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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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강제로 읽히기를 금지당한 책.

분서. 금지에서 더 나아가 제거당한 책. 그것도 불태워져 버린.

 

 

예전에 '호기심 천국'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하지 말라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실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마, 하지마 하면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더 호기심을 가지고 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금지한 것을 해보려고 한다.

 

금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역사에서 지배층이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해롭다고 생각한 책들을 금서로 지정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채질했을 뿐이고, 그냥 놓아두었더라면 금세 잊혀졌을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읽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중국 진나라 때 분서갱유라고 우리들이 사상을 탄압할 때 늘 쓰는 말이고, 이렇게 분서갱유를 했음에도 유교가 중국의 지도이념으로 자리잡게 하는데는 실패했음을 역사를 통하여 배우기도 했는데... 하다못해 중국의 이지란 사람은 자신의 책이름을 "분서"라고 짓기도 했으니...

 

이게 동양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일어난, 그것도 한 때 일어난 일이 아닌,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서의 역사...

 

그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아무리 금서로 지정했어도 그 책을 뿌리뽑지는 못했고, 오히려 더 그 책이 많이 읽히게 만들었음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금서로 지정하는 일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로마시대부터 중세시대, 이 중세시대는 책만 태운 것이 아니라 사람도 함께 태웠으니 무시무시한 시대였음에도 금서로 지정된 책들을 보관하려는 사람, 어떻게든 빼돌리려는 사람이 있었고, 또 이들이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근대에 들어와서도 이러한 금서에 얽힌 일들이 무척 많았음을 이 책에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가 오래 전부터 성숙해왔다고 생각해온 유럽과 미국에서도 아직까지도 금서가 존재하며, 그 이유가 반사회적이고 음란함, 지나친 폭력에서 이제는 개인의 인격 침해로 나아갔다고 하니, 어쩌면 금서는 표현의 자유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표현의 자유뿐만이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국민들의 교양 수준을 알려주는, 또 지배권력의 포용정도를 알려주는 잣대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자신 있는 사람은 주변의 시선에 무관심하듯이, 지배권력이 자신이 있다면 굳이 금서로 지정할 책은 없을 테니 말이다. 다만 개인적인 인격 침해가 상당히 인정되는 책에 대해서는, 그것이 역사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는 사실이라면 제외하고, 내밀한 사적인 일에 해당될 때는 판매 금지할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는 그냥 놓아두면 자연스레 문화적인 수준에 의해 정화가 된다.

 

그러한 믿음이 없는 사회는 문화적인 수준이 낮은 사회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몇몇 작품들을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세계명작이라고 배우는 작품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율리시즈", "1984", "로리타", "호밀밭의 파수꾼" 등등

 

이것들을 누가 지금 금서라고 하는가? 오히려 세계명작이라고 해서 추천도서 목록에 늘 오르는 작품들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법적인 금지나 또는 권력으로 인한 금지로 인해서 책이 읽히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러한 책이 읽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ㅡ문화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것이 바른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우리나라 상황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가 독일 사람이라 우리나라 소식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런지 중국까지는 다루었는데, 우리나라는 다루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다채로운 금서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사문난적'이라고 하여 글을 잘못 써서 추방당하거나 죽음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고, 전쟁 전후에는 책이나 글을 잘못 쓰면 감옥에 갇히거나 역시 죽음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사회가 좀 안정이 되고 나서도 퇴폐 음란물이다, 반사회적이다 하여 금서가 된 책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 얼핏 떠올려도 몇 가지 책이 생각이 난다.

 

"임꺽정(林巨正)", 한 때 식자판까지 압수당했다는 그 책. 우리 말을 이렇게도 잘 살릴 수 있을까 한다는 책. 조선시대 풍습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고, 또 우리말의 보고라는 소리까지 듣는 이 책은 한 때 작가인 홍명희가 월북을 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었다. 지금은 많이 읽히고 있지만.

 

또 남정현의 '분지' 미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던 책. 필화사건이라고 하지. 작가가 구속까지 되었다니까.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 책을 가지고 뭐라 하지도 않는다.

 

이런 사회적-정치적인 이유말고도 마광수의 작품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문화 수준이 소설을 읽고 사람들이 그것을 다 따라할 만큼 낮았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몇 년 전인가, 얼마 전에는 국방부에서 군인들이 읽으면 안 되는 책이라고 해서 국방부 금서 목록이 유츌이 된 적이 있었다. 시중에 이미 출판이 되어 유통되고 있는 책을 국방부에서는 군인들만 읽으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그 금서 목록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여럿 있었다는 사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어쩌면 그리도 통하는지...

