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나날들이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

 

이미 실시되고 있던 복지는 없던 일로 되돌리고, 없던 복지는 아예 없던 일로 하고, 안 해도 될 일은 굳이 하려고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현진건의 소설 제목처럼 '술 권하는 사회'가 되었으니, 술이나 마실 수밖에 없는 건지.

 

"삶창 101호"가 왔다.

 

반갑게 읽기 시작.

 

마음이 따스해지고 싶어서 빨리 손에 들었는데... 이거 더 우울하다. 즐거운 소식은 역시 없다.

 

삶이 보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곳곳에 펼쳐져 있는 가림막처럼, 아님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둠의 장벽인 지배 계층의 일들처럼, 삶은 어둠 저편에 있다.

 

어둠 저편에서 삶을 보여주지 않는다. 삶창에 실린 내용들도 아직은 어둡다.

 

이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같은 역할을 하는 삶창이니, 당연히 어두울 수밖에 없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럼에도 조금 따뜻할 수는 없을까?

 

비록 희망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사람을 살아가게 만들고 있듯이 삶창이 무언가 희망을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호에서 <오늘>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글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짚어내고 있는데, 그게 참 우울한 단면이고, <공간과 환경>에서도 역시 우리 삶을 침해하고 있지만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삶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조금 희망을 가진다면 <다른 세상>에 나온 '공룡'이란 공동체 실험 이야기처럼 아직 희망을 지니고 다양한 삶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세월호에 관해 재판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 많은 말들 중에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 이런 상황이 이번 삶창 101호에서 고병권의 글.

 

그가 <노동의 인문학>에서 이야기한 '왕에게는 아무 것도 희망하지 말라. 그에게는 단지 책임만을 물어라. 힘은 바로 당신에게 있다.'(83쪽)는 고병권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에게 시혜를 구걸하지 말라는 말, 그들이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은 시혜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없는 서발턴(하위 주체)들에게 책임을 묻는 왕에게 읍소하는 것이 아니라, 왕,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책임자는 바로 너라고 당당하게, 힘있게 말해야 한다고 읽힌다.

 

이게 희망이다.

 

그럼에도 마음은 따스해지지 않는다.

 

이상하게 100호를 기점으로 삶창이 가슴에서 머리로 옮겨간 느낌이다. 삶을 살아가는 주체들의 이야기보다는 그런 주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글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마음을 울리는 글보다는 머리에 호소하는 글이 더 많다.

 

이게 삶창을 읽고 나서도 우울함이 가시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삶이 보이는 창,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나에게 삶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그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논리적 사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

 

덧글

 

이번 호에서 사실 마음이 가장 따스해진 글은 책 뒷표지에 실린 손별걸 시인의 글이다. 학생들이 쓴 시를 제비뽑기를 통해서 시상했다는. 시인들 답게 왜 아이들 시를 순위를 매겨야지 하는 생각, 그리고 제비뽑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고, 뽑히지 않더라도 마음이 상하지 않는 그런 모습. 정말 따스하다.

 

예전 그리스에서는 추첨으로 지도자를 뽑기도 했다는데, 제비뽑기로 뽑은 지도자가 선거를 통해 뽑은 지도자보다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런 따스한 글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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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교육과정? 아하! 교육과정 재구성! - 교육과정 재구성 워크북 맘에드림 혁신학교 이야기 12
박현숙.이경숙 지음 / 맘에드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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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관한 책이다. 사실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교육과정이라는 말은 낯설다. 학교에 다닐 때 교육과정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교과서를 배웠지 교육과정을 배우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교과서만을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그런 학교였다.

 

그런데 교육학을 배우면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도구에 불과하고. 즉,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수단을 목적인 양 착각하면서 학교 생활을 한 셈이다.

 

이것이 교육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 일일까? 교육학을 아는 사람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답답해 했던가?

 

아니, 그들도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충실히 재현해 내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만 잘 가르치면 자연스레 교육과정을 가르치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교과서를 재구성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교과서에 나온 순서대로, 그 내용대로만 가르치지 않았던가? 그게 지금까지 우리 교육의 현주소 아니었던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그러나 너무도 한심하고 서글픈 사건이 있었지. 바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제(작년 문제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 답이라고 주장하던 교육부가 소송에서 지고 말았지.(올해 가을들어 판결이 났다. 수험생들은 어쩌라고) 

 

이미 세상은 교과서의 내용과 다른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정답이 없음, 그러니까 모두 정답이라는 판결이 난 것.

