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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제목만 보면 독서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프랑스 소설가인 프루스트와 바다 생물인 오징어가 묶여 있다니...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는 생각만 든다.
그러다 이 책 앞부분을 읽으면 왜 제목을 이렇게 붙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둘 다 독서와 관련이 있음을...
'나는 독서의 상이한 두 가지 측면을 묘사하기 위해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마르셸 프루스트를 메타포로, 하등동물로 과소평가되어 있는 오징어를 유추적으로 사용한다. 프루스트는 독서를 일종의 지성의 '성역'으로 보았다. ... 1950년대 과학자들은 뉴런이 서로 어떻게 발화하고 전송하는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어떤 식으로 회복 및 재생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소심하지만 정교한 오징어의 기다란 중앙 축삭돌기를 사용했다.' (33쪽)
이 문장에 제목을 이렇게 단 이유가 나와 있다. 하나는 독서는 우리 삶을 한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하나는 독서를 어려워하는 사람의 뇌가 독서를 하기 위해 어떻게 다른 뇌를 발전시키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물론 저자는 독서는 유전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에게 독서 유전자는 없다고 한다. 그렇겠지. 유전자가 없다면 독서는 순전히 후천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역할을 담당한 뇌가 있음은 명확하다.
언어와 관련된 뇌를 우리는 흔히 브로카, 베르니케 영역이라고 하니,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뇌, 그리고 책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음은 명확하다. 요즘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독서를 할 때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책을 읽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단지 브로카, 베르니케 영역 뿐이 아니라 뇌의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좌뇌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난독증에 걸린 사람은 우뇌도 활성화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이는 좌뇌가 더 활성화되어 유창하게 독서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우뇌가 활성화된 사람들은 조금 느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이들의 이런 뇌 작용을 안다면 난독증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 뇌의 일부분이 다른 사람에 비해 적게 작동이 되더라도 뇌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것. 이것을 오징어에 비유했다고 보면, 제목에 오징어가 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독서는 우리 인간을 한 차원 높게 만들어준다. 과거를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할 수 있게 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게 해준다.
즉, 독서를 성역에 비유한 프루스트를 제목에 끌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음성언어에서 문자언어로 중심이 넘어갈 때 소크라테스가 했던 우려를 지금 다시 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문자언어에서 인터넷언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매체로 삶의 중심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언어에서 토론을 통해, 스승과의 대화를 통해 진리를 추구했던 시대에서 문자가 득세를 하면 이러한 토론이 없어지고, 깊은 사고와 토론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던 모습이 사라질 거라고 우려했던 소크라테스지만, 문자언어 역시 자신과의 대화, 또 책과의 대화를 통해 진리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음을 인류의 역사가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문자언어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우리는 똑같은 우려를 한다. 사고의 깊이, 반대 의견에 대한 고려 등이 사라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알고리즘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계속 보게 만드는 시대...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시대. 이러한 시대에 깊은 사고, 다양한 사고를 통한 진리추구가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질문이 우려로 끝나게 하기 위해서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알고리즘을 수정해야 한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만약 알고리즘에 빠져 있다면 다른 관점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헤엄치지 못하는 오징어가 다른 촉수를 이용하여 헤엄을 치는데, 알고리즘은 아예 다른 촉수를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자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생각의 편협함. 고정된 사고의 변화 없음.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척하는 자세. 자신만이 옳다고 여기는 독선, 독단. 여기에 빠지기 쉽다. 이것을 보충하는데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독서는 빠르게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터넷에 비해서는 느리게 읽기 때문이다. 이 느림이 다른 생각들이 끼어들 여지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책은 보통 자기 주장을 하기 위해서 반대 주장을 끌어들인다. 주장-반론-주장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어도 다른 주장을 만날 수는 있다.
그리고 자신의 속도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멈추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다. 그러니 인터넷에만 빠져 있지 말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 책을 읽자. 적어도 누구처럼 편협하게 유튜브만 보고, 그것만이 옳은 것인 양 주장하고 행동하지 않도록. 특히 학교에서는 더더욱 독서 교육이 필요함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게 된다. '전자'와 관련된 교과서, 수업도 좋지만, 학교란 무엇인가? 빠른 시대에 빠름을 제어할 수 있는 느림을 시도하고, 그 느림을 통해서 오히려 빠름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장소 아닌가.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