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생각 인문의 마음 - 미술에 숨은 발칙한 인문학 코드 읽기
전준엽 지음 / 중앙위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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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한 책을 보는 일은 즐겁다. 그냥 그림만을 보아도 무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인 미술 지식이 있지는 않다. 그냥 내 멋대로 본다. 그렇다고 또 미술관에 자주 가냐 그것도 아니다.

 

미술관에 가본 적은 별로 없다. 미술관에 갔어도 미술 작품을 관람한다기보다는 사람들 뒤통수만 보다 온 경우가 많기도 하고, 또 빨리빨리 걸어가는 사람들에 밀려 말타고 산을 관찰하듯 그렇게 미술 작품을 본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데, 무슨 특별 전시회 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을까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드는데... 그런 인파 속에서 정말 미술 감상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서 미술작품을 보아야 제대로 감상을 하고, 미술을 알아갈 수 있음에도 미술관에는 잘 가지 않는다.

 

다만 미술에 관한 책은 가끔 보는 편이다. 그냥 그림을 보는 재미로, 또 그림을 해설해 주는 글을 읽는 재미로. 

 

무엇보다도 시각예술인, 그리고 평면예술(조각이나 다른 비디오 아트 등은 빼고)에 가까운 미술에 대해서, 그것이 우리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미술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이들도 무언가를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먼저 낙서부터 하지 않던가. 그만큼 미술은 우리의 표현 욕구를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사전 정보 없이 먼저 그림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다'(5쪽)이다. 그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접근한다면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만 보이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5쪽)고 한다.

 

그렇다. 우리가 미술의 유파나 경향, 또 그림의 특징 등을 남들이 설명해준 그대로 볼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 명작이 나에게는 졸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누구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작품이 나에게는 인생을 바꿔주는 그림이 될 수도 있고. 또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그림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이 책에서는 미술에 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냥 보는 것은 미술관에서 개인들이 보면 된다. 그렇게 하기 힘든 사람은 작가의 말에 구애받지 말고 미술에 관한 책을 읽어도 된다.

 

그냥 재미있게... 하나의 해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은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작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 편제가 읽다보면 신에 관한 인간의 역사에서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림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인식하고 표현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미술의 역사에 대해서, 왜 그런 미술이 등장했는지, 왜 그런 유파가 그 때 그 나라에서 유행하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미술이 작가의 천재성이 기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천재성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시대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

 

여기에 더하여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우리 미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알려주고 있는 데에 있다. 우리 미술이 흔히 동양삼국이라고 하는 일본 중국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왜 우리가 우리 미술에 대해서 자부심을 지녀야 하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미술에 눈이 떠질 수 있게 쉽게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하여 단순히 미술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사회를 보는 눈, 사회, 시대가 미술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그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하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 단지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또 표현된 방법에서 시대를 읽고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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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3 - 나의 대학총장 시절 나남신서 600
김준엽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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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대학가. 이 때 대학가에서는 총장사퇴 운동이 많았다. 주로 어용총장 사퇴하라는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의 가장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학문의 전당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 운영의 총책임을 맡은 총장을 도저히 믿고 따르지 못하겠다고 사퇴하라고 시위를 하던 시절. 그만큼 대학은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고, 총장은, 특히 주요대학의 총장은 관료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일례로 당시 서울대총장들은 문교부(요즘은 교육부)장관으로 가거나 국무총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들이 대학의 발전이나 학생들의 학업 또는 학문의 전당으로써 대학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모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때 김준엽은 고대 총장으로 부임하여 고대의 정상화, 세계화, 그리고 대학의 자율화를 위해서 힘쓴다. 그리고 그는 문교부의 압려으로 사퇴를 하게 된다. 4년이라는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이것이 바로 그가 '참스승' 소리를 듣는 이유가 된다. 다른 총장들은 사퇴하라는 시위를 받았던데 비해 김준엽은 사퇴 반대 시위를 학생들로부터 받게 된다. 그가 대학이 자율성과 학생들의 자치, 그리고 고대의 발전에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내 딴에는 대학의 존엄과 대학의 자율, 그리고 교권 확립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또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발전과 대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으로 나는 믿고 있다."(292쪽)

"나는 근본적으로 학생들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은 학교에 있을 필요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312쪽)

 

