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밑 양과 원숭이의 대화

  - 을미(乙未) 년이 가고 병신(丙申) 년이 오니


젖 주고,

털 주고,

가죽 주고

고기까지 주었지만

돌아온 것은

죽어야만 벗어나는

내 몸을 옥죄는 울타리

좁은 틀에서 시키는 대로

주는 대로만 살아온 삶

넓은 초원을, 높은 산악을

자유롭게 노닐던 산양조차

그들의 삶터가 울타리에 갇힌

순종적으로 보내야만 하는

그런 삶,

자네는 살지 말게


우리는 울타리를 넘어

자유를 꿈꾸는 존재

젖도, 털도, 가죽도,

고기도 주지 않지

간혹 잡혀 갇히기도 하고,

심지어는 골을 파먹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자유롭게

숲속을 거닐고,

훨훨 나무 위를 날아다니리

울타리로 우릴 가둘 수는 없어.

우리의 자유를 받아

닭이 새벽을 노래하는 울음을 울겠지

이제는 자유로운 시대가 왔다고

더 이상 울타리는 필요없다고,

자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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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책에는 없는 20가지 의학 이야기 - 현직 의사가 쓴 생활 속 질병과 의학의 역사
박지욱 지음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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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이 정말 가기 꺼려하는 곳 두 가지는 경찰서와 병원이 아닐까 한다. 둘 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서 가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 가면 좋겠지만 병원은 살면서 갈 수밖에 없는 곳이니, 자신이 건강에 관련된 곳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나왔으면 죽기 전까지는 자신의 신체를 돌보며 건강을 챙겨야 하기 때문인데... 병원에 가면서도 또는 병원과 관련이 있는 대상을 보면서도 우리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내 몸에 관한 것들을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을 뿐, 의학에 관한 것은 의대를 나온,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사람, 즉 의사라고 하는 사람들만이 다룰 일이고,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세상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부문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 세태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웬만해서는 알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려면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현대에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전문분야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는 바로 우리 자신 아닌가. 우리의 몸에 관한 것, 우리의 건강에 관한 것이 의학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심폐소생술을 일반인들이 모두 알 수 있게 하는 운동도 하고 있는데, 이 책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심폐소생술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피터 서파'에 관한 이야기. 그는 의사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심폐소생술을 보급하려 했고, 그의 덕분으로 심폐소생술이 일반화되었다는 얘기.

 

이런 의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무려 20가지나 이 책에 실려 있다.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읽어도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의학의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질병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치 단계에 와 있는가 하는 것(소아마비라고 하는 폴리오)과 치료법이 개발되어 사람들의 건강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 것(결핵, 고혈압, 당뇨법, 황열병, 항암제 등등)과 아직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유전병(헌팅턴 무도병- 이것은 원인은 알지만 아직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등에 대해서 알기 쉽게 풀어가고 있다.

 

여기에 의학에 관련된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왜 병원의 상징이 십자가인가부터, 이발소의 삼색 빨간줄은 어떤 의미일까와 같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징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다. (외과의사가 의학의 처음에는 전문적인 의사 취급을 받지 못했고, 이발사도 이런 일을 했다고 하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여기에 전쟁과 의학이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전쟁으로 인해 의학이 발전했다는 이런 아이러니가 의학발전의 역사라는 사실도 알게 되니...

 

이런 지식들을 안다고 자신이 병을 치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의학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 그렇다면 앞으로 더 어떻게 발전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짐작할 수 있고, 또 전쟁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긍정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의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의 발견에 특허를 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한 사람들도 많다는 점으로 인해서 좀더 긍정적으로 의사나 병원을 바라보지 않을까 한다.

 

즉 병원은 내 건강을 담보로 돈 먹는 기계가 아니라, 내 건강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서 병원을 가기 싫은 곳, 멀리 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늘 가까이 해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을 지닐 수 있게 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덧글

 

출판사가 보내준 책. 내 잡다한 지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 책. 무엇보다 의학계에 대한 불신을 덜게해준 책이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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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말을 줄이는 것이다. 할 말을 줄이고 줄여 최소한의 말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함축적이다. 함축적이란 말은 읽는 사람이 풀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풀어내지 못하면 시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제 감정에 취해 제 말만 하는 사람의 혼잣말에 불과해진다.

 

김윤이의 시집을 산 이유는 별 거 없다. 처음 듣는 시인이고, 시인 이름을 처음 알게 되면, 그 다음에 보는 것이 출판사다. 창비라는 출판사. 요즘은 표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는 했지만, 문학판에서 창비라는 말은 어떤 권위를 지니고 있다.

