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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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고등학교에 가면 문과와 이과로 나눠서 공부를 한다. 사실 공부라기보다는 진학을 위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 요즘은 통합이라고 해서, 문이과 구분을 없앴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찐 문과, 찐 이과'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과는 과학에 약하고, 이과는 문학에 약하다고 주로 말하면서 자신들이 약한 분야를 문과니까, 이과니까라는 말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래야 할까?


이 책은 '운명적 문과'라는 말로 시작한다. 운명적이라는 말을 쓴 것은 자신이 원하기보다는 수학을 하지 못해서, 또는 수학을 어려워해서 문과로 진학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말에 대한 짝으로 '운명적 이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수학에 약하다고, 그래서 문과를 지원했다고 하는 유시민은, 그럼에도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사실 문과 중에서 수학과 관련이 깊은 분야가 경제학 아닌가. 물론 유시민은 경제학을 배우는데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운명적 문과들은 경제학에 나오는 수학에 쩔쩔매는 반면 부전공으로 듣는 수학과 학생들이 너무도 쉽게 거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21쪽)


그렇다면 문과는 태생적으로 수학을 못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고, 문과가 수학을 못한다고 수학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수학은 유시민이 언급하듯이 범용 학문이고, 우주적 언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수학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과학도 못한다는 말이 따라온다. 또 그렇게 과학에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수학과 과학이 너무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문과들은 수학과 과학을 멀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과연 그럴까? 우리 세상이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어느 한쪽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의 학문이 발달하면서 여러 분야로 갈라져서 지금은 너무도 많은 분야가 있지만, 학문도 진화처럼 처음에는 하나로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시작한 학문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이 수학이고 과학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인식을 하는, 언어를 지닌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그것을 실현하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찰과 추론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기술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밝히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수학과 과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그것들을 기반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나'를 궁금해하고 '나'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세계와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찾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많은 학문들이 나왔을 것이고... 그러니 학문을 문과와 이과로, 인문학과 과학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 인문학과 과학이 합쳐지지 않을 영원히 분리된 학문이라는 말도 성립이 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내용이 파인만의 말을 빌려 이 책의 처음에 나온다. '거만한 바보'라는 말이다. 자신의 분야에 정통하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다른 분야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학문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에게 융합이란, 통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 하나였던 학문이라고 한다면, 그 학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진화를 보면 그렇지 않은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생명체들도 유전지 분석을 해보면 공통적인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니. 이를 과학과 인문학에 적용한다면 이 학문들도 공통점이 분명 있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니 통섭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통섭이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인문학자는 과학을 공부해야 하고, 과학자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학문을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서 상호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해야 할 일 아닌가 한다.


유시민의 이 책을 읽으면서 '운명적 문과'라고 했던 그가 '거만한 바보'였음을 깨닫고, 과학 공부를 하면서 인문학이 과학을 배제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가 과학자가 아니니 과학자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이 책에서는 할 필요가 없었을 듯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공부한 과학을 '운명적인 문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너희들이 문과라고 과학을 멀리해도 된다고, 수학을 멀리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아예 그들을 제쳐두면 안 된다고, 그러면 너희들은 '거만한 바보'가 된다고...


놔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에 관한 여러 글들을, 자신이 읽은 책들을 명료하게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운명적 문과'들이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습득할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많은 과학 지식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이 인문학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통섭'을 느낄 수 있다. 


학문적 통섭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에서 문과 이과를 나누고, 그것들이 교류하지 않는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니라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문과 이과를 넘나들며 살고 있고, 그런 지식들을 배우고 있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점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 덕분에 문과라고 과학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이 생겼다. 그러면 바보가 된다고. 그것도 '거만한 바보'가. 자신이 바보인지도 모르는 바보가 된다고, 그러니 문과 이과 나누지 말고, 다양하게 공부하라고. 우리들의 삶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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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9-0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샀는데 귀하게 모셔 두고 있어요. 다른 책 읽느라고요...ㅋ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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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가보지 못했다. 미국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미술관에서 작품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들을 경비원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경비원이라고 해도 좋고, 관리인이라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잘 안 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도 경비원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무언가를 물어보기 힘들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미술관이라고 해도,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이런 곳을 봐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과천현대미술관도 마찬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비원들이 있지는 않을 테고.


