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대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워질 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존재들이 있다.

 

  빅이슈 또한 마찬가지고..

 

  이번호 표지에 웬 고양이? 할 수도 있는데, 사실 내가 좀 그랬는데, 이 고양이가 밥(bob)이라는 아주 유명한 고양이란다. 지금은 세상을 뜨고 없지만, 영국에서 제임스라는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준 고양이란다.

 

  제임스는 이 밥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희망을 갖고 노력을 했다고... 그래서 밥과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도 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고양이 밥에 관한 영화가 두 편이 된다고 하니, 밥은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삶에 희망을 안겨준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이런 고양이 밥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고, 끌어내리려 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그런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주는, 그런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날이 무척 추운 올 겨울이다. 폭설까지 내리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힘든 겨울이겠다. 그들에게 온기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이번 호 표지 사진인 고양이 밥에게서 찾는다.

 

빅이슈가 고양이 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이번 호에서 '번아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렇다. 일에 치여 자신을 잃어가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특히 작년엔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한 번아웃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우리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를 새해에는 만들었으면 한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다시 생각한다. 일이 우선이 아니다. 돈이 우선이 아니다. 권력이 우선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사람에게 짐이 되는 새해가 아니가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이 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빅이슈 242호를 읽으며, 고양이 밥을 보며, 희망은 우리에게 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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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1-09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월급을 받으면 빅이슈를 꼭 사요. 빅이슈는 희망이니까요~^^ 근데 몇 달 전부터 안양역에서 판매를 하시던 분이 나오시질 않네요..ㅠㅠ 어디계시든 건강히 잘 지내셔야 할텐데요..ㅠㅠ

kinye91 2021-01-09 11:50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사던 곳에 있던 빅이슈 판매원을 못 본 지 꽤 됐어요. 그분들이 코로나19와 강추위에 더 고생을 하실텐데...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담는 심정으로 빅이슈를 구입해 보고 있어요. 모두들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언컨택트 Uncontact -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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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다. 접촉을 줄여라. 5인 이상 모이지 마라. 사람이 사람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다른 도구를 통해서 접촉해라.

 

코로나19가 이러한 언컨택트 시대를 앞당겼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예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언컨택트 시대가 코로나19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코로나19를 맞이해 비대면이 강조되는 지금 사회에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를 미리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을 책이라는 말이다. 언컨택드... 접촉하지 않음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아니다. 언컨택트는 몸과 몸이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접촉은 더 자주, 많이 일어나는 사회를 가리킨다.

 

비대면 만남이 대면 만남보다 훨씬 늘어나는 사회, 그러한 추세로 가는 사회. 그것이 바로 언컨택트 사회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한몫한다.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어떤 일이든 살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사람의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경우도 많고, 스마트 어쩌고 저쩌고 해서 사람의 욕구를 판단해 미리 제공해 주는 온갖 기계들이 이미 우리 실생활에 들어와 있다.

 

무인 기계, 일명 키오스크라고 하는 것이 점차 확대되어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인 배달 차량도 개발되어 시운전 중이라고 하니, 또 스마트폰으로 밖에서도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조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니..

 

이미 우리는 언컨택트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서 언컨택트 사회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었는데... 주주총회 전자투표나,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등 아직은 낯설게 받아들이던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언컨택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용어로 정리하지 않았을 뿐인데, 코로나 19로 언컨택트 사회에 우리가 들어섰고, 또 앞으로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음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언컨택트는 연결을 거부하는 사회가 아니다. 접촉을 거부하는 사회도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하는 사회다. 이 책에서 그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언컨택트라고 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고, 또 나만 잘살면 돼라는 사고, 행동을 유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컨택트는 단절이 아니라 컨택트 시대의 진화인 것이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연결과 교류가 되는 언컨택트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언컨택트 사회가 되어도 우리의 공동체는 유효하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유효하다. 다만 사회적 관계를 맺고 교류하고 연결되는 방식에서 비대면·비접촉이 늘어나고, 사람 대신 로봇이나 IT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일부 채울 수 있다. (263쪽)

 

기억하고 명심해야 할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연결 방식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바로 언컨택트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맺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바뀌어서는 안된다. 즉, 언컨택트 시대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진정한 언컨택트 사회다.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함께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 균형잡힌 주장을 한다는 것, 즉 과학기술의 발전에 무조건적인 열광과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주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언컨택트를 단절로 보면 안 된다는 것. 비대면 접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앞으로의 사회겠지만, 모든 관계를 비대면만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우리가 비대면과 대면의 관계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언컨택트 사회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언컨택트 사회에서 빅브라더가 나올 가능성, 내 사생활이 완전히 노출되어 통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런 사회에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것. 하여 기술 발전을 부정하지는 않되, 그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언컨택트 사회를 살아갈 우리들이 준비해야 할 자세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나타날 시대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그 시대에 맞춰서만 살아가서도 안된다. 과거와 미래를 잘 융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인류가 해온 일 아니던가. 그러니 과거에만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보되, 현재에 미래를 끌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트렌드를 공부하는 이유다.

