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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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면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본다'는 말이 생각난다. 내가 살아오면서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차별주의자들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차별주의자라고 쉽게 단정짓고 판단한다.


그런 판단 자체가 이미 차별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내가 지닌 차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 역시 쉽게 편가르기를 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우선적으로 호감을,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비판적이기보다는 악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꾸만 내 의견을 채우는 사실들, 책들, 사람들, 주장들만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억측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내치기만 한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란 상대의 주장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을 내 관점에서 왜곡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차별의 형태들이 나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차별들. 스마트 시대가 되었다고 했는데, 여기서도 차별이 있음을, 우리가 스스로 빅브라더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자아를 중시하면서도 오히려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에 보태서 소비에서 일어나는 차별. 어쩌면 우리는 소비하는 모습을 통해서 차별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지 특정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을 떠나서 유기농, 공정 무역 등등에서도 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한 말 '독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250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변치 말아야 할 것은 도덕적인 우월감과 경멸을 조장하는 세력을 잘 살피고 공개해 널리 알리는 일, 그리고 남을 향하는 엄격한 시선을 자주 자신에게로 돌리는 일이다. 이런 패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적어도 이 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평등한 셈이다. (251쪽)


쉽지 않은 일이다. 엄격한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일은.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은 꼭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며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주장보다 낫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위나 또는 패거리 정당 문화로, 자기 정당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는 행태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태가 사라지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패거리 문화에 속해 너무도 쉽게 한 편의 의견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신에게 엄격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일, 성, 이주,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라는 8개 분야로 나누어서 이 분야들에 차별적 시선들이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틈나는 대로 다시 펼쳐서 읽으면서 내 사고방식, 행동방식에서 차별적 시선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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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와 불평등 -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홍세화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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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평등해 보인다. 능력주의란 말.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다는 말. 그래 자신이 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능력만큼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무엇이 능력일까?


능력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능력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 책 여러 곳에서 지적하고 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오로지 나로서만 얻어진 것인가 하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유행했던 아이큐 검사를 요즘은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큐 검사가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과도 특정 집단에 유리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능력도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능력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가족간 릴레이 경주라고 한다. 이미 한참 앞서 달린 가족에게서 이어받아 달리는 사람과 한참 뒤쳐진 가족에게서 이어받아 달리는 사람은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들이 발휘하는 능력은 이미 차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능력주의가 평등하다고? 이 책은 능력주의가 또다른 불평등을 낳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능력주의가 어떻게 공고하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데, 그 능력주의를 내면화하는 것이 바로 학교다. 학교는 시험을 통해서, 서열을 정함으로써 능력주의를 스스로 받아들이게 한다.


철저하게 서열화되어 있는 학교를 12년간 다니다보면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반대하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게 된다. 그렇게 대학까지 16년을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능력주의는 우리 사회를 견고하게 지탱해주는 이념이 된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공정을 외치게 된다. 결과의 공정이 아니라 기회의 공정이다. 기회가 균등하지 않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능력에 따른 결과를 오로지 개인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만의 능력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환경들의 총합이 능력으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발선이 잘못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회가 평등하지 않음을, 능력은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과를 능력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배분할 수가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필요에 따른 결과의 배분은 기회의 불평등을 보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문제는 이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해결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의 평준화 이야기도 나오고, 학교에서 서열화하는 시험을 폐기하는 방안도 나오고, 기본소득을 지급하여 최소한의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는 방안도 나오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 책은 소중하다. 능력주의가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공유한다면, 그 다음에는 능력주의로 인한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딱 한 가지만 기억하기로 했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능력에 따른 차별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진정한 공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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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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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집에는 6편이 실려 있다. 본래 7편인데 우여곡절 끝에 한 편이 삭제되고, 다시 출판되어 6편이 실려 있다. 작가란 이야기를 펼쳐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이 어떤 소재를 어디에서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그래도 여섯 편만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히 감동적이다. 마음을 울리는 소설들이 많이 실렸는데, 한편 한편이 독립적이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성성'과 관련된 소설들이 많았는데...


강화길 '음복',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장류진 '연수'가 그런 작품들이다. 


집안에서 오냐 오냐 귀함을 받고 자란 남편. 그 남편을 향한 적의를 절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남편. 그리고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시어머니 등등. 강화길 소설에서는 집안에서 누가 권력자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진정 권력을 쥔 자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하고자 하는 말을 그냥 하면 될 뿐. 그 행동과 말의 의미를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 한 집안의 제삿날에 펼쳐지는 강화길의 '음복'은 그점을 아내이자 며느리, 딸인 화자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서늘한 느낌을 받는데, 집안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민첩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직도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딘 것이 자랑인 것처럼 말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집안에서 권력자이기 때문이라는 것. 