 

하여간 참으로 많은 금서에 얽힌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아직 이 책처럼 우리나라 금서의 역사를 쓴 책을 만나보지 못했다. (이미 나왔는데, 내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무슨 필화 사건이라고 하는 책은 어디선가 제목을 본 듯도 한데...)

 

그런 책도 나와서 우리나라 금서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도 좋을 듯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명심해야 한다고 한 생각.

 

사람은 가둘 수 있을지 모르나 사상은 가둘 수 없다. 마찬가지로 책은 태울 수 있으나 그 책 내용까지 없앨 수는 없다. 결국 이기는 것은 수 권력이 아니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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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서의 역사> 금지조치 당한 책들의 모든 것
    from 책으로 책하다 2013-11-24 16:22 
    [서평] ⓒ시공사 시간을 거슬러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로 가보자. 당시 진나라는 상앙과 한비자 등의 법가를 국가 통치 체제의 주된 전략으로 받아들여 우민 정책과 함께 법에 의한 획일적인 사회 통제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중국 대륙에 뿌리내려져 온 유가 학문과 사상은 이 체제를 비판하였다.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반대하고 봉건제 부활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진나라의 승상 이사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치를 비판하는..
 
 
 
한글 이야기 1 - 한글의 역사 한글 이야기 1
홍윤표 지음 / 태학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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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대한 책이다.

 

한글의 이름이 왜 훈민정음인지, 도대체 한글은 어떤 서체로 쓰였는지, 한글은 어떻게 읽혔는지, 한글로 된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한글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한글을 연구하면서 주로 어휘 변천사나 문법 등을 중심에 놓는데, 그런 전문적인 분야 말고도 한글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한글에 대한 책 중에  1권으로 '한글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래서 편제가 1부 한글이 걸어온 길, 2부 한글과 문헌, 3부 한글과 교육으로 되어 있다.

 

'한글이 걸어온 길'에서는 왜 이름이 훈민정음인지, 또 훈민정음의 서문에서 문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문자라는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가로쓰기를 했는지, 띄어쓰기는 또 언제부터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료들의 사진들을 풍부하게 제시해주고 있어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글과 문헌'에서는 더 많은 자료들이 제시되는데, 한글로된 편지글도 제시되고 있고, 또 종교 문헌들도 제시되고, 그리고 한글전용으로 간행된 최초의 책이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고 있다.

 

'한글과 교육'에서는 우리가 읽었던 상록수의 한 장면으로 예로 들어 도대체 예전에는 한글을 어떻게 교육했는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신문사를 중심으로 한글보급운동이 일어난 것을 살피고, 독립운동가들은 어떻게 한글교육을 했는지를 박용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한글이야기라고 해서 딱딱한 학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궁금해했던 내용이나 또는 한글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라고 자랑하는 한글이지만 도대체 왜 과학적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 다닐 때 한 번쯤은 누구나 배웠던 훈민정음 서문에 대한 뜻풀이, 즉 늘 헷갈려 하는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라는 구절에서 '중국 문자와 달라서 뜻이 통하지 않는다'로 많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중국은 문자와 말이 일치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문자와 말이 일치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는 말,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이 구절을 "국지어음(國之語音)이 이호중국(異乎中國)하여 여문자(與文字)로 불상유통(不相流通)"이라고 하는 경우와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로 하는 경우로 서로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글을 창제한 목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생활에 맞는 문자로 모든 국민이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한글의 위대성이 나타나고... 이런 일은 나중에 국제언어를 만든 자멘호프의 사상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한글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언어를 넘어서서 화합의 언어, 평화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한글,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고, 요즘은 외국어, 외래어에 많이도 침윤당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쓸 말이고, 또 우리의 사상을 기록할 말이다.

 

이런 한글에 대해서 이모저모 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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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 제출

 

이게 뭐야...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포털에 뜨는 기사다. 통합진보당이 스스로 해산한 것도 아닌데,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정당을 해산하라고 정부가 청구안을 제출하다니...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법무부 장관이 청구안을 헌재에 제출했다고 하는데... 삼권분립이 지켜지고 있는 나라에서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집단으로 합법적인 조직이고, 이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펼칠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한 정당을 해산시키려 하다니.

 

이렇게 정당이 해산 된 것은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났던 일 아닌가. 게다가 행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고 있는 때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이게 뭔가?

