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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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학자로서 우리나라가 지닌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는데,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면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 말을 한다. 문제는 명확히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을 이야기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고. 방법? 있다. 그런데 구체적이지 않다. 사회의 문제다.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이 정도? 


이러면 안 된다.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내용은 우리 사회는 집단을 중시하면서도 책임은 개인에게 묻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혼동하며 집단주의를 공동체의식과 혼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는 점. 그래서 집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집단의 안녕을 해치는 행위를 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또 이 상황에서는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괜찮아 하면서 집단의 힘 속에 옳고 그름을 묻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남들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다. 공연히 튈 필요없다. 이런 생각을 지니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집단의 움직임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바꿔 내 행동을 합리화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세상은 원래 그래 하면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해결책은 찾지 않은 상태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 저자는 그 점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문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인식하게 해줬으니 말이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런 문제 행동을 하는 집단, 사람들과는 반대로,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고... 


자본주의 사회니까, 그들이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하면 된다고...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을 후원하는 행위 자체로도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그냥 손 놓고 있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고.


물론 집단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함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으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고 한다. 그것이 바로 후원이다. 지출의 방향을 바꾸면 되니.


'웃자고 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회를 튼튼하게 하는 데 지출하지 않고 사회가 좋아지길 희망하는 건 모순이다.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 정치인들을 감시할 사람들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면 결국 사회는 한 단계 성장한다. 내가 발 뻗고 잘 지름길이다' (272-273쪽).


이런 일부터 시작한다면 저자가 말한 '고통의 평준화 정신'(252쪽)으로부터 벋어날 수 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야라고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나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도 힘들테니, 그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지로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삶을 꾸준히 성찰하는 태도를 지녀야 하고. 고통이 평준화 된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고통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다들 힘드니까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그러니 '고통의 평준화 정신'은 사라져야 한다. 고통은 평준화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을 일상으로 만든다. 고통의 일상화는 사람들을 집단 속에 가두게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 라는 말로.


하야 이 책은 이러한 '고통의 평준화 정신'을 버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그것이 바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이 말부터 해야겠다. 그건 아닙니다라는 말부터.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도 할 수 있는 그런. 집단주의와 공동체주의를 혼동하지 않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뭉뚱그리지 않고 그렇게... 하나도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괜찮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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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15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 자주 하는데...^^;;
읽고 보니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할 순간이 많았네요.

kinye91 2022-08-15 10:43   좋아요 0 | URL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이에요.
 

  '지속 가능한 사랑이란 나를 변화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배운다'(63쪽)라는 구절이 이번 호, '사소하게 연연하는'이란 꼭지에 있는 '현상 유지를 위한 변화'라는 꼭지에 있다.


  변화. 늘 변화만 추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변하지 않을 수도 없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빅이슈]를 읽으면서 지속가능한 잡지이면서도 변화가 있다는 점을 느낀다. 그런 변화가 [빅이슈]를 지속하게 해주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정책도 변해야 한다. 시대에 맞게. 또 요구에 맞게. 특히 청년들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제댈 된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를 이룰 때 정책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청년에게'라는 꼭지에 실린 '서울살이 몇 핸가요?'라는 글을 보면 짠하다.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지 못해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들.


서울에 집이 넘쳐나도 자신이 살 집이 없는 상황. 서울로 서울로 많이들 올라오지만, 그 서울살이도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어떤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더운 여름. [빅이슈]와 함께 해서 지속가능한 삶들이 유지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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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나오는 나무 두 그루.


무더위에, 폭우에, 기후 재앙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삶이보이는창] 표지 그림을 보면서라도 시원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 때라도 잠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 이 그림에서 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그런 나무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나무같은 존재들이 있기에 우리 삶은 여전히 살 만하지 않겠는가.


이번 호에는 죽음에 관한 글도, 케어팜('농촌돌봄'또는 '돌봄농촌'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에 관한 글도, 병에 걸려 치료를 받는 이야기도, 장애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다양한 글들이 실렸지만, 이 글들을 통해서 삶에 나무 그늘을 제공해주는 이들이 늘 있음을 알게 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 있다. 그런 존재들로 인해서 지친 몸과 마음이 추스려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지 않나 싶다.


박일환, 시인의 시선에서 언급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랩을 통해서 그 실상을 알리는 소녀 이야기, 그런 소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또 그런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그런 일들이 바로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 이인휘 글 '단편이, 장편이, 소설이2'는 아직도 우리가 사람 중심에 갇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한다.


버려진 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던 동물들. 누군가가 놓은 독극물을 먹고 죽어가거나 도망칠 수밖에 없는 버려진 생명들. 그 생명들을 거두어 함께 살아가려 해도,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해친다.


인간 중심주의... 다른 생명체들을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로만 여기는 그런 모습이 이번 호에도 나타나고 있으니... 주변 생명체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조병범의 '시민과학자가 본 새 이야기'에서 느꼈던 즐거움이 사라지고 만다.


집에서 함께 하지 않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집에서 함께 하는 동물들이 집을 잃었을 때 잔인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번 호에서 만났다고나 해야 할까?


모든 생명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런 마음을 모두가 지니고 있다면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산업재해같은 일들을 막으려고 노력할텐데...


