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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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라는 말이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그들은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역시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생명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시인 황인숙은 남산 해방촌에서 산다. 해방촌에 살면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동네 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주기도 한다.

 

물론 동네 사람들 가운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황인숙은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생명에 대한 사랑, 그것은 곧 시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이 책 1부는 이러한 해방촌 길고양이와 얽힌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많은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게 된 지금, 이 책은 조금 시일이 지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길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 책에서 언급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길고양이들 처지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시인은 길고양이와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비와 주차 차량 이야기를 한다. 비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시인. 발이나 옷이 젖는 것도 좋아 비가 오면 한정없이 걸었다는 시인이, 길고양이를 돌보면서부터는 비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길고양이에게 준 먹이가 비로 인해 불어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마가 되면 길고양이들이 너무도 안 좋은 환경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고마운 존재로 바뀌게 된다. 적어도 그렇게 주차되어 있는 차량 밑에서 길고양이들이 비를 피하거나, 더위를 피하거나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에게 어떤 존재도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것, 시인은 이렇게 길고양이를 통해서 존재들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도 해주고 있다.

 

읽다가 황인숙 시인이 낸 시집이 있는 것이 기억나서 시집 차례를 죽 훑어보았더니, 고양이에 관한 시가 두 편이 있다. 대충 훑어본 것이라 아마도 더 많은 시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시들은 다음과 같다.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닥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황인숙,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문학과지성사. 1992년 4쇄. 14-15쪽.

 

  고양이

 

당신의 손끝이 내 등을 스치면

별들이 벌떼처럼 날아오르죠

당신의 손은 게을러요

당신의 손을 핥을 때

당신의 무릎에 턱을 비빌 때

떨어지는 몇 개의 별처럼

야아옹 서글피 당신을 부르는 걸

자, 그만. 하고는 마시지요

별은 내 마음에도 제멋대로 나타나

내 기분을 변덕스럽게 해요

나뭇가지 중에서도 하늘거리는

윗가지에 앉아

어지럽도록 흔들리는 게

나는 좋아요

별들이 반짝이는 건

몹시 흔들리기 때문이죠

내가 새조롱에 달려든다면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나는 당신의 새를

해치려는 게 아니어요

그저 그들과 함께 가벼이

당신 앞에서

반짝거리고 싶을 뿐

 

당신의 손은 게으르죠.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사. 1997년 재판 2쇄. 74-75쪽.

 

고양이에 대한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은, 그렇지 못한 고양이들의 현실과 겹쳐져 사람만이 아니라 갇혀 있는 존재, 자유롭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두 번째 시는 집에 있는 고양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이 어찌 고양이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손은 어쩌면 그렇게 게으른지도 모른다.

 

우리 앞에서 반짝거리고 싶어 행동하는 존재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 시. 내가 주변 사람들, 주변 존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

 

고양이를 통해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과 황인숙이 경험하고 생각한 이야기들이 함께 실려 있으니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길고양이들을 먹이까지는 주지 못하더라도 좀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덧글

 

수필을 읽는 재미가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시가 젊음에 해당한다면, 소설은 중년에 해당하고, 수필은 노년에 해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수필은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이 글에서 이런 말을 읽고 이 말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기술이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다." - 앙드레 모루아의 글이라고 한다.

 

"영광의 공허함을 알고 무명의 한 존재로 편안함을 얻으려는 기분" - 누군가의 말인지 모른다고 한다.  이 말 역시 앙드레 모루아의 글이라고 하는 글도 있다. (239쪽)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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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토록 산업화된 시대에. 시인은 유물이 되어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각박해져 갈수록 시인이 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세상이 시멘트로 덮일 때마다 시인이 노래하는 자연은 점점 사라지는데...

 

 인공이 판치는 시대. 자연이 사라져가는 시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래도 꽃 피면 꽃을 보기 위해 우 몰려가고, 꽃 대신 서로의 뒤통수만 보다, 서로의 발길에 치여 오기도 하고...

 

  단풍이 들면, 또 단풍을 보러 우 몰려가 서로의 몸을 부딪치고, 부딪히며 그렇게 자연 속에 사람들만 채워놓다 돌아오고는 하는데.

 

시인은 사라져 가는 자연을 안타까워 하며, 인공의 시대를 거부하기 위해 다시 자연을 불러오지만, 시인에게 불려온 자연은 점점 줄어들기만 하고.

 

그래도 시인은 자꾸 자꾸 자연을 불러오고. 우리들에게 아직은 자연이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시인이 불러온 자연이 인공을 몰아내지는 못하고, 다시 인공 속에 파묻혀 버리는 현실.

 

나희덕 시집을 읽다가 '또 나뭇잎 하나가'라는 시를 보고는 시인의 처절한 몸부림을 표현한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나뭇잎 하나가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새소리 몇 줌으로

저 소음의 거리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사.  2004년 2쇄. 94쪽.

