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거품 토피아 단편선 2
김동식 외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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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한 소설 모음집이다. 우리가 바라지 않는 세상을 그리는 이유는 그런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하고, 그런 세상이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상상을 통해서나마 끔찍한 세상을 경험하는 것, 인간이 지닌 유토피아적 요소이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 요소이기도 하다. 세상에 행복만으로 살아가기도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디스토피아를 생각해내고 상상한다는 것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결국 디스토피아를 상상한다는 것은 미래를 상상한다는 얘기하고 통한다. 지금 세상에 어느 정도는 만족하고 있으므로 그 세상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작가들이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는 어떤 세상일까?

 

우선 조상들이 죽지 않고 존재하는 세상.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고, 미래까지도 지배하는 세상은 디스토피아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만 한다. 만약 그것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혜진이 쓴 '언인스톨'은 그런 세상을 다루고 있다. 나를 옥죄고 있는 조상들... 그들의 취향대로 살아야 하는 후손들. 그건 후손들의 자율성을 빼앗는 것이다. 자율성을 빼앗긴 존재, 행복할까? 그 세계가 바로 디스토피아다.

 

김창규의 '벗'은 더 끔찍하다. 철저한 계급사회도 끔찍하지만 자신과 똑 같은 존재를 발견하는 것 역시 끔찍하다. 그것도 세상을 정복하는 존재라니. 나를 조종하는 존재, 인간이 무기가 되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존재로 전락한, 기계가 되어버린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런 세상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이것과 유사하지는 않지만 지금 자동차들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생각해 보라.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그것에 맡기지 않는가. 이것이 점점 확장되면 나란 존재는 다른 존재에 구속당해 자율권을 박탈당하고 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정도경의 '너의 유토피아'는 파괴된 세상을 보여준다. 인간이 없는 세상. 인간이 창조한 자동차가 인간을 그리워하는, 아시모프가 말한 로봇의 3대 원칙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없는 기계가 판치는 세상은 공포스럽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을 자신에게 태우고 함께 하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김동식의 '두 행성의 구조 신호' 역시 반전이 있다. 궤멸한 두 행성을 구조하러 간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것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기록과 씨앗(정자, 난자 포함)들이다. 노아의 방주처럼 이들이 살아갈 행성을 마련해 주는데... 기록을 살펴보면 이들은 일부러 공멸을 택했다는 것. 미래의 후손들을 살리기 위해 현재 자신들의 죽음을 담보로 한 세상이라니...

 

해도연의 '텅 빈 거품'은 지구 멸망을 아는 사람이 나온다. 이 멸망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두고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떤 길이든 디스토피아임에는 틀림없다. 자신들의 행성이 사라진다는 것. 미래를 명확히 알고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이것 역시 디스토피아다.

 

결국 이 소설에서 그려진 것은 멸망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만 한순간에 인간을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소설을 통해서 그런 세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이 우리가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디스토피아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행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흥미로운 주제로 다양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준 작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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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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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북 관계다. 잘 굴러가서 많이 진척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자리다. 그냥 열심히 움직이기만 했다. 결과는 또 제자리. 다람쥐가 돌다 돌다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나마 움직임도 없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은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의 행동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반대로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친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노젓는 사공들처럼, 그렇게 협동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전이 있다. 이게 남북관계다.

 

양쪽이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고,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는 관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눈에 보이는 진척을 거두기가 힘들다.

 

눈에 확 띄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밑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사이가 확 좋아지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부터는 또 지지부진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이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가 북한을 원조하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북한 사람들, 북한 체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문화적인 면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방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

 

그들도 분단이 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분명 있을테고, 그냥 현상만 보고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갔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놀이와 웃음이 있다는 것.

 

물질적 궁핍을 정신적인 노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체제의 모습이라는 것을 여러 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폐쇄성, 그럼에도 그 폐쇄성 속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김정일은 경제위기를 선군사상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그 후계자인 김정은은 경제 발전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세습체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에서는 그것을 장자계승, 또 백두혈통이라는 것으로 의식화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백두혈통과 관련지어 항일빨치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을 대우하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 우리가 우려했던 것처럼 원조물자를 군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보급체계를 만들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이지만, 그 속에서 국민들이 개인적인 활동들을 한다는 것. 이것이 최근에 북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마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집단주의에 개인주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런 시류를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를 최고지도자의 모습이나 말을 통해서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 등등.

