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꼭 "예수 천국/불신 지옥"을 떠오르게 한다. 비디오는 천국이다. 아니, 비디오는 지옥이다. 천국과 지옥을 모두 지니고 있는 존재가 비디오다.

 

  "예수 천국/불신 지옥"도 마찬가지 아닌가. 불신이라는 말이 예수를 믿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예수의 말씀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말만 번드르하게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예수를 믿는다가 아니라,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는 살아가려 한다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예수는 천국일 수밖에 없다. 불신이라는 말이 들어설 자리게 없게 된다. 이때는 불신이 아니라, 이미 예수와 관계 없는 삶을 사는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디오/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비디오가 보여주는 세상이 과연 천국일까? 아니다. 비디오는 우리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라고 해야 한다. 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세상이 천국이라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비디오가 보여주는 세상이 지옥이라면 우리가 피해야 할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비디오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비디오에 자신을 온통 맡기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를 통해서 내 삶을 바라보는 것, 그때서야 비디오는 천국이 된다. 그렇지 않고 비디오에 빠져버리면 지옥이 된다.

 

내 삶을 스스로 지옥에 빠뜨리는 것이 된다. 80-90년대는 이렇게 비디오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지금은? 비디오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손에 든 컴퓨터.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고 있다. 눈에서도 떼어놓지 않고 있다. 손에서, 눈에서 떼어놓더라도 마음은 스마트폰에 가 있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때 우리는 '스마트폰/천국'이 아니라, '스마트폰/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비디오와는 다르다. 비디오는 폐쇄된 공간에서 볼 수밖에 없다. 소수의 사람들이 고립되어 고립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다. 쉽게 스스로를 유폐시킬 수 있다.

 

가령 하재봉의 이 시집에 있는 시 '비디오/처형'처럼 될 수 있다.

 

비디오/처형

 

일 년 동안 잠만 잤다

이 년 동안 텔레비전만 봤다 팔등신

미녀들의 벗은 몸매만 훔쳐보며 방안에서 뒹굴었다

삼 년 동안 나는,

 

신문도 보지 않았고

길가에서 최루탄이 매일 수천 개씩 터지는 줄도 몰랐으며

어떤 날은 한꺼번에 1,271명의 학생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줄도 몰랐다

관심도 없었다

 

머리가 둘이 달린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중에 몇몇은 일어나 걸어다니기도 전에

매맞아 죽고 가위눌려 죽고 물 먹다가 죽고 죽었다가 또 죽어

아무도 없는 나라가 완성되는 동안 나는,

뱃속에다 구더기만 채운 채

 

나의 알리바이

나는 무죄인가 나는

왜 교수형에 처해져야만 하는가

 

목을 자르면

몸통 속에는 똥만 차 있다

 

하재봉, 비디오/천국, 문학과지성사. 1992년 3쇄. 80-81쪽.

 

1980년대. 세상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우리 사회가 좀더 좋은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그러나 이런 시대 변화를 외면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도 있었다. 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비디오/처형'이다.

 

비디오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 이때 비디오는 지옥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외면하고, 손 안의 컴퓨터 속에만 갇혀 있다면 그때는 지옥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비디오와는 다르다.

 

닫힌 공간에서도 사용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더 많이 사용한다. 사람들을 열린 공간으로 불러내기도 한다. 순식간에.

 

미리 약속하지 않더라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 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있다. 이들을 열린 광장으로 불러내 열린 사회를 만들자고 함께 모이게 하는 것. 이때 스마트폰은 천국이다. 그렇게 지금은 예전 비디오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스마트폰을 천국이 되게 해야 한다. 예전 비디오처럼 닫힌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으로 나오게,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게 해야 한다.

