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 정치인류학 논고
피에르 클라스트르 지음, 홍성흡 옮김 / 이학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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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사실 아나키즘과 관련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산 책이고. 이 책은 정치인류학 논고라는 작은 제목이 붙어 있듯이,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를 사람들은 흔히 원시사회라고 말한다. 이들은 국가를 형성하지 않았기에, 원시사회라는 말은 진보가 되지 않은, 무언가 부족한 사회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인디언 사회를 원시사회라고 하는 것과 뒤쳐진 사회라고 하는 것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원시사회를 뒤쳐진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직선적 사고 방식에 빠져 있기 때문이고, 이런 직선적 사고방식은 서구의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역사가 이렇듯이 단계적으로 직선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면 1900년대까지 국가 없는 사회가 어떻게 남아 있겠는가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즉 우리는 편의상 원시사회라고 하지만, 이는 인류가 구성한 최초의 또는 바람직한 사회 형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렇게 보면 원시사회라는 말은 곧 아나키 사회라는 말과 통하고, 박홍규가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에서 아나키 사회를 보고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라는 책을 썼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 훨씬 전에 나온 남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의 아나키 민주주의를 알려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쓴 글이 아니라,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글을 모은 책이긴 하지만, 내용은 매 마지막 장인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로 수렴된다.

 

그래서 각 글들은 독립적이지만 서로 연결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아나키적인 생활 아니겠는가. 나는 나대로 살지만 우리로서 살아간다는.

 

인디언 사회에서도 물론 부족이 존재하고, 부족은 부족들끼리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도 추장을 선정한다. 그러나 그 추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추장의 특징을 이 책에서는 세 가지, 아니 하나를 더해 네 가지로 정리해 놓고 있다.

 

1) 추장은 "평화의 중재자"이다. 그는 집단의 조정자로서 그것은 때때로 평화로울 때 와 전쟁할 때의 권력의 분화로 나타난다.

 

2) 추장은 자기의 재화에 대해 집착해서는 안 된다. "피통치자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3) 말을 잘하는 자만이 추장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39쪽)

 

4) 사회-정치적 단위의 형태와 인구 규모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사회가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나, 또한 이들 사회의 대부분이 그것을 추장의 배타적 특권으로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43쪽)

 

이것은 바로 교환이라는 것이다. 추장에게는 자신의 이러한 역할에 따른 교환으로 여자들이 따라오는 것이고, 이 교환에 실패한 추장은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니 그가 권력을 강화해서 자신의 지배권을 돈독하게 한다는 얘기는 성립할 수가 없다고 한다.

 

여기서 말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말하는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다. 또는 권력의 실천은 말하기의 지배를 확실하게 하는 것, 즉 주인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90쪽)

 

라고 하는데, 인디언 사회에서 말하기는 추장의 의무라고 한다. '추장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다.'(193쪽).라고 한다.  추장의 말하기는 '의례화된 행위'(193쪽)에 불과하여 그는 '거의 매일 지도자는 새벽이나 황혼 무렵에 자기 집단에게 말을 걸어야'(193쪽)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기가 하던 일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 말은 사회를 유지 결속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단지 추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말과 엄청나게 다르다. 우리는 조금 높다 싶은 사람이 말을 하면 그 말은 곧 성문화된 법의 위력을 지니고 사회에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인디언 사회에서 이런 말의 권력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이러한 인디언 사회는 '고대적 사회, 각인의 사회는 국가 없는 사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이다. 모든 신체에 똑같이 새겨진 각인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즉 너희들은 권력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고 복종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다.'(232-233쪽)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사회는 지배자가 없는 사회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라는 장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들은 국가를 만들지 않았는가? 그것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잉여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지 않았는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지도자에게 권력을 부여하지 않았는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잘 살 수 있었다고 해야 한다.

 

이제야 겨우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한 나라, 선진국이라고 하는 데는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인디언 사회에서는 정말로 많이 일해야 4시간 노동이었다고 하니...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최적화된 노동만을 했을 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노동을 인디언 사회보다 두 배 이상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두 삶에 허덕대며 노동의 늪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며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이 책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인디언 사회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그 노동의 늪에서, 권력의 늪에서 벗어나라고 우리가 잡고 나올 막대기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 40년 전에...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그 막대기를 필요없다고, 이 곳이 바로 우리가 살 곳이라고, 이 곳 아니면 우리는 살 수가 없다고, 권력을 스스로 인정하고, 불필요한 노동을 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최근에 아나키즘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는 이유도 우리가 더이상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는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지 않겠는가.