 

만약 교과서를 신봉하지 않고 교육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을 교육부에서조차도, 교육과정 평가원에서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교과서만을 맹신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과정에 대해서 알까?

 

만들어지는데 몇 년이 걸리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는 교과서를 맹신하는 그런 교육이 지금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점을 보면 이 책은 참 선구적이다. 이 책은 교과서를 말하지 않는다. 교육과정을 말한다. 교육과정에 의해 교과서는 언제든지 재편성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과간에도 통합, 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일들을 교사들이 해야 한다고 한다. 주장뿐이 아니라 실제로 학교에서 통합 수업을 실시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미 현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파묻히는 사람을 넘어서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

 

현대는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라 통섭, 융합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학교가 따라가려면 교사들은 자신의 교과에만 매몰되어 있어서는 안된다.

 

다른 교과 교사들과 교류하여야 한다. 함께 의논하여야 한다. 그리고 함께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육과정 재구성이다.

 

이 책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과정이란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인간상에 도달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그 과정을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자료가 교과서이며,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교사이고, 그 과정에 펼쳐지는 가장 작지만 일상적인 단위가 수업인 것이다. 27쪽.

 

교육과정은 한 인간이 민주 시민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의 과정을 학교급별로, 교과별로 정한 항목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29쪽.

 

그러므로 교육과정은 독립된 존재로 있을 수 없다. 교육과정은 끝없이 함께 하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의 교과목만이 아니라 다른 교과목 교사들과 교류하고 연구하고 협력하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시흥에 있는 장곡중학교에서 교과통합 수업, 즉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다양한 교과가 함께 모여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 그런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직접 수업한 자료들까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서 다른 학교에서도 참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진정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학교 수업은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교육과정을 재편성하여 통합수업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으니, 교과통합 수업에 관심 있는 교사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덧글

 

이런 교육에 관한 책, 특히 혁신학교에 관한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 교육이 참 성공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잘 하고 있는 학교가 많은데, 왜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도는 꼴찌이며, 아직도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는 학교가 많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게 교사들만의 노력으로 가능할까? 무언가 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단지 교육감이 바뀌고, 그 교육감의 정책에 따라 지원이 이루어지면 되는 교육활동이 아니라, 늘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지 않나. 교육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제대로 된 교육제도를 정착시킨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내내 들을텐데 말이다.

 

또 교사들에게만 맡기면 교사들이 나중에 지쳐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교사들이 지치지 않고 이런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어떤 일에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일은 안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많은 것이 해결되어야 하고... 정말로 많은 것들이 교육 분야에서 논의되고 개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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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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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그 유한성이 우리를 현재에 매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유한성이 우리를 영원에 매달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잘 살기를 원하지만, 마찬가지로 유한하기 때문에 자신이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도 하다.

 

영원히 남는 방법.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 남겨야 영원을 얻는데, 이 책에는 그림으로 자신들을 영원히 남긴 화가와 모델이 등장한다.

 

화가는 모델을 그림으로써 그 그림으로 영원하게 되고, 모델은 그 그림 속의 인물로서 영원하게 되는데, 이런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세 부류로 나누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1부는 정염의 거울에 그대를 비추다라고 하여 화가와 모델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나 세상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가 된, 소위 말하는 불륜이 된 그런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모델이 화가의 앞에 서는데, 이것이 순간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일 때 어찌 사랑의 마음이 싹트지 않을까. 남녀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만남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 바로 1부에 나오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이다.

 

불꽃같은 사랑, 운명같은 사랑, 어쩔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고통은 어쩔 수가 없다. 참...

 

그래도 작품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니, 이들의 사랑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이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은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이니...이들의 관계가 다른 화가와 모델에게도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2부는 아내, 그 사랑의 이름으로라고 하여 모델이 화가의 아내인 경우다. 이들의 사랑은 불꽃같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잔잔한 물결 같은 사랑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물결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사랑이 바로 모딜리아니와 잔 에뷔페른의 이야기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고 함께 지내지만, 화가인 모딜리아니가 죽자 아이를 임신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투신 자살한 잔 에뷔페론의 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도 하지만, 이들의 이런 이야기로 인해 그들의 작품이 영원성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있지만, 이야기로도 살아있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이기도 하다.

