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모들 씨어터북 2
김정숙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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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공연이 되었던 연극 대본이다. 그냥 대본집이라고 하기보다는 뒤에 대담집과 그 연극에 대한 비평도 실려 있어서, 이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세탁소. 빨래를 해주는 곳이다. 빨래란 더러움을 씻어내는 행위인데, 이 희곡은 옷만이 아니라 마음도 빨아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에 눈먼 사람들... 또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태.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인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


우리 삶이 사막을 건너는 행위라면, 인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다.


희곡은 1편과 2편이 있는데,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돈때문에 삶이 더 힘들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1편보다는 2편에서 더 쪼들리는 세탁소 주인 강태국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다. 잃을 뻔하기도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오아시스를 발견한 다음에는 얼마나 위안을 받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오아시스 세탁소 주인인 강태국은 비록 자신의 삶은 힘들지라도 그가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희망, 힘을 준다.


1편에서 아이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젊은 엄마, 이만큼 사람들 사이에 믿음이 사라졌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 어머니보다는 어머니의 돈이 더 귀중한 자식들의 모습에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사회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세탁소 주인 강태국을 통해서 그들 또한 위안이 필요한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한번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강태국이라는 사람의 존재가 그들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편 끝부분 사람들을 세탁하는 장면에서 옷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세탁하는 통쾌함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2편에서는 그렇게 살아가는 강태국을 인정하는 모습이 드러나서 좋다.


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희곡을 읽으면서 강태국에게서 어떤 위안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과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1,2편을 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진다.


아직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음을,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이라도 따스해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옷만이 아니라 마음도 세탁해주는 세탁소, 오아시스 세탁소. 그런 세탁소를 습격한다는 내용의 작품. 읽어도 좋고, 연극으로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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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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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다가 우연히 [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을 알게 됐다. 이란에서 온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고집불통의 남자 이야기.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웃음을 머금게 하지만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게 한다.


철저한 원칙주의자 오베... 그러나 그 원칙은 자신에게 엄격한 원칙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에는 원칙에서 벗어나도 되는 원칙이다.


그렇다. 철저한 원칙은 포용에서 빛을 발한다. 원칙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다. 융합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바로 원칙이다.


그래서 오베는 말이 별로 없고, 다른 사람에게 무뚝뚝하게 대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몰리게 된다.


특히 그의 아내 소냐. 지적인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오베와 결혼한다. 누가 보더라도 전혀 다른 사람인 둘이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니 오베에게는 소냐가 전부다. 그는 소냐와 함께 하는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소냐가 떠난다. 그는 소냐를 따라갈 생각만 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렇지만 그가 소냐를 따라가려고 할 때마다 일이 벌어진다. 그의 이웃들에게서.


이웃들이 벌이는 일에 휘말리게 되는 오베는 자신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지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의 원칙은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렇다. 그의 원칙은 바로 함께 삶이다. 그는 고립되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고립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려는데 있다. 사람들이 원칙을 지킨다면 그 역시 고립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처음에는 오베의 자살 실패담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살이 실패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을 포용하는 오베의 모습이 따스하게 그려진다. 그에게 행동의 기준은 바로 소냐가 좋아하느냐 아니냐이고, 소냐가 원하는 삶은 바로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기 때문이다.


이란인 여자, 비만인 남자, 치매에 걸린 친구, 동성애자 등이 오베의 주변에서 살아간다.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차별당하는 존재들이기 쉬운데, 오베는 이들에게 어떤 편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이웃일 뿐이다. 그 이웃들이 지닌 문제들에 대처하는 오베의 행동에는 어떤 편견도 없다. 그는 그냥 자신의 원칙대로만 행동할 뿐이다.


지켜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도와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기차역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면서도 어떤 보상도, 또 어떤 칭찬도 받길 원하지 않는다. 그 일은 그가 해야만 할 일이었을 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은 전혀 하고자 하지 않는 오베.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참지 못하는 오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살에도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선 남들의 일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소냐에게 빨리 못 가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그런 문제를 외면하고 갔을 때 소냐가 싫어할 것을 알기에...


또 오베는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런 소신 때문에 남들과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 소신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력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된다.


결국 오베는 자살에 실패하고 삶을 마치게 된다. 간단하게 치러달라는 그의 장례식에 모인 많은 사람들... 이것은 바로 원칙은 포용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고집불통인 한 남자 이야기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서 그 원칙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한 남자, 원칙이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 됨을 이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다.


