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개정신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냥 곁에 두고 읽으면 될 것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보아도 좋다.

 

글과 그림과 글씨가 다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잠언이 있어 좋은 말씀이 우리 삶으로 다가오는데...

 

잠언과 더불어 시편은 말씀들이 하나하나 시로 우리 가슴에 다가오는데...

 

신영복 선생이 자주 하는 말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 머리에서 가슴까지, 또 가슴에서 발까지.

 

이 책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우리를 단숨에 인도한다.

 

한 편 한 편의 글과 글씨와 그림이 머리와 함께 가슴을 울린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 한 켠에서 어떤 울림이 일어나는데...

 

잔잔한 물에 떨어진 돌멩이가 일으키는 파문,

 

이 책은 우리들 가슴에 동심원을 일으키며 퍼져 나간다.

 

가슴에 도달한 이 책은 다시 발까지의 여행을 하도록 한다.

 

이것은 바로 이 책을 세 번 읽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고, 작가를 읽고, 그리고 바로 읽는 자신을 읽는 것.

 

삼독이라고 하는데, 마지막 단계,

 

독자를 읽는다는 것은 바로 가슴에서 발로 여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작은 제목이 '신영복의 언약'이다.

 

머리에서, 가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까지 가야 한다는.

 

우리는 머리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보다, 손이 좋은 사람보다,

 

발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바다는 낮아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 '바다'라는

 

함께 가는 길, 그것이 바로 '관계'이고 삶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냥 주변에 두고 손에 잡힐 때마다 들여다 보면 될 것을.

 

들여다 보고 들여다 보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이제는 발로 함께 가면 될 것을.

 

그것이 이 책의 의미인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개정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 하나는 약하다. 그러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면 강하다. 무언가를 지킬 수가 있다. 사람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참 연약한 존재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면 강한 존재가 된다. 세상을 바꿀 수가 있다.

 

더불어 숲이 되자. 이것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막자는 말이기도 하다.

 

신영복 선생이 오래 전에 낸 책이다. 국내 여행을 하면서 엽서 형식으로 보낸 글들이 "나무야 나무야"라면 이 "더불어 숲"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편지 형식을 빌어 쓴 글들이다.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친근감을 느낄 수가 있다. 마치 나에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글쓴이와 일체감을 느끼기도 한다. 글쓴이의 생각에 더 쉽게 동의하기도 한다.

 

이것이 편지 형식이 지닌 장점이다. 어떤 사상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그 사람의 사적인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스페인의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태산과 황허에서 끝나고 있다. 이 두 글만 보면 근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고대 사상의 완성에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방향이다.

 

이는 신영복 선생이 근대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란 침탈로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엘바 항구는 콜럼버스가 출항한 항구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대륙을 발견하여 유럽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그가 넓힌 지평은 본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줄어드는 공간과 살아가기 힘듦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근대다. 어느 지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확장과 축소로 나뉠 수 있는, 이분법이 작동했던 시대가 바로 근대다.

 

그러나 이제 이 근대는 극복되어야 한다. 어떻게 극복될까? 바로 인간다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정신을 배우려고 하듯이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사는, 더불어 숲을 이루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정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돌고돌아 여행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근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한 여행이 동양 사상의 완성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자리에서.

 

글들 하나하나가 읽을 만하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것이 신영복 선생의 글이 주는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세계를 다 돌아다니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정신의 이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신의 여행.

 

안동의 작은 마을, 교회의 종지기로 평생을 살았지만, 그래서 그가 움직인 공간은 좁디좁았지만, 그의 정신은 세계를, 우주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던 권정생 선생처럼... 우리의 여행은 정신의 여행이어야 한다.

 

그런 정신의 여행을 세계 곳곳에서 신영복 선생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글을 통해 나 역시 여행을 함께 했고, 또 내 정신의 여행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두고 두고 읽고 읽어 내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하나의 우주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 우주에도 암흑물질이라고 하여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물질들이 무수히 많다고 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인간에 대해 밝혀진 점은 별로 없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몸과 정신으로만 나누는 전횡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도 않고, 정신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알지 못하고 있다.

 

기껏 인간 몸에 대해서 알려는 노력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라고 하여 인간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일로 나아갔는데, 거의 밝혀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지식은 늘었지만, 그것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인간의 몸은 우주처럼 광활하고 복잡해서 유전자로만 이야기될 존재가 아니다.

