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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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건축가 책인데 뜬금없이 웬 별자리? 했었다. 내용을 봐도 별자리 이야기는 없다. 그냥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이랬을까? 의문은 책 맨 뒤에 실린 글에서 풀렸다. 그래서 이 책은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구나. 제목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가 유현준은 건축에 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건축에 관련된 어느 정도 전문적인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공간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간 책.


그래서 글에서 기교가 느껴지기보다는 담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냥 그럴 수 있지. 그래, 그 공간도 나에게는 그런 의미였어. 아니, 그 공간은 나에게는 좀 다르게 다가왔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에서부터 책은 시작한다. 그러다가 청년 때에 만난 공간도 이야기하고, 자신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간이 시간과 합쳐져 자신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되고, 그런 장소들을 이으면 별자리처럼 의미 있는 장소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된다. 자신만의 공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를 만들라고... 그렇게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이냐고.


참 많은 공간들이 나오는데, 우산이라는 대상을 공간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 많은 공감이 간다. 작은 아치형 공간이지만, 그 공간 속에 함께 있으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공간. 


한때 우산을 두고 '부부형 우산과 연인형 우산'이라는 농담이 있었다. 아주 작은 우산은 꼭 붙어있을 수밖에 없으니 연인형 우산, 파라솔만큼 큰 우산은 떨어져 있을 수 있으니 부부형 우산이라는...


이런 농담에도 관계가 드러나는데, 우산은 함께 작은 공간에 들어가 지내는 장소가 된다. 그러니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리는 빗소리를 우산 속에서 함께 들으니, 그야말로 서로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장소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 자신이 느낀 점을 솔직하게 쓰고 있어서, 우리들도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유현준이 말하는 공간을 따라가게 된다.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느낌과 함께 나만의 공간은 어디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내게 의미가 있었던 공간, 그런 공간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공간을 여럿 떠올리면 그 공간이 내가 어떤 상태였을 때 내게 가장 의미가 있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공간으로 나만의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글만큼이나 사진도 좋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다. 건축을 하는 저자답게, 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제본도 특이해서 좋다. 노출콘크리트로 건축물을 드러내는 기법이 있듯이, 이 책도 제본된 상태를 노출시키고 있다. 그런 형식에서도 건축가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 이 책을 읽고 나만의 공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들어 보자. 그 별자리는 내게 무척 의미 있는 별자리가 되고,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내 삶에 이야기가 있게 해 줄 것이다.


유현준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엔겐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다. 우울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색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그런 공간 리스트 말이다. 그런 리스트가 있을 때 여러분의 삶은 더욱 위로받고 더 빛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힘든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위로받고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공간을 통해 찾아보자. 그런 소중한 공간을 찾으려면 '시간'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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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김동식 소설집 5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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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들, 읽기에 편하다. 술술 읽힌다. 결말도 다양하다. 생각 못한 결말이 수시로 나온다.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 한 권에 실린 소설들이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르다고 판단하는 작품들도 많다. 이번 작품집도 마찬가지다. 살인을 다룬 작품이 많음에도 결말이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살인이라도 모두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망설임도 없이 살인으로 치닫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소설도 많이 실려 있다. 이 작품집에 살인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남에게 미안함도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행태를 비판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알고 행한 것과 모르고 행한 것의 차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이 알면서도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같은 결과라도 어떻게 했느냐에 따르는 차이. 이를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동기까지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말과도 통하는데, 이는 여전히 법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정상참작을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고.


동기와 결과. 하나로 연결이 되면 좋겠지만, 이 과정에는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판단은 결과에 따라 또 동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내가 뭘 사과해야 하는가?'라는 소설에서는 자신의 동기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또 결과에 요즘 언어로 하면 유전적 요소를 참작해서 판결을 내리는모습을 비판적으로 보여준, 어쩌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이렇게 잘 적용해서 소설을 썼나 싶을 정도의 작품인 '범죄 유전자'라는 소설은 결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절로 쓴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소설인데... 범죄 유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의지가 아닌 유전자로 인한 행위를 했으니 감형을 한다고 하는 발상...


