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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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스해지는 소설이다.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주눅든 모습을 발견하기 보다는, 씩씩하게 그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어렵다고 인상쓰고 포기하고 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바라보는 사람도 힘든데, 밝고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보는 사람도 힘을 얻게 된다.


소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춰주면서 어둠 속에서 좌절해 가는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그런 환경을 고쳐야 한다는 의지와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어두운 면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관점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우선 정상가족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수림은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에게서 떨어져 할아버지와 순례 씨(소설에서 순례 주택의 주인인 여성 이름이다.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지만, 할머니보다는 순례 씨로 불리기를 원한다)의 보살핌으로 자라게 된다.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수림은 순례 주택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한다. 오히려 부모와 함께 살게된 아파트를 낯설어하면서. 


순례씨와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재혼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결국은 결혼이라는 틀로 묶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친구로, 동반자로 함께 살아간다. 같은 공간이 아니라 순례 주택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소설 속 수림이나 순례 씨를 통해 정상가족이라는 말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주거 공간으로 사람들을 분리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소설 속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붉어지는 문제, 아파트 정문을 폐쇄해서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든지, 다른 거주지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소설에서도 아파트 사람들 중에 특히 엄마가 주택 단지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도 주인공인 수림의 엄마. 인터뷰에서도 그런 말을 했다가 도처에서 비난을 받은 엄마. 이렇게 주거 공간에 따른 갈등이 소설에 나오지만, 그것을 전면에 다루지는 않는다. 그냥 지나가듯이 수림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엄마는 그 일로 인해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아파트 카페 운영진에서도 밀려나고 만다. 암암리에 구분을 해도 드러내놓고 구분을 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소설은 주거가 사람들이 풍요롭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주거 장소의 차이가 차별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소설에서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 주택 단지에 사는 사람들이 더 실속있고 알차게 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사는 곳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됨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집을 투자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 그리고 부를 과시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순례 씨는 집세를 결코 비싸게 받지 않는다. 보증금이 있지만, 어려운 사람에게는 보증금조차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일들은 재계약의 조건이 된다. 돈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는 모습. 옥상을 공동의 공간으로 만들어놓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순례 씨.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전세, 월세, 집값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집이 무엇인가? 적절한 집값은 얼마인가 순례 씨를 통해 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주거 장소의 차이에 따른 차별과 더불어 고학력 실업자 문제 (소설 속 박사는 시간 강사로 전전하고, 수림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둘이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다. 수림 아빠는 전임이 되기 위해 전념하고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는 전형적인 강단형 학자라면, 수림 주택에 사는 박사는 시간 강사 일을 하면서도 온갖 다른 일을 마다하지 않는 현실형 학자라고 할 수 있다)를 드러내고 있다.


참 심각한 주제인데, 순례 주택에 사는 박사의 삶을 통해서도 그들이 얼마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박사와 대조되어 나오는 인물이 순례 주택에 세들어 사는 미용실 주인의 아들이다.


공부는 못한다. 그래, 이 아이는 고학력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우선 고학력자가 되지 못할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이 아이에게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미용사가 되는 일. 그만큼 손재주가 좋다. 그리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그쪽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런 아이에게 대학교육이 필요할까? 고학력이 필요할까? 아니다.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고학력자보다는 자신의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이런 아이가 세상에 더 필요하다. 


그러니 학교 성적이 나쁘다고 구박할 일이 아니다. 온갖 특목고를 만들어 (특목고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에 진로를 정하고, 그 쪽 방면으로 뛰어난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 특목고는 좋은 대학을 가게 하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의 줄임말 아니던가. 특목고 출신들이 어느 대학을 갔는지, 어떤 학과를 갔는지 살펴보라. 오죽했으면 서울영재고(예전 서울과학고)같은 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하면 학비를 다 반납하라고 하겠는가) 성적 우수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현실에서, 특성화고(어린 시절에 진로를 정하고, 그 쪽 방면으로 나아가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학교... 특목이 아니라 특성이다. 성적을 가지고 이미 차별을 하고 있다)에 진학하는, 또는 진학하겠다는 학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소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성적 문제는 수림과 언니 미림 사이에서도 서술되고 있다. 성적만이 우선이라는 가정이 어떤 모습인지를 미림과 미림을 대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볼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수림의 위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인물을 통해 소설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소설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할 수밖에 없다.


