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3 - 근대의 절정, 혁명의 시대를 산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3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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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의 작은 제목은 '근대의 절정, 혁명의 시대를 산 사람들'이다. 해적으로 시작해, 나폴레옹으로 끝난다.

 

역사라는 파도를 잘 타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역사라는 파도에 역행에 비극적인 삶을 산 사람들도 있다.

 

근대에 들어서 해상 무역이 발달하면서 해적들이 생겨났다. 해적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배를 나포하거나 약탈하지만 그들 역시 해군에 의해 소탕이 된다. 이들이 이렇게 활개칠 수 있었던 것은 세계가 무역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곳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해적들도 그런 부류라고 보면 된다. 이는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소말리아 해안에는 해적이 출몰하고 있는 등 해적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니 세상은 여전히 살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해적이 근대에 들어서 존재하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해적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살기 힘들면 먹고 살기 위해서 노략질을 하는 존재들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왜구라고 하는 해적들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결국 해적들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집단은 그것을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강력한 권력의 출현을 바라기도 한다. 러시아에서 이 바람을 충족시키는 왕이 바로 표트르 대제라고 한다. 그는 아주 강력한 권력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대제국으로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올려놓은 대제국 러시아가 모든 사람의 행복을 실현시켰을까? 그렇지는 않다. 농노들, 농민들, 그리고 지식인들에게는 고난의 시대가 다가오게 되니, 전제군주가 발전시킨 나라가 과연 바람직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기득권을 다른 기득권으로 대체한 결과밖에 되지 않는 것.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 러시아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혁명이 일어난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세 인물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프랑스 대혁명은 유럽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읽을 수가 없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그 다음 혁명을 이끌었지만 자신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혁명의 단물을 독점한 나폴레옹.

 

앙시앙 레짐을 대표하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면, 이 파도를 타고 프랑스를 공화국으로 만들려 했던 로베스피에르는 혁명가가 꼭 좋은 정치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피로 얼룩진 공화국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바람이 결국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는 길을 열어준 것이 아닌가. 왕정-공화정-왕정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역사 속에서 유럽 역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만다.

 

전쟁, 전쟁, 죽음, 죽음... 수많은 죽음과 파괴가 자행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근대는 전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영토 확장과 영토 확정이 이루어지는 시기. 민족이라는 개념이 싹터, 민족국가가 탄생하는 시기니, 온갖 전쟁이 지속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과는 좀 달리 유럽인이라고 하기에는 낯선 볼리바르가 이번 권에 있다. 출생으로 따지면 그는 유럽인이겠지만, 남미에서 나고 자랐기에 유럽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이 좀 어색한데...

 

그가 남미의 독립을 이끌었고, 이것이 유럽에도 영향을 주었기에 충분히 다룰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가 꿈꾼 통합된 남미는 지금도 건설되지 못했지만... 볼리바르에 대한 글을 읽으며 혁명의 성공이 정치의 성공으로 가는 것은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이상하게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들이 독재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어려움을 겪고 일을 성공시킨 다음 그것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 아니면 안돼라는 마음을 지니게 하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이었던 차베스도 이 길을 가지 않았던가. 그러나 한 사람에 의한 통치는 그가 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졌을 때 지속되지 않는다. 볼리바르도 차베스도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와 산업 쪽에서 근대의 정점이니 당연히 산업혁명을 이끈 사람들을 다루어야 한다. 증기기관에 대한 이야기, 방적기에 대한 이야기. 와트와 아크라이트. 이제 세상은 기계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들은 이 기계 시대를 열어젖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쪽에서는 모차르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차르트를 하이든의 세계에 머물며 베토벤의 세계를 지향한 사람이라고 한다.

 

궁정 음악가에서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이제 예술가들은 하인의 위치에서 예술가의 자리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으로 모차르트를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게 하고 있다. 친숙한 인물을 통하면 역사를 가까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기도 한데...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활약했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역사라는 흐름을 어떻게 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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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 근대의 빛과 그림자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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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 이야기 2권이다. 이번엔 부제가 근대의 빛과 그림자다. 1600년대에서 1700년대 초반까지 활약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이 중에 여성이 등장한다. 1권에서 잔 다르크가 제일 먼저 등장했듯이 2권에서도 카트린 드 메디시스라는 여성이 제일 먼저 등장한다.

 

앙리 2세의 부인이 되는 메디치 가문의 여인. 그러나 왕비가 되었다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남편과 자식들 세 명이 왕이 되지만, 카트린이 살았던 시대는 기독교가 신교와 구교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던 때였다.

