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나날들이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사진.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저작권이 하도 심하다 하니,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누워 있는 사람들. 포크레인 삽날 속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 주로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렇게 누워 있는데, 멀치에는 새파랗게 젊은 경찰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고, 한전 직원이란 사람들이 역시 무표정하게 서 있다.

 

같은 나라 사람인데,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인데, 그들 사이의 거리가 왜 그렇게도 멀게 느껴지는 걸까? 지구와 안드로메다만큼의 거리가 될까?

 

독재시대와 민주화시대의 거리가 될까? 이미 우리는 민주화가 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왜 자꾸 과거의 망상이 떠오르고, 어떤 기시감마저 느껴질까...

 

가까이는 제주 강정마을이 떠오르고, 조금 더 멀게 가면 용산참사, 쌍용차 문제, 한진중공업 문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평택 대추리, 그리고 매향리...

 

어떻게 지금 시대를 "폭력과 광기의 나날"들이 연속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다고 해서 노조 인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이것이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 아니냐고 국가인권위에 제소를 했는데, 인권위에서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고 하고, 세계노동기구에서는 이것은 명백한 탄압이라고 그런 조치를 철회하라는 권고문을 보내오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승하의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라는 시집을 다시 펼쳤다. 지금이 그러한 시대라고 생각했으므로. 사진과 시가 어우러진 시집이다. 그 사진들이 과거의 사진이라고, 이 시집은 이미 지나간 시절을 노래했다고만 할 수 없으니... 시집 속의 사진들이 마치 지금의 일이라도 되는 양 살아서 움직인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더불어 브레히트의 "전쟁교본-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도 함께 펼쳐보게 되었다.

 

자꾸 이런 시집으로 손이 가게 한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나지 않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이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사진은 기억하게도 한다. 그 기억은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움직이게도 한다. 그러니 이승하의 시집 속에서 사진은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브레히트의 시집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시 살아나 움직이기도 한다.

 

하, 이런 "폭력과 광기의 나날"들을 보내고 희망을 노래하는, 기쁨을 노래하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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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
토마스 프랭크 지음, 구세희 외 옮김 / 어마마마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이것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19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하여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건 보수정권이 생긴 이래 일어났던 일이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비즈니스 우파라고 이름 짓고 있다. 우파라고 할 수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법칙으로 삼고 있는 것이 5가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정부에 들어가 정부를 파괴할 것.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그들은 거대한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규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것이 다 잘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공연히 개입하여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강탈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정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정부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도 그 정책에 반대하던 사람을 그 부서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정부의 권한은 줄고, 규제는 사라지며, 그들이 원하는 자유방임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밖에서 정부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로비를 통하든, 어떤 홍보방식을 택하든 정권을 잡고 정부의 조직에 그들의 사람을 심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한 이래 우파들은 이를 실행했고, 이는 민주당도 여기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경제적 파탄이다. 지금도 민주당 오바마가 집권하고 있지만, 하원에 발목이 잡혀 정부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셧다운 상태에 처해 있다.

 

둘째는 빚을 늘려서 재정을 파탄시킬 것. 정부 재정적자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보수정권 하에서 재정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런 재정적자로 인해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 건너가고 있으며, 자연스레 정부에서 운영하던 알토란 같은 기업들을 민간인 기업에 넘겨야만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적자는 자연스레 정부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낳아 우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된다. 간혹 진보진영에 정권을 넘겨주더라도 진보 진영이 이 재정적자로 인해 무슨 일을 할 수 없게 만들고 만다. 그러면 다음 정권은 자신들에게 넘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클린턴 정권이 이런 재정 적자에 발목잡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고, 그 다음 정권은 부시에게로 넘어왔다는 사실에서 이것은 우파의 중심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는 국민의 것을 자본에게 넘겨줄 것.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이 민영화되었다. 민영화라는 말보다는 사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공적으로 운영되던 기업들이 모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기업으로 변모하였으며, 사회기반 시설들도 공적 운용에서 사적 운용으로 넘어갔다. 더 심하게는 사람의 건강을 다루고 있는 의료행위조차도 민간으로 넘겨 막대한 이익을 남기도록 하였으며, 연금조차도 민간에 넘겨 민간 기업들 배만 채워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나친 이익을 규제해온 부서들을 무력하게 하고 있다. 또 기업 프렌들리라는 명목으로 기업에 유리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으로 쓰여야 할 것들이 사적으로 쓰이게 만들고 있다.