 

이 책에 나온 많은 언컨택트한 관계들, 방법들.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잘 살펴서 미래를 현재에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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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디담.브장 지음 / 교양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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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행동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그 전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기준으로 바뀐 시대를 탓하고, '그대로!'를 외치며 사는 모습이 당당한, 멋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런 행동,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일러 일명 꼰대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꼰대들이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자신들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들이미는, 들이미는 정도가 아니라 강요하는 꼰대들이 있는 한 피해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부분에서 이런 꼰대들이 활약하겠지만, 꼰대들이라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은 '나이와 성별'이다.

 

 

'나이' 

많은 것이 자랑일 수도 적은 것이 부끄럼일 수도, 반대로 많은 것이 부끄럼이고 적은 것이 자랑일 수도 없는 그냥 살아가면서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쌓인 시간의 합이 나이다. 많다고 지혜로운 것도, 젊다고 패기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는 어떤 광고의 말처럼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이를 내세우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꼰대다. 그런 꼰대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나이로 나타나는 꼰대들의 모습은 다양한데,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성별로 인한 일들이다.

 

우리 때는 그보다 더 심했어 라는 말이나, 나는 그런 의도로 한 것이 아니었어, 너 잘 되라고 그런 거야 등등 예전에는 차마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성폭력이라는 죄로 나타나고 있다.

 

권력의 위계가 너무 심해 자신이 피해를 입어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드러내는 순간 피해자가 더한 피해자가 되는 현실 속에서 감추어야만 했던, 그리고 자신이 떠나거나 그냥 참고 지내거나 해야만 했던 일들이 이제는 속속 폭로가 되고,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아냐, 난 관행대로 했을 뿐이야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회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이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자들의 관점에서 한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겠지만, 약자,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너무도 큰 상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고, 그 상처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해결하지 못한 채로... 그러니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라는 말 대신에 권력자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던으로 바꾸어야 한다) 넘어갔던 일들이 이제는 사회 문제가 된다.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일을 판단할 때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어떤 성폭력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니 관행대로란 말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 만화는 웹툰계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을 다루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를 인식하고 그것을 사회에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드러내기 힘든 일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고, 권력을 옹호하는 공고한 주변 환경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소를 해도 그 뒤에 이루어지는 지난한 과정, 그리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이상한 분위기,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또다른 분위기와도 맞서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싸움으로 사회는 변한다. 이 만화에서도 문하생으로 들어가 온갖 노동 착취에, 신체적 폭력, 성적인 희롱을 당하던 주인공이 그것이 범죄임을 깨닫고 가해자를 고소하면서 겪는 일을 하나의 물방울이 바위에 부딪히는 일처럼 표현이 된다.

 

정말로 힘든 과정이다. 너무도 힘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많다.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인 것처럼 생각될 때도 많다. 그러나 잘못은 가해자가 한 것이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이는 명백한 진실이다.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재판에서 이기는 과정... 통쾌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가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해자는 이겨도 힘들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가해자가 나타나 보복하면 어떡하지 하는 그러한 두려움이 이 만화에 너무도 잘 나와 있다.

 

그럼에도 이것을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다른 사람을 돕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하나의 물방울이 바위에 부딪혀 떨어져 내렸지만 계속 되는 물방울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만화다. 그리고 이 만화의 끝장면이 진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피해자가 피해다니면 안 된다는 것.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아니 그렇게 되도록 우리 사회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말한다. "저, 여기 있어요."

 

그렇다. 이제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은 이제 더이상 피해자가 아니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다. 사회 변화의 촉발자이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당당한 주인공이다.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진행 중이기도 하겠지만, 만화의 마지막 장면이 진한 감동으로 여운을 준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저, 여기 있어요."라고, 그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꼭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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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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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덧없는' 이란 말은 헛되다, 의미없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면 무엇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바니타스(vanitas)라고 하나, 헛되고, 헛되도다라는 말이 덧없다는 말과 가까울 것이다.

 

화려하게 피어나지만 곧 사라지게 되는 꽃. 그래서 덧없다는 표현을 쓰는지도 모르지만, 영어 제목을 보니 짧은 생애 정도다. 짧은 생애를 아쉬워하고 덧없어 할 수는 있지만, 꽃은 짧게 피고 지기 때문에 더 의미를 지니는지도 모른다.