 

하재봉 시집 '비디오/천국'을 읽으며 이 시집 전체를, 분위기를 바꿔 '스마트폰/천국'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책 읽기 수업 - 어디로 튈지 모를 학생들과 함께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실제
송승훈 지음, 코피루왁 그림 / 나무연필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자매체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전자책이 나와 종이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시대라고 해도,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는다. 없어질 수가 없다. 전자책 읽기와 종이책 읽기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이사전과 전자사전을 예로 들어보면, 이제는 종이사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단어를 검색하면 뜻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종이사전을 굳이 들고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이사전은 종이사전만이 지닌 특징이 있다. 강점이 있다. 책장을 넘기는 손맛을 말하지 않더라도, 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 여러 장을 넘기면서 우연히 다른 단어들을 만날 수 있다. 의도와 무관하게 더 많은 낱말들을, 더 많은 쓰임을 종이사전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과 다른 장점이 있기에 이 시대에도 종이책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교과서가 전자책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으로 이루어진 교과서가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더 오랜 시간 잡고 있을 수 있끼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종이책 읽기, 과연 학생들이 많이 하고 있을까? 책은 넘쳐나지만 학생들이 책을 읽을 시간은 더 없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책읽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왜? 책읽기는 곧 삶 읽기고,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책읽기 교육을 꾸준히 해온 교사가 있다. 그가 그동안 책읽기에 관해 낸 책만 해도 여러 권인데.. 이번엔 자신이 수업 시간에 한 경험을 담은 책을 냈다. 책읽기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정시 확대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오히려 정시 확대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정시 확대가 어떻게 학교 교육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도 해준다. 책읽기 교육과 정시, 수시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말들이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왜냐하면 정시가 확대되면 이 책을 쓴 교사가 한 책읽기 수업은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송승훈은 이렇게 주장한다. 한 학기에 한 번만 지필고사를 보자고. 문제풀기로 학생들을 측정하지 말고 평소 수업시간에 한 활동으로 평가하자고.

 

그런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필고사를 줄여야 한다고. 소위 말하는 수행평가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수행평가를 늘린다는 말은 과정중심 평가를 한다는 말이고,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깊이 있는 활동을 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런 시간을 지필고사를 한 번만 줄여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적어도 20%정도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대학 입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으니, 결국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학력으로 차별받지 않는, 자격증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야 교육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책읽기를 통해서 키울 수 있다고 하는데, 단지 읽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읽고 함께 이야기하고, 글로 써보고, 글쓴이를 만나 인터뷰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여러 방법이 함께 어우러진 교육이 바로 책읽기 교육이다.

 

그런 책읽기 교육, 한번에 성공했을 리가 없다. 여러 차례 실패를 하고, 그 실패를 통해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한데, 이 책을 읽다보면 송승훈의 책읽기 교육이 자리를 잡은 것은 대학 입시에서 수시가 정시보다 많은 것에 큰 도움을 받는다. 우선 지필고사 비중을 줄이고, 수행평가 비중을 높였기에 문제풀이식 교육을 하기 보다는 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부터 다양한 활동을 쓸 수 있는 책읽기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대학 입시과 관련이 있나 하는 마음에 편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의 사고력은 깊어지고 넓어진다. 또 책에 관심을 갖게도 된다. 물론 송승훈이 다양한 분야, 다양한 수준의 책들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 얻게 된 책읽기 교육 방법은 받아들일 점이 여럿이다.

 

문제는 송승훈의 책읽기 교육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신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이 근무하는 학교 현실에 맞게,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펀해야 한다.

 

책읽기 교육에 관한 책이라고 꼭 교사들만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책에는 가정에서 책읽기 교육을 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아이들이 책읽기 습관은 어릴 적에 형성이 되는데, 송승훈은 초등학교 5학년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 때 책읽기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때까지 가정에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나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조금 아쉬운 점은, 그렇지 못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힘든 방법이지 않나 싶다.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사라고 하는데, 책을 집 곳곳에 두라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가정도 많지 않은가. 이들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경제적 여유도 없다. 그럼에도 책읽기 교육을 해야 한다.

