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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기회는 눈 앞에 있다. 그런데 눈 앞에 있을 뿐이다.
무언가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머뭇거리기만 한다. 아니 자신이 결정하지 않는다. 누군가 해주길 바랄 뿐이다.
자신이 결정하지 않고 따르기만 했기에 책임이 없다. 다 남 책임일 뿐이다. 내가 책임지지 않으니 내가 결정할 일이 없다.
결정은 없다. 주어질 뿐이다. 주어진 길을 갈 뿐이다. 그게 인생이다.
이게 지금 우리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이상하게 독일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편화한 글을 읽고 있는데, 자꾸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 겹쳐왔다.
아니,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지금 시대는 같은 나라,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비슷한 나이 대의 사람들이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시대다.
우리나라 사람 20대와 50대보다는 우리나라 20대와 독일 20대가 더 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통할 수 있다가 아니라 통한다. 세대간의 유사점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 청년들의 자화상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자화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무언가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주어진 길만 가는 세대. 너무도 많은 것이 주어졌고, 너무도 자주 바꾸기에 길게 보고 결정을 할 수 없는 세대. 이미 고갈될 대로 고갈된 희망으로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지금의 행복만을 추구하게 된 세대.
그래서 이들은 기존의 문화와는 다른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더욱더 어른들에게 의존하게 되며,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장기적이거나 거시적인 일보다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세대가 된다.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는 하되, 정치에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지만 환경이나 다른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는, 자기 몸에 대해서는 끔찍하게도 아끼는 그런 세대가 된다.
또한 너무도 많은 자유와 너무도 많은 기회 속에서, 그럼에도 불확실한 미래에의 전망 때문에 20대가 되어서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대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자유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안정이라는 것,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아주 자유롭게 보이지만, 그것은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며, 미래를 계획할 수 없기에 현재의 행복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런 모습이 기성세대에게는 자유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유는 안정을 희구하는 모습이 반대로 드러난 것일 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안정적이기를 바라기에 쉽게 결정을 못하고, 결정을 미루고, 또 남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독일 청년들의 모습, 우리나라 청년들의 지금 모습. 너무도 비슷하다. 이건 아마도 다른 나라 청년들도 마찬가지리라.
그만큼 21세기를 살아가며 22세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지금 청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문제는 나와 있다. 이 책은 문제만을 보여주고 있다. 답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함께.
이것이 이 책에서 지금 젊은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