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세우기 치료 - 트라우마에 대한 통찰과 해결
최광현 지음 / 학지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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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전 사회적으로 트라우마가 넘치는 시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곳곳에서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일들이 어찌 그냥 넘어가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남아 우리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런 트라우마,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면 비록 내 대가 아니더라도 후대에서라도 발현이 된다고 하는데...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가족세우기 치료'를 들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가족세우기 치료에 대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는데, 작은 제목이 '트라우마에 대한 통찰과 해결'이다.

 

자신이 일으킨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이 자신에게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가족구성원의 세우고, 그 관계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일.

 

가족세우기 치료는 문제점을 찾아내는데서 시작한다. 일반적인 가족치료와는 달리 내담자의 가족 상황에 대해서 시시콜콜 알려고 하지 않고, 큰 틀의 사건들만을 알고 여기에서 가족들을 한 자리에 세우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문제점을 찾아내면 어느 정도 해결책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가족세우기 치료에서는 딱 이렇게 하는 것이 문제해결점입니다 하고 제시해주지 않는다.

 

단지 관계를 통해서 문제점을 파악하게 하고, 그 문제점을 받아들이게 한다. 문제점을 받아들인다는 것, 이것은 내가 책임질 일과 다른 사람이 책임질 일을 구분하는 일이고, 내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부담에서 벗어나는 일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적절한 치유 언어를 구사해야 하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음을 속단해서는 안된다.

 

문제 해결은 내담자가 꾸준히 그 관계를 인식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받아들이는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세우기 치료는 가족간의 관계를 중시하고, 가족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그 가족의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데 장점이 있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또 가족 간의 관계나 문제를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가족 세우기 자리에서 자신이 느낀대로 이야기할 수 있고, 이를 지켜보는 내잠자는 그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세우기 치료에 대해 이 책에서는 맨 마지막 부분에 구체적인 사례를 세 가지 제시해 주어 어떻게 가족세우기 치료가 이루어지는지 보여주고 있어서 생생하게 가족세우기 치료를 접할 수가 있다.

 

가족세우기 치료 안내서 답게 가족치료와 가족세우기 치료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가족세우기 치료의 절차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으며, 주의해야 할 점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문제가 내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의 문제임을, 또 사회의 문제임을, 그래서 가족세우기 치료를 해봤으면 하는 사람이 생각남을... 나 자신의 가족도 한 번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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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시국선언 및 조퇴투쟁으로 3명 영장 신청

 

이게 며칠 전 기사다.

 

헌재에서 교원노조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교원노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교사의 정치중립성이라는 명목하에 교원노조를 설립하되, 집단행동은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이 헌법에 맞다는 판결이라니...

 

교사의 정치중립성은 필요하다. 수업에서 교사가 정치적 발언만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사는 학교에서 교사이지 학교 일과가 끝난 다음에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자기 의견을 똑바로 말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할 수 있는지...

 

최근에 다산의 한시를 읽었다. 이 책의 뒷부분 다산의 시해설에서,

 

다산은,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며, 어지러운 세상을 아파하고 퇴폐한 습속을 통분히 여기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며 진실을 찬미하고 허위를 풍자하며 선(善)을 드러내고 악(惡)을 징계하는 뜻이 없는 것은 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의 한시 17. 다산 정약용 시선, 허경진 옮김. 평민사. 2008년 초판 8쇄. 154쪽

 

여기서 시를 교육으로 바꾸자. 그러면 무엇이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 되는지 알 수 있다.

 

교육은 절대로 중립일 수 없다. 교육내용을 국가에서 정하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대안 교과서를 만들면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

 

하여 교육현장은 진보와 보수가 자기들의 논리를 가지고 충돌하는 장소이다. 이런 충돌이 사회를 더욱 튼튼하게 한다.

 

하나의 사상만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지식의 근친상간, 사상의 근친상간이 되어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게 될 뿐이다.

 

백가쟁명... 온갖 사상들이 교육현장에 넘쳐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이다.

 

교육이 절대로 정치중립적이지 않음을 논파한 책.

 

교육이 정치에서 중립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파헤친 책이다. 이런 책이 이미 오래 전에 나왔는데...왜 아직도 우리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지...