 

아나키즘은 우리에게 막대기를 다시 던져주고 있다. 잡고 나오라고.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그것은 바로 우리 의지 문제라고.

 

내용들이 전문적인 것도 있지만... 맨 마지막 장을 읽으면 다 잘 정리가 된다. 아니, 마지막 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 권력과 노동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그래도 '교환과 권력:인디언 추장제의 역할', '활과 바구니', '말하기의 의무', '원시사회에서의 고문',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이렇게 다섯 장은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이 늪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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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만나는 우주!

독일의 인기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별과 우주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들

 

★ 독일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 수상작 ★

 

우주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의 일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구의 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나?

냄비요리 안에는 어떤 우주원리가 담겨 있을까?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너와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천문학 입문서

저 멀리 우주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우리의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구가 생긴 지는 46억년이나 지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도 둘도 아닌 데다,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까지의 거리만도 4,500만 킬로미터나 될 정도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들에 오히려 무감각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우주가 그렇게 먼 세상의 일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에서도 우주를 만날 수 있으며, 소박한 한 끼의 밥상과 이제는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에도 어김없이 우주의 원리는 작동하고 있단다. 그러니 살짝 관심을 가져보라고. 천문학을 만나는 건 작은 관심이면 된다고 설득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지구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져왔다. 최근 국내 개봉되었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흥행만 보아도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우주에 대해 마음 한켠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는 우주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독일어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는, 유명한 과학 블로거이자 팟캐스트 진행자답게 쉽고 재미있게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 아침 불어오는 바람에서 시작해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탐색하며 일상에 숨겨진 우주의 흔적을 찾아낸다.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산책하듯이 걷다보면 누구나 우주가 간직한 아름다움과 그 원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우리가 먹고, 걷고, 머무는 도시에서 우주를 만나다

우주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어디서 우주를 발견할 수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텔레비전의 위성 안테나는 인공위성의 원리와 역할을 알려준다. 특별한 날에 비싸게 주고 산 귀금속에 소행성 충돌의 역사가 남겨져 있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 땅바닥에는 우주에서부터 날아와 먼지가 되어 내려앉은 별의 흔적에 있고, 꽃들을 헤집으며 꿀을 채취하는 벌의 눈동자에는 항성들의 빛이 담겨있다. 이뿐 아니다. 우리가 삼시 세끼 먹고 마시는 음식에는 오래전 태양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숨겨져 있고 낯선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에는 우주에 떠 있는 위성들과의 교류가, 사계절의 순환에는 기울어진 지구와 달의 만유인력이 존재한다. 그렇다. 느끼면 느낄수록 우리의 일상은 참으로 우주적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우주의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일상에서, 도시에서 우주를 만날 수 있게 한다.

 

▼ 왜 우리는 여전히 별을 사랑하는가

우주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시와 노래 그리고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사고라스는 당대를 지배하던 종교적 교리를 벗어나 태양은 신의 행사가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고향에서 추방당했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를 두지 않았다고 해서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최초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그의 스승 티코 브라헤의 지적 유산을 바탕으로 우주의 법칙을 밝히기 위한 ‘전쟁’을 치렀고, 아이작 뉴턴은 공식을 사용해 물체간의 만유인력을 계산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시공간이 갖는 근본적 구조를 밝혀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높고 푸른 밤하늘이 주는 낭만과 철학적 사색은 과학과 만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별 한줌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도 우리는 별을 꿈꾸고,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존재를 진실로 알고자 탐구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우주를 탐구함으로써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었듯이, 앞으로도 우리 또한 팽창하는 우주를 향해 나아갈 몫이 많이 남아있다. 저자는 이 책을 넘어 각자의 책꽂이에서 관련된 책을 찾고 더 깊게 생각하며,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기를 독려한다. 이제 독자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거인의 어깨를 밟고 서서 더 앞으로 나아갈 차례다.