 

시인이 발버둥치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기밖에 되지 않는 현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시인. 이런 시인들이 있어 그나마 '시멘트 바닥의 비천함'이 잠깐이라도 가려지고 있는데...

 

자꾸만 줄어드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 인공의 세계에서 자연과 멀어지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우리에게 데려오려는 시인의 몸부림. 그런 시인의 몸부림이, 바로 시인이 시로 표현하는 언어, 말들이 아닌가 한다.

 

그 말들이 비루한 세상을 온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잠시 비루함을 가려주면서 우리에게 다른 세상을 생각하게도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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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 칼맨, 디자인으로 세상을 발가벗기다 - 대화 11
이원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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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관심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살아가면서 디자인을 딱히 의식하지는 않고 있다.

 

어쩌면 숨쉬는 것과 같이 디자인도 그냥 삶에 묻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드러난 디자이너들이 있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티보 칼맨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 책을 보았다. 그동안 전혀 듣지 못했던 이름이다. 책을 펼치니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나오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아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컬러스COLORS'라는 잡지의 편집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단다.

 

물론 그가 차린 회사도 있고, 다른 많은 작품도 있지만, 디자인을 감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생활에 접목시틴 뉴욕 42번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울 점은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라고 하는 것, 디자인이 그림을 잘 그리거나 상상력이 뛰어나거나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바탕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특정한 재주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라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티보 칼맨이 주장하는 디자이너의 자세다.

 

여기에 그는 '버내큘러'라는 말을 강조한다.

 

'버내큘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정 문화나 지역에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버내큘러'는 많은 시간, 열악한 수단, 가난의 결과입니다. 뉴욕에서 볼 수 있는 버내큘러로는 할렘가의 스페인 식료품점 간파이라든가 얼음 배달 트럭을 치장한 그림 등이 있죠. 그런 것들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진정한 고민들이 담겨 있습니다. (83쪽)

 

이것은 바로 사람들, 특히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디자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서 그를 사회주의적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는데, 사회주의적이라기보다는 공공성을 살리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편도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이 생활과 떨어질 수 없다면 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좀더 잘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그가 한 말을 마지막으로 인용한다.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말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 최종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디자인은 하나의 언어이며 최종 산물을 위한 수단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커뮤니케이션하느냐입니다. 버거킹이냐, 아니면 의미 있는 다른 어떤 것이냐?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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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9 - 현제賢帝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9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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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저작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제정에서 공화정으로, 다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가는 과정이 길기도 긴데, 제정이 되어서 또 몇백 년 동안 세계 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니, 로마인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9권에서야 현제의 시기, 즉 우리가 오현제라고 알고 있는 왕들이 등장한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거쳐서 이제 로마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안정기에 접어드니, 그때 황제가 된 사람들이 현제(賢帝)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앞선 황제들보다 길게 통치를 한다.

 

물론 오현제 시대를 여는 네르바는 2년도 채 통치를 하지 못한다. 그는 고령에 황제가 되었고, 그래서 자기 정책을 펼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른다. 다만, 그가 현제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후계자를 잘 지목했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후계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현제 소리를 들을 만하다.

 

네르바가 지목한 사람은 트라야누스. 그는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여 로마 영토를 확정하게 된다. 또한 로마를 안정기에 접어들게 하고, 온갖 공공건축물을 건설한다. 웅장한 로마 건축물들을 많이 만들게 되는 시기.

 

이런 공공건축물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가 안정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외적으로부터의 침입 걱정이 없어지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사람들이 살만해지니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트라야누스가 죽은 뒤 그 뒤를 잇게 되는 하드리아누스. 그는 로마에 머물러 통치하기보다는 로마 속주에 해당하는 곳을 순방하면서 통치를 한다.

 

황제가 순방하여 직접 그곳의 현실을 보고, 거기에 적합한 정책을 펼치는 것. 하드리아누스 황제 대에 이르러 로마는 이제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유대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를 진압하여 예루살렘에서 유대인을 쫓아낸 것이 하드리아누스 황제라고 하니, 유대인들은 시오니즘 운동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오는데 천 년 넘는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대인을 말 그대로 디아스포라로 만들어버린 황제가 하드리아누스 황제인데, 그가 로마 제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꽤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통치를 거쳐 이제 로마는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면 안보가 해결이 되는 것이고, 안보가 해결이 되면 그 평화로운 시기를 이용해 식량문제, 즉 경제 문제에 전념해서 경제 역시 살아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살기 좋은,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드라이누스 뒤를 이은 안토니누스 피우스. 피우스라는 이름이 자비를 뜻한다고 하니, 이 황제 때는 말 그대로 안정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로마에 필요한 일들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제 황제가 돋보이는 정책을 굳이 펼치지 않아도 로마는 잘 유지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 안토니누스 피우스 시대야말로 로마인들에게는 행복했던 시절 아니었을까.

