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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ㅣ 충북대학교 인문.사회연구총서 8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백용식 옮김 / 개신 / 2009년 8월
평점 :
학교 다닐 때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라고 배웠고, 현실성을 생각하지 않는 공상주의자들이라고 배웠다. 정부없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가 하고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아나키스트 아니 무정부주의자라고 하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했다. 아나키즘은 정부권력에 대한 폭력을 인정하고 폭력으로써 대항하는 주의라고 들었기 때문에. 결국 기존에 아나키즘에 대해서 알고 있던 지식은 거의가 다 부정적인 쪽에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다 신채호가 아나키스트였다는 얘기도 듣고, 톨스토이도 이 쪽에 가깝다고 하고 이런 얘기들이 들려 다시 한 번 아나키즘에 대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아나키즘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이 중에서 내 맘을 끄는 사람은 크로포트킨이었다. 왜 그가 내 마음을 끌었을까.
그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삼고, 경쟁이나 투쟁보다는 협동(상호부조)을 중심으로 삼아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기 때문이었다. 이 사회가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이니 하는 말들이 중심이 된다면 너무 살벌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기본이 이러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라고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상호부조론(난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번역본으로 읽었다)은 우선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이 세상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더구나 아나키즘은 개인의 자유(자율이라는 이름이 더 좋겠다)와 평등, 그리고 연대성을 기본 원칙으로 하지 않은가. 이런 원칙들은 우리 삶에서 기본을 이루는 요소인데, 이런 사상을 비현실적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을까.
아나키즘 사상을 읽으면서 라이프니츠의 단자와 인간은 흙으로 빚었다는 옛이야기이가 떠올랐다. 라이프니츠의 단자는 개체로 완전한 존재여서 다른 존재와 교류를 하지 않는 창(문)이 없는 단자(모나드) 였다면 아나키즘에서는 개인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되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다른 사람들과 연계되어 나가는 존재로 설명이 되어진다. 즉 상대방을 향해 창이 늘 열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의 제한없고 완전한 자유를 인정한다. 개인을 위해 우리는 모든 자질의 자유로운 발전과 존재의 완전성을 원한다. 223
행동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행동할 의무를 갖는다. ... 생명은 확산될 때에만 보존된다. ... 강해지도록 해라. 그대의 열정과 지성의 에너지가 용솟음치게 하라. 그 때 그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성, 사랑, 활력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이다. 228 )
이것이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 계기이다. 진흙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나란 완전한 존재도 다른 또 하나의 완전한 존재와 교류하면서 나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고, 상대로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얼마나 좋은 사상인가?
그리고 아나키즘이 폭력적이다,단지 파괴만 할 뿐이다는 주장에 대해 크로포트킨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파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또한 창조의 능력을 보여야 합니다. 52 혁명에서 파괴는 혁명가의 업무 중 일부일 뿐입니다. 그 외에도 혁명가는 새로 건설해야 합니다.61 ... 이렇듯 아나키즘은 파괴를 목적으로 삼는 사상이 아니다.
그럼 국가를 부정하는 신자유주의와는 어떻게 다르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사상으로 형벌, 도덕교육을 강조하고, 상호부조를 부정한다. 따라서 이들은 분배의 문제를 자신들의 사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능력있는 소수가 능력없는 소수 때문에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크로포트킨으로 대변되는 아나키즘은 형벌이나 국가주도의 도덕교육을 반대하고, 상호부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따라서 분배의 문제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한 물질적 보장이 사회주의 혁명의 제1행동이 되어야 합니다.37 ... 모든 사람을 먹이고, 모든 이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것, 현학적으로 말하면 분배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생산은 분배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62)
이들은 능력있는 소수를 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행복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조금만 들어가면 이들은 저 끝에서 저 끝으로 나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아나키즘은 꿈에 불과하지 않고,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세상이라고, 그런 세상을 향해 한 발 움직인다면 이미 세상은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크로포트킨의 책을 읽으면서 아나키즘은 단지 망상이 아니라 현실가능성이 있는 사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의 보론, ,아나키즘 르네상스 또한 아나키즘에 대해서 잘 요약 설명해주고 있어 아나키즘을 개관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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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기억할 만한 구절들...
인간의 지혜가 소수에 의해 주입된 개념들로부터 해방되는 정도에 따라, 인간의 지혜가 노예적 과거가 채운 족쇄를 걸어버리는 정도에 따라, 사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집니다.21
모든 형식과 가능한 수준에서 모든 가능한 목표를 갖는 그런 사회는 자발적인 연합의 최대의 발전을, 이와 더불어 개인의 가장 완전한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22
국가의 폐지 개인의 완전한 자유의 성취, 자발적 협약, 완전히 자유로운 조합과 조합연방 결성의 방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유산을 함께 지배하며 모든 부를 함께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40
자유로운 협약을 옹호합니다. 그러면서 그것과 더불어 아나키즘은 사회적 관습의 고귀한 정수를 지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인간 혹은 동물 사회에서 일정한 도덕적 수준이 어떤 수단을 통해 유지되는가의 문제를 제기할 때... 반사회적인 행위의 억압과 형벌, 도덕교육, 생활에 폭넓은 상호부조의 적용입니다. ... 형벌의 무용성은 현대사회가 처한 흉악한 상황에 의해, 혹은 혁명의 불가피성에 의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53
도덕교육은... 다른 비도덕적 교육, 즉 현존하는 국가제도로부터 나오는 교육이 그 힘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만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55
과거에 발전과 진보의 요소로 혹은 인류의 도덕교육과 지식교육의 무기로 사용되었던 모든 것은 상호부조 원리의 실천으로부터,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평등을 인정하고, 서로 연합하고, 생산과 소비를 위해 단결하고, 공동의 방어를 위해 조합을 결성하고, 그들 사이에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위해 중재자에게 요청하던 관습으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56
평화를 강요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여 대립하는 것들은 강제로 결합되어, 단일한 질서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개개인들과 작은 유기체들은 그들을 삼키는 거대하고 단일한, 무채색과 무생명인 전체의 희생이 된다. 102
정치와 경제 문제에 대한 우리의 모든 논의 의 토대에는 도덕 문제가 놓여있습니다. 150
도덕의 세 구성부분... 사회성의 본능... 정의에 대한 개념... 헌신, 혹은 자기희생, 이타주의, 관용이라 부르는 감정 164
상호신뢰가 없다면 투쟁은 불가능하게 되고, 용기, 주도권, 연대가 없다면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209
우리의 도덕심은 후각이나 촉각처럼 전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다. 211
상호관계에서의 평등과 이로부터 나오는 연대성, 이 둘은 존재를 위한 투쟁에서 동물세계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평등, 이것은 정의다. ... 정의와 동의어인 평등은 아나키즘의 본질을 이룬다. 213
정말로 많은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삶속에 이성, 감정, 의지가 동시에 풍부하게 존재해야 한다.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