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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국가를 말하다 - 공화국을 위한 열세 가지 질문
박명림.김상봉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국가를 벗어나 살지 못하고 있으면서 국가를 처음부터 주어진 존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에게는 국가를 선택할 권리가 없고, 국가를 변화시킬 능력도 없으며, 국가는 나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거대한 존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즉 국가는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고 바로 우리들 자신이 구성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헌법 1조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민주공화국에서, 공화국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나라를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는 당연히 헌법에 있는 공화국이며, 공화국이 왜 지금 문제가 되는지, 공화국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이러한 공화국의 개념에 대해 두 학자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공화국이란 법치와 공공성이 기준이라는 김상봉 교수와 공화국에는 공공성(공준), 자기 결정의 원칙인 인민주권, 그리고 법의 지배, 균형과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견제와 중용이 기본이라는 박명림 교수의 이여기가 상호보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공화국의 개념에 맞는 나라를 형성한다면 복지국가 논쟁은 이 공화국의 개념안에 포함이 되고, 진보집권 플랜에서 주장했던 많은 사항들이 공화국의 내용을 이루는 정책으로 포함될 수 있다.
즉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시장자본주의니 이러한 개념들을 정치화 하는 작업보다는 우리 헌법에 나와 있는 공화국이라는 개념을 기본으로 삼아,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를 건설하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 시민의 권한과 책임, 정치, 법, 경제, 교육, 다문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문제들을 각론으로 각가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공화국에서는 당연히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 개별주체로서, 서로주체성을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김상봉의 주장도, 공적 문제에의 참여와 절제와 배려, 인간적 사회적 차별 금지, 즉 평등의식이 바로 시민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박명림의 주장도 모두 공화국을 형성해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즉 공화국은 시민 개개인이 주체성을 지니고, 국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생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고, 이 정치가 현실 원리라면 보편원리라 할 수 있는 국가 권력에서 독립한 법치까지 나아가며, 자연스레 시장경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통해 시장을 통제하는 사회가 즉, 시장화와 사회화의 결합을 통한 인간화의 길이 바로 공화국이라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런 공화국을 건설하는 주체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니,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교육문제에 대해 이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나, 문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감을 지니고 교육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계로 향한다. 이미 우리는 단일국가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공화국에서 세계 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다문화 문제, 즉 차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분단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공화국을 만들 수 있고, 우리는 공화국 시민으로서 공화국에 권한과 책임을 지니며 또한 세계 시민으로서도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한 세상에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읽으면서 조국과 오연호의 대담집인 "진보집권플랜", 이창곤이 쓰고 엮은 "우리는 어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리고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또 "복지국가 스웨덴" 등의 책이 생각났다. 이 책들이 각자 각론을 주장하고 있다면, "다음 국가를 말하다"에서는 이들에 대한 총론으로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바로 공화국이라고, 그 공화국은 이러이러한 요소들로 형성되어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각이 종합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들 말대로 나라는 만남에서, 온전한 만남에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나라를 이미 존재하는 불변하는 존재로 보지 말고, 내가 또다른 나인 남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가 형성해가는 나라임을 명심하고 이 만남의 자장을 더더욱 넓혀가는 자세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이 놈의 옥의 티...
이런 책에선 작은 실수가 큰 티를 남길 때가 있는데, 이 실수는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169쪽의 1876년의 동학농민전쟁, 이건 1894년 동학농민전쟁이라고 바꿔야 한다. 아마도 편집과정에서의 실수이리라. (초판 1쇄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