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고향 - 한국미술 작가가 사랑한 장소와 시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할 때 가는 곳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알면 작은것도 놓치지 않을 수가 있는데, 모르면 큰것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하는 데도 그런데 그 장소와 관련된 작품이나 작가를 알면 그곳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작품의 고향'이란 제목으로 그 장소를 사랑한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작가만이 아니다. 그 장소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올 수밖에 없다. 장소와 작가가 맺는 관계, 그것을 통해서 그 장소를 더욱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장소에서 작가나 작품이 떠나지 않고 하나가 됨으로써 어떤 장소를 우리에게 영원히 남게 해주기도 한다. 지금처럼 순식간에 변하는 시대에 무언가 변하지 않는 마치 고향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요소가 바로 장소와 함께 하는 작가, 작품이다.

 

많은 장소가 있고,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13명의 작가를 이야기한다. 13장으로 되어 있는데, 한 작가가 차지하는 장이 두 개고, 한 장에는 두 작가가 등장하기 때문에 결국 13명이다. 그런데 장소는 12곳이고, 하나는 소나무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나무.

 

그러니 소나무를 제외하고 다른 장소와 작가 또는 작품을 이야기하면 이렇게 된다.

 

불국사-박대성, 인왕산-정선, 지리산-오윤, 진도 -허씨 삼대, 제주-강요배, 영월-서용선, 태백-황재형, 골목-김기찬, 임진강-송창, 오지리-이종구, 통영-전혁림

 

꽤 알려진 작가도 있고,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작가도 있다. 대부분이 화가지만, 김기찬의 경우는 사진작가다. 서울의 골목을 사진으로 찍은 작가.

 

이렇게 인물과 장소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책이 전개되고, 또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 장소를 더 친근하게 만날 수가 있다.

 

책을 통해서 하는 여행인데, 그곳에 대해서 깊고 넓게 알아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장소와 작가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개하는 작가만이 아니라 그 장소와 얽힌 다른 사람들, 다른 작품들도 많이 다뤄주고 있다.

 

세상에 한 장소에 한 작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통영과 전혁림을 이야기할 때는 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한다. 청와대에 걸 그림을 구입하는 과정. 내로라 하는 그림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을 청와대에 걸고 싶다는 대통령과 대통령이 사랑했던 장소를 그렸던 화가. 그렇게 해서 통영은 또 하나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작곡가 윤이상으로 기억되는, 한려수도로 기억되는, 충무공 이순신으로 기억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백석이나 유치환으로 기억되는 통영에서, 전혁림이라는 화가와 고 노무현 대통령이 힘들 때 찾았다는 통영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리도 지리산도 그렇다. 지리산 그 넓디 넓은 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깃들어 있었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지리산과 오윤을 연결시키고 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인 고정희를 비롯해서 빨치산 대장이었던 이현상까지... 지리산은 모두를 품고 있는 그런 산이다.

 

이렇게 장소와 관련된 많은 인물들, 작품들을 알게 되면 그 장소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그 장소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하여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을 우리들 마음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작가와 작품을 연결고리로 해서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고향으로, 장소로 만들어 주고 있다. 

 

혹, 이 책에 나온 장소로 여행을 갈 때 한 번 이 책을 읽고 가면, 그곳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마을 인문여행 - 미술, 마을을 꽃피우다 공공미술 산책 2
임종업 지음, 박홍순 사진 / 소동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시골이 비고 있다. 인구는 점점 줄어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시골에서 사라지고 있다. 학교가 폐교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로 도시로 사람들이 이주하여 시골 곳곳마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시골이 점점 황폐화될 때 시골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미술이 들어왔다.

