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누군가의 손에서

그와 함께 하던 행복한 시절을 뒤로

이제는 다른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거나

버려져야 할 책들을, 퇴색해 가는

골목에 허름한 집이지만

품고 있는

 

한 시절 잘 견뎠다고

아직은 쓸모 있다고

세월의 흐름에 맞서

함께 버텨보자고 그렇게

켜켜히 쌓이는 먼지를

함께 맞아주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뜸해지며

책은 안에서 낡아가고

자신은 밖에서 늙어가는,

그러나 늘 그 자리에 있어

주머니 가벼운 나를 반겨줄

오래된 미래,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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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이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가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인생이 꼭 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그런 여행의 결과를 시로 나타낸 것이 이 시집이다.

 

기행시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이 시집은 우리나라 각처에서 느낀 점을 시로 표현해 내고 있다. 어렵지 않게 누구나 읽을 수 있게.

 

그래서 시적 형상화가 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이렇게 직설적으로 내용을 표현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시가 왜 어려워야 하는가.

 

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오도록 쉬워야 한다. 마음에 꽂히지도 않는 시가 어떻게 읽히겠는가. 읽히지 않는 시가 어떻게 감동을 주겠는가.

 

하여 신경림의 이 기행시집에는 여행을 통해서 느낀 점이 쉬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이 점을 시인은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나의 시도 앞으로 읽는 사람이 편하게 대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 오늘의 우리 시가 너무 크고 높은 것만 좇고 있는 것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자잘한 삶의 결, 삶의 얼룩은 다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 시의 값은 오히려 본질적으로 작고 하찮은 것, 못나고 힘없는 것,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돌보고 감싸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낮고 외로운 자리에 함께 서고, 나아가서 그것들 속의 하나가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또 그것이 시의 참길이 아닐까. 그렇다면 시는 잘나고 우쭐대고 설치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못나고 겸허하고 착한 사람들의 몫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후기에서 116-117쪽)

 

시가 시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고 즐기는 문학이라는 점.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렇다.

 

시인은 늘 여행하는 사람이다. 시인은 항상 길 위에 있다. 길 위에서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세상을 잘 살자고, 아름답게 살자고... 함께 살자고.

 

각박한 시대. 시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미 유명해진 시도 있지만-교과서에 실린 시, 나무1, 동해바다- 지금, 내 마음에 다가온 시는 '산수도 사람 때 묻어'이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 자체로만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과 함께 존재하기에 아름답다는 점. 우리 역시 자연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시

 

  산수도 사람 때 묻어

 

산은 켜로 쌓여

하늘과 닿은 곳 안 보이고

물은 맑은데도 깊이 알 길 없어

이곳이 사람 안 사는 곳인 줄 알았더니

무논에서는 개구리 울고

등 너머에서는 멀리 낮닭

홰치는 소리 들린다

알겠구나, 산수도

사람의 때 묻어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이치를

땀과 눈물로 얼룩진 얘기 있어

깊고 그윽해지는 까닭을

 

신경림, 길, 창작과비평사, 1996년 9쇄.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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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잔혹史 -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고자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김성환.이승준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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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니다. "잔혹사"라는 말이 붙기에는. 소소한 사고는 있었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러한 잔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 주사와 같은 책이다. 예방 주사는 미리 놓는 것.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대비하는 것이니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대비를 한다면 '잔혹사'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잔혹사'라는 이름이 붙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자력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바로 그것이 시민의 책무일텐데... 원자력에 관한 정보는 매우 통제가 잘 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은 극히 제한된 정보만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책들이 나와서 사람들로 하여금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가 이것이고, 특히 과학자들이 쓴 책이 아니라 기자들이 원자력 발전에 관한 취재를 하고 그 결과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는 점에서 더 반가운 책이다.