경비원 하면 또 어떤 편견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단지 관람객들이 작품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 작품에 손대지 못하게 하고, 규정에 어긋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아니다.


메트로폴리탄 경비원들은 작품 관리를 하는 역할도 하지만 작품 안내도 한다. 질문하는 사람도 꽤 있나 보다. 이 책을 보니, 물어보는 사람에게 안내를 해주는 일도 다반사로 나오니. (이 미술관은 이 책만 읽어도 규모가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경비원들의 숫자에도 압도되고, 그들의 다양성에도 놀라게 된다. 또 당연하다는 듯이 정식 직원이 되었을 때 노조원이 되는 것도 놀랍다.)


그러니 그들이 작품에 대해서 문외한일 수가 없다. 특히 이 글을 쓴 패트릭 브링리는 작품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그 작품들이 어떻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앞으로는 이 책을 따라서 '메트'라고만 하겠다) 오게 되었는지도 공부한다. 또 작가에 대해서도. 그러니 그는 메트 경비를 하면서 작품을 지키는 역할도 하지만 작품을 설명하는 역할, 메트를 알리는 역할도 한다.


그런 과정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왜 자신이 메트에 오게 되었는지, 메트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근무하게 되었는지, 메트에서 근무하는 장점이 무엇인지,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함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형의 죽음으로 상실에 빠진 그가 메트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작품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예술이 위로를 준다는 말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치유성, 위대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강조한다고 해서 그것을 읽는 사람이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그 작품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자신이 그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냥 들려주는 것이다.


말 없는 작품이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듯이, 그는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메트에 대해서, 메트의 작품들에 대해서, 메트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또 메트에 온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그냥 들려준다. 


소곤소곤. 한번 들어봐. 하는 식으로.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 메트의 이곳에는 이런 작품들이 있고, 또 저곳에는 저런 작품들이 있으며, 그 작품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느낄 수가 있다.


메트의 경비원들은 조용히 있는 듯하나, 그 조용함 속에서 작품과 대화하고, 관람객들과도 대화를 한다. 그런 이야기를 그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메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방문해서 작품들을 보고, 또 푸른색 옷을 입은 경비원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메트에 근무하면서 형의 죽음에서 자신의 아이들의 탄생과 자람까지, 세월이 흐를 동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에 들어서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많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도 하는 책이니...무엇보다도 꼭 메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들도 힘들 때 이와 비슷한 치유의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니,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읽으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그곳에서 작품들을 찾아 함께 보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핸드폰으로 찾아도 되지만, 책상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조금 더 크게 보는 재미도 좋았다고나 할까.


작품을 찾을 수 있게 정리도 잘 해놓았고, 또 부록도 있어서 좋지만, 그것들이 없더라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 방문해도 된다. 그래서 검색을 이용해 찾아보면 책에 언급되지 않은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으니, 그런 즐거움을 누려도 된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읽으면서 - 경비들이 하는 일이 전시실에 오랫동안 서 있는 일이니 - 작품을 내 삶에 받아들이는 일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을 일깨워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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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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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는 책. 찰스 다윈을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는 상황. 그의 진화론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아직도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 다윈이 창조론이 문제가 있음을 그렇게 증거들을 대면서 주장했음에도 - 창조론과 진화론을 어설프게 연결지어 유신화론(또는 진화론적 창조론)이라는 이름을 지닌 주장도 있으니, 다윈 시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완전히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려는 경우도 있으니... 다윈이 이 책을 쓴 지가 얼마인데...


그는 오랜 시간과 관찰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자신이 모은 자료만이 아니라 다른 학자들의 자료들도 방대하게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자료들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다. 간혹 나오는 '창조론'으로 이것이 설명이 되겠는가 하면서...


너무나도 유명한 책인데,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으니... 그냥 이름만 기억하면서, 그런 책이 있었지 하면서 넘어갔었는데...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은 이유는 [다윈의 사도들]을 읽으면서부터였다.


현대 생물학에서 다윈을 뺄 수가 없다면, 그가 이룩한 진화론이 엄청난 사상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있다면 생물학에서는 '다윈적 전회'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책을 그냥 이름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미진하지 않은가.


