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 선생입니다 - 교육 불가능의 시대, 바보가 아니면 하지 못할 선생 노릇 함께 걷는 교육
박일환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교육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훌륭한 교사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이 훌륭한 교사들이 학교에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우리나라 교육은 성공보다는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수많은 수업자료와 수업방식과 그 결과물들... 그러나 그것은 책 속에 있는 결과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교사에게만 해당하는 성공이었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방식은 같을 수가 없다. 내가 성공한 수업 방식이 다른 교사에게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고, 내가 한 해 성공한 방식이 다음 해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바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에 관한 책 중에 이번에 나온 책은 "나는 바보 선생입니다"다. 바보 선생. 바보라는 말이 참 좋게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보란 말에는 가르치려든단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군림하려는 교사가 아니라 함께 하려는 교사고, 이런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대하기 때문에 동료교사들의 질시를 받기 일쑤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교사, 그것이 바로 바보 선생이다. 이런 선생이 학교에 있으면 다른 건 몰라도 학생들 숨통이 좀 트인다.

 

공부에 짓눌려 있고, 교칙에 짓눌려 있는 아이들이 이런 바보 선생을 만나면 숨 한 번 크게 쉬고, 자기 목소리도 한 번 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수업 방식보다, 어떤 결과물보다, 그냥 아이들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선생이 한 사람이라도 학교에 있다면 그 학교 학생들은 행복한 거다.

 

교사들의 기본 특징이 가르치려 든다는 거고, 가르치려 든다는 것은 학생들보다 나은 자리에 있다는 얘기고, 내가 이렇게 해야 하니 넌 따르기만 해.. 라는 예전에 유행했던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지 않나 싶은데...

 

적어도 '바보' 선생은 이런 태도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이런 태도를 자신도 모르게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성찰할 수 있다는 데서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만히 미소가 지어지는 글들이 꽤 많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절로 웃음이 비어져 나오게 하는 모습을 보여준 선생, 가히 '바보' 선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학과인 국문과에 진학했다가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친구따라 우연히 (?) 사립학교 시험을 봐 합격한 뒤 교사생활을 한 저자는, 전교조에 가입했다고 해직을 당하고 길거리 교사 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때 겪은 일들이 나와 거의 30년 전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알 수 있게 하는 글들과 복직한 뒤 교사생활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 겪은 일 등을 중심으로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 책을 읽어가면 한 편 한 편의 글을 통해 왜 저자가 '바보 선생'이라고 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 이런 '바보 선생'이 얼마나 필요한지 마음으로부터 공감할 수가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 저자의 이런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땅에 아직도 이런 '바보 선생들'이 있음에 감사해 하면서...

 

  교육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 뭘까요? 나는 '빠르고 편하고 쉬운 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뒤집으면 가장 어려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교육의 본질에 가까울 거라는 이야기지요.   ......

 

  교사는 외로워야 합니다. 자신의 교육 행위에 대한 보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내가 그동안 너희들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럴 수가 있어?"와 같은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누가 시켜서 교사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물으며 가는 것이라고 할 때,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별 생각 없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어쩌면 죄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11쪽. 머리말, 교사의 길을 묻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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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6-2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교육이 실패라는 평가는 교육 제도 때문일 테죠. 아마 최상급 행정기관에 있는 공무원들이, 교단에 선 경험이 없는 그들이 교육 현안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까.

kinye91 2016-06-24 09:36   좋아요 0 | URL
교육이 백년을 보고 계획해야 한다고 하면서, 교육정책이 조변석개 하고 있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길게, 기다리면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텐데 말이에요.

쭈니 2016-06-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로만 평가 받아야되는 일이
가르치는 일인듯 합니다
과정이 정말 중요한데 말이죠
참 어려운 일입니다

kinye91 2016-06-24 09:37   좋아요 0 | URL
결과주의가 결국 성과주의로 가고, 이는 협동보다는 경쟁을 강조하게 되어 서로가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구조를 바꾸도록 해야 할텐데 말이에요.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
미하엘라 비저 지음, 권세훈 옮김, 이르멜라 샤우츠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제목을 보면 우선 흥미가 생긴다.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무엇. 그것이 존재했던 이유가 있을테고, 또 사라진 이유가 있을 터이니 말이다.

 

게다가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이란다. 직업은 그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알려주는 좋은 자료이니, 직업의 역사를 통해서 사회의 변천사를 알게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직업에 어떤 것들이 있었나는 꽤 흥미를 주는 주제다.