원칙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고, 바로 사랑임을,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그의 소냐에 대한 사람이 주변으로 잔잔하게 번져가는 과정,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다.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마음이 감동으로 차오르는 그런 소설이었고, 영화도 있다고 하는데, 찾아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소설이었다. 감동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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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4-25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첫번째 소설이에요. 오랜만에 보니까 넘 반갑네요🙂

kinye91 2022-04-25 21:21   좋아요 2 | URL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어요. 읽으면서 즐거웠던.
 
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
이정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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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 책 제목은 [한국전쟁과 타자의 텍스트]다. 우리가 흔히 6·25전쟁이라 부르는 사건을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으로 부른다. 그리고 이 전쟁에 얽힌 나라들이 많음도 지적한다. 이렇듯 한국전쟁은 남·북한만의 전쟁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간의 전쟁이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을 날짜로 이야기하지 않듯이 이제는 6·25전쟁이라는말보다는 한국전쟁이라는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한국전쟁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이라는 공간적 개념으로 먼저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더해서 어떤 나라들이 전쟁에 개입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또 전쟁으로 인해서 각 나라는 어떤 양상으로 변해갔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런 점을 살피면 한국전쟁이라고 하고 참전한 국가 중에 일본은 속하지 않지만 일본을 빼놓고는 한국전쟁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나라가 일본제국주의였고, 한국전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도 일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승전국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세계에 나설 수 있게 만들어준 전쟁 역시 한국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전쟁과는 떨어뜨려 이야기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은 한국전쟁에 대한 문학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으리라 추측한다.


이 책은 이렇게 각 나라에서 한국전쟁을 표현한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 사람들의 경험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있다.


내전이 아닌 국제전


한국전쟁엔 세계 여러 나라가 참전했다. 내가 어렸을 땐 유엔 16개국이 우리를 돕기 위해 참전했다고 배웠다. 북한 쪽을 지원한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고, 그냥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왔다고만 배웠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나라 중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나라는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영국, 콜롬비아까지 다양하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은 문학작품이 있는 나라다. 다른 나라들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이들 나라를 다루고 있다.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로는 초반에는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더라도 한 해가 채 지나기 전에 중국이 개입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나라가 참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련 까지 참전했다고 하니...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군의 참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책에서

 

소련 공군기의 비행은 평양-원산 선을 넘지 말아야 했으며 전투기의 마크를 중국 공군과 북한 공군으로 위장했고 복장은 중국군 제복을 착용하였으며 무선통신을 할 때도 한국말로 교신하도록 했다. 특히 평양-원산 선을 넘는 것을 금지한 것은 격추된 항공기의 조종사가 유엔군이나 한국군에게 사로잡히게 되면 소련군의 참전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252쪽)


라고 나와 있듯이, 소련 역시 참전한 국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서술에서 느낄 수 없는 참상


역사학자들의 연구로 전쟁의 전개과정이나 결과 또 영향에 대해서는 알 수 있겠지만,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느끼기는 힘들다. 


반면에 문학은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그래서 역사 서술과는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프랑스, 영국, 독일), 콜롬비아 문학에 나오는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다. 각 나라가 겪은 한국전쟁을 문학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데, 특히 나라보다는 전쟁을 겪은 개인을 만날 수가 있게 된다.


이런 문학작품에서는 기존에 이야기되지 않았던 점들을 만날 수 있다. 가령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않는 소설들, 중국군 포로들이 중국이 아니라 대만으로 송환되기를 바라는 내용, 그런 내용이 표현된 소설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송환되기를 바라는 포로들이 많았다고 하니, (중국으로 송환되기를 희망한 포로의 숫자는 단지 32%에 불과했는데 송환을 거부한 포로들 대부분은 타이완을 택했다-144쪽)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는 중국의 선전과는 좀 다른 결과를 문학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면들을 문학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이면을 다루고 있는 문학작품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즉 전쟁은 일면적이지 않고 다면적임을, 어느 한 쪽의 말만 들을 수 없음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덧글


전쟁을 직접 겪은 1세대 작가들은 언어적 장벽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이주 한인 2,3세대 작가들은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한다.(279쪽)  라고 되어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극복하기 어려웠던이 아니라 극복하기 쉬웠던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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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역사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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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로 보는 중국 현대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현대사 중에서 일제의 침략을 받고 희생당한 사람들이 많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벌이는 영토 분쟁이 끝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중국에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사가 중요하다. 가해자의 역사와 피해자의 역사가 같을 수가 없겠지만, 두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또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미래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일이다. 이 인정에서 사과도 이루어질 수 있고, 용서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일본이 그렇다. 일본 시민들 가운데도 과거를 밝히고 사과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본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는, 소위 지배층은 과거를 자신의 입맛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에게 진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가해자의 역사, 그들은 피해자의 역사를 감추려고만 한다. 그러니 사과도 없다. 사과가 없으니 용서를 받을 수가 없다. 언제고 과거 역사가 문제를 일으키고 미래로 나아가려고 할 때마다 발목을 잡게 된다.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쿤밍 폭격 사건에 가족을 잃은 장인을 둔 주인공. 우연히 골동품 점에서 일본군이 사용했음직한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골동품 주인에게서 일본인이 찍은 당시의 사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그 사진첩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온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게 되는데... 일본군이 중국을 침략한 일들을 그들이 직접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토대로 작가는 그림으로 그려 역사로 남겨 놓는다.


