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이라고 했다. 문익환 목사 호가 바로 '늦봄'이다. 봄이 오는데 천천히 온다는 뜻인가. 아니면 늦더라도 봄은 온다는 뜻인가. 그도 아니면 남보다 앞서서 봄을 즐기지 않고 남들이 즐긴 뒤에야 봄을 즐긴다는 뜻인가.

 

  하여간 봄은 봄이다. 문익환 목사가 꿈꾸었던 통일이 봄이라면, 참으로 늦게 온 봄이다.

 

  통일을 위해 노력하다가 스러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통일은 여전히 오지 않고 있는데, 그럼에도 통일이 어느 날 우리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는 것이 아니라면, 통일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면, 열매를 맺기 위해 겨울이 주는 혹독함을 견뎌야 하고, 봄에 겨울의 상흔을 씻고 준비를 하고, 여름 더위와 비바람을 견뎌야만 하듯이 통일은 그렇게 천천히, 느지막히 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사이를 돌아다니다 문익환 목사 시집을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문익환 목사가 태어난지 년 100년이 되는 해다. 1918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2018년은 탄생 100년이 되고도 한 해가 지난 해다.

 

그가 살아간 해를 생각해 보면 일제시대를 거쳐 분단과 전쟁, 독재와 민주화 시대를 두루 거쳤다. 한마디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살다 간 분이다.

 

목사였기에, 목자가 되기 위해서 민중을 위해서 앞장 섰던 분이기도 하다. 시인 윤동주의 친구이기도 해서, 윤동주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한 분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 '동주야'라는 시가 실려 있다)

 

또한 통일을 위해 노력한 분이기도 하고... 통일을 위해서 북한을 방문하기도 해서 고초를 겪기도 했던 분.

 

이 시집 첫머리가 바로 '잠꼬대 아닌 잠꼬대'다. 이 시에서 북한에 가겠다고 선언을 한다. 단지 시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문 목사는 이를 실천했다.

 

시 첫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

 

누가 시인이 아니랄까봐서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또 펼치는 거야

천만에 그게 아니라구 나는

이 1989년이 가기 전에 진짜 갈 거라고

가기로 결심했다구

(생략)

 

문익환, 두 하늘 한 하늘, 창작과비평사. 1996년 초판 4쇄. 3쪽

 

그리고 정말로 방북을 했다. 통일운동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때였다. 비록 감옥에 가더라도, 북한에 갈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줬다.

 

문 목사가 꿈꾸었던 일들이 지금 하나둘 결실을 맺기 시작한다. 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이 되고 있다.

 

훈데르트 바서가 했다고 했나, 혼자서 꿈을 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문익환 목사의 꿈만이 아니라 우리들 꿈이 모이고 모여, 잠꼬대 아닌 잠꼬대들이 모여 이제는 우리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통일은 천천히 오고 있다.

 

'늦봄' 문익환... 여전히 봄은 오지 않았지만, 오고 있다. 늦더라도 봄은 온다는 믿음이 있다. 이 시집에 실린 것처럼 통일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업다.

 

      (전략)

통일이라는 것도 그러고 보면

별로 대단한 게 없군요

형님하고 나하고 오다가다

북청이나 단천쯤 어느 주막에서 만나

술자리 한판 떡벌어지게 차리고

마시다 마시다 곤드레가 되는 일이군요

       (생략)

 

문익환, 두 하늘 한 하늘, 창작과비평사. 1996년 초판 4쇄. '문석이 형님' 부분. 98쪽.

 

그렇다. 이런 게 통일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평양냉면 분점이 서울에 생기거나 또는 평양이나 그 어디쯤 가서 북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 아니겠는가.

 

하여 시인은 자유를 이렇게 노래한다.

 

        (전략)

황주에서 꿀맛 같은 홍옥을 사 먹고

평양에 가서 냉면 두어 그릇 사 먹고

신의주에 가서 압록강 물에 참외를 씻어 먹는 맛 그게 자유란다

문석이형님을 모시고 목포에 가서 소주를 받아놓고

홍어 민어 광어 낙지회를 먹으며

회포를 푸는 일도 정말 눈물겨운 자유겠군요

       (생략)

 

문익환, 두 하늘 한 하늘, 창작과비평사. 1996년 초판 4쇄. '자유' 부분. 103쪽.