 

어떻게? 송승훈은 부모들에게 이 방법을 제안한다. 물론 이 방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이 되겠지만, 이 방법은 이들의 자식에게서 멈추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교육감이나 교육장을 찾아가 학교에서 책읽기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면담 요청을 하라는 것이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해서, 또 학교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에서 그런 면담을 제시하고 있는데, 결국 여유가 있는 층은 가정에서도 책읽기 교육을 할 수 있지만, 없는 층에서는 학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이런 책읽기 교육을 담보하고 책임져 주어야 한다. 그것이 송승훈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각 교과에서 수업시간에, 절대로 학교 밖의 시간이 아닌, 수업 시간에 책읽기 수업을 해야 한다는 송승훈의 주장에 동감한다.

 

숙제? 하지 못한다. 아니면 베낀다. 그러니 이 둘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학교 수업시간에 해야 한다. 그 점이 핵심이다. 수업시간에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교육 정책이 실시해야 한다. 지필고사를 줄이고, 도서관 예산을 늘리는 등 책읽기를 할 수 있는 기반부터 조성해야 한다.

 

이 기반 위에서 교사들이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책읽기 교육을 하면 된다. 그런 책읽기 교육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에서 점점 멀어지는 학생들을 책을 가까이 하는 학생들로 변하게 하는 그런 책읽기 수업. 한번 해볼 만하다. 아니, 해보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 왜 에코와 나르키소스는 환생했는가?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2권이다. 역시 10개의 주제로 각 10개의 단어들을 들고 있다. 단어를 통해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재미다.

 

그러나 단지 재미로만 그치지 않는다. 재미에서 생각하기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래야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제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겪게 되는 주제들이다. 그만큼 2권에 나오는 단어들은 우리가 많이 쓰는 말들이기도 하다.

 

다른 말들은 책을 읽어서 알면 좋을 듯하니, 더이상 언급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여기서는 두 단어 risk와 crisis라는 단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먼저 risk. 이 단어를 설명하는 장 제목이 '왜 "위험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하는가?'다. 곧 우리는 삶에서 위험을 만나야 하고,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위험하다고 피하기만 해서는 삶은 가치가 없다.

 

그런데 risk가 무엇인가?  어떤 위험을 말하는가? risk는 개인이 선택해서 그 결과를 책임지는 위험을 뜻한다(62쪽)고 한다. 그러니 risk를 피하려고 하면 삶에서 선택이 없다는 말과 같다. 즉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만 맡긴다는 의미와 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risk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다만, risk와 다른 위험들은 구분해야 한다. 불필요한 위험은 방지해야 하지만.

 

 

다음에 살펴볼 말은 crisis. 이 말도 위기로 해석하지만, 이 말에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인용한 이 말만으로도 crisis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케네디가 했다는 말이라고 하는데...

 

When written in Chinese, the word crisis is composed of characters - one represents danger and the other represents opportunity(중국어로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 66쪽.

 

그렇다. 위기는 위험이 있지만 그 위험은 곧 기회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여러 상황들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crisis라고 할 수 있다.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 전환점에서 우리가 위험에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살릴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이 crisis를 risk라고 하자.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갈 기회인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서 재미도 느끼지만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다. 단어 하나하나의 유래, 그 용법, 또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재미 영어'에서 '생각 영어'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나머지 3권과 4권도 기대된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단지 다른 나라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된다는 것, 거기에 더해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 우리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일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 ‘점수 영어’를 벗어나 ‘재미 영어’로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대해서 쓴소리를 한다. '영어에 미친 나라'인 한국에선 영어가 '종교'나 다름없다.(5쪽. 주에 보면 최재묵의 글에서 인용한 말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종교' 수준까지 올라간 영어가, '영어 공부에 대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다'(5쪽)고 한다. 9년 이상을(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한다고만 하면... 사실 유치원, 아니 어린이집부터 영어교육을 받고 있지만) 영어 교육을 받았지만, 영어 실력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현실이니.