 

시집을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 중에서 믿을 만한 출판사이기 때문에 고른 시집이다. 새로운 것을 고른다고 하지만, 새로움에도 무언가 기준이 있다. 예전부터 존재하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내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시가 짧냐면 그것도 아니다. 긴 시들이 많은데, 시인이 도대체 무슨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마음 속에 와닿지 않았다.

 

기를 쓰고 머리를 굴려 시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해야 하는데, 자기 감정에 취해 한 말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

 

그럼에도 시인은 어떤 힌트를 주고 있어야 하는데, 그 힌트를 찾아내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해석해 내고, 자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 독자의 몫이다.

 

시집을 주욱 읽어가면서, 참...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 시인지... 무슨... 감동을... 받으라는 건지... 그냥... 자기 ... 하고 ... 싶은 말만... 한... 시들이 ... 아닐까... 이런 생각만을 갖고 있었는데...

 

시집의 끄트머리에 가서, '조개'란 시를 읽고, 아, 이거구나, 이게 이 시집에서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조개

 

놈은 분명 슬픔을 아는 거다

시린 물박에 한줌 뿌려준 천일염

으깨진 발포정처럼 풀어진다

물비린내에 제놈이 빼어문 살덩이는

눈물을 쏟는 흐벅진 시울을 닮아 있다

흐렁흐렁 채워진 물결에

누군들 상처를 뱉어내고 싶지 않으랴

 

짭조름한 간물에 쉭쉭 토해내는 해캄질

입아귀에서 봉분을 뱉는가, 그러나

다닥다닥 붙은 무늬를 점자책처럼 더듬자

불끈 돋우는 힘살로 앙다문 놈은

이내 제가 간직한 바다를 봉해버린다

 

등고선 지문을 밀치고 닫아버리는

놈의 껍데기가 거칠다

함부로 읽힐 수 없는 생이라고

그처럼 따닥!

완강하다, 그러므로 나는

돌올한 무늬를 애써 더듬어도

고서(古書)같은 놈의 내력을 알지 못한다

삶아질 때까지도 내내 입 다물어버리는

 

뿌리는 온몸으로 잇대어

왜 두둑한 껍데기에 묻히는지를, 마침내

멀리 파고에 밀려온 나도

슬픔이란 함부로 보일 수 없는 것이라고

삶은 끝끝내 버티는 것이라고

철썩철썩 때리는 세상에서

좀체 입 열지 않는 것이다

 

김윤이,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창비. 2011. 초판 2쇄. 146-147쪽.

 

이 시에서 내가 조개의 삶을 읽어내려고 하는데, 조개는 입을 앙다물고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내가 이 시집을 읽으며 시의 내용을 이해하고 싶은데,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마음을 시 속에 굳게 감춰두고 있는 것처럼.

 

이 시집의 시들에서 어떤 슬픔이 느껴지는데, 그런 슬픔의 정체를 알 수 없는데... 이 시에서 '슬픔이란 함부로 보일 수 없는 것'이라고 하고 있으니... 그 슬픔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읽는 이가 할 일이고...

 

그렇다. 조개껍데기의 '돌올한 무늬를 애써 더듬어도/고서같은 놈의 내력을 알지 못'하듯이 읽는 사람 역시 시를 읽고 읽어도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개의 속살은 바다를 품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먹어야 한다. 시도 마찬가지다. 읽어내야 한다. 마음 속에 받아들여 우리의 영양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삶아야 한다. 입을 벌리도록.

 

결국 조개는 삶아져 자신의 입을 벌리고 제 속살을 우리에게 돌려주나, 온전히 제 삶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미 죽은 살들... 시 역시 시인의 마음에 있을 때와 시인의 손으로 쓰여졌을 때, 그리고 시를 읽은 독자의 마음과 머리 속에 같은 존재로 존재할 수는 없다.

 

다르게 존재하지만, 그 다름으로 시는 더욱 풍성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조개'란 시, 그래서 어쩌면 우리에게 시인이 시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시라는 생각을 했다.

 

어찌 시만 그렇겠는가. 우리들 삶도 이 조개와 같지 않겠는가. 누구나 다 오롯한 자신만의 삶이 있음을, 그런 무늬가 있음을, 앙다물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은 아름다운 삶이 있음을... 이 시를 통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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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 3 -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문학동네 화첩기행 3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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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미술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적어도 미술책을 찾아가는 여행, 또는 미술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생긴 요즘,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린 책이다.