 

아직은 이렇게는 못하지만 이제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시작된다.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만남부터 점점 더 만남을 넓혀가면 된다.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미 그것은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봄은 올테다. 분명 온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냥 천천히 가면 된다.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이것이 바로 '늦봄'이 바란 것 아니겠는가. 그가 있는 하늘은 이제 두 하늘이 아니라 한 하늘일 텐데, 우리도 한 하늘 아래서 살기를 그가 바라고 있지 않겠는가.

 

문익환 시집을 읽으며 요즘 한층 밝아진 남북관계를 생각하면서 봄이, 우리에게도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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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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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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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삶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3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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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는 살기 힘든 나라였을 것이다. 전쟁에서 패했고, 파시즘이 물러갔다고는 하나 민주적인 정부가 제대로 들어서지는 못했을 거고, 넘쳐나는 빈민들을 제대로 구제하지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공산당이 제대로 활동을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설에서 공산당 지부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빼돌리는지가 나오는데, 이것이 당시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그들은 민중들이 고난을 당할 때 현장에 함께 있어주니, 민중을 위한다는 슬로건을 어느 정도 실천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은 민중들에게 절대로 우호적이지 않다. 경찰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한 카고네를 마을 여자들이 단합하여 구해주자 다음 날 저녁 경찰들이 들이닥쳐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간다.

 

심지어 옷을 건네주러 온 가족까지도 잡아가 버리는 횡포를 저지르는데, 없는 사람들은 공권력에게도 힘없이 당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도덕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전상국이 쓴 '우상의 눈물'에서 재수파 대장인 기표를 순수 악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톰마소가 사는 동네 아이들도 이런 순수 악에 해당한다.

 

그들에게 도덕은 의미가 없다. 당장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 힘든 그들에게는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다. 도둑질부터 시작하여 강도, 몸 파는 일까지 안 하는 일이 없다.

 

이들을 도덕 잣대로 재면 이해할 수가 없다. 도덕이 이들을 밥 먹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나이를 먹어간다. 감옥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게 되고.

 

여기에 예외적인 인물이 주인공 톰마소이다. 톰마소 역시 부랑아일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온갖 못된 짓을 다 한다. 심지어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창녀의 돈을 강탈하기까지 하고, 동성애자에게 몸을 팔고 위협해서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변화해간다. 여자 친구인 이레네와 행복한 가정을 꾸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빈민촌에서 현재만이 있던 생활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다. 그에게 미래가 보인다. 그 순간 그는 현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고,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다시 보게 된다. 기독교민주당에 들어가 어떻게든 줄을 잡아 생활기반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이 결핵으로 인해 병원에 다녀온 뒤에는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다.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눈,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못된 행동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사람이 어떻게 한번에 변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나쁜 행동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마지막에 홍수가 난 빈민촌에 자진해서 사람들을 구하러 간다. 친구들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그가 구한 사람이 창녀라는 사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피난을 온다는 서술, 가장 없는 그래서 몸밖에는 팔 것이 없는 창녀를 구하는 톰마소의 행동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를 보여준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를 구해주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를 느낄 수 있고. 그러나 그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지지리 가난한 생활에서 변변한 학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배경도 없는 톰마소가 청렴하지 않은 사회에서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가 한 이타적인 행동은 결핵을 심화시키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죽을 수밖에 없다.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삶은 나쁜 짓을 끝까지 해도 사살되거나, 자살로 삶을 마감하거나 감옥에 수감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고, 여기서 벗어나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려 해도 결국 사회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니 톰마소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가 살 장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수가 끝난 뒤 정치인이 와서 '노상 하는 약속을 남발하고 갔다'는 표현처럼 이들이 살아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순수 악'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이들이 생계로 인해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생계 문제가 해결이 된 다음에 생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도덕은 생계가 해결된 다음에 나오는 것이다.

 

톰마소 역시 이레네와 만나는 것, 새로운 생활을 설계해나가는 것 역시 생계가 해결된 다음, 생활의 문제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생계는 스스로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지만, 제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지 않고 개인의 노력으로만 맡기면 해결되지 않는다. 톰마소처럼 결국 죽음에 이를 뿐이다. 우리나라 빈곤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고, 복지 정책도 점차 풍성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힘든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바꿀 수 있는 면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파솔리니가 쓴 "폭력적인 삶".  