 

유전자의 암호가 풀렸다고, 당신은 병에 걸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해도, 모두가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가능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이 실현되는 데는 많은 요소들이, 거기다 우연까지 결합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몸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의 정신까지 나아간다면 더욱 복잡할 뿐이다.

 

이 책은 이런 인간 중에서 미생물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사실 우리는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을 박멸하려는 생각만 하기 쉽다.

 

청결에 관한 온갖 광고들이 대표적인데, 그들은 이 미생물들이 우리 건강의 적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온갖 세정제, 세척제 등을 포함해서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등 미생물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렇게 미생물은 좋지 않다는, 우리 몸에 좋은 미생물은 극히 적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 책은 이런 통념을 일거에 깨버리고 있다. 미생물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보다 사람들을 설득하는데는 자신의 경험이 더 중요하리라.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런 경험을 통해서 미생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항생제 치료로 인해 병은 치료했지만, 몸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졌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항생제 처방으로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미생물들의 균형이 깨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 것이 정말로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가? 우리 몸에서 미생물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것이 바로 과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지닌 의문이고, 이를 여러 자료들을 통해 찾아가게 된다.

 

그 미생물 연구의 결과가 바로 이 책인데... 우리가 아는 우리는 단지 10%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 몸의 90%는 다른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런 존재들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미생물이라는 점.

 

그런 미생물들. 특히 대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대장의 미생물에 대해서는 그동안 무심했던 것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의 초반부에 놀랐던 점은 맹장에 대한 것. 내가 알고 있는 맹장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엉터리였다는 것. 맹장은 진화의 퇴화물인데,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생각하고 없애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맹장이 바로 미생물들의 집합소이자 안식처라고 하면서 인간의 몸에서, 특히 미생물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맹장이라고, 특히 우리가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충수돌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1-32쪽)

 

아직까지 우리 몸에 남아 있는 장기는 진화의 역사에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었고.

 

맹장에 관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은 아이가 태어날 때 제왕절개가 아닌 질분만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부분이다. (7장, 엄마가 주는 선물)

 

아마도 이 부분은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인데, 이렇게 미생물학자들이 주장한 것이 사실이라면, 제왕절개는 정말 생각해 보아야 할 출생 과정이라는 것. 아이는 엄마의 질을 통해 나오면서 엄마에게서 필요한 미생물들을 받게 된다는 것. 그것은 아이의 건강에 필수라는 것이니...

 

(모유 수유의 중요성은 굳이 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피를 수혈하는 것만큼 미생물을 수혈하는 방법이 서양의학계에서는 행해지고 있다는 것. 참 뭐라고 이름 붙이기도 그런데... 그걸 '수변법(輸便法)'이라고 할 수도 없고, 참...

 

그런 치료법이 있다는 사실... 그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날에 너무도 몸이 안 좋으면 똥물을 먹었다는 것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대변에는 미생물들이 많이 있기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받는 방법도 건강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이 책은 그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기도 한데... 그런 과정을 좀더 과학적이고 기계적으로, 환경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점. (8장, 제자리로 되돌리기)

 

(굉장히 많은 질병들이 미생물들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자폐와 같은 질병도 미생물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참조할 만하다. 3장, 뇌에 손을 뻗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가리로 귀결된다. 바로 우리들이 해야 할 노력. 어렵지도 않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된다. (사실은 쉬운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

 

먹는 식단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미생물들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는 것. 먹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라는 말이 과학으로 정립되는 순간이다.

 

완전 채식도 좋지만 인간의 몸은 잡식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채식이 주가 되는 육식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자신도 이렇게 식단을 바꾸었고, 이제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라는 우주를 생활기반으로 살아가는 미생물들. 그들과 인간은 공존하는 존재라는 것. 우리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나머지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이 책. 참으로 읽을 만하다. 잊고 있었던 것,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 다시 깨우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덧글

 

출판사가 보내준 책.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감탄하면서 읽었다. 내 몸에 대해서 내 스스로 생각하게 해준 책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도 해준 책이다. 잘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 재벌들의 유산 싸움, 또는 상속 싸움을 보면 저것이 과연 제대로 된 유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말이 있지만, 자본이 세계를 잠식한 시대에서는 돈 나고 사람 났다는 듯이, 형제들끼리도, 심지어는 부모자식간에도 돈을 두고 싸움이 벌어진다.

