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보는 세계 명화 - 스테파노 추피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스테파노 추피 지음, 고종희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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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그림의 목소리"라는 책과 발상이 비슷하다. 다만 "그림의 목소리"는 시인이 감상자의 자리에서 그림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 책은 미술사가가 그림에 대해서 좀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서 썼다는 차이가 있다.

 

글쓴이는 말한다.

 

"걸작은 환상에 불을 지피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꿈,환영, 비밀,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지요.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느낀 감동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고, 작품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읽어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정된 하나의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쓴이의 말에서)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리라. 작품에 대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공유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 그리고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것.

 

미술이 그냥 외부의 존재로만 있지 않고 사람들의 내부로 들어와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이야기로 다시 존재하게 되게 하기 위한 책. 그런 책을 쓰는 미술사가.

 

시인이 그림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할 때도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하게 하되, 어느 정도는 상상력이 가미되었다고 한다면, 이 책 역시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림을 이야기로 번역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하나의 단편소설로 전환이 된 결과가 이 책이라고 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나아가면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서 그리게 된다면 이 책은 하나하나의 단막극이 되기도 한다.

 

단편소설이나 단막극에서 상상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으나 그것은 엄연히 사실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마치 역사소설이 상상력이 들어갔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듯이.

 

그래서 글쓴이는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 소설을 읽는 느낌을 가지겠지만, 내용들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따라서 그림에 대한 지식, 그 그림에 얽힌 이야기, 화가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이 책의 내용 전부가 나만의 이야기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일부이거나 전부가 기록,기억, 저술, 그리고 작가와 당대인의 증언들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입니다. 따라서 각 상황과 장면, 그리고 환경은 가장 신뢰할 만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글쓴이의 말에서)

 

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작가노트"라는 항목이 있어서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해주고 있어서 미술책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편제도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작가와 작품 목록을 보자. 아마 너무도 유명해서 많이 본 그림들도 있을테지만, 그 그림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펼쳐가기에 안다고 해서 읽는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조토 디 본도네, 스크로베니 예배당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안드레아 만테냐, 곤치가 가문             산드로 보티첼리, 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조르조네, 세 철학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아담의 창조        라파엘로 산치오, 시스티나의 성모

티치아노 베첼리오, 페사로의 제단화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들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               렘브란트 반 린, 야간 순찰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얀 베르메르, 사랑의 편지

프란시스코 고야, 돈 루이스 왕자 가족      윌리엄 터너, 비, 증기 그리고 속도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에드가 드가, 오페라 극장의 발레 수업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파블로 피카소, 곡예사 가족

바실리 칸딘스키, 붉은 얼룩이 있는 그림

 

이런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미술책을 쓰는데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물론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경우는 많았지만, 작품 내에 들어가거나 화가가 되어서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벌써 이런 책을 두 권째 읽었다. 서양에서는 이런 일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내가 받은 미술교육에서는 작품을 두고 작품의 인물이나 화가가 되어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하는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데...

 

요즘 학생들은 받으려나? 적어도 이 책의 글쓴이가 말한 "진실"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림을 앞에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그림에 대해 말하고, 그림을 통해 자신을 말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할텐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런 미술 교육이 "점수"로 "측정"될 수 있을까? 점수로 측정되지 않아도 이런 미술 교육이 정말 필요한 것 아닐까.

 

그래야 작품을 보고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하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게 될텐데... 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가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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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상처 - 학습 부진의 심리학 : 배움의 본능 되살리기, 개정판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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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누구나를 막론하고 공부에 대한 상처가 있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 아이 대로, 못하는 아이는 못하는 아이 대로 제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오죽하면 학업성취는 높으나 학업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상태를 유지하겠는가. 그런데도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놓고 옴짝달짝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스스로 교육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최소한 12년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조금 낫다. 이들은 인정이라도 받고 지내니 말이다. 이와 반대로 공부 못하는 아이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다.

 

여기저기서 야단이나 맞고 잔소리나 듣고, 어떤 말을 해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듣고, 이들은 그래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닌, 안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지니게 된다.

 

속으로는 자신이 없으면서도, 공부를 하고 싶으면서도 드러난 성적에 대해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일부러 "공부 안 해!", "공부 왜 해?"라고 하면서 멀리 달아나려 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 대해서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공부 못하기를 바라는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뜻대로 안되고, 공부를 해도 해도 이상하게 제자리 걸음을 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아이들이 많지 않은가.

 

또 출발선부터 다른 아이들이 많지 않은가. 이 책 207쪽을 보면 가정 환경에 의해서 공부에 차이를 지닐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가정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습에서 어떻게 돌봄을 받겠는가. 이들은 지능을 떠나서 이미 환경에서 불평등을 경험하고 학교에 오게 된다.

 

학교는 이러한 불평등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들 역시 어느 정도 경제적 우위에 있는 가정에 속해 있는 아이들에게 유리하지 않은가.

