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떨기나무


뉴스, 날씨 예보

홍대 거리에 서 있는 기상캐스터

그 뒤로 환하게 밤을 밝히는

밝고 붉은 나무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나무들

순간, 펼쳐진 출애굽기 떨기나무

불타는 나무, 타지 않는 나무

노예의 땅, 죽음의 땅, 애굽에서

주인의 땅, 삶의 땅, 가나안으로 보내준다는

약속의 나무, 희망의 나무

불타는 떨기나무는

해방의 약속, 희망의 약속, 삶의 약속.


홍대 거리 불타는 나무는

숨 쉴 수 없는, 잠 잘 수 없는 나무

전선으로 칭칭 감겨 자연을 거슬러 내는 빛

환락과 낭비의 소돔과 고모라,

과소비로 불타는 불야성의 나무

부나비를 부르는 불처럼

우리를 불태워 버리는 불타는 나무

해방, 희망, 삶의 땅이 아닌,

주지육림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게

우리를 부르는 나무

우리가 걷어내야만 할 불을 지닌

불 없이 빛나는 불타는 나무


21세기 떨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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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교실 프로젝트 - 대한민국 교육혁신의 새로운 바람
미래교실네트워크 지음 / 에듀니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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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는 정답이 없다. 교사와 학생과 학교의 환경이 어우러져 그에 맞는 교육을 하면 그것이 가장 좋다.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많은 교육방법들이 도입되는데, 그런 이유도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한 때 유행하는 교육방법이 있는데, 그것들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교육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거꾸로 교실'이다. 외국의 사례도 많이 소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교사들이 실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이런 거꾸로 교실을 시도한 교사들의 이야기다.

 

물론 대성공이다. 그렇기에 책으로 나왔겠지만, 교육의 중심을 교사에서 학생으로,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그런 성공사례들이 이 책에 나와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사례들을 다 싣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교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형태에 따라 참고하면 될 것이다.

 

거꾸로 교실이든 배움의 공동체든 이런 교육방법의 공통점은 교육이 아닌 배움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이다.

 

배움,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욕구를 지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교육의 주체가 교사가 학생으로 전이되게 된다.

 

즉 학생이 교실 수업을 주도하게 되고, 자신이 주도하기에 조는 학생, 소외되는 학생이 줄어든다. 그리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을 미리 동영상을 보고 예습을 해오고, 수업시간에는 활발한 토의, 토론을 통해서 내용을 익히고 적용하게 된다.

 

그런 과정들이 이 책에 너무도 잘 나와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거꾸로 교실이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의 전체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

 

새로운 시도, 다양한 실험들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입시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완전히 해결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교사들이 있으니, 우리나라 교육의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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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그림 하나, 시 하나
신현림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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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시화전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적어도 40대가 된 사람들은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시인들이 쓴 시든, 모방시든, 창작시든 시를 쓰고 그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잘된 작품은 상도 타고 전시도 되어 다른 학생들이 볼 수 있기도 했고. 어쩌면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런 활동을 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겠지만.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옛사람들은 그림에 글을 써서 함께 보관을 했다. 글이 먼저가 아니라 그림이 먼저 있고, 그 그림에 맞는 시나 글귀들을 적어 넣은 것. 일명 화제라고 하는데...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역시 그림과 더불어 그림에 달려 있는 글로 인해 더욱 빛나지 않던가. 옛날 우리 선현들은 이렇게 그림과 글(시)를 함께 존재하면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과 시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이러한 그림과 시의 관계를 더욱 잘 보여주는, 여기에 그림과 시에 대한 글까지 곁들여 그림과 시, 그리고 글이 하나로 어우러진 멋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에 가면 그림을 보기에만 급급해 다른 것들을 놓치게 되는데, 그림을 앞에 두고 자신의 감상을 표현할 수 있는 시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자신의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일테고, 그런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나 그림이나 감정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런 아름다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삶 자체도 아름다워지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많은 그림과 많은 시들이 하나로 엮여 있다. 이들을 엮는 글쓴이의 눈과 마음이 부럽기도 하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그림에 어울리는 시를 우리나라 시인들의 작품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그림과 어울리는 시라면 외국 시인들의 작품도 과감하게 실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외국 시인들의 시도 많다. 좀더 폭넓은 시야를 지닐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에 더하여 이 책은 그림을 그림으로만 보지 않고, 시를 시로만 읽지 않는 그런 자세, 예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이 책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통합적으로 예술을 받아들일 때 아름다움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음도 느낄 수 있고.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과 시들을 다 열거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 몫이니 남겨 놓고, 그림 한 편과 시를 이 책에서 예로 들어 본다.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시이기도 한데, 이 그림에서 이런 시를 연상하고 연결시킨 지은이에게 경의를 보낸다)