그밖의 인물들 역시 나름 사연을 지니고 있고, 우리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은 순례 주택에 살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순례 주택의 주인인 순례 씨는 불의한 돈을 참지 못하는,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목적으로 집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장소로 집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순례 씨의 모습을 통해서 집을 재산가치로만 여기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을 수림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지만, 소설은 우리 사회가 지닌 모습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돕게 되고, 그때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가게 된다는 그런 소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할 정도로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온 순례 씨의 좌우명이라 할 수 있는 말... 수림이가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 이 말이 이 소설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역시 이 말을 명심하면 좋겠다.


어두우면 어두워서 밝음을 생각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 어둠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이때 감사는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에 주저앉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할 일이 있다는 점에 감사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소설에 나오는 어둠들, 우리 사회에 있는 이런 어둠들, 가볍게 지나가지 않고 우리가 밝음으로 바꾸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순례 씨의 말은 다음과 같다.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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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 이야기 -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슈퍼 차이니즈와 만나고 거래하는 법
김기동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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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명하고 쉽게 쓰였다. 읽기가 편하다. 그만큼 중국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쉽다. 중국 사람이 지닌 행동 특성을 잘 알려주고 있기에, 중국 사람과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으면서 중국은 용광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 녹여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용광로.


용광로는 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들어온 물질을 녹여낸다. 녹여내서 하나로 합친다. 그리고 다른 물건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중국이 그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는 필요하다면 어떤 문화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한다. 실용성. 극도의 실용성. 이것이 바로 중국 사람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한다.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 같은 행동을 하겠지라는 추측을 하지 말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 다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무엇이든 잘 녹여서 자신들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 내면 된다는 실용성. 그것이 바로 중국 사람이라고 한다.


이 실용성이 잘 발휘되는 분야가 바로 '돈'과 관련된 분야다. 그들은 돈을 번다는 말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의 목적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하고, 자식들에게도 몇 위안이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라고 한다. 

(한 자녀만 낳아야 하는 정책을 펼치던 당시 중국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에 자신들의 대책을 마련했는데, 그것이 바로 벌금을 내고 자식을 호적에 올리는 방법... 벌금의 액수를 자식에게 붙여 몇 위안이라고 했다고 하니, 이들이 돈에 대해 지니고 있는 태도는 우리의 상상을 불허한다)


또한 직장도 돈을 벌기 위해서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초과했을 경우에는 철저하게 계산해서 행동한다고...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중국에 만연한 뇌물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공무원은 이 뇌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시진핑이 부패척결 운동을 벌였는데,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건 가격도 마찬가지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다. 우선 높게 부른다. 그 다음에는 흥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을 우리는 깎는다고 표현한다면 중국 사람들은 가격을 부러뜨린다고 한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 깎는 것에 그친다면, 중국 사람들은 절반까지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하니...) 


그들은 흥정이라는 말보다는 토론이라는 말을 더 잘 쓴다고 하고, 그런 토론을 통해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적정한 가격을 결정한다고 한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들에게는 '꽌시'라고 하는 관계에서는 돈보다 사람이 우선 하기도 한다고 한다. 자식들까지 책임져주는 단계까지 나아간다고 하니, 이 '꽌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꽌시'를 맺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냥 아는 사이일 뿐에 불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꽌시'를 잘 알아야 중국 사람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하는데, '꽌시'가 맺어지지 않은 사이에서는 철저한 이익이 기준이 된다고 하니... 명심할 일이다.