 

이런 점을 두루 살피면 공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의 가정 환경은 우선 좋지 않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학습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한 번 뒤떨어진 학습 능력을 있는 집 아이들은 어떻게든 만회할 수가 있는데, 없는 집 아이들은 만회할 방법이 없다.

 

이들은 계속 학습 부진의 상태를 쌓아간다. 점점 더 쌓여가는 학습 부진. 그런 학습 부진이 이 아이들에게는 상처로 남아 더 이상 공부의 세계에 다가가지 않으려 한다. 도대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학습 부진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해진 교과 시간, 교과 시험, 많은 학생들, 부족한 시간 등등이 이 아이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이 점에서 아이들에게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부 상처를 지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려고 쓴 책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당연한 이야기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공부 상처를 준 것이니, 우리는 다시 당연한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떨 때는 답이 가까운 데 있고, 너무도 상식적인 것에 있을 때도 많은데, 아마도 공부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공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아이의 특성에 맞게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왜 공부를 하지 않으려 하는가 부터 파악을 하고, 아이의 성향이 어떤가 알아간 다음에, 아이에게 작은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선정하게 해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그 다음에 이어서 계속 공부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

 

무엇보다 아이와 신뢰관계를 쌓아야 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이것은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아이들이 공부로부터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일일텐데, 더 나아가서는 공부가 성적과 다르다는 점, 지금은 성적이 좋지 않을지 몰라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냈다는 것 자체가 큰 공부라는 점을 아이들이 알게 해주는 일,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할 사람들은 결국 상처를 준 어른들이지 않을까? 결자해지라고, 묶은 자들이 풀어야 한다.

 

해결책은 아이들이 지니고 있지 않다. 어른들이 쥐고 있다. 그 어른들이 외면하고 있을수록 아이들의 공부상처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 책은 학교에서 학습과 관련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공부상처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방법과 더불어, 정말로 성적과 공부를 혼동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우리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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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세상 - 스물두 명의 화가와 스물두 개의 추억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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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림에 대한 책을 펴낸다.

 

전문가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이 그 분야에 대한 책을 내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미심쩍어 한다.

 

특히 그림 같은 분야에는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대해서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과 거리가 먼 사람들의 이야기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되기도 쉽다.

 

하지만 그림이 과연 전문가들만의 영역일까? 그림이 화가들이나 비평가들만의 영역이라면 도대체 왜 그림이 사고 팔리겠는가.

 

그림을 사는 사람은 일반인이고, 그들은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자기 소유로 할 뿐이다.

 

그냥 자기 소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늘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눈길 갈 때마다 보고, 생각하고, 느끼곤 한다.

 

이것이 바로 그림이다.

 

그러니 내가 내 마음에 울림을 준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미술 교육을 받았느냐 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는 그림을 즐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즐기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에 대한 용기를 낸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울림을 준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림에 대해서 나만의 감상법을 갖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자연스레 나만의 감상법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나란 사람 밖에 있지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내 안에 있게 된다. 그림과 나의 경계가 없어지는 순간, 내 마음은 어떤 울림에 감동을 받는다.

 

이럴 때 그림은 나에게 세상이 된다. 나는 나대로 그림 비평가가 된다. 물아일체란 말이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제목은 '그림 같은 세상'이고 스물 두 명의 화가들을 불러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밖에 있던 화가들은 작가의 마음에 들어와 작가의 안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화가들이 산 세상과 그들이 그 세상을 그림 안으로 불러들인 세상이 다시 글을 쓰는 사람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런 세상이 이 책을 읽는 나에게 들어와 내 세상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장을 나누어 화가와 그림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순환하고 있는 세상이고, 이런 세상에서 내 마음에 들어온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그림으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그림에 얽힌 삶의 이야기로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래, 그림에 대해 누가 뭐라하건 내 눈으로 보는 그림은 내 맘이 받아들이고, 내 맘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내 맘의 이야기와 그림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게 된다.

그게 바로 그림이다. 이 책은 그 점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아마도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화가들에 비해 덜 알려진 그림일테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화가의 대표작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 마음을 흔든 그림들 이야기니 말이다. 이게 이 책의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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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없는 사회 - 카페에서 만난 어느 아나키스트와의 대화
에리코 말라테스타 지음, 하승우 옮김 / 포도밭출판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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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말라테스타는 파리코뮌과 제1차 세계대전, 파시즘의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다.'(168쪽)라는 말로 말라테스타를 설명하고 있다.