강화길의 소설에서 나아가면 비혼을 주장하는 여성이 나오는 장류진의 '연수'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 집안에서 궂은 일을 다하면서도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살아가느니 홀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사람. 그 사람의 눈에 비친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삶은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여기는 삶이다. 자신과 자식을 동일시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즐기기보다는 자식의 삶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삶. 그런 삶을 거부하는 딸의 모습.


이런 모습은 '팬티'에 관한 일화로 강화된다. 팬티란 무엇인가. 가장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존재고,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반대로 다른 사람 대신 치우고 싶지도 않은 그런 존재 아니던가. 그런데 아내로서 남편의 팬티를 빨거나, 아이들의 팬티를 세탁해서 중고로 내놓은 그러한 삶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화자가 나온다.


누군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삶. 드러나지 않는 삶.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삶에 대해서 그것이 특정한 성별에게만 부여된다는 부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장류진 소설이다. 이런 일이 가정에서만 일어날까? 아니다. 사회에서도 일어난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그 점을 보여준다. 능력있는 강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교수나 강사들과는 다른 반응을 받는 사람을 지켜보는 화자를 등장시켜서, 그들이 걸어온 길이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그래서 그런 그들이 보여준 '희미한 빛으로도' 지금껏 많은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그 빛은 '희미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에 관한 소설인데, 쉽게 정리하기가 힘들다. 많은 생각. 여성의 관점, 생명의 관점, 선택권의 관점, 그리고 행복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는 소설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진행 중이니, 더 많이 고민해 보고 생각해 봐야 겠다.


이런 경향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김초엽 '인지 공간',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다. 두 작품 다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장희원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라고 한글로 쓰면 우리는 대부분은 나와 너가 함께 하는 '우리'를 생각하는데, 괄호를 치고 동물들을 기르는 장소인 '축사(畜舍)'라고 썼다. 우리는 '우리(畜舍)'에 갇히길 거부하는데, 이것은 '우리(畜舍)'를 우리와는 다른 장소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畜舍)'의 환대라니.. 반대로 우리가 환대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환대받고 있다니...


이때 우리는 소위 '정상가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우리(畜舍)'는 그 틀을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는 보통 '정상가족'을 생각하는 우리를 환대하는 소수자의 삶을 사는 '우리(畜舍)'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의미가 있다.


무엇이 '정상'인지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畜舍)'라는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다른 '우리(畜舍)'들을 배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들이나 우리나 다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우리(畜舍)'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김초엽 소설은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의 환상적인 공간을 이야기하지만 등장인물이 '이브'라는 점에서 인간의 역사를 생각하게도 한다. 제목 역시 '인지 공간'이다. 모두가 공동 지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개인 지식을 생각하는 '이브' 


그 '이브'는 공동체에서 배제된 사람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아니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로. 또는 다른 생각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것은 공동지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왜 우리가 모두 공동지식만을 지녀야 한다는, 인지 공간에서만 살아가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에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브'를 지켜보는 '제나'를 통해, 또 '이브'의 뒤를 이어 '인지 공간'을 떠나는 제나를 통해 어쩌면 개인이라는 존재가 사회에 자리잡는 과정을 쓴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공동체주의에 매몰되어 자신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삶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개인을 생각하고, 주체로서의 개인을 의식하고 개인으로서 살아가려는 모습이 이 소설에서 '이브와 제나'를 통해 표현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간략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 수상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은 한편 한편이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공한다. 읽고 읽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관련지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좋을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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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8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재미있게 있었던 기억이 리뷰를 통해 새록해지네요! 즐거운 하루되십시요!ㅎ

kinye91 2021-02-08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들 소설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막시무스 님도 책과 함께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우리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주거 아닐까? 홈리스라고 하는 노숙인이라고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과연 개인의 책임일까? 무조건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모 도움이 없다면 자기 집 장만하기 힘들다. 


  집값이 좀 비싸야 말이지.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그런데도 개인에게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렇게 소중한 주거 공간에 대해서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 빅이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런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다.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빅이슈에서 연재되고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글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소중한 집이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번 호에는 집과 관련해서 슬픈 글이 하나 있다. 이주노동자였던 속헹 씨의 죽음. 속헹 씨와 비슷하게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거처하는 곳은 기숙사이거나 또는 비닐하우니 내 가설건축물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도 인정해줬는데, 지금은 불법이고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은 허가가 되었다고 다시 비닐하우스 외 가설건축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연령, 성별, 지역, 국적, 인종 등등에 따라서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권인데,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를 마련해 주고 노동을 하게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번 호였다.


빅이슈가 발간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런 집에 관한 문제를 계속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니, 그 점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번 호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이 많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들에서. '쓰레기와 의료'라고 정리할 수도 있겠는데...


쓰레기 문제는 그야말로 심각하다. 그런데 이 쓰레기들 중에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것을 노인들이(예전에는 주로 여성 노인, 그 다음에 남성 노인이 참여하고, 이제는 젊은층과 이주노동자 층도 참여해서 이 부분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분리수거 해서 생계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


폐지와 다른 것들을 줍는 노인들이 우리나라 재활용산업의 한 축인데 그들을 무시하는 모습들은 지양해야겠다는 것과, 권위와 이익을 내려놓은 의료.


