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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 ㅣ 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 1
김영찬 외 엮음 / 창비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책받침을 많이 쓰던 때였는데, 그 때 책받침을 꾸민 것은 주로 시였다.
서시, 별헤는 밤, 진달래꽃, 못잊어, 엄마야누나야, 조그만 사랑노래, 님의 침묵, 광야 등등 교과서에서 배우기보다는 책받침이나 공책의 표지에서 이 시들을 보곤 했다.
거기서 본 시는 교과서를 배울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비유, 상징, 종류, 운율, 주제 등을 익히지 않아도 되고, 오직 내 마음에 드는 시만을 골라 그냥 들고 다니거나 외우면 되었으니까.
이렇게 우리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시를 접하게 되었다. 이런 만남이 중학교 때 입시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 우린 시를 외우며 지내기도 하였지.
이 때를 생각하면 시는 억지로 다가가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는 시는 내 맘을 열어놓는 것, 나와 남을 하나로, 나와 자연을,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것, 마음에 울림을 주어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것, 지성이 작동하기 전에 감정이 먼저 작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긴 시는 읽어가면서 마음보다는 이성의 힘에 의지하기에 짧은 시를 좋아한다. 간혹 긴 시를 좋아할 때가 있는데, 이 때는 어느 한 구절이 맘에 들어서이다. 시 전체보다는 그 구절 때문에 시에서 눈을 떼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말처럼 내가 시에게 다가간다는 표현보다는, 시가 내게로 다가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까지 나도 시에게 다가가겠지만, 시도 내게 다가오고, 우연히 시와 내가 만나는 지점에서 큰 울림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시를 배달해주고 있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즉 시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배달한 시도 있고, 이런 시를 배달받은 학생들이 자신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배달한 시도 있고, 시인과 대화를 한 내용도 있다. 시를 접하는 행위가 결코 어려운 행위가 아님을 잘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선생님들처럼 우리도 어느 시를 마중할지만 결정하면 된다. 내 맘에 드는 시, 그 시를 마중해서 내 맘에 담아두고, 또 시 시를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다시 배달하면 된다. 이런 일이 활발해질 때 우리 사회는 좀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인터넷에서도 문학나눔이라고 시와 문장을 배달하는 사이트가 있다. 매주 한 편의 시와 좋은 문장을 배달하는 사이트. 모든 시와 문장을 배달받고 내 것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내 맘에 드는 시, 내 맘을 울리는 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시를 배달받고, 배달하면 된다.
그럴 때 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각자의 마음에 받아들인 사례로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자기에게 다가온 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이제 우리도 우리들의 시를 배달해 보자.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