 

특히 월성 1호기 재가동이 결정된 시점에서 앞으로 계속되어질 수명이 끝난 원전의 재가동 여부가 문제가 될텐데, 그런 재가동 결정에 일반 시민들이 전혀 관여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소수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이 책이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총 5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들이 모두 읽을 만하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원전 안전 신화의 붕괴, 한수원을 부검하라, 원전의 경계인들, 욕망의 경제학, 2035년 원전의 미래

 

안전하다고 여겼던 원전이 안전하지 않음이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세 차례의 대형 사고를 통해서 밝혀졌으며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비리사건부터 부품 위조 사건 등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사건이 있음을 1부에서 보여주고 있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에 아주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으로도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복마전처럼 온갖 비리가 얽혀 있으니... 잘못하면 '잔혹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 2부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해서 섦여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 기관이 '원전 마피아'란 말을 들을 정도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 이런 폐쇄성에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음을.

 

이렇게 원전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데 이를 4부에서 다루고 있다. 엄청난 이권이 개입되고 있고, 그러면서도 숨어 있는 원전의 비용을 감추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 법.

 

그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다룬 것이 3부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원전이 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에 자리잡은 밀양과 같은 마을 사람 사람들에 대해서.

 

이 장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살기 위해서 들어간 일자리에서 도리어 죽음에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원전이 완전 폐기될 때까지는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5부는 2035년 원전의 미래다.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많은 나라들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고, 삼척 같은 도시에서는 주민투표로 원전 건설 반대를 결정했음에도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전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으니...

 

여기에 중국에서는 더 많은 원전을 짓겠다고 하고 있어 원전이 우리나라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 함께 공조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적어도 원전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면 다른 발전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생활이 바뀌어야 한다.

 

차들이 많이 밀린다고 도로를 넓히는 정책에서 이제는 반대로 도로를 좁히는 정책으로 나아가듯이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 생각해보고 우리가 지닌 생활방식을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면서 원전을 폐쇄하는 운동을 해나가야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는 것이 힘'이고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우리는 원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반대는 단지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도 이대로 지속하면 안된다는 운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몇년 뒤면 또다시 원전 재가동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때 원전에 대해서 알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우리 시민들에게 원전에 관한 기초를 잘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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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이 시작되고 있다. 햇살도 따스하고, 세상에 연두빛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란 산수유도 꽃망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남도에는 매화꽃과 동백꽃이 자신들의 자태를 자랑하리라.

 

계절은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는데, 아직도 우리네 생활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봄이 올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봄이 더한 비극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삶을 치열하게 살수록 봄이 다가와야 하는데, 삶이 치열할수록 이상하게 겨울이 더 길어지고 있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희덕의 시집을 읽다. 예전에 읽었던 시집을 다시 펼쳐든 이유는 무언가 위로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봄에... 계절의 봄과 사람의 봄이 함께 가지 못함에 대한 위로라고나 할까.

 

시집을 읽다가 삶에 대한 시를 발견했다. 삶이 거스름돈이다. 삶이 여분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무언가에 자신의 존재를 지불하고 남아 돌아오는 게 삶이라는 얘기다. 즉, 행위가 없으면 삶도 없다.

 

거스름돈을 받지 못하는 삶. 그 삶은 어쩌면 처음부터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삶에서 지불할 때 거스름돈을 받지 않기 위해 딱 맞게 지불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삶에서 항상 더 많이 지불한다. 무언가가 돌아올 수 있게.

 

그러므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무언가를 할 때 거스름돈이 더 많아지게 하려면 누군가에게 등불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내 그림자가 다른 사람의 그늘이 될 수 있어야 하고, 내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움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내 삶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산속에서'라는 시처럼.