의료 협동조합을 하는 의사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의사들이 우리 곁에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더 많은 의사들이 의료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해서 권위와 이익을 내려놓고 정말로 아픈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 편은 그래서 읽으면서 마음이 내내 따스해졌다. 그 책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기회를 봐서 꼭 읽어봐야겠다.


물론 이번 호에서 표지에 나온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는 만화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다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이 글에 소개된 순정만화는 잘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에 다른 만화에 빠져 있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그린 신일숙 작가가 초기에 순정만화는 인기 만화에 끼워 출판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박봉성 만화가의 '신의 아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당시에 박봉성 만화도 즐겨 봤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즐거움을 맛보는 시간도 가졌다.


좋다. 이번 호는 이 말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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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06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호 구매가 시급합니다!! 좋은 나눔 늘 감사해요!!😊

kinye91 2021-02-07 08:19   좋아요 1 | URL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빅이슈는 그야말로 나눔이에요. 책읽기도 마찬가지란 생각이고요.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 페미니즘의 관점
김동진 외 지음, 김동진 기획 / 학이시습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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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우리나라를 흔들었던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N번방 사건이었다. 우리가 흔히 너무나 많아서 숫자를 붙이기 힘들 때 알파벳 N을 쓴다. 가령 몇 사람이 동등하게 나눌 때 사람 숫자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1/N'하자라고 이야기 한다. 이 N이라는 말이 나오면 그래서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어느 누구라고 꼭 정하지 않더라도 흔하게 하는 일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게 된다.


N번방, 마찬가지다. 1번방, 2번방이 아니라 N번방이다. 그만큼 방이 많아졌다는 뜻이겠다. 방이 많아졌다를 다른 말로 하면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단속되지 않도록 방을 바꾸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범죄인 줄 알면서도 안 걸린다고 방을 만들면서 큰소리를 친 사람이 있었고, 그 큰소리를 믿고, 안 걸릴 줄 알고 참여한 사람도 있고, 그것이 범죄라고 생각하지도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가 된 이후에 N번방을 만들거나 적극 참여한 사람들이 체포되고, 입건이 되면서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적어도 그 사실만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자신도 그 범죄에 가담한 사람임을 자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N번방이라는 말보다는 성착취범죄방이라고 하는 편이 사람들에게 더 조심하게 하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게, 그것이 범죄임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표현을 언론이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단지 언론에서만 그렇게 하면 되나? 아니다. 끊이지 않고 나오는 성폭력 사건들을 보라. 그것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니, 이것은 특정한 못된 범죄자들만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선량한 사람들을, 특히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고 비비판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N번방 사건과 같은 일이 특정한 못된 흉악한 범죄자만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는 말은 그러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으며, 그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지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예전 소설에서 남자들이 군대에 가기 전에 무슨 통과의례처럼 사창가에 가는 일들이 너무도 흔하게 나타났다. 또 여자들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는 행동들도 무척 많이 나타났고. 그런 모습들이 소설에 많이 나타났다는 것은 여성들의 성을 착취하는 행위가 일종의 관습처럼, 남자들 세계로 전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보라. 여기에 선녀의 인권은, 자기결정권은 어디에 있는가? 자, 나는 나무꾼이 아니라고? 그렇담 생각해 보자. 나무꾼이 당당하게 선녀와 살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을에서도 그런 행동이 용인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나무꾼이 아니라고 나는 선녀의 그 일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어떤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지를... 어쩌면 너무도 익숙해서 문제의식을 지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그래서 우리는 불편해져야 한다. 자신을 돌아봐야 하니까. 자신의 행동을 생각해 봐야 하니까. 그리고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해야 하니까. 적어도 이 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N번방이 우리에게 지닌 의미를.


그래서 이 책은 유치원부터, 초-중-고-대, 그리고 성인까지를 아우르면서 성평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계기는 N번방이지만 우리 사회가 여성을 보는 관점과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N번방은 그야말로 또 다른 방을 불러오는 N번방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매우 힘든 일임을 각 분야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사람, 그들 말대로 하면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사회는 조금씩 변해간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과 관계 있는 분야의 대담, 글을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주욱 읽어가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유-초-중-고-대-사회'에서 노력하는 모습, 어떻게 해왔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분야가 있지만, 거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내가 살아온 날들도 있고, 나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살아온 또는 살아갈 날들도 있고, 여러 사람이 관계되는 장소,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한 분야에서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 여러 분야에서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 상대방의 연령, 학력, 성별, 경제적 상황, 신체 등등에 따라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 그러나 나와는 다른 사람, 그래서 더 존중해야 할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존중은 다름에서 나온다. 나에게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임을, 나와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할 사람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부터 한다면 상대를 짓누르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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