그것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험을 위해서든 아니든 다윈의 진화론은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들었으면서...


그렇지만 [진화론]을 꼼꼼하게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나에게 [진화론]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 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 왜 다윈이 이런 책을 썼는지, 그리고 어떻게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지, 그리고 그의 주장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진화론을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없구나 하는 생각. 왜 이 책으로 진화론이라는 것이 생물학계에 정설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알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자기 주장을 근거를 통해 펼치고,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어질 반론을 제시하고, 그 반론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시해서 반론을 논박한 다음, 다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하는 구조로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윈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주장을 펼칠 수가 없다.


그렇게 신중하게 자신의 주장을 하면서, 자연 선택으로 인해 종들이 분화되었음을, 그것을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라고 부른다. 이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진화'인 것이다.


이 책은 초판본을 번역했다고 하는데, 6판에 가서야 '진화'란 말이 나온다고(26쪽. 옮긴이 서문) 하는데, 초판이 다윈의 '독창성과 과감함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32쪽. 옮긴이 서문)'고 여겨 번역 텍스트로 삼았다고 한다.


그만큼 다윈은 창조론이 문제가 있음을 이 책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시 신을 중심으로 사고하던 시대에 이것은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밝혀지지 않고 밝힐 수 없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고 그것에서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그것을 자신의 책을 통해서 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는 다윈의 고심도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14장에서 다윈은 1장부터 13장까지 해온 주장을 요약해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명료하게 정리함으로써 책을 끝맺고 있어서, 다윈의 주장을 오해할 여지를 없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윈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하고, 반론을 들고, 거기에 대한 재반론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쟁을 할 때는, 또는 자신의 주장을 할 때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증거를 찾아 자신의 주장을 하는 학자가 다윈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다 읽었으니까. 


이 책에 나온 다윈의 주장을 옮겨본다. 그의 말을 직접 읽는 것도 묘미다.


무슨 일인지, 나머지 문장들이 알라딘 서재에 있는 밑줄긋기 란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아래에 박스로 처리한다. 밑줄긋기가 먼저고, 아래에 있는 것이 나중이다. 다윈의 글을 직접 읽는 것이 좋을 듯해서......



모든 동식물 집단은 동일한 부자연적인 조건에서 불임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고, 모든 종 집단은 불임인 잡종을 낳는 경향이 있다. ...개체들이 몇 세대에 걸쳐 자기들에게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놓였을 때, 이들은 극도로 변이하는 경향이 있다.  372


어떤 점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는 두 경우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불임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하나는 생활 환경이 교란된 경우이고, 다른 경우는 두 개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에 의해 구조가 장애를 입은 경우다. ...  생활 조건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변화는 모든 생물들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374


약간의 생활 조건 변화는 모든 개체들에게 이로우며, 다른 한편으로 약간의 교배, 즉 같은 종에서 변이해서 약간 달라진 암수 사이의 교배는 더욱 활력 있고 생식 능력이 높은 후손을 낳는 듯하다.그렇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큰 변화 혹은 특정한 성질의 변화가 개체들을 어느 정도 불임으로 만들며, 더 심한 교배, 즉 명확하게 다른 웅성과 자성 사이의 교배는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불임성을 가진 잡종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375


나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것은 마치 변화하는 방언으로 저술되었으며 불완전하게 남겨진 세계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겨우 두세 세기만을 다루는 마지막 책 한 권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책 한 권조차도 여기저기에 짧은 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매 쪽마다 겨우 여기저기 몇 줄 만이 남아 있다. 427

 

변화의 과정은 극도로 느릴 것이다. 각 종의 가변성은 다른 모든 종들의 가변성과 독립적이다.  ... 많은 복잡한 우연적인 요소들에 달려 있다. 433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멸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434


자연의 경제에서 어떤 한 종의 후손은 다른 종의 빈자리를 정확히 메우기 위해 적응하게 되고, 결국 그것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두 형태들 - 구형과 신형 - 이 전적으로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양쪽 다 각자의 먼 시조로부터 서로 다른 특질들을 물려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하나의 집단은 일단 사라진 다음에는 다시 출현하지 않는다.  435


