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을 가려는 그대, 꽃신은 신었는가 창작과 소통 총서 3
전국대학문예창작학회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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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소통 총서"3권이다.

 

이 책을 편찬한 사람들이 '전국대학문예창작학회'니까, 아마도 창작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을 독자로 설정하고 책을 펴냈으리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꼭 대학생들만 읽으라는 법은 없다. 책은 특정 독자를 겨냥하여 낼 때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독자층에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청소년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른들 역시 많이 읽었고, 또 그림책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역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도 창작을 하고자 하는 대학생들만 읽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창작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는 재미가 있다.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어떻게 작품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작에 얽힌 작가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어서 좋고.

 

좋은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수 있어서 좋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자신도 글쓰기를 해볼 수도 있고.

 

문학의 길을 꽃신에 비유했는데, 아름답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기도 한 길이라는 뜻일테다. 문학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는 작가가 된 이들이 토로하는 경험담에서 잘 느낄 수 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사실 작가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하니, 창작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길은 매력있는 길이다. 도전해 봄직한 길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신의 자리에까지 올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신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자신만의 인물을 창조한다. 그리고 그 세계와 그 인물과 함께 영원히 살아남는다. 영생불사의 존재가 된다.

 

그러니 한 번 해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 길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창작론에 관한 책을 모두 불태워버리라고 하는 글부터, 이렇게 준비하라는 글까지 다양한 글이 섞여 있다.

 

더하여 작품 분석까지 한 글이 실려 있어 창작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 관점들을 접하고 나는 어떻게 하겠다고 정하는 것은 읽은 사람의 몫이다.

 

이 책은 딱 거기까지다. 무언가를 쓰려고 하는 사람이 쓰기 전까지... 쓰면서부터는 이 책은 뒤로 사라져야 한다. 그 점을 이 책에서는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이 점점 멀어지는 시대. 그럼에도 문학은 존재해야 하는 시대. 꼭 창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문학을 접하려는 사람, '꽃신은 신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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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에 전망이 없다고 여겨졌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고 나온 교육잡지가 바로 "민들레"였다.

 

공교육이 무너져가고 있을 때, 학교 붕괴, 교실 붕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집단괴롭힘 및 왕따로 과연 이게 교육일까 할 때, 이런 방법으로 교육을 해보자고 한 잡지가 "민들레"였는데...

 

벌써 100호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교육에 관해서 10년 넘게 이야기를 해왔으면 이제는 할 이야기를 거의 다 했을 법도 한데, "민들레"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은 교육은 그때그때 또 새롭게 다가오는 화수분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는 "농사"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고, 음식이 자신의 입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과 힘들 과정을 거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현실에서 농사는 케케묵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은 늘 오래 된 것에서 시작하고,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발견한다.

 

"농사" 역시 마찬가지다. 농사는 우리가 없앨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생존할 수가 없다. 살아갈 필수요소가 바로 농사다.

 

공기와 같이 필수적임에도 공기와 같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농사고, 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에서 늘 뒤로 밀리는 것이 농업정책이다.

 

하다못해 핸드폰을 팔아서 쌀을 사오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농업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 이나라 정치권력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진다. 이런 것은 가르칠 필요도 없다. 학생들 스스로 본능적으로 사회에서 무엇을 존중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농사는 힘들뿐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자기 생명을 유지시켜주는데 상관없다고... 이러니 음식물 쓰레기가 사회문제가 되곤 하지.

 

그 귀한 음식을 남겨도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는 사회, 오히려 수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풍요의 상징이 된 사회는 그다지 좋은 사회는 아니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이 그 음식을 구해보는 일이다. 씨앗부터 땅고르기, 돌보기, 수확하기, 요리하기, 먹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해보면 음식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음식은 다른 또 하나의 생명임을, 그 생명을 내가 먹고 있음을 알게 되기에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또 음식이 자신의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그 긴 과정을 통해 조급함을 버리고 기다림을 익힐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레 교육이 된다. 무어라고 교과과정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점을 이번 "민들레"에서 강조하고 있다.

 

적어도 농사를 통해서 생명의 존귀함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단, 강요는 안된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점을 이번 호 대안학교에서 농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글(조영서, 농사 예찬?)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래저래 생각할 것이 많은 이번 민들레 98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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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4-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도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ㅜㅜ

kinye91 2015-04-1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달에 나오는 격월간지인데, 교육 분야뿐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 많은 책이에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나온 지가 벌써 15년도 넘었네요.
 
문예창작의 길과 주변 풍경 창작과 소통 총서 1
전국대학문예창작학회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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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또 독서량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중에서도 문학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독서를 하더라도 자기계발서와 같은 실용서들이 잘 팔리고 있으니, 문학이 우리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문학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한 원인을 우리들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꼭 독서를 종이책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요즘은 e-북이라고 하여 전자책이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종이책을 넘기며 느끼는 감촉을 잃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이런 감촉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을 읽으며 마음으로 느꼈던 감동을 잃게 된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문학을 멀어지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삶이 문학보다 더 극적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장장 12년에 걸친 학교 교육을 통하여 문학에서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 더 결정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도대체 학교에서 문학을 왜 가르치는가?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문학을 통해 내면의 성장을 촉진하고, 간접경험을 통해 삶의 경험을 미리 맛보게 한다고? 이건 다 좋은 말에 불과하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라. 왜 문학을 배우냐고?

 

시험보기 위해서, 좋은 성적 얻기 위해서, 더 궁극적으로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단지 재미있어서, 좋아서 읽는다는 학생은 소수이고, 이들이 문학을 접하고 있으면 주변의 어른들이 하는 말, 그 시간에 공부해라.