다문화 학교가 늘고 있고, 그 중에 중국계 학생들이 많은 학교들이 있는데, 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기존에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대로 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 여기에 중국에서는 '돈'을 중시하고 '꽌시'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이는 바로 '속인다'는 말로 그 연결관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중국인들은 잘 속인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가짜의 나라, 짝퉁의 나라라는 말까지 쓰겠는가.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들에게는 가짜, 짝퉁은 생활일 뿐이다.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자신이 속지 않으면 된다고, 어릴 적 교육이 속지 마라라고 하니, 속았다고 화를 내면 그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와 다른 사고방식이다. 오죽하면 술집에 들어갈 때도 술은 자신들이 가지고 들어간다고 하겠는가. 음식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술집에서 파는 술이 가짜일지 모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중국에서는 일어난다. 그들에게는 가짜는 생활이기에 가짜에 속지 않는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지니고 살아간다고 한다.


여기에 물건은 돈 값을 한다고 돈이 많으면 비싼 정품을 사고, 돈이 없으면 그와 비슷한 짝퉁을 사서 자연스럽게 쓴다고 하니.. 그들에게 짝퉁을 쓴다는 행위가 법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맞게 소비하는 실용성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 생각과는 다른 중국 사람들의 특징이 나타나 있다. 여기에 그들은 종교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하고, 공자, 노자, 석가를 한 자리에 모시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경제, 정치, 문화,종교든 어떤 분야에서든 실용이라는 용광로에 다른 것들을 집어넣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이 우리나라 이웃임은 변치 않을테니, 이렇게 중국 사람들이 지닌 특성들을 알고 그들과 어울린다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손해는 나지 않을테니...


쉽고 간명하게 중국 사람이 지닌 특성을 알려주는 이 책, 중국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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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연대기 - 우주 사용 설명서
프레드 왓슨 지음, 조성일 옮김 / 시간여행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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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광활한 공간. 상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해도 우주 끝까지 가지도 못한다. 그만큼 우주는 넓다. 어느 정도 넓은지 생각을 할 수 없는. 우주에 끝이 있냐 없냐로 논쟁하던 때도 있었으니...


대략 지금 우주 나이는 138억 년이라고 하는데, 지구에 인간이 출현해서 살아온 기간이 1억 년이 안 되니(천만 년도 안 되지 않나, 인류의 역사는), 우주 역사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평생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지금, 지구 밖으로 거의 무한히 펼쳐지는 우주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준다.


그래서 우주는 우리에게 상상력을 불어일으키고, 우리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던 때, 별자리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던 시절... 이제는 우주선을 쏘아 더 먼 곳으로 가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소설에서 묘사하는 세상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우주여행이랍시고 우주정거장에서 며칠 머물다 오는 일이 전부. 


화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영화도 있지만, 정작 화성에 가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에서도 우리는 우주를 상상하는 일, 지구 밖으로 나가 우주를 탐험하는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먼 곳을 보아버렸는데, 어찌 이곳에만 안주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주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고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와 우주라고 해서, 지구에서 바라본 우주, 또는 그동안 연구한 우주에 대한 탐험들을 알려주고 있고, 행성 탐험이라고 해서 지구 밖으로 나가는 인류의 모습, 마지막으로는 우주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우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다.


읽으면서 결코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천문학자인 저자에게는 당연한 용어, 당연한 사실, 당연한 연구들일지 몰라도 일반인인 내게는 어려운 용어, 낯선 개념들, 모르는 지식들이 만연했다.


좀더 쉽게, 어쩌면 그래서 칼 세이건이 대단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풀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번역의 문제일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주 자체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밝혀진 부분도 있고, 여전히 암흑물질처럼 미지의 존재로 남은 부분도 있으며, 무엇 하나로 정리하기 힘들어 논쟁 중인 문제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대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 간단하고 쉬울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책은 전문 학술서가 아니니,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또 천문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들이 있다. 과연 우리가 다른 행성을 인간들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려고 하는 일이 바람직할까?