자연 선택 이론은 결국은 새로운 종이 될 모든 새로운 변종들이, 그것과 경쟁하는 다른 것들보다 약간의 이점을 가지는 것에 의해 탄생하고 유지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 결과로 인해 일어나는 덜 유리한 형태들의 멸절은 거의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현상이다. 440


모든 측면에서 서로를 가장 닮은 형태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경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개량되고 변화된 후손 종들이 일반적으로 부모 종의 멸절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441


내 이론에 따르면, 보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좀 더 근래의 형태들은 좀 더 고대의 형태들보다 더 고등하다. 새로운 종은 선행한 다른 형태들에 비해 생존 투쟁에서 이로운 몇 가지 특징들을 가지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460


종이란 일반적인 세대 계승을 통해 탄생되었으며, 예전 형태들은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변화의 법칙들에 의해 탄생해서 자연 선택을 통해 보존된, 새롭고 향상된 생명체들에 의해 밀려나게 된다고 말이다. 470


언제가 되었든, 나는 각 종이 어떤 한 곳의 출생지로부터 확산되었다는 가설이 완벽히 인정될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486


나는 계통이라는 이 요소가 박물학자들이 그동안 자연적 분류 체계라는 개념 아래 찾으려고 노력했던 숨겨진 연결의 요체라고 믿는다. 581


두 집단의 동물들이 지금은 구조와 습성 면에서 서로 어느 정도나 다르든 간에, 그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배 발생 단계를 거친다면, 우리는 그들이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부모로부터 내려왔고, 그렇기 때문에 밀접한 유연 관계를 갖는다고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배 구조의 공통성은 계통의 공통성을 드러낸다. 599


먼 옛날에 존재했던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다수의 후손들 각 개체에게서 경미한 변화들은 - 비록 매우 이른 시기에 야기되었을지는 몰라도 - 그다지 이른 시기에 발현되지 않고, 그 연령에 해당하는 이르지 않은 시기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600


나는 불용이 주된 요인이라고 믿는다. 즉 불용이 잇따른 세대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관들의 점차적인 위축을 야기해서 결국 흔적 기관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605


이처럼 흔적 기관들은 오랫동안 존재해 온 생명체의 모든 부위에 있는 대물림되려는 경향성 때문에 존재한다. 607


따라서 유추를 통해 나는 아마도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유기체는 처음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된 어떤 하나의 원시 형태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643


이 같은 법칙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번식을 동반한 성장, 번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물림, 외부적 생활 조건의 직간접적인 작용과 사용 및 불용에 의한 가변성,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 자연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형질 분기와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649-650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충분히 들어 보고 여러 사실과 논거를 저울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러지를 못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충분히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 책 곳곳에서 이 책은 간략한 요약본이라고 하고 있으니... ‘이번에 발표하는 이 요약본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36쪽)고 하고 있지만, 이 책이 불완전하다면 다른 책은?) - P37

종의 기원과 관련해, 유기체들 상호 간의 유연 관계(affinity)나 발생학적인 관련성, 지리적 분호, 지질학적 천이(geological succession) 및 그 밖의 여러 사항을 고려해 보면, 박물학자는 모든 종이 각기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종(variety)들처럼 다른 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P37

나는 종이라는 것은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며, 하나의 종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받는 변종들이 그 종의 자손들인 거소가 마찬가지로, 소위 동일한 속(genus)이라고 부르는 집단에 속해 있는 종들은 어떤 다른(대개는 멸절한) 종의 직계 자손들이라는 점을 완전히 확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자연 선택이 이 변화(modification)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주된 방법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 P 42

나는 가변성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수정이 일어나기 전에 영향을 받은 수컷과 암컷의 번식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P48

자연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고 이에 인간은 그들에게 유용한 어떤 방향으로 그 변이를 더한다. - P75

나는 생활 조건이 변이를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생식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 가변성의 효과는 대물림과 복귀가 어느 정도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변성은 알려지지 않은 많은 법칙, 특히 연관 성장의 지배를 받는다. - P90

나는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원인 중에서 단연코 가장 지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누적적 선택의 작용이라고 확신한다. 그 작용이 체계적이고 빠르게 적용되든, 아니면 무의식적이고 느리게 적용되든 상관없이 말이다. - P91