 

그래, 그래서 나희덕의 시를 읽으며 내가 지불해야 하는 삶의 돈이 무엇인지, 그래서 나는 얼마의 거스름돈을 받을 것인지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다.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삶은 왜

내가 던진 돌멩이가 아니라

그것이 일으킨 물무늬로서 오는 것이며

한줄기 빛이 아니라

그 그림자로서 오는 것일까

 

왜 거스름돈으로 주어지는 것일까

 

거슬러 받은 오늘 하루,

몇개의 동전이 주머니에서 쩔렁거린다

종소리처럼 아프게 나를 깨우며

 

삶을 받은 것은

무언가 지불했기 때문이다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1996년 5쇄.  81쪽

 

 

산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1996년 5쇄.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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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지음, 심영길 외 옮김 / 생각정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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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발적 복종"

 

자신이 노예처럼 굴종적인 삶을 산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사는 삶. 복종이 마치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양 생각하면서 사는 삶. 새장 안에서 태어나 한 번도 새장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새가 새장 문을 열어도 새장 안에서만 지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삶.

 

이것이 바로 자발적 복종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 복종은 주로 독재정치에서 나타나는데, 바로 독재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발적 복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자발적 복종'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있다. 자신이 노예처럼 살아가면서도 주인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자연스레 그냥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왜 그럴까? 이 책의 저자 보에시도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요인으로 교육이 있다. 그래서 독재자는 교육 분야를 장악하려 하고, 교육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통제하려 든다.

 

여기에 또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노력을 한다. 한 때 3S정책이라고 해서 섹스, 스크린, 스포츠가 우리 국민의 의식을 마비시킨다고,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독재를 무마하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폈다고 했다.

 

이런 분석이 보에시의 책을 읽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현실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것인지 모르나 국민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정책을 따르게 하는 데는 이만한 정책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유인은 이런 정책의 이면에 숨겨있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재자의 정책이 이루어내는 결과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현상에만 급급하지 않고, 자신의 물질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역사적 안목을 지니고 현실을 미래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독재는 독재자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의 자발적 복종에서 나온다는 말,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것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이 책, 참 오래된 책인데.. 지금 너무도 시의적절하다. 작은 소책자지만 내용은 방대한 분량의 저작 못지 않게 좋다. 역시 위대한 고전은 분량과 상관없이 시대를 관통한다.

 

아래는 참고할 만한 구절들이다.

36-37. 독재자의 권력이란 그 권력에 종속된 다른 모든 이들이 그에게 건네준 힘일 뿐이다. 다른 모든 이들이 독재자를 참고 견디는 한, 그의 권력이 부리는 횡포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저항하지 않더라도, 독재자는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떤 해악도 끼칠 수 없다.

44. 민중이 독재자에 대한 굴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독재자는 스스로 무너진다. 그에게서 무엇을 빼앗을 필요도 없다. 단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된다.

63. 독재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민중의 선출로 권력을 부여받아 나라를 다스리는 자, 무력으로 나라를 차지해 통치하는 자, 권력을 상속받아 군림하는 자.

65. 통치권력에 도달하는 방법은 달라도 통치하는 방식은 항상 거의 동일하다. 선거로 권력을 쥔 지배자들은 민중을 마치 사나운 황소를 길들이듯 취급한다. 정복자들은 백성을 노획물로 여기며, 권력을 세습받은 자들은 백성을 그들의 당연한 노예로 간주한다.

66.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를 노예로 종속되도록 방치한다면, 거기에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완전히 겁에 질리거나 철저히 실망하거나.

70. 관습은 우리가 굴종을 거부감 없이 삼키게 함으로써 더 이상 굴종의 독으로부터 쓴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87-88.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첫 번째 이유는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추가된다. 독재하에서 사람들은 쉽사리 비겁해지고 나약해진다.

99. 통치자들은 대형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 언제나 공공의 복지와 안녕을 위하는 일이라며 멋진 연설과 과장된 태도로 불행의 수렁으로 빠질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달콤하게 달랜다.

109-110. 언제나 대여섯 명이 독재자의 권력을 떠받들고 그것을 유지한 바로 이 대여섯 명의 신하가 온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나 왕의 귀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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