 

통합진보당이  자신들의 선거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서 정당이 깨지고, 또 알오니 뭐니 해서 의원이 구속이 되고 하지만, 그래도 한 정당을 이렇게 무참히 대우해도 되는 걸까?

 

어쩌면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당정치의 죽음을 알리는 날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만, 적어도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것이 확립(?)이 되었고, 또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이어 통합진보당의 해산 청구라...

 

왜 이렇게 자꾸 기시감이 느껴질까?

 

1958년이 다시 돌아온 걸까?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잊었는가?

 

한 나라 정당의 당수이자 한 때 장관도 했었고, 또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왔던 죽산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킨 나라. 그 때 진보당이 해체되었는데...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진보당"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한참 젊었던 그 시절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나이가 먹은 지금, 그런 일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그만큼 우리나라도 민주주의 역량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법원에서 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그것도 당이 아니라 당원인 사람들이 구속되었을 뿐인데... 다시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한 정당에 대한 이런 태도는 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배제하는 행위밖에는 되지 않을텐데... 어떤 사상을 지니고 있고,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 정부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어째서 행정부가 입법부도 관리하려고 드는가? 삼권분립은 어디 갔는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 아니었나? 그래서 국정감사도 하고 그러는 것 아닌가?

 

왜 반대로 가는가? 행정부가 또다른 헌법 기관인 국회에 간섭해서 정당을 해산해야 된다고 헌재에 청구하고 있는 현실이 제대로 된 현실인가.

 

1985년에 나온 책 목차만 다시 보았다.

 

1. 진보당 문헌

2. 진보당의 정책과 특수조직활동

3. 진보당 사건 관계자료

4. 진보당 사건과 판결을 보는 시각

5. 조봉암 관련자료

부록1. 진보당 간부명단 및 간부 약력

부록2. 진보당 일지

부록3. 진보당 관계자료 총목록

 

이거 어째 몇 년 뒤에 진보당에다 두 글자만 더 붙여 또 하나의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역사는 앞으로 가도 시원찮은데.. 왜 자꾸 뒤로만 가려고 하는지...

 

헌재의 판결이 어찌될지 두고볼 일이다.

 

다만 정당은 그 정당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지지했던 국민들도 있다는 사실을 헌재에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정부는 일부 국민을 위한 행정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행정부라는 사실도.

 

같음만을 추구하는 사회.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권대복, 진보당, 지양사. 1985년.

 

아마, 이 책은 구하기 힘들 거다. 나온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인터넷에서 책표지의 사진도 구하기 힘드니. 그래도 먼 옛날... 지금과 비슷한 이름을 지닌 정당이 지금과 비슷한 대접을 받았던 역사적 사실로 읽어둘 만한 책이다.

 

아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기억해서 남겨두기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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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자, 우리 역사
강영준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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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라고 하기보다는 한국사 교과서이고, 한국사 교과서라기보다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라고 해야 더 옳은 말일테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시각을 지닌 것이 발견되었다고, 한 편에서는 이 교과서 승인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고, 이 교과서를 쓴 저자들은 잘못된 것이 없다고 하고, 있어도 다른 교과서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면서 방어를 하였는데...

 

교과부에서는 이 교과서 말고도 다른 교과서에도 수정지시를 내렸고... 저자들은 나름대로 수정은 하겠지만, 교과부 지시대로는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상태고.

 

이상하다. 검인정이라는 것은, 이 정도면 교과서로써 손색이 없다고 판단하여 승인해주는 제도일텐데... 검인정에 통과된 교과서를 가지고 잘못되었다 아니다 논쟁을 하는 것은, 검인정을 하는 주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그렇다고 예전의 국정 체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는 못할텐데, 도대체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채택 안 하면 되는 건데...

 

이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교과서를 정본으로 인식하는 우리들의 인식 때문이다. 마치 교과서는 성전과 같이 무오류의 책이고, 역사 교과서에 나온 것들은 다 옳은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록 검인정에 통과가 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사실, 왜곡된 사실, 편향된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면 이는 사회가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검인정에 참여한 학자들 역시 자신들의 시각을 지닐 수밖에 없고, 우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과서를 몇몇 검인정 학자에게만 맡겨두고, 또 검인정을 통과했으니 나머지는 학교의 교사들이 채택하든 말든 그것은 교사들에게 맡겨두자 하고 손을 뗄 수도 없는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인정이니 맡겨둬... 라는 주장이 현실적인 타당성을 잃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일본의 새역사만들기 모임에서 편찬해 낸 일본 역사 교과서를 꽤 비판하면서 그 교과서를 폐지하라고, 검인정에서 취소하라고, 검인정 통과를 시키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 않은가.