 

넷째는 전투적인 우파청년조직을 키울 것. 정치도 대대로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생들 중에서 우파를 키워야 한다. 그냥 우파가 아니라 전추적인 우파. 공화당 학생위원회처럼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설 청년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정치계로 들어서게 해야 한다. 그들을 얼마나 잘 재생산하느냐에 따라 우파의 재집권이 결정된다. 또한 그런 활동을 통해서 좌파가 집권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젊은층에서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다. 

 

마직막으로는 국가 예산을 내 재산으로 만들 것. 공공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온갖 규제를 푸는 정책을 펴는 이유는 민간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곧 자신이 그 기업에 들어가거나, 그 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로비스트가 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한다. 그러면 그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받을 수가 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던 국가 예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할 수가 있게 된다. 제 돈 안 들이고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 그렇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우파의 법칙이다. 그게 바로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 결과는 파산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들은 이렇게 하기 위해서 진보적인 정당에 후원하지 못하도록, 즉 진보적이 정당의 후원금이 제로가 되도록 하고 있으며, 노조활동은 아예 처음부터 와해시키고 있고, 환경단체들의 활동은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도 대다수의 민중에 대한 몇몇 기업의 착취라는 현실로 바꿔내고 있다.

 

작은 질병에도 엄청난 액수의 치료비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노조 활동은 위축 되어, 대다수의 노동자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부는 몇몇 소수에 독점이 되었고, 사회적 안전 장치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으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그들의 원하는 대로 땅에 떨어져 버렸다.

 

이제는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우파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밝혀놓았으니 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이들은 번지르한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은 앞에서 이야기한 다섯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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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는 살아있다 - 자유.민주의 탈을 쓴 대한민국 보수의 친일 역정
정운현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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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 민주의 탈을 쓴 대한민국 보수의 친일 역정"

 

이렇게 자유라는 말이 잘못 쓰이고 있으며, 민주라는 말이 잘못 쓰일 수가 있을까. 지금도 그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강하게 하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보다도 더 심하게, 이건 좀비 인사라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태. 예전에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는 그들의 유죄는 민족을 위해서 한 일인 것처럼 포장되어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는 현실이라니...

 

'심산 김창숙 문존'을 읽었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되살아 났다. 친일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라. 때로는 친일파가 애국자로 둔갑하여 추앙을 받는 나라. 그들의 친일 행위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한 행동으로 왜곡되고 있거나, 또는 친일을 한 행위는 싹 감추고, 그 후의 행적만을 과장하여 말하거나 하는 모습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친일을 하면 삼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그 말이 왜이리 실감이 나는지...

 

흔히들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욕을 많이 하는데, 농담 식으로 "싸가지"를 "4가지"로 바꾸어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예의, 염치"든 "인의예지"든 하여튼 이것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어원을 따져서 (이런 어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싹+아지"로 해석하여 무언가 성장할, 또는 바르게 클 "싹"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데... 정말이지 이들 친일파는 싸가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부끄러움을 모르니,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리요.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안녕과 출세밖에는 없었던 모양이다. 남들이야 어떻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예의 ,염치를 버리고 말 그대로 후안무치하게 살았는데... 막상 독립이 되면 조금의 부끄러움이 속에서부터라도 올라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친일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배운 사람들이니... 배운 자들의 무서움. 그것만이 이 책에 나와 있다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 권력을 쥐었던 사람들 가운데 친일파 출신이 꽤나 많다는 사실. 또 그 후손들이 대대로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 어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만큼 우리는 친일파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렇게도 후진적인지... 그들의 뿌리를 쫓아가보면 친일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우리는 친일파를 청산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는 왕의 목을 쳐보지 못한 민족이라는 말과 함께 반민족 행위자 역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민족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대가는 후손들이 고스란히 치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아직까지도 정신대로 끌려 갔던 사람들의 한을 풀지 못하고, 이들에게 속죄를 하게 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일본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그런 60년대의 한일협정 역시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원죄일테고...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으로 보수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사실은 수구에 지나지 않은 그런 집단들이 큰소리를 치는 현실도 멀리 보면 친일파 청산의 실패에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