이러한 개체 차이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자연 선택이 작용해 누적될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96

나는 부모와 약간 달라진 상태에서 점점 더 달라지는 상태로, 어떤 분명한 방향으로 구조적 차이들을 누적시켜 나가는 자연 선택의 작용 때문에 변종의 계대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진 변종을 발단종(incipient species)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본다. - P 105

변종과 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변종들 사이의 차이점은 서로 또는 부모 종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속에 속한 종들 사이의 차이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 형질 분기... - P111

각각의 사소한 변이가 유용한 경우에 보존되는 원리, 나는 이것을 인간의 선택 능력과 대비해 자연 선택이라 부르기로 했다. - P118

여기서 내가 생존 투쟁이라는 용어를 넓은 의미로 그리고 비유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전제할 필요가 있겠다. 이 용어에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의존한다는 뜻도 포함되며, (이것이 더 중요한 사실인데) 개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자손을 남기는 성공 또한 포함된다. - P120

기후는 한 종의 평균 개체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나는 극한의 추위와 건조한 계절의 주기적 반복이 개체수의 증가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P127

울타리를 쳐서 소의 출입을 막은 것 외에 한 일이라고는 한 종의 나무를 심었던 것뿐인데, 우리는 여기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볼 수 있다. 울타리를 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 P130

유기체 하나하나의 구조가 모든 다른 유기체의 구조와 가장 본질적으로, 하지만 보통인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 P136

각 유기체들은 기하 급수적인 비율로 개체수를 증가시키려 애쓰고 있고, 각 세대 동안이나 세대 사이의 특정 시기에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하며, 파멸의 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 P138

이러한 유리한 변이의 보존과 유해한 변이의 배제를 나는 자연 선택이라 부른다. - P142

생활 환경 조건의 변화는 특히 생식계에 어떤 영향을 줌으로써 변이를 유발하거나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 P143

인간이 체계적인 선택과 무의식적인 선택의 방법을 통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랬다면, 하물며 자연이 그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자연은 생명의 전체 조직 내의 모든 내부 기관과 모든 미묘한 체질적 차이에 작용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선택하지만 자연은 자신이 돌보는 존재의 이득을 위해서만 선택한다. 선택된 모든 형질은 자연에 의해 완전히 단련되며 그 유기체는 적절한 생활 환경 조건 아래 놓인다. (이 쪽에서 ‘~하물며‘라는 번역자가 감탄한 문장이 나온다.) - P144

자연 선택은 매일 그리고 매시간 전 세계 구석구석의 모든 변이들을, 심지어 아주 미세한 것이라 하더라도 세심히 살피면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어디건 어느 때건 기회만 주어지면,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유기적 또는 무기적 생활 환경 조건에 있는 각 유기체들을 개량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 P145

사회성 동물에서 자연 선택은 전체 군집의 이익을 위해 각 개체의 구조를 조정할 것이다. 물론 그 선택된 변화가 결과적으로 각 개체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말이다. 자연 선택이 할 수 없는 일은 어떤 종이 이득도 없는데 다른 종을 위해 자신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 P148

자연 선택은 오직 극히 소량의 대물림된 변이의 축적과 보존을 통해서만 작용하며, 이 변이들 각각은 보존된 유기체에게 이득을 준다. - P158

혈통을 영원히 이어 가기 위해 자가 수정을 하는 생물은 없으며, 다른 개체와의 교배가 우발적으로 - 아마도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 일어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 일반적인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 P160

많은 유기체에서 두 개체 사이의 교배는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어떤 경우에는 긴 시간 간격을 두고 교배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유기체에서도 자가 수정이 영원히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 P166

나는 진정으로 자연 선택이 언제나 매우 느린 속도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자연 선택의 작용은 그 지역의 자연의 계층 구조 내에 공석이 있을 경우에만, 즉 일종의 변화를 겪고 있는 서식자들 중 일부가 점령하게 될 빈자리가 있을 경우에만 작동한다. 그러한 공석의 존재는 흔히 물리적 변화 - 이 물리적 변화는 대개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 에 의해, 그리고 더 잘 적응한 형태들의 이주가 저지되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자연 선택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일부 서식 생물들에 의해 좌우되어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해 다른 많은 서식 생물과의 상호 관계는 교란된다. - P174