 

일본 교과서는 그래도 되고, 우리 교과서는 자율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교과서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학자들이 참여하고, 검인정을 통과하기 전에 역사교수 협회나 역사 교사 모임 등에 교과서 제출본을 주고 검토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교과서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역사 교과서 문제를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그만큼 역사적 시각의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지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냐, 민중의 입장에서 서술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즉,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해준다. 근현대사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근현대사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런 책을 읽고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채우면 그 다음에 더욱 자세하게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 저자는 시를 이용한다. 시가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개인은 사회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시 속에 나타난 역사 현실을 파악한다면 자연스레 역사 공부도 되고, 또 시 공부도 된다는 입장에서 이 책을 써 나갔다.

 

조선말기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하여 2000년대 다문화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지금 모습까지를 역사적인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알려주고, 그와 관계되는 시를 통해서 또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시인도 있고, 처음 듣는 시인도 있고, 또 너무도 많이 알려진 "님의 침묵"같은 시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시도 있는데, 이들을 역사의 순간순간에 배치하여 시와 역사가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고 있다.

 

역사란 결코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특히 한국근현대사는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짓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시인들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시로 표현해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단지 이 책만이 아니라 이런 종류의 책들은 여럿 있다. 이 책에서도 참고문헌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신현수의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란 책도 있으며, "시와 소설로 읽는 한국현대사"란 책도 있다.  

 

어떤 책을 통해서든 한국근현대사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데... 아는 것이 힘이라고.. 역사의 공과 과를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역사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역사의식을 지닌 민중.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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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 최근에 나온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란 책을 보고 싶어서. 그 책을 빌리려고. 그것도 만화이지 않은가. 그런데 한 순간 제목이 생각이 안 났다. 기껏 생각난 것은 그것이 아나키스트에 대한 만화라는 것.

 

머리 속에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이란 제목만 떠올랐고... 이게 그 제목인가 하고 이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오래 전에 품절된 책이라고 한다.

 

'어? 이상하네. 올해 나온 책이라는데...'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을 쳐본다. 책 표지의 사진이 나오는데, '어라, 이 책은 우리 집에 있는 책인데... 내가 읽은 책인데.. 그거 두루티에 관한 책이잖아. 이 책은 아닌데...' 하고 만다.

 

아무리 쳐도 이 책밖에는 없다.

 

그러면 분명 제목을 착각한 거다. 어리석게도 검색어를 '무정부주의자'로 친다. 또 똑같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만이 뜬다. 이게 뭐야. 착각을 해도 너무 했나 싶다.

 

그런데... 누군가 혹시 이 책 아니냐고 한 책을 가져다 보여 준다.

 

 

"맞아요. 이 책이에요." 그러고 나서 제목을 보니... 이런... 참.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다.

 

아나키스트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불렀던 예전 책들을 읽은 부작용이 제목을 착각하게 하고, 신문에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아나키스트가 죽었다고 하니, 고백이 죽음으로 변형이 되어서 머리 속에 남아 있었나 보다.

 

그래도 운이 좋다. 이렇게 책을 찾을 수 있었으니... 하여 토요일에 이 책을 열심히 읽었고, 젊은날의 이상과 나이 들어서의 좌절을 간접 경험할 수가 있었는데...

 

이 만화에 반갑게도 "두루티"가 나온다. 그가 암살당하고 그 신발을 행운의 신발이라고 신고 다니는 한 아나키스트, 그리고 그가 죽은 뒤 그 신발은 주인공인 '안토니오'가 신고 다니는데...

 

결국 이 만화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이 이렇게 만나게 된다. 만화에서 두루티의 신발은 주인공이 더 이상의 이상을 포기할 때 태워버리게 된다. 그렇게 두루티는 주인공의 삶에서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진다.

 

하지만 책으로 남아 아직도 우리에게 아나키스트의 이상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아나키즘의 이상에 더 다가는 책이 있으니, 그것은 에스페란토어에 관한 이야기, 그 말을 만든 자멘호프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바벨탑에 도전한 사나이"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 지금도 평화를 꿈꾸는 아나키스트들은 공통어로써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언어는 국제적인 협력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특정 국가의 언어가 다른 언어 위에 군림하는 일을 막고 있다.

 

그래서 아나키스트의 이상은 "에스페란토어"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게 만난 세 책.

 

권위주의가 넘치고 있는 지금 이 땅에... 자율, 자치, 상호성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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