 

여기까지가 9권이다. 오현제 중에 한 명,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철락자 황제로 불리는 아우렐리우스는 한 권을 할애해도 좋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이 황제들이 연이어 즉위하는 과정을 보자. 동양과 다르게 로마 황제는 원로원과 시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지만, 전 황제가 지목하면 이의 없이 다음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으니, 거기에 많은 차이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황제가 세습되지 않고 양자 관계를 통해서 지목되었다는 것, 너무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지 않게, 적어도 30이 넘어서 황제가 될 수 있게 능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 엄선해서 양자를 삼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후계자 양성과정이 엄격했다고 할 수 있는데,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선정했기에 로마 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질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발전 정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오현제 시대에는 이렇게 능력 있는 후계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또 이들이 20년 정도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었기에 로마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로마 황제의 3대 책무를 이야기하고 있다.

 

(1) 안전보장, 즉 외정 (2) 국내 통치, 즉 내치 (3) 현대식으로 바꿔 말하면 사회간접자본 정비 (91-92쪽)

 

9권에서 다룬 세 명의 황제,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는 모두 이 세 가지 책무를 잘 수행한 황제라고 할 수 있다.

 

어디 이 세 가지 책무가 로마 황제의 책무만이겠는가. 지금 우리 시대를 사는 정치가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책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 권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가가 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정치학 책이라고 해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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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에서 내려 길을 가다 다시 만난 빅이슈 판매원, 빅판.

 

  빅판이 펼쳐놓은 빅이슈를 주욱 살펴보는데, 분명 같은 200호인데 표지 사진이 다른 빅이슈가 있다.

 

  뭐지? 왜 200호인데, 표지 사진이 같지 않지? 혹 내용도 다른가? 빅판에게 물어보니, 같은 내용인데, 표지만 다르단다. 즉, 표지가 두 개의 버전으로 나온 것. 두 개를 다 사지는 못 하고, 그 중에 하나, 바로 옆에 있는 사진이 표지로 나온 것을 구매하다.

 

  이렇게 표지 사진이 두 개인 이유를 빅이슈를 읽으면서 알게 됐다. 이번이 빅이슈 200호 특집이고, 갓세븐 멤버인 마크가 표지 인물이고, 갓세븐의 팬클럽 이름이 '아가새'이며, 표지를 다르게 한 것은 빅이슈를 더 잘 알리려는 목적이었다고.

 

유명인이 표지 모델이 된 것은 빅이슈 판매 전략과 관련이 있고, 이런 인물들을 내세움으로써 좀더 빅이슈가 판매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다는 것.

 

그렇다고 늘 유명인이 표지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이 표지가 될 때도 있으니, 빅이슈란 잡지가 그냥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잡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존재들을 만날 수 있는 잡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도 도움이 되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호까지 오는데 고생들 했다는 생각이 든다. 빅판들도 고생하지만, 한 달에 두 번 잡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그것도 잡지 내용이 알차야 하는 일을 하는 빅이슈 편집인들도 고생깨나 했겠다는 생각을 하고, 편집인뿐만이 아니라 빅이슈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수고했다는 생각도.

 

200호 특집으로 빅이슈를 내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 소개가 있어서 이번 호가 좋았다. 그리고 유명인들이 빅이슈 표지 모델이 되어주는데 대부분 흔쾌히 승낙한다는 점도 내 기분을 좀더 좋게 해주었고...

 

빅판을 거쳐 취직이 된 사람 이야기가 이번 호에 실려 있어 읽으면서 마음이 즐거워졌다는 덤까지 얻게 되었으니...

 

41쪽에 있는 "당신이 읽는 순간,(누군가의) 세상이 바뀝니다."는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내가 이 잡지를 읽는 순간, 세상 어디에서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고.

 

유럽인권재판소에 대한 소개도 좋았다. 국가에게 피해를 입어 국내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때, 우리나라는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데... 유럽인들은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할 수가 있다고 하니...

 

물론 국내에서 할 만한 절차는 다 밟아야 하지만,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들은 하나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고나 할까.

 

선진국에 진입하려고 하는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인권재판소를 설립하려면 여러 나라가 함께 해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가 앞서서 이런 노력을 해도 좋지 않은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둔 우리나라니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해준 빅이슈... 읽는 활동을 통해 패자부활전에 나선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빅이슈. 

 

승자독식사회,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라는 말을 듣는 우리나라에서 '빅이슈'는 패자부활전을 만들어 그들이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잡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러니 너무도 소중한 잡지라고 할 수밖에 없고...

 

다시, 이 말을 쓴다.

 

당신이 읽는 순간, (누군가의) 세상이 바뀝니다. 

당신이 읽는 순간, 당신의 세상도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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