변이와 개량을 거듭하고 있는 것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경쟁하고 있는 형태들이 당연히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새로운 변종 또는 종 각각은 대개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것들과 가장 가까운 다른 종들을 심하게 압박하고, 나아가 그것들을 전멸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다. - P177

원 부모 종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이전 상태와 나중 상태 사이, 즉 종에서 덜 개량된 상태와 더 많이 개량된 상태 사이에 있는 모든 중간적인 형태들은 일반적으로 멸절되는 경향이 있다. - P192

나는 부모의 생식계가 기능적으로 손상을 입은 것이 바로 자손이 변이하게 만드는 혹은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를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수컷과 암컷의 생식 요소는 새끼를 낳기 위한 짝짓기가 일어나기 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 P206

습성, 사용 및 불용은 체질이나 여러 기관의 구조상의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지만, 사용과 불용의 결과는 종종 선천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자연 선택과 결합되어 나타났고 때로는 자연 선택이 이를 압도했다. - P219

자연 선택이 각각의 유기체의 조직 하나하나에 이익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이익이 되는 것을 통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 P227

종의 형질 - 정과 종을 구별하는 형질 - 이 속의 형질 - 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형질 - 보다 가변성이 더 크다는 점, 같은 속의 다른 종들이 가지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어떤 종에서 이례적인 방식으로 발달한 부분이 엄청나게 변이한 경우가 많다는 점, 어떤 부분이 얼마나 이례적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만일 그것이 어떤 집단에 속한 모든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 변이의 정도는 별로 크지 않다는 점, 이차 성징의 변이성은 매우 크며, 근연종 간에 나타나는 이차 성징도 많은 양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 이차 성징의 차이와 보통의 종간 차이는 일반적으로 유기체의 동일한 부분에 나타난다는 점 - 이러한 모든 원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 P237


지구상의 수많은 개체들이 서로 투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운데 최고가 생존하도록 적응시키는 것이 바로 이 자연 선택을 통한 변화다. - P252

사실상 나는 진짜 허파를 가지고 있는 모든 척추동물이, 부유 장치, 즉 부레를 가지고 있었던 알 수 없는 고대의 원형으로부터 일반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P278

밀른 에드워즈가 잘 표현했던 것처럼, 자연은 변이를 일으키는 데는 너그럽지만, 혁신을 일으키는 데는 인색하다. 창조설로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 282




자연 선택은 오로지 그 개체의 이익에 의해서만, 또 이익을 위해서만 작용하므로 절대로 그 개체에게 해로운 것은 만들어내 내지 않을 것이다. ... 자연 선택은 동일한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서로 생존 투쟁을 벌여야 할 개체들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각각의 개체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이 자연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완벽함의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자연 선택은 절대적인 완벽성을 산출해 내지는 못한다. - P283

자연 선택은 오직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소한 변이들을 취함으로써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절대로 도약할 수 없으며, 다만 짧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으며 전진할 뿐이다. - P290

다른 종의 이익을 위한 목적만으로 자연 선택이 어느 종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 반면 자연 선택은 다른 종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경우가 종종 있다. - P291

모든 개체가 유형의 통일성과 생존 조건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법칙에 따라서 탄생되어 왔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형의 통일성이라는 것은 같은 강에 속하는 개체들 사이에는 각각의 생활 습성과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구조적 일치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이론에서 유형의 통일성은 유래의 동일성으로 설명된다. 자연 선택은 개체가 가지고 있는 변이하는 부분을 유기적 또는 무기적 생활 조건에 현재 적응시키든지, 아니면 과거에 오랫동안 적응시켜 옴으로써 작용하기 때문이다. 적응은 어떤 경우에는 사용 및 불용의 도움을 받고, 외적인 생활 환경 조건의 직접적인 작용을 통해 약간의 영향을 받으며, 항상 여러 성장 법칙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실 생존 조건의 법칙은 과거에 일어난 적응의 대물림을 통해 유형의 통일성까지 아우르는 더 고차원적인 법칙이다. - P297