 

영원함, 영속함은 지루함을 주고, 감명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짧기 때문에, 끝이 있기 때문에, 순간 피워낸 아름다움이 화려함으로 또 우리 마음에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니 꽃의 삶은 덧없음이 아니라 의미있음이라고 해야 한다.

 

여러 꽃들이 나온다. 사실 꽃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도시에 살아서 주변에서 꽃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들과 기껏해야 가로수, 그리고 화단에 있는 몇 종류 안되는 꽃들만을 볼 뿐.

 

꽃을 보려면 꽃가게(이걸 화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나 가야 한다. 그렇게 꽃은 내 삶과 거리가 멀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꽃과 사람들이 얼마나 가까이 지냈는지를 알 수 있다.

 

온갖 꽃들에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 신학,음악 등 예술이 함께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꽃은 피고 지지만, 그 꽃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예술이다. 예술이 꽃에게 영속성을 부여하고, 아름다움이 지속되게 한다.

 

그러므로 꽃을 꽃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꽃에는 우리 인간들의 삶이 함께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꽃의 짧은 생애에 감탄하는 이유도, 그 화려함이나 쓰임새를 이야기하는 것도 다 우리들 인생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삶의 끝자락에서 헛되고 헛되도다를 외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생애 동안 충실히, 열심히 살아왔다면 그 자체로 충만한 삶이고, 의미 있는 삶이다. 그렇게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 그것을 꽃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란 시를 보면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는 덧없음이 아니라 충만함이 드러나고 있다. 이 시에 어떤 꽃인지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꽃과 우리들의 삶은 늘 연결된다.

 

이 책은 주로 영국에서 만날 수 있는 꽃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바라기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영국에만 머무를 수 있는가? 또 양귀비를 이야기하면서 전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보다 더한 것은 장미다. 장미는 세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꽃 아닌가. 너무도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뭐라 의미를 정하기가 힘든 꽃이라고 하는 그런 장미.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꽃도 꽃이지만 이 꽃과 관련된 많은 예술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꽃과 예술을 통해서 우리 삶을 생각하게 된다.

 

더하여 주변에서 그냥 지나쳤던 꽃들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도시라고 어찌 꽃들이 없겠는가. 도시에도 찾으려고만 하면 온갖 꽃들이 있을 테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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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1-06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꽃 넘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도 꽃으로 많이 하고,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생화를 사서 날 위한 선물로 주기도 해요. 페이퍼 읽으니 책에 흥미가 확 생기네용~ 확실히 덧없다는 말과는 잘 연결이 안되는 거 같아요~^^

kinye91 2021-01-06 14:07   좋아요 1 | URL
꽃을 좋아하시면 읽었을 때 꽃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 나름 괜찮을 책 같아요.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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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떠올렸다. 자연 속에 스스로 들어가 자신의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명랑한 은둔자 아니겠는가.


사람들사이에서 살아가는 일도 좋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활을 하는 삶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했다. 그러니 이 책 역시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는 사람이야기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 책은 사람들을 떠나 자연에서 사는 삶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는 사람의 이야기다.


함께 살지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 이를 고립이라고 하면 좀 그렇고, 고독이라고 하면 괜찮을 듯하다. 고립은 외로움을 낳고, 외로움은 결국 자신을 가두게 되지만, 고독은 자신의 세계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만남의 일시 정지라고 할 수 있으니...


캐럴라인 냅. 참으로 복잡한 내면을 지닌 사람이다. 알콜 중독에도 빠졌었고, 거식증에 빠져 몸무게가 38킬로그램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던 사람.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 사람이다. 그런 과정을 솔직하게 써내려 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중독에 관해서 이런 말이 있다. 명심해야 할 말이고, 캐럴라인 냅이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중독이든, 어느 시점이 되면 당신이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행동이 당신을 통제하게 된다.(162쪽)


그렇다. 자신을 놓아버리는 단계까지 이르면 심한 중독이 된다. 거기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그 전에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이 책은 이렇게 내밀한 자신의 생활을, 감정을 가감없이 잘 드러내고 있어서 캐럴라인 냅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우리들이 단순한 인간이 아님을, 아주 복합적인 존재임을 생각하게 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자신의 틀에 맞추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단지 자신의 내면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쓰고 있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성추행에 관한 글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캐럴라인 냅이 자신이 겪은 일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오용'이란 글에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어떤 글에서는 너무 예민한 것 아냐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읽다보면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다. 섬세한 마음결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 그 다름과 함께 하는 일. 그것은 함께 하되 홀로일 수 있는 시간,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너무 민감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 책 읽을 필요가 있다. 읽으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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