종 이식

꼭 부둥켜 앉은채 / 무럭무럭 자라난다, 우리는 / 뇌 속의 종양처럼

 

강기원,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민음사. 2010년. 1판 5쇄. 88쪽

 

하여 잘못된 관계맺기는 이렇듯 '뇌 속의 종양처럼' 우리들 사이에 자라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러나 관계가 꼭 이렇게만 될까. 아니다.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통이, 삶이, 우리들이 살아갈 수가 있다.

 

'당신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나 역시 당신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은하가 은하를 관통한다는 사실은, 자신의 존재를 다른 존재에 온전히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이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치명적인 인간의 운명이다.

 

이 운명이 행복한 삶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미끄러져서는 안된다. 소통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이 시를 읽고 싶었다. 하여 '서로 부르지 않는 부름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서로가 서로를 관통하는, 약간의 미끄러짐은 있을지 모르나 함께 가야만 하는 '2인3각'경기처럼 함께 가야만 한다는 그런 마음으로 이 시를 읽다.

 

어쩌면 요즘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 시집이 더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