 

그것은 폴 세잔의 "소년"이란 그림에 김명인의 "아들에게"란 시다. (이 책 66쪽에서 69쪽)

 

 이 그림을 보고 무엇을 떠올리는가? 소년에 관한 어떤 것들을 떠올려도 좋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 그림을 보고 김명인의 시 '아들에게'를 떠올렸다고 한다.

 

 특히 '아들에게'에서 나온 많은 시 구절 중에 이런 시 구절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모든 외로움은 네가 견디는 것. 더 많은 멀미와 수고를 바쳐 너는 너이기 위해 네 몫의 풍파와 마주 설 것!"이라는 구절이 소년의 앞날에 보내는 응원 같다. (69쪽)  

 

그렇다. 그림을 보더라도 그 그림에서 느끼는 감정을 다른 예술로 바꿀 수 있는 것. 그런 시야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고, 우리도 충분히 그렇게 시와 그림 또는 음악과 시 등등을 감상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덧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269-270쪽 윤동주의 '자화상'을 실은 부분.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중략)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많은 시집들에서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중략)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로 표기되어 있어 연을 구분하고, 1,2 연과 마지막 연은 한 행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를 볼 때 이 책처럼 행갈이를 하는 것보다는 연 구분을 하고 긴 구절을 한 행으로 표기하는 것이 이 시를 아름답게 느낄 수가 있다. --- 이것은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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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 일본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 1천 명을 배출해 낸 독서법
EBS MEDIA 기획, 정영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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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슬로리딩에 관한 책이다.

 

일본의 방송, 또 책을 보고 충격을 받은 교육방송 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초중고에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단 한 학교만이 지원했다는, 그런 과정을 담고 있는 슬로리딩에 관한 수업.

 

일본처럼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지원했으면 좋으련만, 입시와 관련이 있는 고등학교는 손을 빼버리고, 고교 입시를 앞에 두고 있는 중학교도 성적을 이유로 하지 않겠다고 하고, 상대적으로 입시와 거리가 먼 초등학교에서 지원했단다.

 

한 학교라도 지원한 게 어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나라는 성적에 대한 강박이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슬로리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도쿄대'를 가장 많이 보낸 학교라는 식의 홍보가 있지 않았나 싶다.

 

당사자인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은 입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또 그 결과에도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우리나라는 입시에 엄청나게 신경쓸 수밖에 없다.

 

어떤 교육적 활동도 학생들의 성적 향상, 또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교육활동이 되는 나라 아니던가.

 

슬로리딩도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용인에 있는 성서초등학교에서 6개월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해보았을 뿐이다. 그 다음에 어떤 학교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란 책을 가지고 슬로리딩을 했다.

 

처음에는 소리내어 읽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그래서 서당식 읽기 체험활동도 한다), 책 한 권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고 하는데...

 

뒷부분에는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슬로리딩 법까지 달아주고 있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슬로리딩 소개서라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이 배움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 이것은 곧 아이들의 학업능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이래야 슬로리딩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좀 지나치치 않나 싶다.

 

슬로리딩의 목표가 학업성적의 향상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책을 제대로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 아니겠는가.

 

스스로 배움의 주체, 읽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슬로리딩의 목표일테니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성적, 성적, 교육, 교육 하는 것은 좀 거슬린다.