 

특히 구교가 신교도들을 학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시절, 그 시절에 평화를 갈구했던 여인이 바로 카트린이라고 한다. 그러나 종교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일. 나중에 앙리 4세가 낭트 칙령을 반포하여 신교들의 예배 자유를 허용할 때까지, 종교의 갈등은 계속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해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카트린을 통해서는 국제적인 결혼을 통한 각국의 정치적 책략과 그리고 종교 개혁으로 인해 벌어진 정치적 혼란까지 만날 수 있다.

 

이런 종교 갈등이 심화된 것이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페인의 지배 하에 있던 네덜란드가 가톨릭만을 강요하는 스페인에 저항하여 일어난 전쟁들. 그 전쟁의 한복판에서 지도자로 급부상하는 빌렘 오라녀 공.

 

지금 네덜란드가 오렌지 색을 그들의 색깔로 정하고 있는데, 빌렘 오라녀 공의 오라녀가 영어로는 오렌지라는 것. 그들의 집안이 나중에 네덜란드 왕족이 되는데, 그 기틀이 바로 빌렘에게 있다는 것. 비록 그는 네덜란드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가톨릭 신자에게 암살을 당했지만 네덜란드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것.

 

이래서 유럽에서 또 하나의 나라가 등장한다. 그동안은 나라가 되지 못하고 있던 네덜란드가 이런 과정을 통해 유럽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는 종교 갈등이 심해지는 것과 더불어 과학이 발전하면서 종교와 충돌하게 된다. 속속 과학적 발견들이 이뤄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종교로 설명되던 것들이 과학과 맞지 않게 되는 것. 이 충돌의 정점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있다.

 

물론 그는 개인 신념으로서 종교와 학문으로서 과학을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종교적 인간이었지만, 학문에서는 과학적 합리성을 지니려 했던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가뜩이나 약화되고 있는 교황 권력, 가톨릭이 과학으로 종교의 교리를 논박하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유명한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이다. 힘으로 진리를 누르려 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나중에 가톨릭에서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은 잘못되었다고 인정했다고 하니... 근대에 접어들면서 지금의 사고체계로 나아가는데 초석을 다진 인물이 갈릴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학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더욱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을 할 것 같은데, 근대에 들어서서도 그렇지 못한 광기를 발현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마녀사냥이다.

 

주경철은 근대에 들어서' 다양한 갈등이 폭력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기제로서 마녀 개념이 장기간에 걸쳐 준비되었고, 그것이 특정 지역의 특정 국면에 다라 유연하게 작동했다(162쪽)'고 한다.

 

결국 갈등을 분출하는 한 방법으로 마녀 사냥이 일어났다는 것인데, 이 마녀 사냥이 현대에 들어서 유대인 학살이나 각종 홀로코스트로 나타나고 있으니, 우리가 역사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이 든다.

 

종교로 인한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인류를 구원한다는 종교가 오히려 인류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니. 무엇이 종교인지...

 

이제 유럽이 어느 정도 재편되기 시작하는 때로 넘어간다. 그 때를 살았던 인물들을 다루는데, 프랑스의 루이 14세, 합스부르크 가문의 레오폴트 1세와 카를로스 2세가 언급된다.

 

레올폴트 1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는 오스만 제국의 침략에 맞서 합스부르크 왕국을 지켜낸 황제라고 한다. 오스만 제국의 힘이 약해짐을 유럽이 깨닫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여기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에 나오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바로 그의 부인이라는 것.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다는 사실. 왜 우리가 근친혼을 거부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럼에도 자신들의 왕가를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해야했던 당시의 왕족들의 비참함을 그들을 통해 알 수 있다. 근친혼의 대가를 온몸으로 치러야 했던 왕이 바로 카를로스 2세라는 것.

 

아니 마르카리타 공주만 해도 근친혼의 비극을 겪는다. 정략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를 낳는 기계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21세에 죽음에 이르는 요절.

 

정치적 격랑 속에서 여성들의 삶이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녹록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왕들을 통해 근대에 들어 유럽은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인류의 역사에서 평화의 기간이 오히려 예외라는 것이 실감나는 장면이었다.

