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상처 - 고단한 교사들을 위한 치유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교사들의 위치를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교사는 성직자인가, 전문가인가, 노동자인가? 참 쉽지 않은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은 교사들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로써 작동했지만, 그 자리들은 교사들이 자리할 수 있는 세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직자라고 하면 무한한 희생을 담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되는데, 이는 성직자들을 '상처받은 치유자'라고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치유하지만, 그 자신 역시 상처받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 그 상처로 인해 오히려 남들을 더 잘 치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상처받은 치유자'의 역할이다. 이 때 상처받은 치유자의 상처는 멋진 옹이가 되어 아름다운 무늬로 나타나게 된다.

 

교사들도 이러한 성직자처럼 무한한 애정을 지니고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전존재를 걸고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기고 하지만, 이들은 이 상처받음으로인해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를 자신의 몸에 껴안고 함께 가려고 한다. 이런 교사들에게 아이들의 상처는 교사의 상처로, 그 상처가 바로 옹이가 되어 아름다운 무늬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교사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있다.

 

그러나 모든 교사가 이러한 성직자처럼 지낼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모습만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교사에게 성직자로서의 역할만을 기대한다면 교사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옹이로 만들기 전에 그 상처에 중독되어 쓰러질 것이다.

 

다음에는 전문가로서의 교사. 교사는 전문가다. 최소한 자신이 가르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요즘처럼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전문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남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전문가는 쉽게 상처를 받는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그 때 받은 상처는 옹이가 되기 전에 곪아버리고 만다. 곪아서 결국 터져버린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사들, 이렇게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받은 상처로 인해 곪아서 터진 커다란 상처, 어쩌면 회복불가능한 상처를 안고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많고, 학교를 떠나버리고 싶어하는 교사들이 많다. 아니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냥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런 교사들로 변해버린 교사들이 많다. 이게 오늘 우리가 처한 우리나라 교사들의 현실이다.

 

교사들을 전문가로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현실. 그럼에도 교사들에게는 전문가 이상의 성직자로서의 태도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니 교사들은 이래저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처를 받고 있는 교사들, 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간다. 그래서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상처를 받게 된다.

 

마지막은 노동자로서의 교사.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교사의 위상이 바로 노동자일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노동자가 아닌가.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노동자 아닌가. 교사의 수업도, 다른 업무도 모두 노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상하게도 노동자라는 개념을 잘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교사들이 노동자라고 하면, 그 순간 그 언어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서 더 많은 상처를 주는 말들과 행위들을 만나게 된다.

 

참으로 교사들은 어떤 자리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든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사들이 언제까지 상처만 받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상처를 극복해야만 교사도 학생도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교사와 학생이 행복하다면 자연스레 학부모가 행복해지고, 소위 말하는 학교의 3주체가 행복하다면 우리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여기서 교사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간단히 말하라면 교사들은 자신의 상처를 감추어서는 안된다. 적극적으로 상처를 드러내라다.

 

즉, 교사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하고 그것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번민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한 순간이 바로 그가 "Who am I?"라고 질문하는 순간이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하고 '나는 장발장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자신의 상처에서 벗어난다. 상처가 옹이가 되어 무늬가 되는 순간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누구인가라고 묻지 말고,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바로 자신의 위치를 찾는 일. 그 다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야만 하는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면 된다.

 

이런 구분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하는데 혼자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동료 교사들과 함께,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할 생각을 하면 된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면 된다. 우리는 생각이 행동을 바꾸지만, 행동 역시 생각을 바꾼다. 그렇기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교사들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하면 교사 역시 행복해지고, 교사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지면 사회도 행복해진다.

 

엠마 골드만이었던가, '내가 춤추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이.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교육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땅에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교사, 아이들에게서, 학부모에게서, 교육관료에게서, 이 나라 현실에게서 상처를 받고 있지만, 이 상처를 옹이로 만들어야 한다. 옹이가 무늬가 되어 우리 교육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으라고... 자신들의 행복을 찾으라고. 행복에는 정답이 없으니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지 그것부터 생각해 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미를 찾으라고.. 빅터 프랭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으면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다.

 

상처받은 교사들... 그 상처를 감추려 하지 마라. 그 상처는 교육을 아름답게 만드는 무늬가 되는 옹이다. 교사의 상처가 옹이가 되어 교육의 멋진 무늬가 되게 하자.

 

이 책은 이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대표 시 선집 민음의 시 201
김행숙 외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수영은 온몸으로 시를 밀고 나갔다고 한다. 온몸으로 시를 썼다는 얘기는 자신의 삶이 곧 시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 김수영은 시대와 불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온몸으로 밀고 나간다는 얘기는 자신이 처해 있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새로운 것이든, 더 발전적인 것이든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은 시를 쓴 시인, 그가 바로 김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를 기려서 제정한 상이 김수영문 학상이다. 지금까지 32회까지 수상작이 나왔다. 이들은 각자가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특성을 이번 김수영 문학상 수상시집을 보면 그 특성을 알 수 있다.