 

이는 학생들은 교사들의 말을 무조건 듣는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교사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교사는 교사이기 전에 시민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수업시간에 자신의 수업을 하지 않고 정치적 발언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수업시간에는 정해진 교육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를 떠나서, 즉 학교 밖에서는 교사는 시민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대부분의 나라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 아쉬운 판결이고, 아쉬운 영장 신청이다.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였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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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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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해서 부쩍 관심이 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내 손으로 만들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내 손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고를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건축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멀었다. 건축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에는. 그렇다고 남들의 이야기를 마냥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된다.

 

집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을 통하여 나를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량생산된 아파트라는 건물을 집으로 삼고 살고 있지만, 이런 아파트들도 자신들만의 구조로 만들 수 있게 건설사들이 바꿔가고 있는 실정이니, 곧 자신만의 건축을 만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부지런히 건축에 대한 안목을 높여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건축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에게 건축을 맞출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이 책 참 재미있다.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이렇게 건축에 대해서 조예가 깊었나 싶을 정도다.

 

건축의 아름다움부터 시작하여 결국 어떤 건축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지, 왜 그런지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탐구해 가고 있다.  

 

하여 그가 건물을 바라보는 입장은 보통과 다르다. 그는 건물이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건물은 민주주의나 귀족주의, 개방성이나 오만, 환영이나 위협, 미래에 대한 공감이나 과거에 대한 공경을 이야기한다. 76-77쪽

 

이 말을 보면 우리나라 몇몇 시청이나 구청들의 건물들이 생각난다. 주변 환경이나 지역 조건은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위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건물들... 이런 건물들은 무슨 말을 할까?

 

이런 건물들을 보면 보통의 말을 내 식으로 번역해서 말한다면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 위에 군림하겠으니 국민들은 위압감을 느끼고 경건한 자세로 이곳에 들어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건축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 건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파악하게 되고, 따라서 건축에 대해서 소홀해질 수가 없게 된다.

 

다양한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특히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이 바로 집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집을 가져야만 한다.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과 부합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해준다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 ... 어떤 건물과 관련하여 집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지 그것이 우리가 귀중하게 여기는 내적인 노래와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방식일 뿐이다. 집은 공항이나 도서관일 수도 있고, 정원이나 도로변 식당일 수도 있다.

  집을 사랑한다는 것은 또 우리의 정체성이 스스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111쪽

 

이런 집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행복에 한 발 더 다가간 사람이리라.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나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건축 역시 하게 되는데, 우리가 건축에서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 건축은 금방 사라지는 소심한 경향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증폭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건축이 없다면 가끔 우연히 경험할 수밖에 없는 넓은 범위의 감정적 질감들에 더 지속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127쪽

 

인간이 혼자서만 살 수 없듯이 인간은 자신의 몸을 누일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 함께 생활한 건축도 필요로 한다. 하여 좋은 건축은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무언가 불편한 건축, 이것은 제대로 된 건축이 아니다.

 

세계 곳곳의 건축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읽기에도 편하고, 또 많은 건축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읽을만하다. 아니 읽어야만 한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집, 건물, 그리고 장소들을 이해하고, 그 장소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좋은 책이다.

 

덧글

 

책을 찾아보니, 이 책의 새로운 판이 나왔나 보다. 출판사가 달라졌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본 이 책은 2007년 판인데, 아마도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번역자가 같은 것을 보니, 판권만 바뀌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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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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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석할 수는 있지만, 예측할 수는 없다.

 

물론 예측은 가능하다. 예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능력 가운데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이라는 말 대신에 예측이라고 하면, 미래의 일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여 예측은 현실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이렇게 예측해서 맞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세상일은 일어난 다음에 원인 규명을 하고 해석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일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는 없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일은 예측불가능하니까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나중에 해석만 하면 된다고 하면 큰일이 난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냥 그냥 살다가 일이 일어나면 그때 그때 해석만 한다면 짐승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인간만이 지닌 특성을 잃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틀릴 줄 알면서도 예측을 한다.

 

세상을 좀더 인간의 눈으로 파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눈으로 파악이 된 세상은 좀더 단순하고 인간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

 

비록 끊임없이 예측이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이 일어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해석하려는 의도로 쓰여졌다. 인간 세상의 일이 복잡하고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성, 복잡성에도 어떤 규칙이 있음을, 그래서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과 같은 인간들이 일으키는 일들로부터, 지진이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인간의 행위로 인해 일어나는 증시 등을 분석해서 이들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물리학이나 수학으로 설명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쿤의 '패러다임'이라는 개념도 빌려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지금은 설명하지 못하지만, 복잡성을 설명하려는 실패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형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러한 일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멱함수"이다. 프랙탈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고, 임계상황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지만, 인간 세상을 설명하고 있는 주요 용어는 바로 "멱함수"다.

