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인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가 지리산 자락에 산다는 것으로 인해 든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에게는 어떤 순수함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 사는 사람이 악당일 리는 없다는, 그것도 시인이면 더욱 그러하다는 믿음.

 

  박남준 시집을 읽는 이유는 마음에 자연을 들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가 쓴 시들 속에 나오는 수많은 자연들을 나도 함께 하고 싶어하기 때문인지도.

 

  그러다 시집 제목처럼 박남준 시에 중독이 된 '중독자'인지도 모르겠는데...

 

이 시집을 읽다가, '햐, 이런!'하며 충격을 받은 시... '보고 싶네' 작은 제목이 '시인 김남주 생각'인데.. 

 

구절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3연이다 (85쪽)

 

보고 싶네 형,

이 나라는 아주 끔찍해

가끔 슈퍼에서 총을 팔았으면 싶어

온통 날라리 공사판으로 파헤쳐 놓은 쥐새끼들

탕탕탕 해버리고 싶다니까

협잡과 기만과 위선과, 시인들도 마찬가지야

형이 살았으면 지금 같은 쓰레기

썩을 놈의 세상에 대갈일성 뭐라고 호통을 칠까

야 이~

 

박남준, 중독자, 펄북스. 2015년. '보고 싶네 3연' 85쪽

 

정말 개판인 나라지... 여전히 말을 막 하는 인간들이 있으니... 그런 인간들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시인이 시집을 낸 지 4년이 지났지만, 아마 시인은 김남주 시인을 생각하면 이 시구절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시인은 순수하게 살고 싶은데, 그런 순수한 사람들이 살기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막말을 하고, 큰소리를 치고, 남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어부의 집이라고 대답하네'라는 시와 '민복이네 인삼 집' 그리고 '성공하지 못했다'라는 시를 보면 '보고 싶네'라는 시와 반대되는 감정이 드러나 있다.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다움이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집을 읽어가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마음이 따스해졌는데... 시집의 앞부분에 나온 시가 팔당에서 한강을 따라 걷던 길을 떠올리게 했다.

 

길을 걸으며 보았던 벌들... 시인은 나비를 노래하고 있는데, 나는 꽃잎에 앉아 있던 벌을 떠올렸는데...

 

  나비의 체중계

 

목욕 끝내고 날아왔느냐

산 호랑나비 표범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저마다 몸무게를 달아보느라 수선을 떤다

나는 도라지꽃 저울 너는 구절초꽃 저울

휘청~  바르르 르

꽃 체중계들 바늘 끝이 간지럽다고 몸살을 친다

 

박남준, 중독자, 펄북스. 2015년. 13쪽.

 

체중계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주로 올라간다. 사람의 체중계는 그렇다. 자신의 몸을 초과해서 들어온 것들을 다시 내보내기 위한 측정 도구. 얼마나 내게 불필요한 몸들이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도구.

 

그런데 나비와 벌들의 체중계는 내게 필요한 것이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내 몸에 넣어 다른 곳에 주기 위해서 얼마만큼 더 먹어야 할지, 내 몸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판단하게 하는 체중계가 바로 꽃들... 그리고 그 체중계에 올라앉은 나비와 벌들.

 

이들은 쓸모없는 것을 버리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쓸모있는 것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간다.

 

'휘청 바르르 르' 체중계가 이젠 되었다고, 다른 존재에게 나눠주라고 말해줄 때 미련없이 떠나는 나비, 벌들.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너무 받아들여서 얼마나 덜어내야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를 알기 위해 체중계에 올라가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시...박남준 시집을 읽으며 세상에 떠도는 더러운 말들로 지저분해진 내 귀,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막말을 하는 사람들, 특히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인간들, 제발 시집 좀 읽어라. 제 말이 얼마나 냄새나는지 깨닫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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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 이왕이면 뼈 있는 아무 말을 나눠야 한다
신영준.고영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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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다. 그러나 아무 말이 아니다. 뼈가 있는 말이다. 그러니 명심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모두 새겨들을 말이지만, 몇 가지만 언급하겠다. 그만큼 이 책은 허황된 소리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말들이 많으니 직접 읽는 것이 좋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행복한 삶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살아온 내력과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해서 들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들만이 지닌 특수한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이 책은 자신만의 해결책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해결책을 지니기 위해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몇가지 그래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들이 있었는데... 개중에 몇 개만 추리면...