 

3부는 영감의 씨줄, 동행의 날줄이라고 하여 불륜도 아니고, 부부도 아닌, 그러나 화가와 모델로 서로에게 도움을 준 그런 관계들을 살피고 있다.

 

특이하게 맨 마지막에 프리다 칼로 편에서는 모델이 바로 자신인 칼로라고 하고 있는데, 하긴 칼로의 삶을 보면 자신의 그림에서 칼로만큼 중요한 인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화가만을 기억하고, 그림 속의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지만, 그림 속의 인물은 모델로서 영원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즘은 미술관에서 박물관에서 특별대접을 받으며 보관되고, 전시되고 있으니 이들의 생명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이 존속하는 한 화가 역시 영원성을 얻는다. 화가는 모델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델도 화가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화가와 모델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성을 주는 그런 관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명화라고 하는 작품에서는.

 

영원성. 인간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그 영원성을 어떻게 획득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적어도 안 좋은 쪽으로 영원성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좋은 쪽으로 영원성을 획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림을 보며, 그림을 통한 화가와 모델의 영원성만이 아니라, 그 그림을 보는 나의 영원성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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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의 재구성 - 기본소득과 사회적 지분 급여
브루스 액커만 외 지음, 너른복지연구모임 옮김 / 나눔의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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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허경영이라고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래도 한 때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 그는 갖가지의 기행으로도 유명한 사람인데,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 내건 공약을 보고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허황된 소리를 한다고 했었다.

 

그의 공약 중에서 위키피아에 있는 것 몇 가지만 보면 지금 보아도 앞서가도 너무 앞서 갔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수당 매월 70만원씩 지급

결혼수당 남녀 각 5000만원씩 지급 (재혼 제외)

출산수당 출산시마다 3000만원씩 지급

 

이것이 그의 공약 중 유명해진 것들이다. 다 복지에 관련되는 것들인데,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75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만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을 앞서 간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 수당은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수당은 이야기되고 있지만, 결혼 수당은 아직(몇몇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실시하고 있지 않다. 여행 다니다 어느 동네에서 플래카드에 결혼을 하면 결혼 장려수당으로 얼마를 준다는 내용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이야기가 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 때는 저런 미친 사람, 하고 손가락짓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무상급식이라 불리는 의무급식이 시행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누리교육과정을 나라에서 책임지겠다고(말로는 그래놓고, 지자체, 또는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하고 있지 않은가.

 

반값 등록금 이야기도 나왔었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반값 등록금으로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그에 준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도 현 대통령 공약이지 않았나.

 

그런데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버려 문제가 많아졌지만, 이렇게 그런 공약이나마 내걸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갑자기 왜 허경영 이야기냐고?

 

요즘 계속해서 기본소득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 모두에게 조건없이 일정액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허경영의 공약처럼 실현가능성이 없는 허황된 주장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냐고,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유토피아, 그냥 유토피아가 아니라 가능한 유토피아라고 해서 '리얼 유토피아'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 내용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분배의 재구성"

 

기본소득은 기본적으로 분배의 재구성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분배의 재구성으로 사람들은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가 있게 된다.

 

이들은 평등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고, 당당한 한 개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다. 무엇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말이다.

 

다만, 기본소득으로 달마다 얼마를 주어야 하냐 하는 금액과 어디서 재원을 마련하느냐는 재원 마련의 문제, 그리고 기본소득과는 성격이 좀 다른 '사회적 지분'과의 유사점과 차이점, 그리고 어느 정책을 지지할 것이냐 하는 점이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반 빠레이스와 사회적 지분을 지지하는 액커만과 알스톳의 주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둘은 목표에서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과정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지급이 지속적이냐 일시적이냐, 소액이냐 거액이냐의 차이 말고도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이 더 우리나라 상황에 합당하냐를 지금은 따질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논의들이 일어난다는 사실들이 기본소득이 먼 미래가 아닌 곧 우리에게 도래할 미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복지가 계속 뒤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번역되어 이미 몇 십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관해서 논의를 하고, 그 주장이 실현될 수 있게 구체화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나라 복지에 대해서 냉철하게 판단하는 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사람들이 실질적 자유를 누리면서 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득은 필수적이니, 그런 삶의 소득을 재분배해주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정당이 있고, 또 기본소득에 관해서 이론을 만들고 홍보도 아닌 단체도 있는데, 기본소득에 대해서 또는 사회적 지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면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무엇인지, 또 사회적 지분과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자신에게 와닿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이 더 생기면 기본소득네트워크에 한 번 들어가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http://basicinco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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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 이주헌의 행복한 미술 산책 명화 속 이야기 1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명화"라고 하면 우리는 미켈란젤로의 그림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아니면 반 고흐의 그림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명화"은 우리네 삶과는 거리가 먼, 미술 시간에나 배운, 미술관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여기고 만다.