그가 고대의 발전을 위해서 한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교육 역시 돈이 없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재단이 얼마나 대학 교육에 관심이 없는지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총장이 외부의 기부금을 모아서 대학 건물을 증축, 신축하는 일을 도맡아 했으며, 재단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 지금도 동문회가 가장 끈끈한 학교로 고대가 꼽히지만, 이 때 재단, 학교, 동문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대학시설을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게끔 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재단이 기금을 유용하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은 재단이라고 김준엽 총장이 말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사학재단의 비리가 예전에는 얼마나 심했는지 알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는 재단으로부터 학교 행정을 독립시켜서 고대를 학문의 전당이 되게 했으며, 학교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데에서만 고대인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고대 교수로서 학생들의 존경을 받아왔으며, 학문적 업적도 뛰어났고, 또 광복군 출신이라는 민족 고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위를 했으며, 총장이 된 이후에는 학생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생각하고 학교를 운영했다는 데에서 더 많은 존경을 받는다.

 

문교당국의 학생징계 압력에도 자신의 원칙대로 밀고나가는 소신. 그리고 학도호국단 대신 총학생회가 필요하다는 소신, 평교수회가 결성되어야 한다는 그런 믿음. 무엇보다도 문교 당국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힘. 이런 것들이 지금의 민주주의 초석이 아니겠는가.

 

이런 활동들을 했기에, 다른 대학에서 총장 퇴진 운동이 벌어질 때, 고대에서는 총장 사퇴 반대 운동이 벌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가 참 스승으로서 존재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지금도 이런 총장이 그리워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80년대 초,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을 고대라는, 그것도 고대 총장이라는 사람의 눈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김준엽의 총장 시절 무용담이 아니라, 군사독재시절 대학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교수들, 총장들이 자신들의 교육 이념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게 되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어떻게 민주화를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총장. 이런 교수. 아니 이런 어른이 있어야 사회가 거꾸로 가지 않는다. 지금은 예전처럼 대학생들이 사회참여를 활발히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식인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 책임은 면할 수가 없다.

 

그런 지식인의 책임에 대해서 일깨워주는 책이니, 그는 고대인의 참 스승만이 아니라 우리의 참스승이기도 하다.

 

참,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그의 "정1,2" 광복군 시절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런데, 그 시절이 너무 멀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다. 어차피 "장정1,2권"은 장준하의 "돌베개"와 함께 읽는 것이 좋으니까.

 

80년대는 우리가 충분히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연 극복했을까 요즘은 의문이 든다. 그래서 김준엽과 같은 어른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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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기반상담 놀이와 프로그램 구조화된 놀이상담 시리즈 4
전국재.우영숙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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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예전에는 놀이와 학습이 떨어져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인생은 모험이라는 말도 많이 했다. 미지의 세계에 아무 것도 없이 나와 한 평생을 살아가는 일은 모험이 아닐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네 인생이라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모험의 세계이다.

 

모험은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게 된다. 또한 모험은 혼자서도 하지만 대부분은 여럿이서 함께 한다. 갈등하고 타협하고 화해하고 하면서 함께 모르는 길을 걸어가게 된다.

 

예전에는 놀이와 학습이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말은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일을 모험을 통해서, 즉 낯선 일들을 함께 함으로써 인생에 대해 배워갔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서로 어울릴 수밖에 없었고, 놀이문화도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컴퓨터 앞에서 혼자 얼굴을 처박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동네에 나가면 친구들과 늘 어울려 뛰어다니며, 온갖 말썽들을 부리며 지내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점차 협동심, 문제해결력 등을 키워나갔으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대부분 혼자 지내거나 또는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 지낸다. 함께 있어도 아이들은 혼자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고, 남과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지내게 되니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폭력적이 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남과 어울리면서 자신감과 문제해결력을 찾게 해주는 방편으로 나온 것이 모험기반 상담 놀이이다. 그냥 모험 상담이라고 하던지, 모험놀이라고 해도 좋고, 놀이 치료라고 해도 좋다.