 

첫째는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세상을 다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제가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이룬다고 해도 세상을 떠나면, 또 건강을 잃고 너무도 힘들게 살면 행복해 질 수가 없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 작심삼일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결심이지만, 너무 어렵게 잡지 말고 자신의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 된다. 그것도 꾸준히. 처음 하는 것은 어렵지만 계속 하다 보면 하지 않으면 이상해 진다고 하니.. 그런 수준이 될 때까지 꾸준히 한다면 건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몸이 건강해지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 행복해지는 것이 더욱 쉽게 된다.

 

둘째는 문해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해력. 이것은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사실 글자를 읽는다고 문해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말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잔디밭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 또한 드물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마시오'라는 말을 읽으면서도 여전히 뛰거나 걷는다. 오히려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그만큼 문해력이 낮다. 정치인들을 보라. 그들의 문해력은 이제 문맹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문해력으로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해서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경청과 독서다. 다른 사람 말을 들을 때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듣기 능력은 곧 말하기 능력과 비례한다. 경청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한다는 것이고, 공감하는 사람의 말은 잘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공감해주는 사람의 말을 내가 듣지 않을 수가 없으니, 듣기와 말하기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책을 읽으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모습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생활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경청과 독서만큼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셋째는 앞의 것들과 연결이 되는데, 바로 핸드폰 사용을 자제하고, 적는 것을 생활화 하는 것이다. 핸드폰, 스몸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제는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때도 핸드폰을 보면서 걷는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가 많다.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아도 이야기 하다가도 핸드폰이 울리면 곧장 핸드폰으로 손이 가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자연스레 행복과도 멀어진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자꾸 적어야 한다. 자신의 하루 일상을 적어도 좋고,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적어도 좋고, 자신이 한 일을 적어도 좋다. 적으면 자연스레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행동도 변하게 된다.

 

이런 행동들을 통해서 끈기를 키운다. 끈기야말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질이 중요하다고 해도 질은 결국 양이 넘쳐 변하게 되는 것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운운하지 않아도 양이 매우 중요함을, 그래서 공자도 '학이시습(學而時習)'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자식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갈 세상만이 아니라 내 자식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내가 인생을 막 살 수 없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만 그 행복이 과연 자식들의 희생을 담보로 생길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보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신의 삶도 행복해 진다.

 

이렇게 여러 말들이 이 책에 나오고 있다. '아무 말'이 아니라 꼭 생각해야 할 말들이다. 그래서 읽으면서 수긍하고,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 모두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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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비극을 넘어 - 공유자원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
엘리너 오스트롬 지음, 윤홍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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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면서 공유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서로 함께 어울리는 생활을 해야만 하는 인간이 함께 써야만 하는 공유재를 망가뜨리는 모습은 전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모두 공유재를 자기 것처럼 아낀다는 말은 아니다. 사회적 동물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는 존재라는 뜻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적의 조건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고...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가 있고, 그것이 바로 공유재다. 그런 공유재를 함부로 했을 때 공유믜 비극이 일어난다.

 

이런 공유의 비극이 인간에게 본질적인 것인가? 공유재가 있으면 이 공유재는 남용되어 결국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망가지게 되는가?

 

오스트롬은 이런 공유의 비극은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공유의 비극을 피하기 위한 제도를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오스트롬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적'인 제도란 무임 승차와 의무 태만의 유혹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에게 생산적 결과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43)라고 말이다.

 

공유의 비극은 바로 이것이다. 무임 승차와 의무 태만, 공적인 것보다는 사적인 것을 우선하는 사람들의 존재 등등. 그러나 이것들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들이 바로 공유의 비극을 막는 제도이기도 하고.

 

공유 자원을 제공하고 사용화하려는 사용자들의 결정과 행동은 복잡하고 불확실성의 상황 하에 놓여 있는 광의의 합리적 개인들이 취하는 결정 및 행동과 같다. 특정 상황 속에서 개인의 행위 선택은 그가 행위의 편익과 비용, 그리고 행위와 결과와의 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학습하고, 어떠한 관점을 취하고,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비용과 편익은 선택한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76쪽)

 

이런 공유의 비극을 막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오스트롬이 제시한 요소는 모두 8가지다. 이것을 제도의 디자인 원리라고 하면서... 소개하고 있다.