 

이런 시절을 통과한 학생들이 어떻게 문학과 가까워지겠는가. 답답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 나왔다. 많이들 문학에서 멀어졌지만, 그럼에도 문학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마치 문학은 집 나간 탕자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이라는듯이, "문예창작의 길과 주변 풍경"이라고 하여 문예창작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또 문학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아직 이런 책이 나온다는 얘기는 문학은 그래도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문학은 우리 삶에서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하긴 문학이 사라진 듯 보여도 아직도 대학에서는 문예창작과가 살아남아 있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기도 하고, 도대체 문학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그냥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문학 작품을 읽는 것만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시인,소설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창작법을 이야기해주고, 자신들의 문학관을 이야기해주고, 또 최근 문학판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려주고 있기에...

 

문학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든지 우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 책. 그래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한 문학은 그 삶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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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이런 말을 해야 하나. 너무도 큰일이 일어났으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진실은 저 멀리 사라지고, 언제 진실이 다가올지도 모르는, 그런 나날들.

 

서럽다.

 

진실이 묻혀 있는데, 돈을 따지기만 하는, 사람의 생명이 어찌 돈으로 환산될 수 있으며, 진실이 돈으로 계산될 수 있겠는가.

 

아직도 컴컴한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진실을 건져올려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하고자 하지 않고,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족쇄를 채우고 있는 현실.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읽다.

 

그 시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다시 서러움에 물들다. 바다는 이제 기쁨이 아니라, 희망이 아니라, 도전이 아니라 슬픔이고 서러움이다.

 

아직까지는. 언젠가 바다는 다시 희망이요 기쁨이고 또 도전이 되리라. 그렇게 되어야 하리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묻혀 있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날, 밀물처럼 다가왔던 서러움이, 나와 함께 했던 서러움이 사라지리라. 사라지게 되리라.

 

이 시집에 있는 '바다'라는 시... 어쩌면 지금 바다를 보며, 파도를 보며, 그것들이 모두 서러움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4월의 바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4월의 바다는 나에게는 서러움의 바다, 슬픔의 바라로만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다시 바다가 희망과 도전의 바다가 될 수 있기를...

 

     바다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이성복,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2003년 재판 12쇄.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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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 이용하시면 시는 박스칸으로 들어가 집니다.^^

kinye91 2015-04-1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밑줄긋기를 이용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 세월호 추모시집
고은 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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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이 기막힌 말, 살고 싶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움직이지 않아야 산다는 역설.

 

그러나 역설은 문학에서나 통하는 일.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무릇 모든 생명은 움직여야 사는 법. 심장이 멈추면 죽고, 생각이 멈추면 죽음과 같고, 피가 멈추면 죽고, 우리의 움직임이 멈추면 우리는 죽는다.

 

생명은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어떤 쪽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산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래야 산다고. 현실과 상상이 넘나드는 세계였다. 세월호는.

 

남들은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저들은 움직이는 역설. 너는 멈추고, 나는 활동한다. 고로 나는 산다. 이것이다.

 

남을 멈추게 하고 나만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으라. 억울함, 진상규명, 우리가 해준다. 그러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으라.

 

정치, 경제, 우리가 한다. 우리가 알아서 한다. 너희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 너희들이 움직이면 나라가 위험하다. 나라가 멈춘다. 하니, 가만히 있으라.

 

만물이 생동하는 봄, 그 무엇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 봄에, 가만히 있으란다. 모든 것을 남들의 손에 맡기란다. 남들의 말에만 따르란다.

 

뽀록뽀록 새순이 돋고, 꽃들이 피고, 바람이 생명의 움직임을 자극하는데, 하늘의 비도 이제는 움직이라고, 겨우내 멈춰있던 생명들을 재촉하는데, 유독 그 배 위에서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아니 유독 그 배만이 아니다. 세월호라는 우리나라도 역시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것은 너희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오로지 우리들만이 할 수 있다고, 우리가 해주겠다고. 우리 말만 들으면 너희들은 살 수 있다고.

 

무슨 상상의 세계인가? 문학인가? 이런 허구가 난무하다니. 학창시절에 시를 너무도 잘 배워, 오로지 시에 관한 문제에서는 틀리지 않기 위해 모순어법, 역설법을 달달 외웠던 것이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가만 있으라고, 그래야 산다고...

 

현실은 그렇지 않았는데... 모두를 수장시켜 버리고 자신들은 살아나온, 자신들만 가만 있지 않았던, 그런 사람들...

 

세월호 1주기.

 

가만히 있으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라고, 우리나라라는 세월호 역시 우리를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점을 알려준, 꽃같은 생명들의 희생으로 움직여야만 산다는 것을 보여준, 그런 사건.

 

그렇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들이 아무리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우리는 "절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그 길을 세월호가 생명들을 통해 알려주었다. 절대로 가만히 있지 말라고.

 

세월호 추모시집인 이 시집을 읽으며 착잡했다. 마음이 아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내 생명을, 내 삶을 다른 사람의 말에 맡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고, 우리나라가 세월호가 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이 시집에 나온 한 편의 시. 제발 우리가 제대로 이름을 부를 수 있기를.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하게 되기를. 공자의 말대로 제대로 이름을 붙이게 되기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4월 16일 이후

                                            - 박찬세

 

 

선원을 선원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선장을 선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사장을 사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해경을 해경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장관을 장관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총리를 총리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배를 배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파도를 파도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희들을

 

꽃 같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고은 외 68인,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실천문학사, 2014년 1판 2쇄. 7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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