 

여기에 최근에 우리나라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벌였고, 이세돌이 쉽게 이길 거라는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4대1로 승리를 했을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에 경악했고,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이때 없어질 직업 중의 하나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직종 중의 하나인 법조인들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은 수많은 법률과 판례들을 적용할 수 있으며,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니, 증거우선주의인 재판에서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예상들이었다.

 

이렇게 직업은 그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금은 수많은 사건과 소송들이 있기에 법조인이 인기가 있는 직업이 되었지만, 수많은 소송이 있더라도 그것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 된다.

 

즉,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직업들은 미래에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직업의 변천사가 인간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을 예전의 직업들을 가지고 했다. 수많은 직업들이 나타났나 사라졌지만 그중에 지금 우리의 흥미를 끌 만한 직업들, 생각도 못했던 직업들을 보여줌으로써 계속 변화해가는 사회에 대해서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잘 나가는 직업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잘 나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 지금 천대받는 직업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천대받을 거라고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처음은 '이동변소꾼'을부터 시작한다. 지금이야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도 못하겠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대도시에 몰려 살며 군중들이 함께 모이는 대중집회가 막 일어났던 그런 시대에는 '이동변소꾼'이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근대화, 산업화 초기의 모습이고, 이런 사회가 조금씩 발전해 감에 따라 화장실 문화가 발전해서 결국 사라지는 직업이 된다.

 

24개의 직업이 나오는데... 지금 완전히 사라진 직업도 있지만 아직도 존재하는 직업도 있다.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무면허 의사'와 '사형집행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들은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존재하고 있으니, 참으로 인류의 역사가 발전해 왔다지만 아직도 더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무면허 의사'는 자격증 우선 시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지만,(자격증은 없어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 봉사 차원에서 치료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런 자격증 시대에는 이런 사람이 처벌을 받는다. 실력이 있어도, 인간애로 그런 행위를 해도 처벌을 받는 그런 모습, 이런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으면 김정한의 "수라도"를 읽어보면 좋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무면허 의사는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불법 시술,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직업 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존재했지만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직업, '유모'와 '넝마주이'

 

시대가 변했으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그냥 이런 직업들이 있었다가 사라졌다가 아니라, 그 직업이 그 시대에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어떤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고 있고, 삽화를 통해서 그 직업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이렇게 옛 직업을 통해서 현재의 직업을 살펴보고, 미래의 직업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지금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라, 진로 교육이란 사회의 흐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직업이 어린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사회의 주류 직업일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어쩌면 이 책은 이래서 진로 교육에 꼭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을 쓴다면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로 유명한 '물장수'도 사라진 직업이고, 또 조선후기 책을 읽어주던 사람 '전기수'도 사라진 직업이니...

 

이것저것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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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4 -철길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풍경을 음미하며

내면을 응시하며

글자 하나하나가

침목이 되고

문단 하나하나가

철로가 되고

글을 나누는 장들이

역을 이룬다.

잠시 멈췄다 가는 역,

한참을 정차했다 가는 역,

휙 스쳐지나가기만 하는 역,

많은 역들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며

과정을 잊고

미련도 없이

빠져나간다.

탁!

문 닫히는 소리.

책 덮이는 소리.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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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길거리에서 빅이슈 판매원을 만나면 무조건 구입하려고 한다.

 

격주로 나오니, 구입하는 데 비용 부담도 별로 없고 또 정기구독을 하지 않으니 격주로 매번 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아주 가끔 빅이슈 판매원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한 해에 몇 번 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우연이라도 만나게 된 기회를 그냥 보내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구입하게 된다.

 

이번 호는 표지가 카카오 친구들이다. 캐릭터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을 다른 것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더 친숙한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것도 괜찮을 듯.

 

이렇게 카카오 프렌즈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유용한 정보를 얻었고, 내 마음을 다른 대상을 통해 표현하는 일, 그렇게 소통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도 됐다.

 

이밖에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는데, 생각할거리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단지 노숙자들의 재활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들에게도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교육, 사회, 인권, 책 소개 등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소개글들이 있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글을 읽고 함께 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서 좋은 책이다.

 

읽는 사람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파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은 빅이슈.