 

역사의 죄인에 대한 단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그들에 대한 단죄는 어떤 방법으로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물리적인 처벌이 아니더라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서라도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런 기록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는 노력이 계속 있어왔기에 이 책과 같은 작업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또다른 기억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친일파라고 부르는 민족 반역자들은 우리의 역사에서 잊혀져서는 안된다. 그들의 행적은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그래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조금 힘센 나라에 빌붙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마치 일제시대가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주었다는 일본인보다도 더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거울을 역사에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는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겨 기억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친일이라는 그런 행위 말고도, 정말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사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나오더라도, 즉 자신은 묻어두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기억해야만 할 일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책.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참 많은 친일파들이 나온다. 가지가지다. 기분이 나쁘다. 그러나 읽어야 한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서.

 

덧글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친일은 단지 일본과 친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을 좋아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요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또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친일이라도 비난하는 말이 아니다. 친일은 역사적인 개념으로 일본을 위해 민족을 배반한 행위를 의미한다. 즉 우리 민족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출세나 재산을 위해서 일본에 아첨하거나, 일본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따라서 친일파는 민족배반자로 바꿀 수 있는 개념이다. 오히려 언어의 명징성을 위해서는 민족배반자라는 말을 쓰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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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라 다른 교육
하승우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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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상해야 한다. 다른 교육을.'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아야 한다. 옛날에는 학생이 선생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면 선생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삶을 통해서 가르침을 주면 되었다. 아니, 선생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학생의 배움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배움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선생을 찾아 나서는 모습. 그리고 그 선생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그것이 교육이었는데, 근대의 교육은 반대가 되었다.

 

학생이 찾지 않고, 선생이 학생을 찾아, 이것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모습이 되었다. 그러니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우선시되기 보다는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는 목적이 우선 되었고, 교사가 가르치려고 하는 내용이 교사 개개인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국가라는 더 큰 조직에서 정해지게 되었다.

 

이른바 국가교육과정이 시행되었고, 교사는 국가교육과정을 실행하는 한 부속(?)으로 전락하였다고 할 수 있고(지금 우리나라 교육 현장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교사에게 재량권을 많이 준다고 하지만, 어떤 재량권이 있을까? 이미 교육과정은 나라에서 정해놓았고, 교사들이 가르치는 교과서도 검인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국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에서만 골라야 하는 형편이고, 한 해에 가르쳐야 할 수업 시간까지 국가에서 정해놓고 있는 현실이니, 교사의 재량권? 이것은 거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은 무엇을 누구에게 배워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여건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라는 곳으로 떠밀리듯 들어와 무려 12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니 모두가 비슷하게 생긴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율성이 없는 비슷한 교육방식을 시행하는 교사들에게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책상에 앉아 비슷한(똑같은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검인정으로 형식상 교과서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내용은 들어가야 할 내용과 들어가지 말아야 할 내용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의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출판사만 다르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로 배운다.

 

여기에 배움이나 가르침이 비집고 들어가 틈이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제목이 첫번째 나온 책과 같은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다. 물론이 책은 두번째 시리즈라고 할 수 있기에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2"가 된다.

 