 

1회 정희성의 시로부터 32회 손미의 시까지 참으로 다양한 시들이 있는데, 이런 다양성이 김수영의 시를 더 풍부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목을 김수영의 시론에서 나온 '시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따오고 있는데, 이렇게 시는 온몸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시대에 따라서 온몸을 울리는 시들이 어떤 시들인지, 70-80년대에는 시대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시대에 맞서는 시들이 우리들의 온몸을 울렸다면, 형식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는 90년대 이후에는 이제 시의 독특한 모습을 실험하는 시들이 온몸을 울리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은 내용을 담보할 수밖에 없으므로, 시의 형식적 실험은 내용의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각 수상시집에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 두 편씩을 실었다. 도대체 어떤 시들이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시집을 보면 될 것이다. 알토란 같은 시들을 잘 모아놓았으니 말이다.

 

다만, 책이 조금 두터워지더라도 각 회 수상작들 뒤에 수상작 선정 이유가 있을텐데, 그 선정 이유를 함께 실어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 빈센트 스탠리 지음, 박찬웅 외 옮김 / 틔움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을 최근에 들었다. 책임있는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고 하는. 그래서 그들은 환경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연환경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제대로 맺으려는 기업이라는 말을 들어서 흥미를 가졌던 기업이다.

 

최근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나왔는데, 볼까 하다 너무도 슬퍼서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영화는 기업의 책임이 도대체 이렇게 방기될 수도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일하는 사람의 몸에 그토록 해로운 제품인데, 어떻게 괜찮은 제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영화. 영화를 보지 않고도 내용을 대충 짐작하게 된 건, "삼성반도체와 백혈병"이라는 책을 보아서 일텐데...

 

만약 파타고니아 기업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 있었다. 그들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데 판매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 기업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는 포름알데히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작업 공정을 바꾸게 된다. 이 약품을 쓰지 않고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 낸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옷을 만들 때도 유기농 면만을 사용하려고 한다고 한다. 자신의 기업이 살기 위해서 토양을 오염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데... 자연을 훼손 안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 기업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인식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들 역시 기업을 운영하기에 이윤을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 이윤을 남기되 그것이 노동자와 사회와 자연에 가장 적은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운영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최소한 기업이 지녀야 할 책임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뒷부분 한국의 독자에게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사명 선언문은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고, 제품 생산으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으며,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아 널리 알리고 실천한다."이다.

 

이 선언문에는 노동자에 대한 것이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이들은 노동자가 곧 소비자가 되고, 지역하회 주민이 되며,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자신의 노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지낼 수 있도록 기업의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건강한 노동자로 살 수 있도록 기업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에서 점차 확장이 되면 이 지구의 건강까지 나아가게 된다.

 

즉, 자신들이 고용한 사람들이 의미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업, 그런 기업이 결국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 기업도 이윤이 너무도 안 날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을 해고한 적이 있었다고도 하니, 정말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기업이라면 나름 책임있는 기업이라고 할텐데... 왜 자꾸 우리나라 기업들과 비교가 되는지.

 

이들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단지 자기들이 이렇게 잘해왔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앞으로 기업을 운영하기를 바라는 청년들에게 어떤 기업이 책임있는 기업인지, 좋은 기업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책 정도는 읽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이윤을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 하는 책 말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착한 소비, 공정 무역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착한 소비란 자신의 소비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비용이 들어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소비일테고, 공정 무역도 마찬가지일테다.

 

즉,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품에는 그것이 쓰임이 다했을 때 어떻게 처리되느냐 하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들이 그런 소비를 하기 시작하면 기업들도 함부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생산자이기도 하고, 또 폭넓은 정보력과 빨리 공유할 수 있는 통신망이 있으므로 비윤리적인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비윤리적인 기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는 것. 당장은 책임있는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멀게 보면 이런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것.

 

그래서 미국이 경제위기로 휘청거릴 때도 사회적 책임을 다했던 기업들은 높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자,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지구의 한 부분을 파괴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그런 노력을 하는 기업이 바로 책임을 지는 기업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기업이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단지 유행이나 편리를 따지는 기업보다는 말이다.

 

기업은 책임을 지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기업이 책임 있는 기업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로서의 우리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책임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하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너무도 유용한 책이다. 적어도 우리가 깨어 있다면 책임 있는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날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바라기 카 짱 - 모리타 선생님과 2주간 특별수업
니시카와 츠카사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스승을 찾아서 헤매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을까 싶은데, 우연히 자신에게 다가온 스승을 알아보고 함께 한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일 것이다.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어린 시절 경험담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거의 자폐 수준의 아이가 지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작품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작가의 경험을 사실 그대로 쓴 수필이라고 하기보다는 작가의 경험에 자신의 창조력이 더 가미된 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츠카사, 일명 카 짱은 자신이 궁금한 사항이 일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특수반 또는 개별반이라고 하는 해바라기반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그는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그가 한 번도 자기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답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한 아이 취급만 당하니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자신을 비하하는데까지 나아가게 된다.