 

이 "멱함수"적인 관계가 지금까지 인간세상에 일어난 복잡한 일들의 규칙성이라고 한다.

 

가령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를 보면 작은 지진들과 큰 지진들에는 숫자상 역비례관계가 성립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인구수에서도 역시 역비례관계가 성립된다고 한다. 단지 그 비율의 차이만이 다를 뿐이지, 모두가 "멱함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하여 영어 제목이 'ubiquity'다. 보편성, 편재 정도로 해석이 되는, 전혀 우발적이고 다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제목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이러한 "멱함수"적인 관계로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세상의 복잡성을 해석해내고 예측해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예측불가능성,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크기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러한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으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러한 임계상황에 있음이 바로 보편성이라고 하겠다.

 

그 크기가 어떻게 될지는 '멱함수'로 예측을 해보면 될테고...

 

이를 역사에 적용하면 이런 말이 성립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현재의 경향이 계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는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가 흥미로운 이유가 될 수 있다. 역사는 정적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변하지도 않으며, 이 둘 사이의 중간에 불안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따라서 역사는 모래더미처럼 언제나 극적인 요동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간다. 340쪽

 

그렇다. 우리 인간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임계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임계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보편성이라면 임계상황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작은일에서 큰일을 볼 수 있는 것이 프랙탈이론이라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작은일들이 큰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덧글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멱함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단지 멱함수란 일들의 관계가 역비례관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인구 천만이 도시가 하나면 인구 오백만인 도시는 넷, 인구 250만인 도시는 여덟...이런 식인데...

 

이것을 거꾸로 비례관계로 바꾸면 그 관계가 성립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화하면 작은 전쟁 천 번에 중간 정도 전쟁 250번, 좀 큰전쟁 60번, 좀더 큰전쟁 15번, 더 큰전쟁 4번, 아주 큰 전쟁 1번 하는 식이면, 최근 몇 년 동안의 전쟁을 분석하면 큰전쟁이 일어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이 책에 나온 '멱함수'에서는 횟수만이 나왔지 기간은 변수로 나와있지 않으므로... 이런 계산이 불가능한가? 여러 생각이 나는데 명료하지 않고 부옇다.

 

세상을 단순화해서 규칙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이 규칙 역시 해석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만 있으니...

 

역시 인간 세상은 복잡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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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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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가는 옛 건축 기행'이라는 작은 제목이 달린 책이다. 건축가인 저자가 혼자 여행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옛 건축들을 찾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옛 건축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다닐 뿐이다. 다만 경험하게 할 뿐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현상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은 '호기심'으로 이어져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답사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는 점은 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9쪽

 

해외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우리 것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국의 화려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감탄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건축물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 것을 소홀히 여기면 결국 우리의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것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옛 건축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주 잘 알려진 건축에서부터 처음 들어보는 건축까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그냥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이 경험이 나중에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식으로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아이들의 품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옛 건축을 통해 역사를 대면하고, 큰 강줄기로 역사를 이해하고, 놀이를 통해 자연의 순수함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진정 배워야 할 것들이다. 선행학습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수학과 이유도 모른 채 4-5세부터 일상이 돼버린 영어 대신에 말이다." 365쪽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지식을 파고들 나이가 있고, 지식을 떠나 그냥 경험할 나이가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는, 아니 더 줄이자, 초등학생들은 지식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그냥 할 필요가 있다. 무엇에 쓰겠다는 목적의식없이, 그냥.

 

우리 것들에 대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한옥에 가서 보고 놀고 자보는 경험은 한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은 건축가답게 그런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감탄하고 남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하여 이 책을 읽어가면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옛 건축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 건축들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냥 사라지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번 양동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초가집에서 자는 경험...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양동마을을 휘둘러보는 재미도 참 좋았다. 그리고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면서 마을이 이루어지고 그 마을에서 큰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옛 건축들은 집에서부터 읍성, 절, 서원, 탑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은 한 가지로 수렴된다.

 

모두가 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건축되었다는 사실. 다른 존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사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로 수렴된다. 

 

이제는 한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한옥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옛 건축들도 민박이나 문화시설로 이용을 하고 있다. 우리 옛 건축이 현대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러니 이젠 무작정 해외로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옛 건축들을 느끼는 여행을 가족이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이게 진짜 교육일 수 있다.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 그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껴안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옛 건축에서 무엇을 껴안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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