 

무언가 몸을 움직이거나 또 함께 머리를 쓰거나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함께 함을 자연스레 익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요즘처럼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는 이런 프로그램이 제격이다. 두세 명이 할 수 있는 놀이부터, 30명이 넘는 인원이 할 수 있는 놀이까지 무려 100가지가 넘는 놀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적인 강사가 있고, 장소와 준비물이 필요한 놀이 프로그램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또 후반부에 가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을 소개시켜 주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아이들만이 아니라, 직장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거나 어떤 동호회 활동으로 이를 활용해도 좋다. 즉, 어른들에게도 꽤나 유용한 프로그램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이러한 놀이 프로그램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네 사회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이런 데서 나온다.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물론이고, 학교 근처에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갖추어진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체육시설이 아니더라도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은 허황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에는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러 기반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문제다. 단지 학교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주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고, 이러한 모험, 놀이를 통해 함께 함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또 그러한 활동 다음에는 자기를, 집단을 되돌아볼 활동을 제시하고 있어서 협동심, 문제해결력, 창의력, 그리고 자기 존중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인생은 모험이다. 이 모험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순간, 함께 할 사람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함께 함에서 더 큰 행복을 찾게 된다. 모험기반 상담 놀이 프로그램은 이러한 인생을 작은 곳에서부터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작은 것이 전체를 품고 있다는 이론도 있으니 이런 모험기반 상담 놀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축소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자, 놀자, 그리고 모험을 떠나자. 남들이 하는 모험을 간접적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하자.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풍부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그러한 일에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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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 -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애니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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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불온하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리고 읽을수록 답답해지기도 한다. 아니 부끄러워진다. 살아온 과정이 다른 생명들의 목숨값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단순히 먹는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인 식의주(食衣住)가 모두 다른 생명들과 관계가 있음을 이 책은 다시금 깨우치게 하고 있다.

 

"스토리 전쟁"이라는 책을 읽다가 스토리를 잘 살린 애니메이션으로 '미트릭스' 얘기와 '물건이야기'라는 얘기를 읽게 되었고,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이거 괜찮네... 책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물건이야기"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그동안 읽은 환경 관련 책이 몇 권인데.. 또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나. 그냥 식상한 내용을 하나 더 첨가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읽었는데..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있었지만 그런 사실들이 하나의 체계로 꿰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물건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고나할까.

 

특히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물건들이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에도 나무의 목숨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나무의 목숨이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더 많은 나무들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책은 많이 팔려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

 

물건의 일생이다. 그리고 이 일생에 따라 물건을 추적하고 있다. 추출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일어나는지... 이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석탄산업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산들이 파헤쳐졌는지.. 그리고 골프 산업으로 인해서 산과 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는지,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없어진 자연은 어떠한지... 추출이란 이름에 들어가기엔 좀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골프장이나 도시개발, 또 4대강 개발 등은 분명 추출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그런 행위.

 

여기에 생산은 더하다. 우리나라에 있었던 원진레이온을 생각해보라. 생산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유독물질이 발생했는지.. 오죽했으면 노동자들이 온갖 질병에 시달렸고, 이 회사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안 보인다고 이런 기업이 사라졌을까. 아니다. 이 기업은 규제가 덜한 다른 나라로 옮겨가고 말았다. 결국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원진레이온같이 예전 기업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모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 인과관계를 밝히려고 하고 있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니까.

 

유통은 말할 필요도 없다. '탄소발자국'을 따라가보면 얼마나 많은 오염을 우리가 유통단계에서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물건들을 쉽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미 자연을 파괴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물류의 필요성이라고 해서 배를 이용하는 운하를 만들자는 어이없는 발상도 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 그것이 바로 물건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이제는 소비 단계다. 물건들이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또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망각하고 있으면 소비 단계에서는 모르고 오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일에 우리 자신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나라 핸드폰이다. 2G, 3G, 4G라고 하여 엄청난 속도로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신제품이라고 광고를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제품을 사게 만든 광고의 역할,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품들의 디자인. 이것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지 않으면 우리는 소비 단계에서 지구를 파괴하는 일에 자연스레 동조하고 만다는 것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폐기 단계. 그냥 버리면 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끝이 아니다. 그것들은 폐기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듯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또 이 단계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런 비용을 감수하고도 오염물질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다시 먼 거리 수송을 한다. 여러모로 환경에 치명적이다.

 

좋은 방법은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일. 생산자가 책임지고 재활용하게 하는 일. 또 다시 쓰고 바꿔 쓰고 함께 쓰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일이라고 한다.

 

제목을 '너무 늦기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고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란 말이 있듯이 물건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일은 이런 물건 이야기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 전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 우리는 물건을 좀더 잘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노조. 이 책에서는 노조활동을 지지해야 한다고 한다. 노동자가 인정받고 있으며 노동자가 단결이 된다면 유해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지양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노조에 대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군대...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존재. 너무도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는 그런 존재. 세계의 발전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존재가 바로 군대라는 사실. 그래서 물건 이야기에서는 군대란 존재의 불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돈을 다른 곳에 쓰면 우리가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

 

이런 것들도 이 책에서 생각하게 한다.