 

마을 미술 프로젝트라고 하는 사업인데, 미술가들이 마을에 들어가 마을 특성에 맞는 미술 작품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하여 사업을 실시했는데, 성공한 마을도 있고, 실패한 마을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 그래도 마을을 사람 사는 곳으로, 문화가 있는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래도 성공했다고 하는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마을 미술을 볼 수도 있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는지도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미술이 조각들이야 조금 오래 가더라도, 그림은 몇 년이 지나면 퇴색해지기 때문에 이 책에 나와 있는 미술들이 그대로 마을에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진정한 마을 미술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에 녹아들어 마을과 함께 변해가야 하는 것, 그렇게 마을과 하나된 미술은 마을 살리기에 성공한 미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미술은 작가의 것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을과 동떨어진 작가의 솜씨를 뽐내는 미술로는 마을 미술이 될 수 없다.

 

마을의 특성, 문화를 살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는, 마을 사람들을 마을 미술의 주체로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마을 미술이 성공한 마을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술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삶과 함께 녹아 있는 미술, 그러한 미술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마을 미술들은 소중하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보기 좋은 미술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미술이 어떠해야 한지를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즉, 미술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삶과 함께 하는 미술이어야 하는 것. 그런 마을 미술이 마을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골이 점점 비어갈 때 그 빈공간을 그냥 놓아두지 않고 미술로 채우는 것, 미술만이 아니라 그 미술을 통해 사람들로 다시 시골을 채우는 것. 그것이 마을 미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14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4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목에서 슬픔이 묻어 나온다.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이라니. 꽃이 피기도 전에 이미 왔다 스러져 간 사람들. 우리 역사에서 이런 슬픔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렇게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지녀야 하는데...

 

  이종형 시집을 읽다. 처음부터 4.3이다. 제주도. 관광의 섬으로 다가오지 않고 비극의 섬으로 다가온다. 처연하다.

 

  이 아름다운 자연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살육이 있었다니, 아니 이 살육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4.3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주도에 간 적이 있다. 최근에.. 강정 부근을 지나면서 차마 들르지 못했다.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할 제주가 여전히 전쟁의 섬으로 남아 있는 듯한 느낌에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참에 이종형의 시집을 읽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다. 다시 4.3을 떠올리고, 강정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읽어야 한다.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그렇게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 우리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첫 시 산전(山田)을 읽으며 다시 강정을 떠올린다. 이렇게 강정이 산전이 되게 하지 않아야 하는데... 하면서.

 

山田

 

깨진 솥 하나 있었네

누군가는 버렸다고 하고, 누군가는

떠나며 남겨두었다고 하네

 

어느 겨울

솥을 가득 채운 눈雪을 보았네, 문득

갓 지은 보리밥이 수북한 외할머니 부엌의 저녁이 떠올랐네

山田의 깨진 솥은, 그해

뜨거운 김을 몇 번 내뿜었을까

달그락거리며 솥바닥을 긁던 숟가락은 몇이었을까

 

겨울이 수십 번 다녀가고

수천 번 눈이 내리고, 얼고, 녹아 흘렀어도

그날의 허기가 가시지 않았네

 

아직 식지 않았네

 

* 山田: 제주 4.3항쟁 당시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가 지휘하던 무장대 최후의 은거지. 이덕구 산전이라고도 한다.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 2018년 초판 2쇄. 12쪽.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꽃보다 먼저 다녀간 세월. 그런 아픔을 딛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된 것.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 새롭게 읽는 소월의 시 한티재 교양문고 5
박일환 지음 / 한티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보는 순간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과 같은 판소리계 소설과 '홍길동전'이 떠올랐다. 김소월이 누구던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인 아닌던가. 우리나라 시인 이름을 대 보시오 하면... 처음 나오는 이름이 아마도 김소월, 윤동주 쯤이 아닐까 한다.