 

겉으로 드러난 북한의 모습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협상 과정에서 돌발상황들이 많이 벌어졌는데, 원조를 받는 그들의 자세를 이해하면서 실질적인 원조를 할 수 있게 된 과정들...

 

그럼에도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 도와주려고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관료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관료집단들, 국제기구들의 관료주의들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북한에 관해서 다양한 면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이는 그들이 아직도 고난의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 웃음이 행복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신으로라도 이 고난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 그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부터 시작하면 남북관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남북관계는 좋아지고, 그것이 우리를 평화롭게 살도록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와는 많이 달라진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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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 - 대한민국 교사로 살아남기
최선경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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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텔레마케터를 비롯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흔히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이들은 손님을 대할 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만큼 감정노동을 하는 집단이 교사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사는 확실히 감정노동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자신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매일매일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학생들 앞에 서서 군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사는 절대로 군림하지 못한다. 오히려 학생들의 감정에 맞춰 교육활동을 하려고 몸부림친다. 학생들과 정서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지식 전달부터 행동방식까지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과의 관계만이 그런가. 아니다. 학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교사들, 또 교육관료들도 관계된다. 이 많은 사람들과 날마다 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교사는 감정노동자로서 나날이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자칫하면 이 많은 관계들 속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런 과정을 한참 거치게 되면 교사들은 자포자기가 된다.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려고 하는 교사들이 생긴다.

 

자신의 감정은 최대한 억누르고 주어진 매뉴얼대로만 행동하면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해진다.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이런 교사들과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학생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요원해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 다르다. 그렇게 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데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들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동한다는 진정성. 그런 진정성을 지니고 지내다 보면 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때부터는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꽤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이상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년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저자가 지키는 태도는 바로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태도다. 그런 태도가 학생들에게 전해지게 노력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교사가 되어서 한 활동들, 다양한 수업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이 책의 저자인 최선경 교사가 말하는 것은 수업 방법보다는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을 학생 입장에서는 왜 배워야 하는가로 치환될 수 있다. 즉 의미를 발견해야만 그 다음 활동들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교과 지식이 아니라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

 

그러니 다양한 수업 방식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기보다는 삶의 태도를 형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사가 긍정적인 자세를 지니고 생활을 하면 더 도움이 되고.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생활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교사가 얼굴을 찌푸리고 수업을 하면 학생들에게 지식전달에서도 실패할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에서까지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교사는 자신의 표정, 행동 하나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긍정의 힘을 전파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최선경 교사는 한 해에 단 한 명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단 한 사람조차도 변화시키기 힘들다. 다만,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교사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단 한번이 아닌 수많은 기회를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존재, 그런 존재가 교사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교사들은 긍정의 힘으로 교직에 있어야 한다.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이나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 또는 교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교사 자신도 긍정적이어야겠지만 교사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긍정적이어야 한다.

 

자신과 만나는 사람을 부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자신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니까.

 

이 책은 이렇듯 어려서부터 교사가 되어 지내온 20여 년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특히 교사들에게 긍정의 힘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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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났어요 토피아 단편선 1
곽재식 외 지음 / 요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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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영어를 써서 SF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은 우리들의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상상과 지식이 반대될 것 같지만 상상은 지식의 밑받침이 없이는 발휘될 수 없다. 그러므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해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집의 주제는 유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상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주 다양한 유토피아가 지금까지 표현되어 왔다. 이 소설집에서도 각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작품을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소설도 있다. 디스토피아, 절망의 세계인데, 유토피아가 주제인 소설에서 디스토피아를 느끼다니, 그렇다면 이 유토피아 시리즈 말고 디스토피아 시리즈가 있는데 그 소설들에서는 유토피아를 느낄 수 있단 말이 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동전의 양면이다. 세상에 천국만이 존재한다면 그런 세계가 과연 유토피아일까?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의 존재로 인해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공포와 절망이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주영의 '프레스톨라티오의 악몽'은 어두운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생각하게 해죽 있다.