 

외국의 학생들이 배움에서 '깊이'를 추구할 때에 우리는 순전히 내부경쟁용 변별 수단으로서 '점수 영어'에만 올인한다.(6쪽)고 비판하면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영어는 매우 재미 있는 인문학일 수도 있다. 영어 단어 하나를 공부하더라도, 그 단어를 통해 서양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상식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어 공부를 가리켜 '재미 영어'라고 할 수 있겠다'(6-7쪽)고 하면서 영어 공부에 대한 방향을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영어 단어 하나에 많은 것을 알게 하는 책.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1권은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10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총 100개의 단어, 그리고 100개가 넘는 여러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오는 것이다.

 

하나하나 단어에 얽힌 이야기는 책을 읽어야 하니 더 언급을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LTE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이 어떻게 서술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LTE라는 말은 무척 빠르다는 말로 쓰는데, 이 말은 생물학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테크놀로지에 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를 원용한 것인데...

 

LTE는 Long Term Evolution의 약자라고 한다. 장기간에 걸쳐 진화를 이루었다는 것인데, 빠르다라는 의미와 장기간이라는 의미가 상충하는 것 같지만, 지금처럼 빠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장기간에 걸친 기술축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상충되지 않는다.

 

자주 쓰는 말에 이런 역사,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 그런 단어들을 100개나 만날 수 있다는 것, 또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는 것. 그야말로 그냥 단어를 시험을 위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책인 것이다.

 

굳이 단어를 외운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영어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단어 뜻은 자연스레 머리 속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영어에 대해서 흥미를 지니게 되고, 좀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미 영어' 아니겠는가. 저자인 강준만은 이렇게 영어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또 영어공부가 그냥 언어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공부임을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재미 영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민기본소득이 나라를 살린다'가 제목으로 되어 있다. 삶이 점점 불안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최소한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기본소득을 언급하고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이 허황된 주장, 실현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전면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힘들다면 농민들에게 우선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왜 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농민인가? 농민을 단순히 직업인으로 보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이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배당을 하자는 것이다.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고, 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사람이 농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야 농민들이 농사에 종사할 수 있고, 이 농사가 기업농, 화학농이 아닌, 소농, 환경농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농촌인구가 줄어든다고 말만 하지 말고, 농촌에서 농민으로 살아가더라도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농민기본소득인 것이다.

 

그러니 농민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처럼 이농 현상이 심각한 나라에서는 농민들을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때 우대는 대규모 또는 화학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농업, 그런 농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농민기본소득 주장은 이러한 생명 살림을 담고 있다.

 

농민들만 살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모두가 살자는 것이다. 지금 기후변화로 우리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데, 농업도 다국적 기업들이 하는 기계화, 대량 생산의, 기업식 축산 등의 농업으로 가면 그것은 녹색평론에서 말하는 농업이 아니다.

 

녹색평론에서 말하는 농업은 사람과 자연 모두를 살리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농민기본소득 논의와 더불어 에너지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너무도 편리하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들이 사실은 우리들 생명을 좀먹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데,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에 대해서도 별 문제를 느끼지 않고 지내고 있는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지구가 멸망으로 가고 있는데, 또 미세먼지로 우리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되고 있는데도,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맞다. 다만,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이 에너지 양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우리의 생존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효제는 '기후위기와 인권'이란 글에서 기후 위기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인권이 환경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글이고 더 많이 생각해 봐야 할 글이다.

 

돈 피츠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게 답이다'는 글에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보다는 어떻게 에너지 소비를 줄일 것인가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그대로 두다간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결국은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말이 바로 이것이다.

 

'화석연료는 확실히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에너지원들도 너무나 중요한 부정적인 속성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별있는 에너지 사용으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전체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98쪽)

 

그렇다. 바로 이것을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그렇게 그레타 툰베리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해, 에너지 사용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 당대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많은 생각거리들... 이번 호를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이제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