 

이 이름들이 나오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교육열이 높아도 너무 높은 우리나라에서, 교과서가 정전으로 취급받고 있는 이 나라에서, 국어 시간에 배운 시인, 그것도 비중있게 배운 시인, 시보다는 시험을 잘보기 위해서는 꼭 배우고 외워야 하는 시인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인들이다. 어떤 시인은 단 하나의 시로 기억되기를 바랐다고도 했는데, 이들은 단 하나의 시가 아니라 여러 시들, 많은 시들로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들은 교과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험 때문에 외웠던 몇몇 단어들(민요조 서정시, 부끄러움의 미학 등)만 기억 속에 있고, 정작 시들은 마음 속에 자리잡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 책에서 저자는 김소월과 윤동주의 시를 단순해서 비교하고 있다. 이는 비교를 위한 단순화이지 절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윤동주의 시가 '부끄러움의 미학'에 기대고 있었다면, 김소월의 시는 '그리움의 미학'에 기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월의 시를 평할 때 많은 사람들이 현실 극복의 지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곤 한다. 이러한 견해가 소월 시의 전체를 아우르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향을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 166쪽 

 

아니다. 마음 속에 자리잡은 시가 있기에 이들이 우리나라 대표 시인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김소월 하면 '진달래꽃' 윤동주 하면 '서시' 하고 금방 튀어나온다. 한번 암송해 보라고 하면 끝까지는 몰라도 몇몇 구절은 누구나 읊조릴 수 있다.

 

가히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고 대표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춘향전이나 홍길동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끝까지 읽은 적이 별로 없는 작품.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 춘향전, 홍길동전 아니던가.

 

그렇다면 김소월이나 윤동주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라고 하면서도 이들이 낸 시집을 다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이들이 낸 시집이라고는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나 유고시를 빼고는 단 한 권에 불과한데 말이다.

 

김소월은 시집 "진달래꽃"을, 윤동주는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냈을 뿐이다. 그러니 단 한 권 시집을 낸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시집을 다 읽은 사람이 적다는 것은, 그들이 너무도 유명해서 또 너무도 유명한 시들이 있어서 그 유명한 몇몇 시에 그들이 갇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이 제목, 정말 잘 지었다.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다른 말로 하면 제발 김소월이 쓴 다른 시들도 좀 읽으라는 얘기다. 그냥 김소월=진달래꽃, 이 등식에 안주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가 문화인이 되려면 적어도 교과서 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는 김소월을 '진달래꽃'으로만 기억하지는 않는다. 교과서에도 진달래꽃만 실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정서를 지닌 작품들을 실어놓고 있다. 가끔 민족시라고 해서 일제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은 시를 싣기도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이런 경우 말고도 김소월은 다양한 시들을 썼으나 교과서에서는 고만고만한 시들만 싣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김소월을 특정 시경향의 시인으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김소월=진달래꽃'의 등식은 비유로 여겼으면 한다)

 

교과서에서 벗어나는 일, 김소월을 특정 시에 가두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김소월처럼 이렇게 '진달래꽃'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다른 시인들이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김소월은 이미 하나의 시에 갇혀서는 안 되는 시인이다. 그런 시인을 더 알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너무한 일이다.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더 많은 시를 읽지 않는 시인. 김소월=진달래꽃, 이 등식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김소월이 '진달래꽃'으로 우리나라에서 정점을 찍은 시인임은 확실하지만, 그가 쓴 다른 시들을 더 많이 읽을수록 왜 김소월이 뛰어난 시인인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김소월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김소월 시 중에 좋은 시들이, 마음을 파고드는 시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한(恨)의 정서, 민요조 서정시' 등으로 그를 제한하기에는 다양한 시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시들이 소개되고 있고, 이 시들에 대한 소개글이 있다. 그냥 시만 읽어도 좋지만 그 시에 대한 해설들, 다양한 쟁점들, 그리고 김소월의 삶 등이 함께 씌어 있기 때문에 김소월 시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김소월 시를 읽으면서 김소월의 시맛을 맛보게 된다. 그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이렇게 이 책은 '진달래꽃'으로 시작해서 '진달래꽃'으로 끝난다. 단지 김소월 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김소월과 다른 시인들의 시를 비교하는 글도 실려 있는데, 김소월이 쓴 '진달래꽃'으로 시작해서 그 시를 변용한 김언희의 시로 끝나고 있다.