 

도시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최소한 도덕이라는 윤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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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먼 과거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잊혀진, 그냥 과거 사진 속에서나 존재하는. 정선이나 태백이나 삼척에 가봐도 탄광은 이제 박물관이 되어 있기도 하고.

 

  그렇게 과거 속으로 탄광은 들어갔다.

 

  우리들 겨울을 책임지던 연탄도 도시가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멀리멀리 사라져 갔고.

 

  온동네가 까맣던 탄광 마을을 사람들은 기억이나 할까? 마을만이 아니라 몸속까지도 까맣게 까맣게 타들어가던 사람들을 기억할까?

 

그들이 그렇게 시커멓게 탄가루들을 뒤집어쓰며 일한 대가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한다.

 

이젠 화석연료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고 하는데, 화석 연료들 가운데 가장 우리 삶에 가까웠던 것이 석탄이고, 그 석탄으로 연탄을 만들어 우리를 살게 했는데.

 

지금도 간혹 연탄구이집들이 있고, 여전히 연탄을 쓰는 곳이 있지만, 탄가루가 풀풀 날리는 마을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그렇게 우리 눈에서 멀어졌지만, 탄광은 우리들 삶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 광부로 독일에 나갔던 경험도 있으니 말이다.

 

임길택 선생이 쓴 "탄광마을 아이들" 시집을 읽으며 옛날 생각이 났다. 탄광마을과는 멀리서 살았지만 겨울이 오려 하면 연탄을 창고에 쟁여두었던 어린시절, 연탄을 나를 때 온몸이 시꺼멓게 변하던 모습들, 다 탄 연탄을 눈이 온 다음에 길거리에 부수며 깔아두었던 일들.

 

그렇게 연탄은 우리 생활과 밀접했지만, 그래도 탄광마을 아이들 삶을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다. 그랬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임길택 선생이 쓴 시들을 읽으며 왜 이렇게 슬픈 마음이 되는 걸까?

 

아련한 과거가 마음 한 구석에서 슬픔을 밀어올리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탄광마을 아이들" 그렇게 힘들게 지내던 아이들, '막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의 종점에 이른 것처럼 사는 어른들 사이에서도 아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 지독한 가난, 모든 것이 까맣게 변해가는 동네에서도, 아이들은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온 아이들, 그 부모들 덕으로 지금 우리가 사는지도 모르겠다.

 

슬프면서도 희망이 보이는 시들이다. 가령 이런 시

 

   우리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탄먼지 일어 눈을 못 뜰 때

우리는 그냥 돌아서기만 해요

그러다 또다시 고무줄을 하고

놀다 지치면 집으로 가요

 

탄광 기계 소리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아도

누구 하나

시끄럽다 말하지 않아요

놀다 보면

그 소린 듣지도 못해요

 

임길택, 탄광마을 아이들, 실천문학사. 2005년 3판 3쇄. 76-77쪽.

 

예전엔 탄광마을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 문제가 있었다. 물론 경제 문제로 인해 이런 환경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아니, 최선이 아니라 아이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어디에 있더라도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살아간다.

 

그런데 지금은 특정한 마을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를 보라. 어느 마을로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모든 사람들이 관계된다.

 

탄광마을 환경 개선이 시급했듯이 지금은 이런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다. 어른들이, 있는 사람들이, 또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이렇게, 탄광마을 아이들처럼 그냥 지낼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가 심해도 아이들은 논다. 그냥 노는 것이다. 그 다음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일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바로 어른인 우리들 책임인 것이다.

 

"탄광마을 아이들" 읽으며 과거 슬픈 현실이 지금은 슬프다는 마음도 들지 않게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시집은 단지 과거의 시집이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모습을 먼 과거에 보여준 시집이다.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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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6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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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6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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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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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5: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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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 2003.제1호
시인 편집부 지음 / 시인(도서출판)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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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들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제목이 한자로 되어 있는 책 '詩人'을 만났다. 어, 이런 잡지가 있었네. 1호부터 몇 권이 있었는데 우선 1권을 펼쳐보니 '조태일' 편이다.

 

내게는 '국토'의 시인으로 기억에 남은 시인. 사서 읽다보니, 시인이라는 시잡지를 조태일 시인이 만들고 운영했더란다. 까맣게 모르고 있던 사실.