 

그럼에도 스스로 책을 깊고 넓게 읽을 줄 아는 학생은 자연스레 배움에도 관심을 가지고 성적도 (꼭 학교 성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할테니 이를 성적이라고도 한다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을 꼭꼭 씹어 먹고, 그 책과 관련된 다른 책들도 함께 즐겁게 맛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적어도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은 6개월간의 활동을 통해 책을 맛있게 먹는 법을 경험했을테니 이들은 슬로리딩 수업의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슬로리딩의 구체적인 실천사례들이 방송에 나간 것의 대본인 양 자세히 쓰여져 있어서 읽으면서 대략 이런 식으로 슬로리딩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수업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슬로리딩을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구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덧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된 내용이고, 또 책으로 묶여졌을 때 아무리 아이들 활동을 객관적으로 담아냈다고 해도, 무언가 의문이 있는 점은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슬로리딩이라고 해서 자세히 읽는 법을 설명하고 보여주는 책에서는 말이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싱아'에 관한 탐구 내용이 책에 나오는데, 잘 이해가 안돼서... '싱아'는 풀로 나오는데, 나무라고 하니, 아무래도 좀...

 

싱아가 뭔지 모르겠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적혀 있다. 풀이라고? 좀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식물백과사전을 다시 찾았다. 그랬더니 나무라고 한다.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120쪽)

 

책 제목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싱아'이다. 그래서 싱아가 무엇인지 찾아본다. 저자는 싱아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싱아를 좋아하고, 싱아를 무척 아꼈다는 뜻이다. 많은 나무 열매 중에서 왜 유독 싱아를 좋아했을까?  (170쪽)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70쪽.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중에서, 이 책에서 재인용)

 

저자에게 싱아는 하나의 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171쪽)

 

이런 전개과정을 보면 슬로리딩을 통해 학생은 싱아를 풀이 아니라 나무라고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데도 뒤 작가의 서술이나 이 책을 쓴 저자의 서술을 보면 싱아는 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바로 잡았는지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슬로리딩을 이야기하면 좀더 정확한 서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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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슈가 되는 일이 한둘이 아닌데... 제목을 "BIG ISSUE(빅 이슈)"라고 붙였으니 얼마나 큰일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일이 먹고 사는 일일텐데... 이 먹고 사는 일이 잘 해결이 되지 않으면 얼마나 삶이 힘들어지는가? 그렇다면 먹고 사는 일에 대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니, 그것이야말로 '빅 이슈'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먹고 사는 일을 노골적으로, 우리 이렇게 먹고 살고 싶다라고 할 수는 없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기업의 논리 아니던가.

 

돈이 아니면 안 된다. 돈이 안 되는 학문은 대학에 필요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기업이 대학을 인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빅 이슈 124호. <책 한 모금 뉴스 한 스푼> 73쪽.).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일, 그것이 더 '빅 이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먹고 사는 일이 잘 안 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노숙자들 아닌가. 집도 없이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 집이 없으니 직장도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말은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런 이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주는 잡지, 그것이 바로 "빅 이슈"다. 스스로 판매해서 판매대금의 절반을 판매원이 가져가게 하는 제도. 그리고 그 돈을 바탕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임대할 수 있게 하는 활동.

 

여기에는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시혜의 개념이 아닌 함께 함의 정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빅 이슈 124호, <나이스 투 미츄, 윌리엄 왕자의 희망찬 포부>42-47쪽)

 

 

그렇다고 노숙자들의 자활에 관한 글만 실려서는 의미가 없다. 이 잡지는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 내용 자체가 모두 노숙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참조할 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집안을 정리한다든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든다든지, 또는 예술활동에 관한 글이라든지, 여기에 우리 사회 문제에 관한 글, 유명인이나 화제가 되는 인물을 인터뷰한다든지, 영화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잡지 자체로 읽기에도 그만이다. 여기에 구입해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잡지가 지닌 더 큰 매력 아니던가.

 

이 잡지의 뒷쪽에 이런 광고가 있다. 정말 절절하고 적실한 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가급적이면 판매원을 통해서 구입해달라는... 편하게 온라인을 통해서 구입해도 좋지만, 판매원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해달라는...

 

그렇다. 노숙인들도 자신들의 힘으로 판매를 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가져가니 좋고, 구입하는 사람은 자신의 발품을 팔아 책도 읽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니 좋고... 이런 정신을 지닌 잡지라서 정말 "빅 이슈"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서 빅 이슈 판매원(이들을 줄여서 "빅판"이라고 한다)을 만나면 한 권씩 사자. 선물을 하려면 두 권도 좋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구입하지는 말자. 2주에 한 번은 만날 때마다 구입해도 좋으니...

 

나 역시 가끔은, 아주 가끔은 발품을 팔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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