 

그렇게 우리가 알던 '진달래꽃'의 애잔한 정서는 김언희의 시에서 낯섬으로 변주가 된다. 그리고 이런 변주가 김소월 시를 더 풍요롭게 함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더해 김소월을 과거의 김소월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김소월, 미래의 김소월로 불러낼 수 있고, 불러내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 이제 김소월을 이야길 할 때 '김소월=진달래꽃'의 등식을 벗어나야 한다. 그는 어느 한 시로, 또 어느 한 경향으로 가둘 수 있는 시인이 아니다. 그를 그 틀에서 빼내었을 때 우리 시도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우리들 감상 능력도 마찬가지고.

 

김소월 시에 대해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 시를 이해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 김소월을 교과서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 읽으면 다양하고 새로운 김소월 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12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화, 그림으로 읽기 - 그리스 신들과 함께 떠나는 서양미술기행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신화'는 우리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 감수성을 깨운다. 신화를 읽으며 미지의 세계로 떠나기도 하고, 내가 떠나온 곳에 대한 동경으로, 그곳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신화 시대, 이 시대에 인간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오로지 신이 뜻하는 대로 살아가면 됐고, 인간의 운명은 신에게 달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살면 되는 시대, 그 때가 바로 신화시대 아니었던가.

 

그러다 인간 자신이 신에 맞서기 시작한 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때가 오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영웅시대라 할 것이다. 영웅, 비록 죽음을 이기지는 못하지만 살아 있을 때 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신과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이 칭송받던 시대가 영웅시대라면 이제 그러한 영웅도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인간들이 서로 갈등하고 타협하는 인간시대, 이를 청동시대, 철기시대라는 말로 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대가 오게 된다.

 

신이 저 멀리 사라져버린 시대. 그렇게 멀어진 신들을 인간은 그리워하게 된다.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완전한 존재를 동경하는 것이다. 다시는 신화시대가 오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신화시대를 그리워하는데, 그런 신화시대를 찾게 하는 것으로 미술이 있다.

 

서양 사람들 문화의 기원이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특히 시작을 그리스 신화로 보면, 서양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그리스 신화를 알게 되면 그들 문화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미술을 통해 접근을 한다. 서양 사람들이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리스 신화에서 많은 내용을 빌려와 미술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술들이 그리스 도시 곳곳에 남아 있고, 그들 삶이 신전이라는 이름으로 건축물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스에 남아 있으니 저자가 이 책의 1부에 그런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리스 도시와 미술관에 이어서 저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가운데 너무도 잘 알려진 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이 조각이나 그림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유럽 곳곳에 있는 미술관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더 좋은데...

 

미술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이라고 해도 좋고, 유럽 미술관 기행 또는 박물관 기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그림들과 조각들, 그리고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소개개 되어 있다.

 

물론 미술관, 박물관은 미술을 소개할 수 있는 장소니 당연히 나와야 하지만, 수천년에 걸쳐 모아놓은, 시간과 장소를 집적해놓은 듯한 미술관, 박물관이 많다는 것이 부럽기는 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그 나라의 문화가 모여 있는, 그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켜켜히 쌓여 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많이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 또 파리를 설명할 때 도시 자체에 역사가 있다는 말이 부럽기도 했지만...이제 우리도 문화에 눈을 돌리고 있으니... 난개발을 막고 역사에, 문화에 관심을 지니고 있으니..

 

그런 모습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가는 것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경제만큼이나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 우리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3부에서는 신을 닮고 싶어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들에 빗대는 것이야 동서양 가릴 것이 없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예술이 자칫하면 권력에 이용당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 한 권으로 유럽 미술관, 박물관을 그리스 신화라는 주제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깊고 넓게 그리스 신화를 다룬 미술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히 그리스 신화를 다룬 미술을 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문화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예술은 삶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는 것...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예술도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더 많은 예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11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