 

그러니 부모가 막대한 재산을 지니고 있다가 돌아가셨을 경우, 그 재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형제간이 다툼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으로 추잡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돈이 아니라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자세, 남을 나만큼 사랑하는 태도, 무언가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들의 재산 싸움을 보면,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자식에게는 돈 말고는 제대로 된 유산을 물려주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돈만이 아니다. 정치계도 대물림 되고 있는 현실인데... 그 대물림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인지는 그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지키려는 과거 역사 속 '음서제도'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좋은 사회일수록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데...

 

장석남의 시집을 읽다. 그 시집을 읽으며 요즘 뉴스에 주로 등장하는 모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이 떠올랐는데... 특히 '나의 유산은'이라는 시를 읽고.

 

정말, 물려줄 게 있다면 이랬으면 좋겠다. 이 시처럼...

 

나의 유산은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장마 큰물이 덮었다가 이내 지쳐서는 다시 내보여주는,

은근히 세운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검은 징검돌 같은 걸로 하고 싶어

 

지금은,

불어난 물길을 먹먹히 바라보듯

섭섭함의 시간이지만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꽃처럼 옮겨가는 목숨들의

발밑의 묵묵한 목숨

과도한 성냄이나 기쁨이 마셨더라도

이내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不動)

나의 유산은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2년 초판. 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전쟁 -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
심용환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가 이 책의 부제다. 얼핏 떠오르는 대답은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록, 보관,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이 정통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서 명확해진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권력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기록도 마찬가지다. 만약 권력이 원하는대로 역사가 기록이 되었다면, 지금 인류의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어느 시대곤 사실을 사실로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에 의해서 역사는 지속적인 투쟁이 이루어지곤 했다. 군왕 중심의 사회였던 조선시대만 해도 실록을 둘러싸고 왕과 사관이 갈등을 벌인 일이 있지 않은가.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 실록 아니던가. 왕이라는 절대 권력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만들어놓은 그 목숨을 건 투쟁.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이 비록 왕 중심의 역사라지만, 그 왕대에 일어난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 후대에 교훈을 주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역사의 힘이고, 이런 역사의 힘은 사실을 기록하는 데서 나오고, 그 사실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그렇기에 역사 기록을 두고 기존의 권력과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 진실을 남기고자 하는 세력들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이를 역사 전쟁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이 책의 제목보다 역사 쿠테타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권력을 쥔 집단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되기 전에 뉴라이트라는 집단이 여러 역사적 문제를 거론하곤 했지만, 정점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있다.

 

이것은 전쟁이라기보다는 국민과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쿠테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역사학자라면 사실에 근거해서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사실을 자기 식으로 해석한다든지, 최소한의 사실 검증도 하지 않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실에 입각해 논쟁이 이루어지고, 그 논쟁을 통해 역사에서 주요한 쟁점들이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일방적인 목소리들만이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 목소리가 너무도 크게 울리고 있는 상태고.

 

이런 상태에서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이 반대를 하고, 국민들도 반대하고 있음에도 밀어붙여 교과서 집필진조차 공개 안 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건 명백한 쿠테타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저자들 명단조차 공개 못한다는 말인지... 시기도 짧아 제대로 검증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하고, 한 나라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라면 충분히 공론이 되고, 검증이 된 다음에 교육 현장에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최소한의 과정도 거치지 않으니...

 

이 책에서 그 교과서의 모습을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채택율리 가장 형편없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니 사용할 수 없는 교학사판 교과서를 100쪽이 넘는 분량을 거쳐 보여주고 있다.

 

이 교과서보다는 좋아져야 한다는 기대를 하지만 추진과정을 보면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나아질 조건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민중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면 정권에서도 함부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대로 된 학자들이 자료를 제공해주어야 하고... 지금은 그것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국정교과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 때 이 책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덧글

 

다만, 아주 소소한 오타. 늘 지적하지만 역사를 다룬 책에서는 정말 조심해야 할 년도. 이 책 47쪽에서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1968)이라고 되어 있는데, 메이지 유신은 주로 1868년이라고 하니... 오타다. 고쳐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