 

책 속으로

지구는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에서 움직이는 행성 중 하나다. 행성이란 항성 주위를 맴도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태양은 항상 중 하나로, 다른 수천억 개의 다른 항성과 함께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리 은하마저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일 뿐이니, 우리 존재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구성 성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일상에서 아주 또렷하게 맞닥뜨리고 있다. -8쪽

 

‘낯선’ 생명체는 말 그대로 낯설다. 그 생명체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면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탐색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원칙상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의 생명체인지를 근본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한, 그 생명체를 찾을 수도,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지금껏 찾아낸 843개의 행성에 우리가 인식 가능한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수십 년 이내로 그 생명체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나뭇잎들이 자신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전 우주로 내보내고 있는 것처럼, 다른 행성의 식물 또한 존재의 신호를 내보낼 테니 말이다. -95쪽

 

한 숟가락에 담긴 음식물 안에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탄소가 들어 있다. 그중 대부분은 평범한 탄소-12고, 그 외 일부가 탄소-13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일지라도, 방사성인 탄소-14가 존재한다. 음식을 섭취하면서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인체에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도 적은 양이니. 방사성은 특정 정도 이상일 경우에만 신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작은 손상 정도는 저절로 치유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아주 미약한 정도일지라도 전 세계 도처에 방사성 원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146쪽

 

지은이와 옮긴이, 감수자

 

지은이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Florian Freistetter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천문학 연구소에서 소행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나의 프리드리히-쉴러 대학 천문물리학 연구소, 하이델베르크 루프레흐트-카를스 대학 천문학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 개설한 우주과학 블로그는 매달 수십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외 여러 권의 천문학 책을 썼으며,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우주의 신비와 천문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우주, 일상을 만나다》로 ‘2014 올해의 과학도서상’을 수상했다.

블로그 : www.scienceblogs.de/astrodicticum-simplex

 

옮긴이 최성웅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어와 독일어 통번역가로 일하며, 학습협동조합 ‘가장자리’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KBS 스페셜>의 프랑스어 영상을 번역한 바 있고, 옮긴 책으로 《단단한 독서》, 《창조적 사진 전략》, 《폴, 행복을 찾아서》, 《돌아온 검은 고양이 네로》 등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랑스어 학습 카페(cafe.naver.com/pasdequoi)를 운영 중이다.

 

감수 김찬현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오사카대학교 이학부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반물질의 최소 단위인 반수소원자 합성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진행중인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 ASACUSA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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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온 인문학 - 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푸른들녘 인문교양 2
서윤영 지음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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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라는 글이 책 표지에 작게 적혀 있다.

 

'집'이라고 했지만 '집'으로 대표되는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지은이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집과 건축의 사회적인 측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7쪽)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건축 역시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떠난 건축은 있을 수가 없고, 사회와 사람을 더 잘 알도록 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라면, 건축은 단순한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집 안과 집 밖

 

집 안은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데,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을 경우 자연스레 이런 공동주택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로마시대와 산업혁명 시기,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기를 들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파트라는 현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한 다음에 왜 우리 한옥이 사라지게 되었을까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역시 시대적인 변화와 한옥의 쇠퇴가 맞물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가 밀집하면서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를 구하기도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건설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여기에 일제시대로 넘어가면서 양옥이 우리 사회에 침입했다는 것. 그런데 양옥은 식민지의 유산일 뿐이라는 것을 영국이나 프랑스가 식민지 시대에 어떤 형식으로 집을 지었는지를 설명하면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집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에 우리가 살아야 할 집에 대해서, 어째서 이렇게 집을 얻기가 힘들어졌는지, 역사시대에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착민의 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거의 유목민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경제라는 얘긴데, 경제에 따라서 이동이 결정되고, 이러한 이동의 양상에 따라서 주거문화가 달라지니, 지금 엄청나게 오른 집값으로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이 때 효과적인 주택정책, 또는 주거정책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다.

 

단지 임대주택을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최근 임대주택과 아닌 주택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보면,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인 집 밖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말고 다른 건축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종교적인 건축물, 왜 절은 동향이고, 성당은 서향이며, 궁궐은 남향인지에 대해서 종교적인 역할이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빛의 처리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신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여기에 감시라는 문제를 들어서 건축의 구조를 이야기하고, 또 감시의 대표격 건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물론 이 때 감시는 통제라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감옥, 병원, 학교. 이 세 쌍동이는 모두 벤담이 말한 '판옵티콘'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음은 보여주기, 즉 과시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건축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슨무슨 '엑스포'이고, 백화점이며, 모델하우스다. 이것에 대해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미 우리 자신도 이들의 전시에 포로가 되어 있지 않은가.