 

1. 명확하게 정의된 경계

2. 사용 및 제공 규칙의 현지 조건과의 부합성

3. 집합적 선택 장치

4. 감시 활동

5. 점증적 제재 조치

6. 갈등 해결 장치

7. 최소한의 자치 조직권 보장

8. 중층의 정합적 사업 단위

 

이것을 정리하면

 

공유 자원의 사용자들이 스스로 실행 규칙을 고안하고(디자인 원리3), 이 규칙이 사용자들이나 이들에게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집행되며(디자인 원리4), 규칙의 집행을 위해 점증적인 제재가 행해지고(디자인 원리5), 자원 유량을 인출해 갈 수 있는 권리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가 규칙에 의해 분명히 정해져 있고(디자인 원리1), 현지 조건의 특성에 따라 만들어진 규칙이 사용 활동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때(디자인 원리2), 이행 약속 문제와 감시 문제는 긴밀히 상호 관련된 방식으로 해결된다. (188쪽)

 

이 정도만 되어도 공유재의 비극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큰 단위는? 이 책은 좀더 큰 단위에서의 공유재도 다루고 있다. 실패한 사례도 있고,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성공한 사례에서는 8가지 디자인 원리가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간에는? 이것은 아직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구라는, 우주라는 공유재를 각 나라가 과연 고갈되지 않게, 비극에 빠지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 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

 

그 점에 대해서 이 책에서 제시된 원리들을 중심으로 더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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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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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쇠퇴기로 접어드는 시기를 다룬 것이 12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공공심 쇠락, 극한 직업, 기독교 융성

 

1. 공공심 쇠락

한 나라가 쇠퇴기에 접어드는 것과 반비례하는 것이 바로 공공의식이다. 공공심이라고 하는 것, 공적인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아니 공적인 의무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하는 시대가 바로 쇠퇴기다.

 

공적인 의무를 방기하는 것, 로마 역시 마찬가지다. 카라칼라 황제로 시작하여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즉위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12권에서 무엇보다 먼저 로마 쇠락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공공심의 쇠락이다.

 

공적인 일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동체 의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니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 또는 '나라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되면 돼'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무보수 직위였던 원로원의원이야 그만큼 권력을 휘두르고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지방자치 의원의 경우에는 이익을 챙기기보다는 자신의 재산으로, 또는 능력으로 남들을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쇠퇴기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래서 어떤 황제는 지방 유력자의 자식들 중 한 명은 꼭 지방자치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공적인 일에 회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로마는 계속 쇠락해 갈 수밖에 없고.

 

이런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프로부스 황제가 아닌가 한다. 그는 군사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야만족의 침입을 물리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기 시작했는데, 그가 펼친 정책이 병사들의 반감을 샀다고 한다.

 

그는 국경 지대에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병사들이 무기 대신 곡괭이를 들어야 했는데, 이것이 로마를 더 오래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는 방법이었겠지만, 당시 병사들은 자신들이 힘들게 되는 이런 정착지 개간에 반발심을 지녔고, 그 결과 황제를 살해하는 행위로까지 나아갔다. 자신들이 지금 힘들다고...

 

공공심이 완전히 결여된 모습이다. 원로원 의원들이 군사적인 일에서 배제된 것도 있지만, 이들은 황제가 군무에서 원로원을 배제했을 때도 그리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군사 업무는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냥 후방인 로마에 남아 이래라 저래라 하는 비평가로 남는 편이 그들에게도 훨씬 수월했던 것.

 

이래저래 상층이든 하층이든 공공심이 결여되어 가고 있던 것, 로마 쇠락기의 모습이다. 나라가 무너져 가고 있기 때문에 공공심이 떨어지는 것인지, 공공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라도 쇠락하는 것인지 선후관계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둘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둘은 명확하게 반비례한다.

 

2. 극한 직업

세상에 황제라고 하면 권력을 쥐고 남 부러울 것 없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당시 로마의 황제는 극한 직업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극한 직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생명도 보존하기 힘든. 그래서 맡기 싫지만 안 맡아도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

 

수많은 황제들은 몇 년 안에 사라져 간다. 그것도 자연사가 거의 없다. 대부분 암살이다. 전쟁터에서 전사한 황제는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자기 부하들에게 암살당하는 황제가 대부분이다.

 

이만큼 황제는 목숨을 버려야 할 정도록 극한 직업이다. 그에게 주어진 과업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자칫하면 목숨이 날아가 버리니 참...