 

총 5권으로 되어 있는데, 우선 3권을 빌렸다. 왜? 작은 제목이 내 눈길을 사로잡고,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제목은바로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타향이라고 함은 고향을 떠났다는 말이 되니까,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고향을 떠나 활동을 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방인이 되어 활동한 사람, 서경식의 용어로 하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요즘은 자기 나라에 살아도 이방인처럼, 디아스포라처럼 이산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자기의 고향을 떠나 살면서 예술의 혼을 불태웠으리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지 마음으로 느껴진다.

 

첫시작을 전혜린으로 한다. 미술가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예술가에 관한 책이다. 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이들과의 만남과 느낌을 글쓴이가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은 글쓴이의 것이다. 글쓴이가 화가라는 점이 이런 책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그림보다도 글이 더 좋다. 이 책은.

 

글이 읽기에 수월하고 예술가들의 삶이 마음 속에 쏙쏙 들어오게 표현되어 있다. 어쩌면 단순한 글솜씨라고 하기보다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에 마음에 글쓴이가 깊이 공감했기에이런 글이 나왔을 거라 짐작해 본다.

 

덕분에 읽어가면서 이 책에 나온 예술가들의 삶에 내 마음도 따라들어간다. 그들의 처지에, 그들의 예술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산 사람들, 예술혼을 불태운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예술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삶은 신산했을지 몰라도 이들의 결과는 우리들의 삶을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예술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런 예술가들도 있었다고, 이런 예술이 있었다고.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 보자.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예술이 나오는데... 그 중 몇 명이나 우리가 알고 있을까? 참, 예술가라고 하기 힘든 사람도 한 명 있다. 그가 누굴지는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고.

 

전혜린, 이미륵, 윤이상, 진은숙, 노은님, 이응노, 빅토르 최, 아나톨리 김, 류드밀라 남, 김산, 김염, 최건, 최승희, 윤동주, 정조문·정영희, 이삼평, 김우진·윤심덕, 아사카와 다쿠미

 

유럽에서, 특히 독일과 프랑스, 구 소련에 거주하면서 예술활동을 했던 사람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사람, 그리고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에 와서 조선인이 되고자 했던, 우리나라에 묻힌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하나하나의 예술은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이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이다. 어쩌면 예술은 공통의 언어라는 점을 이들의 예술활동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국적을 불문하고 진정한 예술에는 국경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국경이 있다. 이 국경으로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힘들어 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이런 국경으로 인해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어 가슴이 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고향을 떠났지만 예술을 통해 더욱 고향을 깊고 넓게 만든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는 예술가에게도 국경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다가 가끔은 그림을 볼 일이다. 그래도 책 제목이 '화첩기행' 아니던가. 그의 그림을 통해서 그가 예술가들과 만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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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사람공부
이배동 지음 / 정신세계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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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찰관을 보면 괜스레 주눅이 들 것이다. 자신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상하게 경찰은 친절한 사람으로 다가오지 않고 위압적인 어쩌면 만나지 않아야 될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경찰서에 간다는 사실은 무엇을 잘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피의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얼마 전에 끝난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경찰서에 진술하러 가는데 평범한 노동자가 얼마나 떨던가. 그런 곳이 바로 경찰서이고, 그런 곳에서 근무하는 되도록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경찰이다.

 

그런데, 그런 경찰만 있을까? 왜 우리는 우리를 도와준다는 경찰을 두려워할까? 민중의 지팡이라는 이름을 들어야 하는 것이 경찰이 아닐까?

 

일제시대에는 순사온다는 말이 호랑이 온다는 말을 대체했다고 하던데, 그 순사에 대한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요즘 경찰은 많이 달라졌다. 또 달라지려고 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 소소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경찰들도 근무조건이 많이 나빠졌다고 하는데... 그들에게도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을 더 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보니 새벽 2시 출동이 기본이던데... 경찰을 짭새라고 비하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욕설에 폭행도 당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그럼에도 이 책을 쓴 경찰관은 '감지도'라는 것을 발휘한다. 상대의 행동이나 마음의 상태를 감지해서 그 상태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경찰 생활 초기에 너무 힘들어했지만, 자신이 12년 전부터 체득하기 시작한 감지도를 발휘하고부터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이젠 자신의 마음도 객관적으로 읽고, 다른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고... 그 감지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감지도'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나는데, 그때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더 심한 갈등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경찰이라고 해서 피의자를 무조건 힘으로 제압하거나 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게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이런 경찰을 만난다면 사람들은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찰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한다.

 

오늘도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 그럼에도 시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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