 

엄혹했던 시절 없는 돈으로도 시 전문지를 냈던 조태일 시인이 단지 편집자로만 남지 않고 자신도 많은 시집을 냈으니... 그의 시집 중에서 '국토'는 내가 젊었을 적 많이 읽은 시집이었는데... 여전히 '국토'에 실린 '국토 서시'라는 시는 기억 속에 남아 있고.

 

그러니 다시 시인이 복간되면서 1권에 조태일 시인을 특집으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시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잡지는 조태일 시에 대한 평이 앞에 나온다. 조태일 시인이 우리나라 시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가 쓴 시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비평가들이 밝혀주고 있다.

 

다음에는 이동순 시인이 선정한 조태일 시35편이 실려 있다. 조태일 시인이 생전에 발간한 시집 중에서 이동순 시인이 고르고 고른 시들이니, 이 시들을 읽는 재미도 좋다.

 

조태일 시 다음으로는 인간 조태일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실렸다.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 시인으로의 모습 등 다양한 조태일 시인의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이 잡지에 실려 있고, 또 조태일 시문학 기념관을 짓는 과정에 대한 글도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시인을 대우하는 사회가 된 것인지, 각 지방에서 지방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기념관을 만들고 있는데...

 

조태일 기념관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나중에 머물기도 한 곳에 기념관이 들어섰으며, 그의 시가 출발한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곳에 기념관이 있고, 또 조태일은 우리가 기념할 만한 시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면 굳이 '시인'이란 잡지를 복간할 필요는 없었으리라. 시 전문지라는 위상에 맞게 그것도 시인들이 직접 쓴 시들이 실려 있다.

 

한편 한편 시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시인들의 글씨 속에 묻어나는 시정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좋다.

 

물론 시 전문지를 내면 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 삶을 풍요롭게는 할 수 있다. 그것이 아직도 시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겠다. 꾸준히 시집이나 시 전문지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렇듯 우리나라 시인을 기리고, 또 새로운 시들도 만나볼 수 있는 시잡지 '詩人'... 읽으면서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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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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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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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세상읽기 그리스신화 나의 고전 읽기 20
강대진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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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은 신화는 그냥 재미있다. 그것으로 끝이다. 거기서 더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거나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읽어가기만 한 것이다. 그 중에 토마스 불핀치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도 재미있었다.

 

완역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한 권짜리로 읽었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입문한 첫책이다. 우선 재미가 있었기에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나 할까.

 

마찬가지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도 서양 인물들을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마찬가지로 완역이 아니고 축약된 한 권짜리 책이었지만 왜그리도 흥미진진하던지.

 

그러다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도대체 어느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것 뿐이다. 우리나라 신화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더이상 외국 신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과 자주 교류를 하는 시대에, 이제는 외국 유학을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로 다양하게 가는 시대에,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용하게 다가온다.

 

서양 문화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신화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학 작품에도 이 신화가 깔려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깊이있게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상에 최근에 읽은 "파우스트"에도 '헬레나'나 나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 이 책은 로마 신화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만 언급한다. 그리스 신화만 언급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과 약간 다르게 표기가 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옳은 표기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고 있다 - 여러 판본, 여러 책, 여러 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정리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가 있고, 또 어떤 쟁점들이 있는지, 어떤 면에서 해석이 갈리는지도 알 수 있다.

 

신들의 시대에서 영웅들의 시대까지만 다루고 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딧세우스"의 모험이 영웅들의 시대를 끝내는 이야기라고, 그 다음부터는 역사시대로 접어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트로이 전쟁부터를 역사시대로 보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신화나 역사나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역시 하나의 해석에 목 맬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책은 여러 논점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스 신화가 서양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도 알 수가 있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학 교재 용으로 썼던 내용을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표현을 바꾸었다고 했는데,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읽은 그리스 신화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게다가 요즘 학교 공부를 통해서 정답이 있는 것을 외우도록 배워왔기에, 정답이 없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된다는 이 책의 신화 해석은 청소년들을 더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그 헷갈림 속에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고, 신화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여기까지 가기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너무도 바쁘다.

 

처음 표지를 보고 초등학생용인가 했는데, 내용이 아니다. 중학생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여러 신화를 읽고 생각을 해본 고등학생 이상이 되어야 이 책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읽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도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낸다면, 우리나라 신화를 만날 때에도 좀더 깊고 넓은 시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양 신화가 단지 서양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나 문화, 역사를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신화를 읽고 우리들을 다시 보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번 꼼꼼하게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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