무어라 변명하기 힘든, 가해자들의 역사를 피해자가 자신의 역사로 끌어온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해자의 거짓을 그들이 만든 자료로 반박하기 위해.


이 만화는 그래서 중국인의 관점으로 본 일제의 침략 행위지만,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중국만큼이나, 어쩌면 중국보다도 더 일제에 의해 피해를 본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은 피해에 대해서 일본은 여전히 모르쇠를 하고 있으니...


최근에 일어난 중일 영토분쟁으로 작가는 이 만화를 그릴 생각을 했다는데, 자꾸만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에 너희들이 이렇게 기록을 남겼어, 이게 너희들이 한 짓이야라고 그들이 남긴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단지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거를 기억하고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만화에는 그림만큼이나 사진이 많다. 당시 일본인이 찍은 사진이 그래도 책에 나온다. 그래서 이 만화는 허구이기도 하면서 사실이기도 하다. 사실에 기반해서 상상력을 첨가해 그린 만화다. 


중국에서는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담은 만화, 또 우리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 우리 역시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담고 있는 만화.


내 가족의 역사라고 하지만, 중국어로는 '상흔'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받은 상처... 잊지 못할 상처. 그래서 내 가족의 역사는 중국 현대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개인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가 된다. 


단지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책도 내었다고 하니... 역사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음을, 이런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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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 지와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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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보수화되었는지, 여전히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딱히 이렇다 하게 마음에 드는 주장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면 세대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세대론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러므로 행동도 다르다고 전제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저자들은 2016년 촛불 집회를 예로 들고 있다. 이 집회에 세대론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 촛불을 든 사람들이 세대에 따라 다를까? 아니다. 이들은 국정농단에 분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공감대. 그래서 그들은 광장에 모였다. 하나의 가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 목표를 위해서 모였다. 그렇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모이는 사람들에게 세대론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는 각 세대들이 지닌 특징이 있고, 그 다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전부인 양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함께 사회를 바꿨던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자고 한다. 여기에 바로 우리들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사회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정치변혁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로 함께 나아가면 세대론이 차지할 자리는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또 특정 세대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그 저변에 있는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왜 20대들이 분노할까? 그들의 분노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20대가 행복한 사회는 다른 세대들도 행복한 사회가 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대들도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젠더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사회가 불평등해질수록 줄어든 자원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젠더갈등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젠더갈등은 불평등 사회라는 배경에서 탄생했고, 20대들을 중심으로 과열되었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담론들이 한국 사회, 특히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공정과 불평등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평등의 문제를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방식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73쪽)


이렇게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에 접근하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세대,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고, 20대들이 또는 각 세대들이 의자뺏기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 즉, '더 괜찮은 일자리를 노동시장의 표준으로 만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일이다'(102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세대 갈등, 노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청년 문제와 노인 문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노인빈곤 문제는 청년빈곤 문제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청년기의 저소득이 중·장년기의 낮은 저축으로 이어지고 노인빈곤이라는 악순환 구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203쪽)


결국 청년문제는 노인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다. 함께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러니 20대들을 다른 세대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20대를 달라진 세대라고 하는데, 그들의 특징을 이 책 각 부분을 연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공정하지 않다'다.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돈도 실력인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바닥은 놔두고, 천장만 없애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개인적인 것에 올바름을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 제목들을 보면 청년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의 1부는 기성세대들이 읽고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출발점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2부는 청년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이다.


누가 더 불쌍한 피해자인지 경쟁하지 말자. 실제 세계에 집중하자. 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지 말자. 웃음이야말로 강력한 무기임을 명심하자. 다른 점에 주목하기보다 같은 점을 발견하자.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자.


이제 시대가 변했다. 변한 시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과거에 진보였다고 지금도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청년 세대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이야기해도 안 된다. 그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생각, 행동이 있다.


또한 세대가 달라도 공통으로 원하는 삶이 있다. 바로 내일이 보이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는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이 일어날 수 없다.


따로 또 같이 갈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그런 삶을 원하는 것에서는 '대동소이大同小異'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되어야 한다.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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