과거 '식민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기 전에 우선 미생물, 바이러스 등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책에 '우주에 강한 미생물이 삶에 대한 결정적 열망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는 다른 예들이 있었다'(143쪽)는 말이 나온다. 우주선에서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나온 미생물이든, 또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 비행사들에 의해 나왔든, 그 이전부터 있었든 미생물들이 우주로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


'지구 미생물이 다른 천체로 운반되는 두 가지 다른 상황과 외계 생물체가 지구로 다시 이동하는 것은 태양계 탐사 분야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들은 각각 '전방 오염'과 '후방 오염'이라고 불리며, 그런데도 우주 미션을 계획할 때마다 주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상력이 부족한 용어이다.'(146쪽) 


우주에 나가기 전에 이 점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주 탐사는 필요하고 좋지만 우주 식민지 개척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 여기에 우주에서 다른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도 보여주고 있는데...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들과 더불어 우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우주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정리를 해주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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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가차 없다는 말과 촉법소녀란 말. 결국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는 뜻이고, 가차 없다는 말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니...


  당당하게 살아간다기보다는, 자신을 옥죄고 있는 기존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렵지만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 짓눌려 있는 모습. 결국 자신의 존재를 어른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두려움 소게서 살아가던 존재.


  그 존재가 어느 날, 이제는 어른의 세계를 의식하고,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는 자신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이 기존 틀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지고, 결국 법을 어긴 소녀라는 뜻을 지닌 촉법소녀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미 만들어진 틀 속에만 살아갈 수 있을까? 법이라는 잣대가 아니더라도, 어른의 세계에 그대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소녀)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


장 선생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런 글쓰기를 원했다

게다가 난 이미 도처에서 독자와 만나고 있었다

어머니 없이도 어머니를 믿고 자라는 아이처럼

그래서 아이는 어머니에게

앙심을 품게 되는 것이지만

어머니가 없는 곳에서도

어머니가 생겨나는 게 싫어서

언제 어디서나

어머니를 극복한 듯 보여지고 싶어서

시시각각 속에 들어찬

어머니와 어머니와 어머니들

나만 이런 마법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 전체가

나의 적이 되어야 하니까

환청을 들으며 여기까지 걸어오신 

선생께서는 아시겠지

환청도 없이 버텨야 하는 이 세계는

얼마나 큰 공포인지

천지에 집을 만들어놓고

어머니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차라리 매질을 당할 때가 좋았어요

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때는

손가락을 넣고 토해서라도

목구멍이 거기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피멍이 좀 들면 어때 그것이 평평한 

내 등을 사실로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

난 이 등허리를 마음껏 펼치거나

쪼그릴 수 있을 텐데

어머니는 누구 마음대로 늙고 쇠약해지셨나

첫 울음을 배운 것이 엊그제 같은데

손수 가르쳐주실 게 죽음밖에 남지 않았다니

용서하지 마세요

단 한 번에 실수 없이 졸라드릴게요

수십 번 수천 번도 더

태양을 상대로 연습한 일이었어요

작교 가녀린 시간의 통로와

예기치 못한 끝에 대해

공손하고 끊어짐 없는 손길로 한 번 정도는

나도 가르쳐드리고 싶었어요 한 번 정도는

나도 어머니의 어머니가 되어보고 싶었어요


황성희,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 현대문학. 2020년. 60-62쪽.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를 읽으며 뒷부분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불교의 말도 떠올랐다. 이미 있던 세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더 나아가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그럴 때는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


나란 존재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끼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다. 상처를 낸 순간, 느껴지는 통증, 고통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처를 내다가 자신이 아닌 자신보다 앞선 세대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지닌 두려움이 바로 그들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끊어야 한다. 보이지 않아도 도처에서 그들을 의식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래, 한 번쯤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것이 꼭 가정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사회도 이래야 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를 딛고 나아가야 한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틀로 청년들을 틀지우려 하지만, 청년들은 그 틀에 갇히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순간 어른들을 가르칠 수 있는, 그런 모습... 이 시를 읽으며 그런 모습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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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글쓰기 레시피 - 맛있게 쓸 수 있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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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일까? 예전에는 아주 단순하게 삼다(三多)라고 했다. 참 추상적인 말인데, 일리는 있다. 많이 읽고(다독), 많이 쓰고(다작), 많이 생각하라(다상량).