어떤 한 세대가 습성을 통해 수많은 본능을 획득했고, 그런 본능들이 그 후에 대물림을 통해 후손들에게전달되는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오해는 아마 없을 것이다. ... 생활 조건이 변화하는 경우라면 본능을 약간 변화시키는 것이 종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본능이 조금이나마 변해 간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본능의 변화가 이익이 되는 한 자연 선택은 그것을 보존하고 계속해서 축적한다는 사실을 무난히 인정할 수 있다. - P 303

개체뿐만 아니라 과(family)에도 선택이 적용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극복 불가능해 보이는 이 어려운 문제는(바로 위 문장에 ‘ 어려운 문제는 관련된 구조의 변화가 어떻게 해서 자연 선택을 통해 서서히 축적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되어 있다) 줄어들거나, 내가 믿는 바처럼 사라진다. - P337

한 공동체에서 생식이 전혀 불가능한 일원들의 연습이나 습성, 혹은 자유 의지는,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생식 가능한 일원들의 구조나 본능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가 없었다. 나는 라마르크의 유명한 학설에 맞서 이토록 명시적인 중성 곤충의 예를 제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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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세 도시가 나온다. 세 도시? 그렇다면 이 도시가 의미하는 사람들은?


  시집이니, 당연히 시인일 거라 생각한다. 아니, 꼭 시인일 필요는 없다. 문인이라고 하자. 


  강릉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이율곡, 신사임당, 허균, 허난설헌? 어라, 모두 예전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이 시를 쓰기도 했겠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하고 생각을 해보면, 강릉은 바로 시인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은 강릉에 산다고 하기보다 강릉 사람이라고 하자. 그에게 강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다. 그러니 시인의 삶에, 시인의 시에 영향을 미친 장소가 바로 강릉이다.


그렇다면 프라하는? 프라하 하면 카프카가 떠오른다. 카프카? 변신... 소설가... 하지만 최근에 읽은 카프카의 시집도 있으니 그를 꼭 소설가로만 기억할 필요는 없다. 카프카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물론 체코어로 작품을 쓰지 않고 독일어로 썼지만, 그를 프라하 사람이라고, 프라하는 바로 카프카의 작품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함흥이다. 함흥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별로 없다. 그러다가 함흥? 백석?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석이 함흥에서 교사 생활을 했으니까. 그곳에서 자야를 만났으니까. 함흥은 백석과 깊은 관련이 있는 도시가 된다.


이렇게 세 도시는 바로 작가의 삶을 이루는 장소가 된다. 시인은 강릉에서 이렇게 카프카와 백석을 자신 시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즉 이 시집에는 시인 자신만이 아니라 카프카와 백석이 함께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시집 제목이 된 시를 보자.


강릉, 프라하, 함흥


카프카는

살아서 프라하를 떠나지 않았다

뾰족탑의 이끼와

겨울 안개가

그를 기억한다


내곡동 지나

보쌀 지나

남대천 둑방을 따라

바다로 간다

안목에 가면 바다가 둥지고, 바다가 무덤인

갈매기들이 산다


이홍섭, 강릉,프라하,함흥. 문학동네.2023년 3판 1쇄. 19쪽.


이시에서 왜 함흥? 할 수도 있다. 함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앟으니... 그렇다면 비슷한 제목을 가진 시 한편을 더 보면 된다. '춘천, 프라하, 함흥'이다.


춘천, 프라하, 함흥


이렇게 안개가 내리면

귀가 커 외롭던 카프카가 좋고

모르긴 해도, 당나귀를 닮았을 백석이 좋다


멀리 불빛, 불빛 같은 것도 잠기고

살아 있는 것들 모두 겸손하게 사라질 때

언덕 위 자취방에 돌아와

주인집 노부부가 아끼는 노란 국화를 바라보는 일도


이홍섭, 강릉,프라하,함흥. 문학동네.2023년 3판 1쇄. 36쪽.


이 시를 보면 분명하게 백석이 나온다. 그러니 시인의 시에 영향을 준 사람은 카프카와 백석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이 문인들이 아니더라도 도시는 장소가 되어,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함께 시에 영감을 준다.


그렇게 시가 탄생하기도 한다.