 

전쟁, 전쟁... 따지고 보면 다들 같은 집안 사람들인데... 참, 지독하게도 싸운다. 자기들이 싸움이 힘없는 백성들의 죽음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들이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권력욕이든, 영토 정복욕이든 아무튼 권력자의 욕구가 강하면 다른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사실을 이들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근대의 빛과 그림자에서 특이하게 예술가를 다루고 있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사람으로 예술가가 등장하기는 힘든데, 그럼에도 베르니니라는 예술가를 다루고 있는 것은, 그가 지금의 베드로 성당, 베드로 광장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세와 근대를 잇는, 근대에 들어서 교황의 권위를 드러내는 건축을 한 사람,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으니, 유럽 역사에서 그를 다뤄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 사람은 둘이다. 존 로와 존 블런트. 프랑스와 영국에서 주식투자를 실시했던, 버블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

 

어쩌면 돈을 좇는 불나방들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이 사람은 제로섬 게임인 주식투자를 모두가 플러스가 되는 게임이라고 속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경제체제에서 주식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은행이 적은 자본을 가지고도 몇십 배에 해당하는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것을 제일 먼저 시행한 사람들.

 

그러나 이들로 인해 파산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이라는 불을 보고 뛰어든 수많은 사람들, 불나방이 불에 타죽어버리듯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

 

그런 경제를 시도한 사람.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갖는 위치, 힘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근대에 접어들어 막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나 사건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3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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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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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가장 무난한 대답은 둘 다이다일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다시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사람이 영웅일테니, 시대와 영웅의 관계를 어느 일방으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사람에게는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무엇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권은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잔 다르크로 시작하는데 잔 다르크가 어떻게 근대의 별을 본 사람이 되지? 오히려 잔 다르크는 중세 신앙의 세계에 머물러 있던 사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니는데...

 

잔 다르크 마지막 부분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15세기에 프랑스 변경 지역의 작음 마을에 살았던 어린 소녀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사 무대에 느닷없이 등장하여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백년전쟁을 거치며 오늘날의 프랑스, 오늘날의 영국이 만들어져갔다. 새로운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정치와 종교가 함께 작동했다. 잔 다르크라는 소녀로 인해 이 격동의 역사에 신비가 더해졌다.' (51쪽)

 

열세에 몰려 있던 프랑스에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소녀. 어쩌면 이 소녀는 프랑스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을 신이 보호하고 있다는. 그렇기에 잔 다르크는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했지만, 그로 인해 국민국가가 형성되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니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

 

잔 다르크 외에 그 시대를 살았던 여러 인물이 나온다. 잔 다르크와 관련있는 프랑스 쪽 사람들로 부르고뉴 공작들이 나오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카를 5세, 헨리 8세... 그리고 콜럼버스, 코르테스와 밀란체

 

조금 다른 인물로 중세를 대표하는, 그러나 전형적인 르네상스인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지막으로 근대를 열어젖히는 루터가 나온다.

 

이렇게 이들을 통해 우리는 중세를 거쳐 근대에 접어들게 된다. 부르고뉴 공작들, 카를 5세, 헨리 8세가 유럽을 활동 무대로 삼았다면, 콜럼버스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걸쳐 있고, 코르테스에 이르러 활동 무대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장이 된다.

 

여기에 말린체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코르테스에 협조해 아스테카 제국이 멸망하는데 공헌을 한 여인. 그와 코르테스 사이에 난 아이를 사람들은 메스티소의 시조라고 한다는데... 이 책에는 스페인 사람인 게레로라는 사람이 아메리카 원주민과 결혼하여 자식을 낳았다는 사실이 나온다.

 

엄밀한 역사적 사례로는 메스티소의 시조는 코르테스와 말린체의 자식인 마르틴이 아니고 게로로의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게레로는 원주민 사회에 동화되어 살아간 사람이라고 하니...

 

중남미의 슬픈 역사를 이 책에서 말린체라는 여인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8명(말린체를 포함하면 9명... 부르고뉴 공작들은 여러 명이 나오니 10명 이상)을 통해 유럽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대를 살펴보게 한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들은 유럽의 역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고, 우리는 이들을 통해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 어쩌면 이렇게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때인지도...

 

그렇다면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누가 이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또 바람직한 방향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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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2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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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은 글쓰기를, 아니 그는 쓰기가 아니라 짓기라고 하는데, 건축에 비유하고 있다. 좋은 건축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듯이, 좋은 글 역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리라. 단지 감동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까지도 이뤄내는 것이 바로 좋은 건축, 좋은 글이리라.

