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만이라도

 

   네덜란드의 한 소년은 둑에 물이 새자 나 하나만이라도 하고 손으로 구멍을 막았다는데, 세상, 작은 구멍에 나 하나쯤이야와 나 하나만으로도는 커다란 차이가 나는데, 땅이 잠길 위기를 구한 소년은 세계의 귀감이 되어 이곳 저곳에서 배우자고, 본받자고 이야기가 되어 퍼지는데, 아직도, 아니, 단 한 번도 나 하나만이라도라고 생각해보지도 않고 왜 그래야 하는지 고민도 해보지 못한 생각없음의 전형들은 나 하나쯤이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아니 모두를 그 고귀한 생명을 갉아먹음도 알지 못하고 그냥, 뭐, 나 하난데,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고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주체성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음을, 어두운 길, 질퍽한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 나 하나만이라도라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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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원한 빗줄기가 내렸다.

 

중부지방은 장마라고 하여도 마른 장마라서, 거의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각했는데... 가뭄과 더불어 무더위도 본격적으로 시작돼,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리기도 했었는데...

 

어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위와 가뭄을 모두 잡아주는 고마운 비라고나 할까.

 

빗소리를 들으면 부침개가 생각이 나고, 더불어 막걸리도 한 잔 생각하는데... 비와 음식이 절묘하게 연결이 되는데...

 

집에서 책장을 훑어보다가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을 발견했다. 제목이 "냠냠"이다. 먹을 때 내는 맛있는 소리.

 

이 소리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돈다. 먹을 때는 자고로 이렇게 맛나게 먹어야 한다. 그냥 동시집이겠거니 했는데... 모두 음식에 관한 동시다.

 

책장을 넘기니 재미있는 시가 많다. 비와 관련해서...'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

 

빗줄기로 국수 만드는 법

 

좍좍 퍼붓는 굵은 장대비로는 칼국수를 만들자

 

가랑가랑 내리는 가는 가랑비로는 소면을 만들자

 

오고 또 오는 질긴 장맛비로는 쫄면을 만들자

 

안도현, 냠냠, 비룡소. 2010년. 81쪽.

 

음식과 빗줄기가 이렇게 연결이 된다. 좋다.

 

요즘은 방송에서 음식만들기 방송을 많이 한다. 각 방송사마다 적어도 한 편씩은 음식 방송을 하는 듯하다.

 

냉장고에 쌓여 있는 음식으로 요리를 하는 방송, 도시의 편리를 떠나 재료를 구하기 힘든, 또는 재료를 손수 구해야 하는 시골에서 요리하면서 지내는 방송, 음식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남자들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가르치는 방송 등등...

 

요리 방송의 백가쟁명시대라고 할만큼 많은 방송들이 나오고, 사람들이 또 잘 보고, 여기에 나온 요리사들은(요즘은 요리사라는 말보다는 '셰프'라는 말을 더 잘 쓰는데... 친숙한 말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더 쳐주는 이런 언어 사용법... 글쎄...) 스타가 되고, 그들의 요리법(레시피)은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게 된다.

 

잘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어른이 되어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음식을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이런 요리 방송을 통해서 그런 일은 많이 줄게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식에 관한 교육은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음식을 적당히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살고 자연도 산다. 그래서 안도현의 이 시집은 이런 요리 열풍과 더불어 읽을 만하다.

 

밥 한 숟가락

 

한 숟가락도

남기지 마라

한 숟가락 남기면

밥이 울지

밥 안 숟가락도

못 먹어 배고픈

아이들이 울지

 

안도현, 냠냠, 비룡소. 2010년. 56쪽.

 

아이들의 마음에 콕 들어와 박힐 시 아닌가. 예전에는 이렇게 밥상교육을 했다. 그래서 음식을 남긴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많은 음식이 넘쳐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문제 아닌가. 이들을 재활용해서 비료로 쓴다고 했는데, 그도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니... 밥상 교육, 정말 중요하다.

 

이런 도덕적인 내용 말고도 그냥 재미있는 시도 있다. 아니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은 어떤 교훈을 강조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이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서, 마음 속에 담아두게 하고 있다. 그 중에 짧지만...언어 표현이 재미있는 시.

 

국수가 라면에게

 

너,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했니?

 

안도현, 냠냠, 비룡소. 2010년.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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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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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낯설다. 낯섬, 이것이 바로 창조다.

 

있는 것을 비틀어 보기, 또는 다르게 보기, 낯설게 보기. 그럴 때 다른 것이 나온다. 창조는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있는 것에서 또 다른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창조다. 그런 창조는 바로 편집이다. 하여 에디톨로지라는 말은, 편집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제목은 바로 편집은 창조라고 하는 것이다.

 

편집은 이미 있는 것들을 어떤 관계 속에 배치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자리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

 

새로운 자리에서 낯섬을 유발한다면 그것이 곧 창조에 다가가는 길이 된다.

 

이런 얘기를 3부에 걸쳐 다양하게 하고 있다. 창조에 관한 책치고 재미있는 책 별로 없었는데, 정말로 지루한 이론만 난무하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은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재미있다.

 

글이 잘 읽힌다. 자기 자랑도 많고, 또 자기만의 주장도 많고, 그렇지만 그것은 순 자기주장일 뿐이라고 또 말하고, 간혹 책의 빈 공간에 자신만의 생각을, 마치 독백을 들려주듯이 보여주기도 해서 읽는 동안에도 편집의 창조성을 느낄 수 있다.