 

자주 만나자. 이런 잡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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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6-06-2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기분 좋은 정보를 접하게 되어 행운입니다! 그냥 지나쳤었는데 다음부터는 꼭 구입하겠습니다

kinye91 2016-06-21 09:11   좋아요 0 | URL
이번 호에 `응답하라1988`로 유명해진(?) 배우 김선영 씨 인터뷰가 있는데, 김선영 씨도 빅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었더군요. 그때는 3천원이었다는데... 지금은 오천원으로 즐거워질 수 있어 좋아요.

blanca 2016-06-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티비에서 보고 저번에 지하철 역에서 구입했어요. 많은 분들이 이런 좋은 정보를 알았으면 좋겠네요.

kinye91 2016-06-21 10:24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 좋겠어요.
 
퓰리처 - 권력의 감시자는 왜 눈먼 왕이 되었는가
제임스 맥그래스 모리스 지음, 추선영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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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언론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알고 있었다. 심심치 않게 올해의 퓰리처상은 누구누구라는 말이 나왔고, 또 어떤 사람을 소개하는 글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누구라는 말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이 몇 가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잘 알려진 상이 노벨상이고, 수학분야에서는 필즈상이 있다고 하고, 최근에는 소설가 한강이 딴 상이 또 인구에 회자되고 있었으니...

 

상을 만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도 영원히 남기고 또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도 하는 일석이조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퓰리처. 그냥 언론부분 상을 제정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그 사람의 평전이다. 그것도 최근에 나온.

 

세월이 흐르면서 한 사람에 대한 기록이 더 많이 밝혀지곤 하는데, 그런 사실들을 토대로 평전을 쓰면 후대로 올수록 좀더 정확한 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언론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을 다루는 전기는 정확해야 한다. 언론은 첫째도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고, 둘째도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면, 셋째도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이 책에 여러 번 나온다. 퓰리처가 언론사를 운영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그만큼 그는 상이름으로만 내게 존재했지, 구체적으로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그가 신문사를 운영했고, 그 신문사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 그 부의 일부가 상을 제정하는 비용으로 쓰였다는 것... 그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퓰리처가 늘 주장하는 것, "정확, 정확, 정확")

 

많은 자료들이 발굴되었을테니, 퓰리처란 사람에 대한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고 믿고 이 책을 읽어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책의 내용도 방대하다. 퓰리처란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으니... 방대할 수밖에 없겠지만...

 

언론인으로서 퓰리처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명확하게 드러냈고,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하지는 않으려 했으며 (이것은 정확하지 않다. 두고두고 밝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진실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고 있다) 힘이 없는 약자의 편을 들려고 했다.

 

신문에서 자본가들, 부패한 관료들, 정치인들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모습에서 이 점을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자본가가 된 퓰리처는 자신이 비판한 행동들을 따라하게 된다.

 

개인의 신념과 자본가로서의 행동이 일치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참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개인으로서의 자신의 사상을 사회적 공인으로서의 자신과 일치시키려는 모습. 그래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남들보다 권력을 지닌 사람이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점에서 퓰리처는 존경받을 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나중에 엄청나게 번 돈을 가지고 자신이 비판했던 재벌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일반 서민이라면 엄두도 못 낼 행동들을 하니.

 

하지만 이런 점들을 떠나 딱 한 가지 이 책에서 왜 퓰리처상이 권위 있는 상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그는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적 위협으로부터 언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아 그에게 명예훼손으로 기소를 당하고도 끝까지 싸우는 모습, 그래서 연방법으로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

 

결국 언론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언론을 통해 정치 개혁을 할 수 있고, 그것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런 변화는 특히 힘이 없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개인적 삶이야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독선적인 성격과 운영방법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어떤 외적인 압력에도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 그것믄 본받아야 한다. 그래서 더 퓰리처상이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언론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퓰리처가 활약했던 1880 - 1900년대에도 이런 선정적인 기사만으로 쓰는, 확인도 안 된 기사만을 쓰는 기레기들은 있었다. '기레기'들이 판치느냐 아니냐가 바로 언론이 제대로 섰느냐 서지 않았느냐의 기준이 될 뿐이지)

 

적어도 언론인은 이래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언론인들이 있었고, 그분의 이름을 딴 언론상도 있지만.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너무도 잘 읽었다.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 퓰리처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이기도 하고. 그리고 언론인 퓰리처와 사업가 퓰리처, 개인 퓰리처가 참으로 다른 삶을 살았음을 알게 한 책이기도 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런 책을 받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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