 

마지막인 역사적으로 남은 건축물들인데... 무엇이 역사 속에서 남아 우리 후손들의 감탄을 자아낼지는 두고보아야 알 일이다.

 

건축이라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많고, 또 현대처럼 세분화된 전문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시대에서는 건축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더 많다.

 

자신이 살고 있고, 또 자신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축임에도 나 몰라라 하고, 남에게만 맡겨놓고 있는 상태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

 

적어도 12년의 교육을 거의 모든 사람이 받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에 대해서 생각하고 알게 하는 교육이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지...

 

교과목은 세분화되었는데, 정작 나와 관련있는, 내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교육이 되고 있는지...

 

12년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의미도 모르고, 또 자신의 손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무엇하나 제 손으로 만들지도 못하는 교육을 받고 어른이 되는 이런 현실에서, 그래도 참고서적만으로라도 이런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니 말이다.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주변을 둘러보라고... 주변에 보이는 건축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지금 청소년이 있는 바로 그 공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는 책이니, 적어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수학, 영어에 매달리기보다는 이런 책을 읽을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건축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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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나들이.

 

시집 코너에서 예전에 누군가의 손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을 시집들을 살펴본다.

 

때로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때로는 시인이 좋아서, 때로는 한 번 도전해 봐야지 하는 마음에 시집을 골라든다.

 

박해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표지를 들추어 보니 연배가 꽤 있다.

 

이 시집 역시 오래 전에 나왔고. 1996년 판이다.

 

시집 뒤의 발문을 보니 정호승이 글을 썼다. 둘이 대학 동창이라고 해야 할 듯. 비록 박해석 시인은 졸업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등단한 것은 40이 넘어서라고 한다.

 

그러니 그의 시들은 그 안에서 곰삭을 대로 곰삭아서, 그것들이 언어가 되어 나왔을 터.

 

제목이 "견딜 수 없는 날들"이고, 시인이 바라본 우리 현실이 주요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 결코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어렵지 않은 내용들로 시집이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도 있고(투신),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시(별 하나가 내려다 본다)도 있다.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견뎌야 한다. 견뎌야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견딤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함께 해야 견딜 수 있다.

 

사람을 이 세상 어려움으로부터도 견디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견딜 수 있는 따뜻한 불빛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따뜻한 불빛같은 존재.

 

시인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견딜 수 있다. 참으로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어려움으로부터 우리를 이겨내게 할테니... 시인의 시 한 편.

 

                          기쁜 마음으로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너희 피를 한잔 포도주처럼 철철 넘치게

따르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그만 틈을 벌려주는 것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박해석, 견딜 수 없는 날들, 창작과비평사. 1996년. 30쪽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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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을 말하다
천승세 외 34인 지음 / 답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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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는 사람이 더 유명한 시인.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라고들 하는데, 순진무구한 행동과 갖은 기행으로 더 유명해진 사람이다.

 

'귀천'이란 시와 '귀천'이란 찻집으로도 많이 알려진 사람이고.

 

이 책은 그의 13주기에 맞춰 천상병을 알던 사람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사실 그의 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말년에 쓴 시들은 어린 아이의 시라고 할 수 있고, 초기 시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귀천'이나 '새', 그리고 '주막에서'는 유명한 작품이긴 하지만, 시인으로서 그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천상병으로서는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맨 앞자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들에게 막걸리 값을 달라고 한 것이라든지, 행려병자가 되어 살아 있음에도 유고시집이 나왔다던지, 술 마시고 벌인 그의 수많은 행동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가 그렇게 기행을 일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행은 기행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자연스레 지닌 품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이 책에서 글을 쓴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가 작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에서부터 솟아나오는 행동이라는 것, 그래서 그의 행동을 미워할 수 없다는 것.

 

이런 그의 행동들에 대해서 그를 아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천상병이란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그의 시도 몇 편 읽을 수 있어서 좋고.

 

어쩌면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행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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