 

책 자체도, 그의 삶도 창조다. 그렇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놓을 줄 안다.

 

그게 바로 편집이다. 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듯이, 창조는 곧 편집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 편집이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관계맺기' 또는 '관계맺어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관계맺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편집이고, 제대로 관계가 맺어진다면 그것은 남들에게 창조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저자 자신은 문화심리학을 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그 이야기들이 편집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관계맺기를 하고 있어서 읽기에 좋다.

 

창조경제, 창의교육 등 창조에 관한 말들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이 책에서는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 

 

아이들을 창조적인 사람으로 키우려면? 학교에 보내지 말라. 단 하나다. 학교에 가는 순간, 창조성은 죽는다.

 

이유는 학교는 도무지 새로운 관계맺기를 하게 하지 않으니까. 학교는 오로지 있는 것을 있는 상태로 보게만 하니까. 있는 것들을 재배치하는 연습을 시켜주지 않고, 그렇게 재배치하는 학생들을 낙오시키거나 눌러버리니까.

 

그렇다고 의무교육 9년인 이 나라에서 학교를 안 보낼 수 있나? 그렇다면 학교를 재배치해 보자. 학교에 대한 인식을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내용으로 관계 맺기를 해보잔 말이다. 그러면 학교에서도 충분히 창조성을 살릴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지금 안 된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연결하는 일, 즉 관계맺어주기... 그런 생각,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바로 편집이다.

 

그리고 이 편집은 바로 창조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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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간이 났다.

 

프리다 칼로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미술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쁨.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

 

나같은 어른은 13,000원이다. 그리 비싸지 않다. 어떤 작품들이 왔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서 보기로 한다.

 

5전시관까지 5개로 구성되어 있는 프리다 칼로 전시회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 외에도 그와 평생을 동반자로, 동지로, 원수로 지낸 멕시코 최고의 벽화화가로 불리는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도 있고, 또 멕시코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 프리다 칼로를 찍은 사진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니, 미술관련 책에서 보던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모두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나름 볼 만한 전시였다.

 

이 중에 내 눈을 오랫동안 머루르게 한 작품은 이 둘. 자신의 남편인 디에고에게서 한 치도, 한 시도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그리고 있는 작품.

 

이 정도 되면 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도 예민한 화가였던 그녀였기에, 이런 상태로 디에고와 지낼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오싹한 마음이 든다. 마치 스토커를 보는 듯하다.

 

이 그림보다는 좀더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그림. 마치 신화를 보는 듯한 그림.

계속 중첨된 안김, 껴안음. 우리는 이렇게 내가 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안겨 있음을, 그런 누군가도 자연에, 신에게 안겨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서로 안고 안기면서 살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세상을 한 쪽으로만 보면 안되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림이었는데... 더 큰 존재일수록 눈에 잘 띠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우리는 가끔 그런 큰 존재를 잊고, 눈에 잘 보이는 자신과 비슷한 존재에만 집중하지는 않나 하는 생각.

 

프리다 칼로. 그의 비극적 생이나, 그림의 유파 등을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멕시코의 화가로 평소에 우리가 접하기 힘든 그의 그림을 직접 본다는 행위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는 전시회니 말이다.

 

모처럼 즐거운 그림 감상이었다. 한 가지 더... 정말 우리나라 문화민족이다. 사람들이 그리 많을 줄 몰랐다. 한 줄로 서서 그 자리에만 서 있기엔 조금 미안한 그런 관람객 수였으니... 그래도 밀려가지는 않아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오래 오래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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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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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 되었다면 오래 된 책이다.

 

이미 5년전에 나온 책이니.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효한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의 내용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과연 그 비중만큼 책임을 다학 있나 하면, 흔쾌히 동의하기가 힘들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중의 하나가 삼성이 아닐까 하는데,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고, 삼성의 회장인 이건희가 고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때 저지 시위를 했던 학생회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이 우리 학교 출신들이 삼성에 입사하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을 정도의 기업인데...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고발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특별검사가 임명이 되어 수사를 했다. 결과는 무죄.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끝이었다.

 

제보는 있었고, 증거도 있었으나, 처벌은 없었다. 삼성은 그냥 삼성으로 존재했고, 그 삼성의 최고 지배자인 이건희는 여전히 이건희였다.

 

이런 삼성의 모습에서 우리나라를 보게 된다.

 

힘있는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옹호하고, 그의 말을 따르려게 한다. 여기에 돈이 필요하니 비자금을 만들어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게 되고, 이를 폭로한 사람은 조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졌던 일이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닌 기업 구성원들의 것, 또 사회의 것이니 이익은 고루 나누어야 하는데, 특정 개인에게만 이익이 흘러가고, 그것이 마치 그 개인의 능력인양 포장이 된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견딜 수 없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일어나고, 능력보다는 인맥이 중시된다. 마치 정치권에서 친박, 비박, 친노, 비노 하듯이...

 

기업경영이나 사회공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오너의 구미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중심에 포진하게 된다.

 

그런 상태로 기업이 유지되니,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자부하지만... 운영은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홍보하지만, 그들만의 가족이고, 나머지는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검사로 복무하다, 법과는 거리가 먼, 나름대로 표준화된 기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삼성에 입사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서 겪은 일을 폭로한 책이다.

 

단지 삼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지금 삼성을 보면 우리나라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역시 국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전히 우리에겐 삼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많은 참조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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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