 

10년을 재위한 황제가 없다. 대부분 무슨 일을 하려하면 암살이다. 그냥 죽임을 당한다. 국경을 안정시키는 공로를 세운 황제도, 무능한 황제도 예외가 없다. 또한 이들에게는 권리보다는 의무가 먼저 작동한다.

 

일을 제대로 못하면 그냥 사라지는 목숨이다. 자기 목숨을 걸고 황제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

 

황제는 종신직이기 때문에 그가 불신임을 받는다는 것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극한 직업이 아닐 수 있겠는가.

 

나라가 안정되지 않으면 황제도 자주 바뀌게 된다. 정책도 일관성을 잃는다. 잘 나갈 때 로마를 보면 황제가 누구냐에 따라 정책이 확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전임 황제가 싫다고 하더라도 그가 펼친 정책 중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철저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야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고 나라도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쇠퇴기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임자이 정책을 계승하지 않는다. 계승해서 그것을 밀고나갈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러니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황제가 제대로 정책을 펼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 눈치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황제는 극한 직업이다. 이 당시 로마 황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권력자가 아니다. 심부름꾼이다.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그것도 엄청난 업무를 준 그런 심부름꾼.

 

3. 기독교 융성

기독교가 세를 불린다. 그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이후 몇십 년 뒤면 로마에서 공인된 종교로 인정을 받는다.

 

종교가 득세하는 세상은 현실이 불안정하다. 불안정한 세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둘 곳을 찾아 헤매다 명확하게 길을 제시해주는 종교를 믿게 된다.

 

기독교는 현세의 종교가 아니라 내세의 종교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은 현세의 삶보다는 내세의 천국을 더 강조한다. 현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로마가 잘 나갈 때는 기독교가 로마에 그리 위협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현재의 삶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이 불안해 졌다. 미래가 안 보인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나라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없다.

 

이때 명확하게 답을 제시해주는 종교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우 그리고 몰려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위안을 주기 때문에.

 

또 힘든 사람끼리 서로 위안해주는 모임을 가지게 된다. 이런 모임에 가장 편리한 것이 바로 종교다. 기독교 또한 마찬가지다. 명확한 답을 알려주고 기독교인들끼리 서로 돕는 모습은 어려운 시대에 기독교가 더 퍼질 수 있게 한다.

 

난세에는 온갖 종교가 난무한다. 그 종교들 중에서 명확한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건가 저건가 고민하게 하는 종교가 아닌, 나를 따르라고 하는 종교가 세를 얻게 된다. 로마 쇠퇴기에도 그랬다.

 

그래서 기독교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종교로 로마 사회에 자리를 잡는다. 이런 세 가지 말로 '로마인 이야기 12권, 위기로 치닫는 제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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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빨간책 : 여자 청소년 편 - 엄마와 딸이 함께 보는 성교육 Q&A 아우성 빨간책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지음, 구성애 감수 / 올리브엠앤비(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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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교육은 필요하고, 남녀에 따라서 관심 분야가 다를 수 있으니, 두 권의 책으로 낸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가 명확했으면 좋겠는데, 이 책은 여자 청소년들의 성고민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고민도 담고 있어서 여러 사항을 절충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청소년들이 읽을 책이라면 그들이 하는 고민을 주로 담아야 한다. 물론 부모들이 하는 고민을 담은 것은 여자 청소년들에게 부모들의 생각도 알리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겠지만... 좀 어정쩡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청소년들이 하는 고민의 깊이나 심각성과 부모들의 자녀들의 성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른을 위한 청소년(남자, 여자) 성교육 책이라는 제목으로 따로 편성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이런 책은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행동을 학교에서는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들 역시 청소년들의 고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읽으며 성 정체성, 또는 성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칭찬할 만하다. 나만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고, 청소년(청소년)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볼 만한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여자 청소년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잘못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하고 있는 것이 좋다. 어른들이 안 좋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또 많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청소년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청소년들에게 성에 관한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사회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른들 자신이 먼저 반성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행동에서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러니 어른들이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 잘못을 청소년들에게 묻기보다 어른들이 만든 환경을 먼저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성교육도 바로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 점에 더해서 청소년들이 성에 관한 바른 생각,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윽박지르지 않고, 야단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고 있으니 이 책을 여자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자신들의 생각에 갇혀 있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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