 

우리가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고 해서 있는 존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이것을 꿈이라는 방식의 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 이것이 프레스톨라티오의 악몽이다. 악몽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잊었을 때, 또는 잊으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잘못된 역사, 부끄러운 역사를 감춘다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다.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악몽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현실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소설은 그렇게 결말을 내고 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행복의 세계에서 불행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 김초엽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다. 갈등, 비난을 모르고 지내는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성년이 되면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몇몇은 돌아오지 않는다. 왜 돌아오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의구심을 지닌 데이지가 순례의 길을 떠나면서 소피에서 글을 남기는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이들이 떠나는 순례지는 지구다. 온갖 비난과 갈등과 분리와 다툼이 있는 곳. 그런데 이곳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행복의 나라를 만든 창시자다. 유전자 선택이라는 것을 통해서... 하지만 이 결과는 분리와 갈등으로 끝난다. 그래서 창시자 릴리는 떠난다. 이 릴리를 찾아온 딸 올리브는 자신들이 만든 행복의 세상에서 지구로 가서 죽는다. 왜? 이렇게 행복한 세상을 놓아두고?

 

불행한 세상에서도 행복이 있음을, 유토피아를 떠나 디스토피아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유토피아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곽재식이 쓴 '로보타 코메디아'는 단테의 '신곡'을 연상시킨다. 다만 지옥을 여행하는 존재가 로봇일 뿐이다. 역시 지옥을 보여주어야 천국을 꿈꿀 수 있다. 구한나리의 '무한의 시작'은 인류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시작,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이어야 한다.

 

이산화의 '전쟁은 끝났어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도 결국 원자(분자)의 결합이라면 이것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과연 유토피아인지 고민하게 하는데... 화학 작용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것, 이것의 부작용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다'에 나오고 있지 않은가. 또한 많은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아 결합되어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유토피아가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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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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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란 제목을 바꿔 보자. 미생물이 없다면 나는 살 수 있을까? 없다가 정답이다. 미생물이 내 몸에 너무 많아도 내가 살기 힘들지만 없어도 살 수가 없다. 그럼 제목을 '나는 미생물이 없으면 죽는다'라든가 또는 '내 삶은 미생물 때문에 유지된다'라고 바꿀 수 있다.

 

미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들. 그러나 미생물 하면 우리는 해로움을 먼저 떠올린다. 바이러스 하면 우선 병을 떠올리듯이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미생물에 대해서 바로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는 미생물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미생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지만 미생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렵지 않다.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미생물들이 말하는 이로 나와 자신들이 어떻게 인간들에게 오해를 받는지를 시작으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온 미생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러한 미생물들을 탐험한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우리에게 알려준 과학자들. 이들의 노력으로 미생물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들이 너무 많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미생물 세계의 귀퉁이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또한 미생물과 인간의 대결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생물이란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 여기에 다시 살아남으려는 미생물들의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항생제다.

 

처음에는 인간이 완전히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미생들이 내성을 지닌 존재로 진화해가고 있다는 것,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과 미생물이 적대적인 관계로만 가다가는 끝없는 갈등만 반복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미생물이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생물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이익을 주는 경우도 많음을, 미생물이 없으면 우리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미생물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른 존재들을 존중해야만 우리 인간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요즘인데... 이 책은 감염병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가장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똥에 관한 것. 우리는 똥하면 벌써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는 시늉을 하지만 똥에 있는 미생물들은 우리들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

 

2부 7장의 제목이 '똥값도 금값으로 만드는 미생물'이다. 장 건강이 안 좋은 사람에게 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방법은 장이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을 이식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것. 장에 있는 미생물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똥에 있다. 그러니 똥값은 곧 금값이다.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값인 것이다.

 

오픈바이옴이라는 비영리기관 이야기가 나온다. (102쪽)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친지들의 열망에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합쳐져 세워진 비영리기관이며, 안전한 '똥 이식'이 가장 큰 설립 목적(102쪽)이라는 이 기관은 '좋은 똥'을 모은다고 하는데... 조건이 까다롭단다.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똥을 모으는 것, 헌혈이 아니라 헌분이다. 한 회당 40달러란다. (103쪽 참조)

 

왜 그럴까? 미생물 때문이다. 미생물로 우리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식하지? 내시경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캡슐로 만드는 것. 실제로 만들었단다. 오픈바이옴에서.  여기서 우리나라 옛날 명창들 이야기도 나온다. 똥물을 마셨다는 명창들... 그 똥물이 미생물과 관련지으면 건강식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더럽다고 여기는 똥 속의 미생물들 이야기를 통해 미생물이 우리들 삶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우리는 무균실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균이 없으면 우리 몸 면역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미생물과 함께 살아왔다.

 

이 책은 그런 미생물에 대해서 쉽고도 자세하게 잘 알려주고 있다. 자, 막연히 미생물에 대해서 두려움만을 지니지 말고 그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생활 방식을 만들자. 그러면 된다. 그게 바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필요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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