 

그냥 하나의 지식으로만 머물로 마는 "명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책에서 한 번 보았다거나,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가끔 뉴스에서 얼마나 팔렸다거나 하는 소리만을 듣고 넘어가고 만 경우가 태반이다.

 

"명화"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의 제목도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이니, 명화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들이 적용이 된다면 그냥 또 하나의 지식으로만 멈추고 만 책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명화"에 대해서 다르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명화"가 아니라, 바로 내게 말을 걸어주는,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그림, 그것이 바로 "명화"라고.

 

'좋은 예술은 무엇보다 사람이 귀한 줄 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이 이야기를 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좋은 예술 작품은 겸손히 다가간다. 그리고 같이 대화를 나누자고 권유한다. 그렇게 세상의 많은 영혼과 대화할 능력을 지닌 예술 작품, 그것이 바로 걸작이고 명화이다.' 6쪽.

 

이런 작품이 "명화"라고 할 수 있기에,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아주 유명한 작품도 간혹 있지만, 처음 보는 작품들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이 그림들을 "명화"라고 하는 이유는 이 작품들이 지은이에게 말을 걸었고, 또 우리에게도 말을 걸어 주고, 우리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작품들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명화'들이다.'(7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작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작품들부터다.

 

낯설지만 기교가 느껴진다기보다는 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는 작품들이다. 끝부분은 우리나라 최근의 작품으로 맺고 있는데, "명화"가 오래 된 것이 아닌, 지금-여기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맘을 위로하고, 내 말을 들어주는 작품이면 되기 때문에 시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은이의 믿음이 담겨 있는 편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꼈는데,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지식으로 건진 내용이 하나 있었으니...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데 어쩌면 지식이 필요할 때도 많으니, 그런 지식은 대화가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땅의 붓으로 그린 하늘"이라는 장에서 '교회를 지켜온 거룩한 네 기둥' 부분에서 베네치아(베니스)에 관한 부분.

 

왜 베니스 영화제나 베니스 비엔날레의 최우수상이 '황금 사자상'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베니스의 수호 성인이 '마가'이고, 이 마가의 상징이 '사자'라는 사실. 그리고 베니스에는 마가의 유해가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누가의 상징은 황소, 마태의 상징은 사람, 요한의 상징은 독수리라는 지식을 얻게 된 것.

 

성화를 보는데 이런 상징들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그림들과 대화를 하는데 한결 수월할테니, 이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 가운데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지식에 대한 수확보다는 미술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 더 큰 수확이겠지만, 미술을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네 삶이 미술임을 생각하게 해준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큰 수확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제가 말하는 미술은 꼭 회화나 조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넓은 의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인간적 노력이 다 미술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세상에 미술과 무관하게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미술을 잘 모른다니요?

...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고 즐기며 구현해야 합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우리의 시간과 땀과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미술가이고 예술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하나의 훌륭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 275쪽

 

그렇다. 아름다움은 바로 우리의 삶에 있다. 죽음은 이러한 아름다움조차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라짐, 그래서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음이 바로 죽음이다. 이 죽음의 순간, 순교의 순간까지는 아름다움이 되겠지만...

 

그러니 살아있음, 이 자체가 얼마나 큰 아름다움인가?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미술에 대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자신을 보라. 우리 자신이 바로 "명화'임을,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명화"임을 알아볼 수 있는 눈. 그것이 바로 "미술의 눈" 아니겠는가.

 

덧글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

 

우리나라가 한 때 지역도서관 짓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이제는 웬만한 지역이면 도서관이 작지만 그래도 하나씩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도서관을 책하고만 관련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역 미술가들, 예술가들을 위해 도서관의 한 관을 전시회나 연주회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겠지만, 많이 확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역 도서관에서 자주 미술이나 음악을 접하고, 그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을 수 있다면 "예술"이 바로 우리 삶임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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