 

이 책은 이런 신형철의 산문 모음집이다. 소설, 영화, 시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 대한 것까지 전방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글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잘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의 글짓기에 대한 생각이 글로 실현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글짓기에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여기에 가치 있는 것을 줘야 한다는 것. (5-6쪽)

 

가치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인간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생명인데, 생명을 줄 수는 없으니, 생명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신형철은 자신의 시간을 글에 투여해 우리에게 주고 있고, 우리는 그런 작가에게 다시 우리 시간을 준다. 우리가 시간을 주지 않으면 글은 그냥 화석이 된다. 화석이 의미있게 되기 위해서 우리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쓴 글들을 모아놓았는데, 제목부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 말의 철학적인 의미를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말을 떠올린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그렇지만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이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27쪽)

 

좋은 문장이다. 슬픔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사람과 함께 지내기가 힘들어진다. 그는 오만과 독선에 빠지기 쉽다. 자기만을 내세우는 사람, 그 사람에게 타인의 슬픔은 다가올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슬픔의 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나누지 않으면 그대로라는 말이 아니라, 더 늘어난다는 말로 해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 그것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치열한 공부를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사회는 더 좋아진다.

 

많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그 작품들을 만나고 싶은, 그 작품들에 내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부록으로 소개된 책들고 읽고 싶은 마음이 들고. 이것이 바로 책이 지닌 의미이리라.

 

자신에게서 끝나지 않고 다른 책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그런 책들... 그리고 그런 글을 쓴 사람만이 우리에게 자신의 시간을 주는 가치 있는 활동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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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중고서점에서 구한 시집이다. 가끔 이렇게 중고서점에서 시집을 구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시집을 주욱 읽어가다가 수상작보다는 수상작과 더불어 있는 시에 눈길이 멈췄다.

 

'개부처손'

 

  '개'들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 반려동물인 개가 아니라, 접두사 '개-'다. 도처에 '개-'가 붙은 말들이 난무하는데...

 

  예전 욕 중에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참, 개 처지에서는 억울하겠다. 자신들은 못된 짓도 하지 않고, 속이지도 않고 오로지 살아갈 뿐인데, 자신들에 빗대어 자신보다도 못하다고 욕을 하다니...

 

  아마 개들의 세계에서는 '사람만도 못한 개'라는 욕이 최고의 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전에 '개-'라는 접두사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 개금개꿀개떡.

「2」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 개꿈개나발.  개수작.    

「3」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 개망나니.    개잡놈.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개-'라는 말이 긍정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김선우 시를 읽어보지 않았을텐데, 김선우 시에 나오는 개부처손처럼 어떤 의미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해 보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반려견에 대한 사랑으로 '개-'자의 의미가 바뀌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튼 '개-'라는 접두사는 이제 부정의 뜻보다는 '정말 좋은, 아주 멋진' 매우, 꽤' 등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개멋져, 개예뻐, 개간지' 등등

 

언어라는 것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바뀌기도 하지만, '개-'자처럼 이렇게 정반대로 바뀔 수가 있다니... 역설이다. 역설 속에 오묘한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하더니.

 

김선우 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개부처손

 

개두릅 개복숭아 개살구 개머루 개꿈 개떡 같은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닌 함부로 된 걸 말하는 개, 라는 접두사가

부처님 손바닥처럼 생긴 풀 앞에 그것도 좀 모자란 듯한 잘디잔 손바닥 앞에 이름 붙어

개부처손이라 했다

 

납작한 바위를 감싸며 깊은 그늘 만들고 있는

고작 엄지손톱만한 개부처손들 앞에서 서성거린다

 

저자거리의 좀 덜된 무명씨 같은 이도 부처될 만하다는 것 같기도 하고

막된 인사(人事)보다 개가 부처를 이루는 게 도리라는 것도 같고

개나 소나 팽나무나 바위나 그저 데면데면하게 바라보던 것들 중에

이미 부처를 이룬 것들이 수두룩할 것 같고

 

2004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피어라, 석유! 현대문학 2004년. 김선우, 개부처손. 17쪽.

 

누가 이런 개부처손을 비속하다고, 또 작다가 업신여기겠는가. 이렇게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바로 부처가 아닐까 한다.

 

부처에 등급이 있겠는가. 무슨 해탈에 등급을 매기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자리에서 제 존재의 의미를 온전히 살아가는 존재라면 그것이 바로 부처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개-'라는 말을 붙인 것은 비하가 아니라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아니 반대로 부처는 대단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비루한 존재,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시인은 도처에서 부처를 보고 있다. 우리가 그간 '데면데면하게 바라보던 것들 중'에 부처가 있다는 것, 우리 자신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성전 속에서, 남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존재가 바로 부처라는 것.

 

이것이 '개부처손'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려고 애쓰는 족속들, 그들은 부처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꼭 부처가 아니더라도 남들을 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을 해보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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