'삼다'는 단순하다. 특별한 기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글쓰기의 원론을 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특정한 장르의 글쓰기가 아니라 모든 글쓰기에 통용되는 방법이다.


일반론, 이는 옳은 말이고, 좋은 말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삼다'를 한다고 해도, 과연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삼다'는 글쓰기의 기본, 즉 기초를 알려주는 말이라고 보아야 한다.


기초 없이는 무엇을 할 수 없으니, 이 '삼다'는 모든 글쓰기의 기본이다. 많이 읽어야 알고, 많이 써봐야 어떻게 쓸지 감을 잡을 수 있으며, 많이 생각해 봐야 자신의 사고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글 종류에 따라서 글쓰기 방법이 달라져야 하니,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책들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필요에 의해서 나왔다. 미술에 관한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


다른 종류의 글쓰기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된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느냐를 알려주는 책. 미술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전시회나 다른 미술관련 행사에 자주 참여하여 미술 작품들을 많이 감상하고, 그에 대한 글을 써보고, 미술에 관해서 많이 생각해 봐라... '삼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만 하면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미술에 관한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 말은 추상적인 말이다. 하나마나한 소리가 될 가능성이 많다.


막상 글을 쓰려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음식을 만들 때 재료부터 조리과정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레시피가 필요하듯이, 미술에 관해서 글을 쓸 때도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고 알려주는 책. 이 책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어렵고 추상적인 내용은 빼고 있다.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데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자기만의 감상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서 시작한다. 전문가의 감상펼이 무조건 맞다는, 내 감상은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한다.


미술을 보는 눈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 그래, 정답이 없는데 굳이 정답이 있다고 믿고 그 정답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던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던가. 그게 아니다. 작가조차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정답을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여겨야 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는 무궁하다. 그러니 작가의 말이 작품을 온존히 드러내준다고 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내 감상을 밀고 나가자. 다만 내 감상에 구체적인 이유를 부여해주면 된다. 묻고 답하기... 작품 앞에서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나만의 감상이 생긴다. 이런 과정이 바로 '다상량'이다. 많이 생각하라!


그리고 그 감상을 글로 쓰면 된다. 쓸 때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 방법을 2장에서 알려주고 있다. 전체 틀이 생겼으면 이제 구체적으로 써나가면 된다. 3장에서는 쓰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작품 묘사, 작가 정보, 시대, 에피소드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4장에서는 무엇으로 쓸까 해서 '글감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고를 수가 있다. 글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많이 읽어야 한다. '다독'이다!


이제 글을 쓴다면 5장을 참조하면 된다. 이렇게 하자고, '쓰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듯 미술에 관한 글쓰기로 책 한 권을 채웠다. 자꾸 쓰고 쓰고, 고치고 고치라고 한다. 여러 번 고쳐야 더 좋은 글이 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하게 된다. 문장들을 다듬어서 연결관계도 좋게 만들 수 있고... '다작'이다! 역시 많이 써봐야 한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겠다. '삼다'라면 몇 줄로 끝날 글쓰기 방법이 책 한 권이 되었다. 자, '삼다'에 관한 내용을 차곡차곡 채워서 책 한 권이 된 것. 그만큼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글쓰기에 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이해, 작가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는 책이다. 역시 큰틀은 '삼다'다. 


'삼다'는 모든 글쓰기의 토대다.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그래야 그 위에 건물을 세울 수 있다. 무너지지 않는 건물. 아름다운 건물.


저자는 이 '삼다'를 기반으로 튼튼하고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미술에 관한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하지만 이 책은 미술에 관한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으로 미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에, 미술에 관한 글을 쓰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미술에 흥미가 있는 사람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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