술을 많이 마셔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힘든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으니 그를 참작해서 형을 감량하는 판결을 내리곤 하는 재판정을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기도 한데... 인간이 자신이 한 행동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살인 또는 살인미수 또는 자살과 같은 죽음이 이 소설집에는 많이 나오는데, 이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더 살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전환시키는 작품도 있다. '그의 일대기'라는 작품이 그러한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보게 해서,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그런 소설이고, 이는 '정선 카지노로 향하는 길에'라는 작품에 나타나는 내용인 도박장에 가는 심리를 다른 일에 빗대어서 보여주는 방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내용들, 짧은 소설들, 그러나 어떤 경구처럼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들... 제목이 된 소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를 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자신에게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무엇인지를 자신의 무의식은 알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것을 거부하고 살아온 삶. 뒤늦게 알게 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랴? 그러나 현재 자신 주변을 살펴보라고.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고.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지 말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이 바로 소설이라는 다른 세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때인지도 모른다. 나를 비춰주는 거울. 이 거울을 보고 나를 고쳐나가는 시간을 지니게 하는. 김동식 이번 소설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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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신문 토요판에 실린 시. 노회찬. 이 한 시가 이 시집을 불렀다. 그 시를 읽으면서 노회찬이 생각났고, 노회찬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주는 시인이라면 다른 시들도 마음에 들겠단 생각을 했다.


  위로 위로, 위만 보고 가는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라 아래, 밑에 있는 존재들을 살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시에 있으리라는 믿음.


  시집을 펼쳐서 읽는 순간 그 믿음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잘 골랐다는 생각. 시란 이렇게 별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들어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시집.


  우연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고, 무언가를 또는 누구를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노가 도무지 다스려지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 시집을 읽고 있을 때였다. 마침 '산불은 봄비를 이길 수 없습니다'를 읽고 난 후였다.


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시가 떠올랐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고, 마음에 불이 났구나! 화가 났을 때 열불 난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시 한 번 들어볼래? 하면서 그냥 읽어 준다. 첫 시행을 읽고 지금 너야. 두 번째 시행을 읽고 지금 네 마음에 불이 났어. 네 번째 다섯 번째 시행을 읽고 그래서 다 태워버렸어. 지금 네가 머리 끝까지 화가 난다고 하는데, 그거와 같아. 온몸이 불덩이로 타버릴 것 같아. 여섯 번째 행을 읽어주면서 마침 옷도 까만 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봐, 다 타버려서 검게 변했잖아. 근데 어떤 생각이 들지. 


그 생각이 번지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하지. 이 시 뒷구절처럼 말이야. 잔뜩 난 화를 가라앉히는 비와 같은 역할. 그것이 바로 한번 더 생각하는 마음이야.


화 난다고 무작정 행동하지 않고 지금 이렇게 앉아서 이 말 저 말 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잖아. 마음에 비가 내리도록 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지. 이 시는 지금 그런 네 상태와 같다고 봐. 잘 들어 봐.


산불은 봄비를 이길 수 없습니다


홑동백 한 그루 키웠습니다

꽃잎이 불씨였는지 마음이 불씨였는지

이른 봄 소소리바람 타고 산에 오르더니

뒷산 앞산 할 것 없이 굴참 졸참 할 것 없이

개울 건너 언덕길 솔밭까지 다 태웠습니다

하 붉었던 탓인지 숫제 까맣습니다

재로 변한 잿등 아래 넋 잃고 주저앉아

낡은 서럽 꺼내듯 잔불들을 뒤적여 봅니다

마른 땅 마른 바람 메마른 가슴

미워하는 마음이 욕망이었습니다

집착하는 마음이 산불이었습니다

비가 옵니다, 사나흘 잔뜩 흐리고

오갈 데 없는 마음에 봄비가 내립니다

꽃 덤불 그리며 온 산야를 적십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

산불은 봄비를 이길 수 없습니다


유진수.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 문학들. 2022년 초판 1쇄. 87쪽.


분노에 차서, 증오에 차서, 미움으로 가득해서는 밝고 희망찬 생활을 할 수 없다. 분노를 분노로 해결하지 않고, 분노를 용서로 해결하는 법. 


산불을 봄비로 이겨내는 법. 그것이 필요함을... 마음이 화로 가득찼을 때, 그 화를 누그러뜨리는 비를 불러올 수 있는 힘.


이것이 바로 마음의 힘이고, 이성의 힘이다. 인간이 지닌 강한 힘은 바로 증오를 증오로 대하지 않고, 비껴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데서 온다.