서정적인, 마음을 울리는 시들이 많이 있는 시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카프카나 백석의 작품을 찾아 읽게 만드는 시집이다. 그런 문인들처럼 되고 싶다는 시인의 바람을 느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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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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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본다.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탐.'이라고 나와 있다. 쉽게 말하면 갈아탄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환승'이란 말이 긍정적으로 쓰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있다. 


'환승 연애'라고 할 때. 상대를 갈아타는 연애라고 부정적인 의미로 쓴다. 상대를 비난할 때 이렇게 '환승'이라는 말을 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가 있다고 한다. 이 대사를 사랑이라는 말과 연결시키는 사람들에겐 '환승 연애'란 긍정적일 수가 없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우리 사랑 변치 말자고 맹세했지만 변했다는 내용의 가사도 있지 않은가. 영화에서도 사랑은 변하지 않았는가. 이 영화에 또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도 있다고 하니. 사랑은 불변하지 않는다. 변화한다. 다만, 그때 사랑했던 때의 감정, 그 사랑만은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즉 사랑에서 사랑으로, 대상은 변하지만 사랑은 계속 존재한다. 마치 우리들의 삶처럼.


그러니 '환승 연애'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상대를 이용하기 위해서 했던 연애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과연 그런 이용을 사랑이라고, 연애라고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사랑을 잠시 제쳐두고, 대중교통을 생각해 보자. 대중교통에서 '환승'은 꼭 필요하다. '환승'이 없다면 목적지까지 더 힘들게 가야 한다. 환승은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번에 죽 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환승을 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삶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많은 환승을 한다. 우리가 환승해야만 하는 역들이 있다. 그 역은 우선 태어날 때이다. 비존재에서 존재로 환승을 한다. 그것이 태어남이다. 그러다 부모 곁을 떠날 때가 있다. 이것 역시 환승이다. 이때 환승하지 않으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 다음 사람들의 관계도 그렇다. 자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닌다. 학교라는 환승역이다. 국민의 95% 이상이 고등학교까지 다니니, 굳이 다니지 않더라도 적절한 때에 환승을 한다. 대학, 대학원도 있고, 아예 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역시 인생에서 환승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그러한 환승은 한두 번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환승을 한다. 그때마다 밀려서 환승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야할 곳을 바라보고, 그곳을 향해서 환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삶에서 마지막 환승역은 죽음이다. 존재에서 다시 비존재로, 즉 기억의 존재로 환승을 해야 한다. 이때 환승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는 없다. 그러니 우리 인생에서도 환승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이런 환승들을 통해서 삶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삶은 수많은 환승역들을 거쳐야 한다. 그 역들이 많고 적을 수는 있지만 환승을 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한정현 수필집이라고 해야 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정현의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도 있었고, 한정현이 보면서 생각한 영화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정현이 생각하는 환승도. 그런 환승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임을,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일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소설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읽기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냥 천천히 자주 오랫동안 읽고 싶었다. 환승을 해야 하는데, 환승하기 싫어서 다음 환승역까지 더 가게 되는 경우처럼, 한정현의 이 책도 그렇게 환승을 머뭇거리게 한다.


'환승 인간'을 읽고 환승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한정현 작가에서 다른 작가로 '환승'하기는 망설이는 상태. 그런 상태를 경험하게 한 책인데...


덕분에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작가가 소개하는 작품 중에서 읽지 않은 작품들 찾아서 읽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것이 바로 '환승'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작가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글도 있고, 이 책에서 작가는 소설은 진실이고, 이 수필에서는 진실이 아닌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수필은 사실이니 그 점을 명심하면 되고.


여러 사실들을 허구와 섞어서 진실된 세계를 창조해 낸 것이 소설이라고 보면,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자 진실의 세계이다. 그러니 작가가 살아오면서 자신이 추구했던 것들을 진실되게 형상화한 세계가 바로 소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소설은 작가의 말대로 진실의 세계일 테고, 이 책은 수필집이니 진실을 추적하는 사실들의 세계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다양한 경험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런 경험들을 읽은 소설과 비교할 수도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가 이야기하는 다른 작품들을 만날 기회를 줘서도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나에게 다른 작가, 다른 작품들로 넘어갈 수 있는 '환승역'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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