"불온한"이라는 말을 "의식화"라는 말로 대체하면 왠지 이데올로기 냄새가 난다. 한 때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의식화"를 "좌경"과 같은 말로 쓰고, 탄압을 일삼았기 때문에, 배움을 통해 자신이 깨달아가는 과정을 "의식화"라고 하는 그 좋은 말이 어느 새 색깔을 입어 잘 쓰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쓰는 "불온한"이라는 말은 "의식화"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단지, 예전에 "의식화 교육"하면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를 가리켰다면, 이번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말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이미 "불온한 교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교사들은 현실에 만족하면서 현실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바로 그런 "의식화"와 관계가 있다. 의식화가 두려운 사람은 이 책에서 손을 뗄 일이다. 즉, 이 책에서는 교사들이 학교 현실을 똑바로 보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으며, 자신의 행위가 교육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진정한 교육으로 갈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무엇이 교육이고, 무엇이 배움인가, 이것이 지금 학교에서 가능한가 하는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고민하고 실천했던 선배 교사나 그런 사람들이 후배 교사들에게, 또는 고민을 하는 동료교사들에게, 고민할 할 예비교사들에게 교육에 대해서 강연을 한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이라고 하지만, 이 상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어디선가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진정한 상상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교육"도 지금의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이상적인 교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른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견고한 기존 교육의 틀에 작은 흠집을 내기... 이것부터 시작하여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유용한 방법부터, 자신을 돌아보는 방법까지 교육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던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 교육이 한꺼번에 확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나부터 바뀌는 일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기, 해야만 할 일은 반드시 하기... 이것부터 실천하면 "다른 교육"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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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배반 - 언어학자와 정치학자, 권력에 중독된 언어를 말하다
김준형.윤상헌 지음 / 뜨인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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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가치 중립적인가? 예전에 토론거리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던 주제였는데...

 

"언어는 가치 중립적이다."

" 아니다. 언어에는 이미 이데올로기가 들어 있다."

 

이렇게 첨예하게 갈리는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기도 했는데... 언어 자체에 지시대상과 지시관계, 그리고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이미 언어는 그 자체로 가치 중립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어 자체가 그 자체로 존재하기도 하겠지만, 언어가 언어로서 기능하는 것은 특정한 사람에 의해서 특정한 상황에서 발화되었을 때니, 발화 상황, 즉 담론의 입장에서 보면 언어는 분명히 이념(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언어에는 사전적 의미의 뜻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이 되기도 한다. 단지 해석되기만 하지 않고, 사회-정치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을 발휘하는 낱말이 바로 "친북 좌파" 또는 "좌빨", "빨갱이"라는 말일테다. 이 말이 상대에게 향하는 순간, 상대는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도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지 못한다.

 

그만큼 이 말은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고 우리의 삶을 옭죄고 있다. 특히 선거 때에 상대 정당을,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에 이만큼 좋은 말도 없으니...

 

분단 현실이라는 우리나라 상황이 이 말이 상대를 꼼짝 못하게 얽어매는 힘을 발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말들을 언어학자와 정치학자가 주고받는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많은 말들을 다루고 있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좌빨"이라는 말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아무 의식 없이 쓰는 말인 '순수'라든가 '진정성, 용서와 화해, 착함'이라는 말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다.

 

역시 말은 무서운 것.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굉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힘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힘없는 사람들을 누르는 역할을 하지만...

 

이런 말들이 쓰이는 상황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보면, 이 말을 깰 수 있는 또다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NLL건만 보아도 그렇다. 포기니 아니니, 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들, 실체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실체를 규정하는 말들이 서로 다르고, 그 말들이 힘과 힘으로써 부딪히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힘으로써 악용되고 있는 "여론"이란 말이 사람들의 의식을, 일방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평화구역으로 만들자를 포기로 바꾸는 그런 언어의 배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지역이기주의로 바꾸는 그런 언어의 배반... 지금도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하다못해 공약(公約)에 있던 노인기초연금 20만원 지급도 국민연금과 연동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하고 있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며,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하기에 공약 파기가 아니라고 하는 언어의 배반.

 

그래서 우리는 언어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런 습관을 들이는데, 이 책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쓰는 언어가 이렇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말들이 어떤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 우리 생활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일이 바로 정당한 이름짓기라고 했다고 하다. 정명(正名).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언어가 본래 지니고 있는 의미로 쓰이게 하는 것, 그것은 언어를 두고 또다른 힘과 힘이 부딪치는 일일테다.

 

하여 언어의 배반을 한탄하기 보다는, 언어에는 정치-사회적인 힘이 있음을 인식하고, 언어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또한 바른 언어를 사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갈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양한 언어에 이런 사회-정치적인 함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 책이고, 아무 생각없이 이런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또다른 권력을 형성해주는 일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조심할 일이다.

 

덧글

 

사람의 이름은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 184쪽의 두번째 줄에서 세번째 줄의 "정치인 김문수 씨나 이재호 씨"라는 문장에서 '이재호 -> 이재오'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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