그렇게 이 시, 어쩌면 분노와 미움이 넘치는 사회에서 사랑과 용서가, 그리고 화해가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분노와 증오는 결국 나를 갉아먹으니, 내가 살기 위해서도 이 분노와 증오의 불을 꺼뜨릴 봄비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에게 들려주었듯, 아니 그 사람에게 들려주면서 다시 내게 들려준 이 시. 내게도 봄비가 필요함을. 산불은 봄비를 이길 수 없다는 시 구절. 그렇게 다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음을 생각하면서, 내 마음에 봄비를 불러오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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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 100년 전,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 재판관이 벌인 재판정 격돌, 현장 생중계!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김흥식 엮음 / 서해문집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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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그에 대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뒤에 받은 재판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재판 기록을 살펴보는 일은 학자들에게 맡겨져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인가 발렌타인데이를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로 기억하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2월 14일. 연인들의 날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독립, 동양평화를 위해 일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역사적인 날.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 날을 너무도 쉽게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해 나라가 잊고 있다고 비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잊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안중근 의사의 재판기록에서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부분을 실어놓았다. 그래서 재판정에서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를 알 수 있다. 안중근 의사가 무엇을 주장했고, 그 주장을 일본 재판정에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재판정에서 안중근 의사는 자신을 전쟁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한다. 자신은 대한제국의 의병이고, 일본에 포로로 잡혀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 살인죄로 기소당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쏜 이유는 대한제국의 평화와 일본의 평화, 그리고 동양 평화를 위해서라고 한다.


개인의 복수나, 자신의 이름을 드날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의병이니 전쟁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본 재판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들이 안중근 의사를 살인죄로 처형하는 과정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조선인 변호인 선임을 거부하고, 오로지 일본인들만으로 이루어진 재판정. 이들은 안중근 의사의 주장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인으로 구성된 일본인 변호인단의 변호 역시 받아들일 의사가 없었고.


그런 점,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재판 과정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당한 날이 10월 26일이라는 점에 역사의 다른 한 사건이 겹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참 이런 우연히 있을 수가 있나 싶기도 한데... 최근에 김훈 작가가 [하얼빈]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은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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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2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우연치곤 전개가^^ 하얼빈 읽으시면 더 이입이 잘 되실 것 같아요ㅎㅎ 소감도 궁금합니다^^*

kinye91 2022-09-22 10:08   좋아요 1 | URL
네. 시간 내서 하얼빈 읽어보려고요. 김훈 작가에 대한 기대도 있으니까요.

프레이야 2022-09-22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가 참정기를 많이 참고했어요.
소설은 소설이지만 많이 절제한 느낌입니다.
하얼빈, 읽은 후 저도 이 책 구입해 읽었습니다.^^

kinye91 2022-09-22 17:52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 님처럼 두 책을 같이 읽으면 좋겠네요. 저도 조만간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옥학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0
아르튀르 테노르 지음, 곽노경 옮김 / 내인생의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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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라는 말. 한때 유행했었다. 이렇게 쓰고 싶은데, 그렇지가 않다.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배움의 공간이고, 학생들이 성장해 가도록 돕는 공간임에도, 어떤 학생들에게는 지옥보다도 더한 고통을 주는 공간이 된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가해학생은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재미로 했다고 하지만, 피해학생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이 된다.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 얼마나 많은 비속어들이 난무하는지, 청소년들의 언어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개**, 씹*, *나 등등은 그냥 상투적인 말일 뿐이다. 그들이 쓰는 언어와 언어를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지니는 의미는 그렇게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넘어갈 수가 없다. 언어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언어에는 가치가 담겨 있다. 욕은 상대를 비하하기 위해,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쓰는 언어다. 그러므로 욕이 상투적이라는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는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이 모두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쓰는 말,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쓰는 말들 가운데 이런 비속어가 많으면 그건 문제다. 언어가 칼이 되어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는 중인데, 그에 대해서 아이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데... 아이 때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괴롭힘이라는 생각이 어떤 아이에게는 죽음으로 이끄는 길이 되기도 한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더욱더 명심해야 한다. 어떤 괴롭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해야 한다. 장난이었어요라는 말이 통용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당하는 아이 처지에서는 그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무슨 노력을 해도 가해하는 학생들에게는 가 닿지 않는다. 더 큰 폭력으로 대항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그들로부터 벗어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학교폭력. 두 아이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소설은 나름 행복한 결말을 이루고 있지만, 작가가 이렇게 행복한 결말로 아이들이 웃으며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에서는 이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 가는 일이 지옥인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대다수의 학생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교사들, 알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모들. 


괴롭히는 아이는 주변인들의 그러한 모습때문에 더 힘들어 하기도 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판에 박힌 말들, 또는 네가 그러니까 그렇지 하는 말들. 또는 무관심. 그러니 결국은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을 한다.


소설 속 가스파르처럼. 남들이 대응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알아채야 한다. 여러 단서들이 나타나는데, 그 단서들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소설이 끝나고 작가는 피해자 어머니의 글을 함께 실었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것은 단지 가해-피해 학생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도록.


다시, 왕따라는 말이 있었다. 이렇게 과거형으로 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안토니에 대해서 청소년들이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과연 나는 안토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의 배경이 중학교니 중학생들이 이 소설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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