 

자신을 자신이 규정하게 되는 것, 자신이 지닌 잠재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속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잠재능력을 살피지 않고 겉모습만으로 많이 부족한 아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그가 전학을 가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 모리타 선생님. 그는 카 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것을 자극한다.

 

잠재력을 자극받은 카 짱은 자신의 능력을 서서히 발휘하게 되고, 2년이 지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그 학교에서 최우수의 성적으로 졸업하게 된다.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게 될 때 형식적인 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사를 하면서 모리타 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카 짱. 졸업장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이 눈물은 이제 어린 시절의 카 짱을 결별하고 새로운 카 짱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는 기쁨의 눈물이다.

 

이런 내용... 처음 부분을 읽을 때는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녔는데... 중반을 넘서서면서, 특히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는 장면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가끔은 이제 무딜대로 무디어진 내 감성을 자극해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훈훈한 선생과 제자간의 관계라니... 얼마만인가? 이렇게 따스한 사제관계를 그린 소설을 읽은 것이.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하는 편이 좋겠지만, 소설이든 실화든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읽으면서 "창가의 토토"를 떠올리게 했으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소설도 떠올리게 했다. 조금 나이가 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가 연상되기도 한 소설이었는데...

 

무엇이 교사를 스승으로 만드는가? 또는 무엇이 학생을 제자로 만드는가 하는데 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승은 제자의 숨어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제자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가 품고 있는 가능성을 알아채고, 그 가능성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스승이 된다.

 

그런 스승을 만났을 때, 그렇게 스승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을 때 학생은 비로소 제자가 된다. 스승과 제자. 이렇게 만나는 관계에서는 불꽃이 인다. 이 불꽃... 인생 전반을 통하여 내내 유지된다. 삶의 불꽃이 되고,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빛이 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는 불이 된다.

 

기다려줄 줄 아는 교사. 잘하는 아이가 앞서가게 하는 것보다 뒤처지는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교사, 그런 교사가 이 소설에 나오는 모리타 선생님이다. 그리고 이런 선생님에게 배운 아이들은 남을 누르기보다는 남과 함께 하는 자세를 지니게 된다.

 

카 짱은 늦되었지만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 자신을 바로 보게 된다. 한 번도 자신을 바로 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카 짱이 모리타 선생님을 통해 자신을 바로 보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불꽃을 간직하게 된다. 그 불꽃... 해바라기다. 특수반의 해바라기가 아니라 태양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지상의 태양, 해바라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해바라기 카 짱'이 의미하는 바가 된다. 

 

성장소설.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지만...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소설이다. 어른들은 이런 어린시절을, 호기심에 가득 차 있던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그 엉뚱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어린시절을 잊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이 남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어른도 모두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기 전의 카 짱과 같았을테니 말이다. 그런 카 짱이 어떻게 변모되었는지를 안다면 우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경 없는 마을" 이름이 좋다. 국경이라는 금이 없는 마을이라니. 국경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국경은 참 많은 제약을 가한다. 사람들에게 너니 나니 하는 구별을 하게 하고, 내국인이니 외국인이니 하는 구별을 하게 한다.

 

지구촌 시대니 세계화 시대니 하는 말들을 하면서도 자기네의 국경은 굳건히 지키려고 한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국경이 사람들을 차별하는 대상으로 군림하기도 한다.

 

넌 외국인이야. 우리랑 달라. 너네 나라로 돌아가. 왜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를 힘들게 해. 

 

이런 말들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경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성과 인종, 나라에 따라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이는 국경으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도 안된다는 말이 된다.

 

사람은 그냥 사람일 뿐이고, 노동자는 그냥 노동자일 뿐이다. 마치 자본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흘러다니고 어느 나라에서나 쓰이고 있듯이.

 

그런데 말로는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와 똑같은 노동자다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불안에 떨면서 노동을 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특히 우리나라보다도 더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되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환경에,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지내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을 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별대우에 관한 책이 예전에 나온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마"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우리나라에서 지내고 있는지 이 책들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이 책 "국경 없는 마을"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때로는 일기로, 때로는 편지로, 때로는 이주노동자의 관점으로, 때로는 그곳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노동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 안산의 원곡동이리라. 그리고 이 원곡동을 '국경 없는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기에 그러하리라.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글을 쓴 책인데...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이, 마음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들이 외계에서 온 생명들이 아닌, 바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임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들 역시 피와 살이 있는 우리들이고,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임을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국경이 없어야 한다.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국경으로 사람들을 분리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그냥 다 같은 사람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만나야 한다. 그래서 '국경 없는 마을'은 안산의 원곡동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삶터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점을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사람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임을 다시금 느끼며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마"를 떠올리며 부끄러워지기도 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