산업재해뿐만이 아니라 장애에 관해서도 함께 하려는 모습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무더운 여름, 비단 더위만이 아니다. 다시 코로나19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며칠 간 폭우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우리네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팍팍함 속에서도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삶들이었으면 좋겠다. [삶이보이는창] 130호를 읽고 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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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 -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대가'
어슐러 K. 르 귄.닐 게이먼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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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즘 도시 주변에서는 길고양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밖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 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까지. 이제는 비둘기와 더불어 도시 풍경의 하나로 자리잡은 고양이들.


고양이에 관한 소설하면 포우가 쓴 '검은 고양이'가 먼저 떠오른다. 음습한 분위기.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결코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그러다 르 귄이 쓴 '날고양이들'이 떠오른다. 밝은 분위기 소설. 이렇게 같은 고양이가 나오더라도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이 소설집은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르 귄의 소설과 게이먼의 소설. 내용도 다르다. 하지만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유명한 말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즉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고양이. 이렇게 고양이는 삶과 죽음 어느 한 편에 속해 있지 않다. 어느 편에 속해 있다고 하기보다는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쪽 저쪽 명확히 나누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이도 저도 아닌 경계에 머물 때가 더 많다. 또한 내가 한쪽에 명확히 섰다고 여기더라도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욱 확장해 가면 그렇다. 차원이 중첩되고, 나는 이곳에 속하기도 하고 저곳에 속하기도 한다. 르 귄 작품은 이 점을 고양이를 통해서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이먼의 소설은 '대가'라고 하는데, 보상이라는 말, 또는 보은이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새로운 존재가 침범해 올 때 고양이가 맞서 싸워 막아주고 있는 모습. 오래 전에 본 영화 '고양이의 보은'이 떠오르기도 하는데...고양이의보은 포스터.jpg


  여기서도 고양이는 경계에 있다. 이쪽과 저쪽 사이에 있으면서 도움을 준다. 그런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쓴 소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렇다는 점을 말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명확히 편을 가르기 좋아하지만, 편가르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이쪽 저쪽 경계에서 양쪽을 다 아우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넓게, 깊게, 차원을 다르게 생각하면 그 점을 알 수 있다고.


  아주 짧은 소설 두 편. 전혀 다른 고양이들이 등장하지만 고양이와 어우러지는 삶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소설들이다.


더불어 김중미가 쓴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작품도 생각나게 하고. 이 작품 역시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는 그런 소설이었는데...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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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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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공통점을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한 편 한 편이 자기만의 세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이 시대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짧은 단편 소설들 모음이지만 소설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서수진이 쓴 '골드러시'를 보면 한국에서 살기보다는 외국에서 살기를 선택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한때 이민을 가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하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꿈꾸었던 골드러시가 실현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골드러시는 환상으로 끝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고통과 환멸만 남겨놓은. 그럼에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소설은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멜라가 쓴 '저녁놀'은 발상이 재미있다. 딜도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한다. 성소수자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들이 살아가기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소설은 남성 중심의 서사를 뒤집는다.


딜도가 다른 쓸모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의 마음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함께 하려는 마음. 그럼에도 세상은 참 살기 힘든.


새로운 관점에서 성소수자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어떤 비장감을 느끼지 않아서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과 다른 쪽에서 김지연이 쓴 '공원에서'를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비장하다. 자기의 언어를 갖기 힘든 상태가 나온다. '저녁놀'에서는 성소수자인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렇다. 자기 언어를 지니고 있느냐 없느냐는 살아가는데 무척 중요하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한다. '저녁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기들 이야기를 남에게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평온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이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모텔을 이들은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책을 읽는 행위로 치환하고,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에 소설은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반면에 '공원에서'의 주인공은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한다. 사회적 통념에서 자기 말을 했다가는 오히려 피해자에서 비난을 받을 행동을 한 사람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이기도 한데... 이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언어를 지니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그에게는 자체 검열 기제가 작동한다.


그래서 '공원에서'의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발산할 때 쓰는 말은 비명일 수밖에 없다. 언어로 정제되지 않고 나오는 비명, 이 비명은 절박함에서 나오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가 닿지는 않는다.


'공원에서'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다른 존재에게서 위로를 받기는 하지만, 그 위로가 삶을 바꿀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언어를 지니게 될지는 모른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약한 사람들의 자기 언어 갖고 말하기는.


나머지 네 편의 소설들에서는 '쓰기'를 발견한다. 쓰기. 언어로 남기기라고 할 수 있는 행위. 이 쓰기에는 주술적인 면도 있다. 언어에 주술이 담겨 있듯이... 


임솔아가 쓴 '초파리 돌보기'에서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가와 사람의 건강이 연결이 되고, 김병운이 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김혜진의 '미애'에서는 삶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을 때 편지를 쓰게 되는 장면으로 소설이 끝난다. 서이체가 쓴 '두개골의 안과 밖'에서는 살처분되는 광경을 언어로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나타나기도 하고.


모두 쓰기의 효용성을 다루고 있는데, 쓰기는 바로 자기 언어로 자신의 삶을 남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쓰기를 통해서 증인이 되기도 하고, 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도 하며, 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이렇게 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언어를 지녀야 한다. 언어, 우리 삶을 다른 삶과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게도 한다.


'골드러시'에서 영주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 영어라는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 언어로 인해서 삶이 어떻게 뒤틀리는지도 만나게 되고, '초파리 돌보기'에서는 산업재해를 다룬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쓰기를 통해서 사람이 치유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만큼 언어, 쓰기의 역할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있다. 


그러므로 이번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언어와 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편 한 편 흥미 있는 소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좋았던 작품집이다. 다음 작품집도 기대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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