 

역시 세상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런 책.. 학교에서 교육활동의 교재로 사용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생각. 더 바른 생각을 하게 된다면 세상이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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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구입한 시집이다. 제목이 좀 낯간지럽다. 그런데 내용이 음악시 모음이란다. 그래 시를 통해 음악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시와 음악은 친구라는데, 한 번 보자 하고 구입한 책.

 

음악에 관해서, 노래에 관해서 시를 통해 표현내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지금 우리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들도 있다. 그냥 음악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시들.

 

그러다 참 재미있는 시다 하는 것 한 편.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우리네 현실을 생각할 수 있는 시. 두 음악가의 이야기. 우리들도 갈등을 이렇게 풀었으면 좋겠다. 서로 티내지 않고, 또 서로 미워하지 않고. 그렇다고 갈등을 오래 끌지도 않고.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장벽 무너뜨리기

 

크리스마스 날 FM에서 엿들은

아니리 한 대목이었다

 

(동글동글 굴러가는 목소리)

  풋치니와 토스가니니는 친구였어요. 그땐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빵을 선물하는 것이 풍습이었죠. 무의식 중에 풋치니는 토스카니니에게 빵선물을 보낸 것이 생각났는데 곰곰 생각하니 다툰 기억이 났어요. 혹시 용서를 비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되돌려보내진 않을까. 전전 긍긍 생각다 못해 전보를 쳤지요. 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보냈다 메리 크리스마스-그랬더니 답신 전보 오기를 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먹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풋치니의 토스카를 들으며

창 밖의 눈발처럼 희죽희죽 웃었다

나도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 김추인

 

홍윤숙, 정공채 외, 이 떨림 네 가슴 닿을 때까지, 삼일서적, 1994년 141쪽.

 

재미있게 또 감동받으면서 읽은 시집이다.

 

시와 음악하면 전봉건의 '피아노'란 시가 제일 먼저 떠올랐었는데, 이 시집에 이 시는 없다. 음악이라는 소리 예술을 시각 예술로 바꾸어놓은 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선명함이라니.

피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 여자의 두 손에서는 / 끊임없이 / 열마리씩 / 스무마리씩 /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 가장 신나게 시퍼런 / 파도의 칼날 하나를 / 집어들었다.

또한 이 시집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는 몇몇의 시인 또는 가수가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중에...

 

백창우

 

그는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라는 노래로 나에게 다가왔다. 가사의 내용도 좋고 음도 좋아서 한 때 노래방에만 가면 늘 부르던 노래였는데... 그가 시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시집의 시들이 참 감성적이었다. 그의 시집 제목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다.

 

자신이 시도 썼지만, 이미 나와 있는 시들에 곡을 붙인 것으로도, 또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부를만한 노래를 만들고 함께 공연한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 그는 삶 자체가 바로 음악과 시이지 않을까 싶다.

 

그가 시에 붙인 곡들, 그래서 시와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책.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김현성

 

그 다음에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김현성이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등병의 편지'로 유명한 사람.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삶이보이는 창"을 통해서 였다. 그가 이 책에 음악에 관한 글을 썼었다. 그래서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의 시집 제목도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고.

 

시도 좋고 노래도 좋지만.. 그 역시 백창우와 마찬가지로 시에다 곡을 붙인다는 사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의 활동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치환

 

허스키한 목소리.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사람. 그의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무슨 자선공연이었는데... 서강대에서 했던. 거의 두 시간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그런 열정으로

 

무슨 일을 못하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 공연에서 정호승 시인이 나와 본인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었지.

 

안치환도 역시 시에다 곡을 붙이는 사람이다. 단지 아름다운 시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는 사회성이 짙은 시도 곡으로 만든다. 그가 곡을 붙이고 부르는 김남주의 '자유'를 보라.

 

시인은 또 가수는 서정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그가 바로 안치환이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가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것과 서강대에서 공연했을 때 주로 불렀던 노래들.

 

이렇게 시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은 조금씩 더 따뜻해질텐데... 세상이 따뜻해지면 우리 쓸데없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텐데.

 

나와 다름을 인정해줄텐데... 그렇게 시를 노래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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