 

낯선 인물, 아나키스트 하면 크로포트킨이나 바쿠닌을 떠올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스페인 내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두루티, 그리고 미국의 촘스키, 또 여성으로는 엠마 골드만 정도를 떠올리던지, 아니면 톨스토이까지를 생각해 내는 사람, 우리나라에서 박열이나 신채호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겠지만, 말라테스타라는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말라테스타라는 인물은 생소했다. 게다가 그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을 했으니 낯설 수밖에... 나에게 이탈리아의 사상가는 '그람시'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가 아나키스트로서 많은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사상과 행동의 일치, 감정과 이성의 균형, 설교와 실천의 일치, 완고한 투쟁 에너지와 인간의 선함을 결합시키고 우아한 상냥함과 매우 엄격한 완고함을 함께 가진 사람이었다'(162쪽)는 평가를 받는다는 옮긴이 후기를 읽고 말라테스타라는 인물에 의해 아나키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 아나키즘 쪽에 많은 관심이 갔지만, 아나키즘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는 사실 의문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의문이 가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에는 몇 가지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

 

물론 그 답은 말라테스타가 살았던 당시의 해결책이겠지만, 지금에도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제법 있고, 또 그의 생각을 현재에 맞게 변용해서 적용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라는 생각도 든다.

 

카페에서 하는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질문과 대답, 반박, 재반박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렵지가 않다. 적어도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쉽게 알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이루어진 17번의 대화. 이것은 주제가 17개라는 얘기고, 17개의 문제를 가지고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대책을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17개의 주제를 보자. 지금도 유효한 주제들이 꽤 있는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 지금 현실과 비교해 보면 좋을 듯하다.

 

사회의 악은 왜 생기나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우리는 왜 가난한가                        가진 자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소유란 무엇인가                            누가 소유를 독점하나 

자유로운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정부가 인민을 대변할 수 있나  

자유로운 결사란 무엇인가                가족은 자유로운가    

범죄자의 자유도 존중되나                혁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인민의 의지가 대변될 수 있나            정부 없이 혁명이 가능한가       

경찰은 왜 폭력적인가                      애국심은 왜 보수적인가        

누가 평화로운 변화를 가로막는가

 

지금 토론해도 좋을 주제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 찬찬히 이 책을 읽어보자. 도대체 이 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적어도 아나키즘이라는 것이 어떤 사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나키즘의 입문서로써 이 책이 참으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읽기에 편하고, 분량도 적당하고, 또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서 그러한 주제에 아나키즘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아나키즘. 무모한 공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무정부주의가 아닌, 반강권주의로 번역하자는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의 자율, 자치, 협동을 세 덕목으로 삼고, 그러한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여 자치를 이룬 집단들이 연대해서 사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니, 꼭 공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러한 사회가 먼저 읽은 박홍규의 인디언의 민주적 아니키즘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아나키즘은 단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사상가들의 말들도 다 아나키즘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부처가 말했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도 세상에 나만큼 귀한 존재가 없다는 말은 나만큼 너도 유일한 존재라는 뜻이니 서로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말이고, 공자가 말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라고 하지 마라는 말 또한 내 자유와 남의 자유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고, 노자의 소국과민이라는 말 자체는 이미 아나키 사회를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예수가 말하고 있는 사랑의 나라 역시 아니키 사회 아니겠는가.

 

그러니 사실 아나키즘은 근대에 나온 사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사상인데, 이를 현대에 실현하기 위해서 현시대에 맞게 재구성한 사상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이러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연합을 이야기한다는 면에서, 어떤 권위에 자신의 권리를 내주지 않고 스스로 자치를 행한다는 주장에서 아나키즘이 꼭 필요한 사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책 옮긴이가 끝부분에서 제기한 질문... 정말 아나키즘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던져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은 이 책에 나와 있는 여러 주제들과도 통한다. 지금 우리는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심각하게 던져야 할 때에 처해 있으니 이 책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아나키즘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것이 실현되는가 마는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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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명화 역사가 기억하는 시리즈
우지에 엮음, 남은성 옮김 / 꾸벅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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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는 100대 명화란다. 당대에도 인기가 있고, 역사가 흘러도 기억이 되는 그림이 있고, 당대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기를 얻는 그림이 있다.

 

그런 그림들을 통틀어 역사를 통하여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또는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어야 할 그림들 100개를 선정해 화가데 대한 설명과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하고 있다. 더불어 그 화가의 다른 그림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100대 명화라고 하지만 더 많은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어쩌면 그림을 통해 또는 화가를 통해 서양미술사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꼭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고,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미술사조들에 대해서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서양미술사를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서양미술의 흐름은 대략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신화나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던 것부터 빛을 그림에 들여오는 시대, 그리고 이제는 형태를 떠나 추상의 세계에, 대중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는 그런 흐름을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니 명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읽으면 서양에서 명화라고 하는 작품들이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게 된다.

 

미술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다보니 자주 보게 되는 그림들이 있다. 그런 그림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물론 그림을 직접 원본으로 보아야 더 맛을 느끼고 그림에 빠지게 되겠지만, 이런 책들을 통하여 자꾸 눈에 익다보면 그림과 더 가까워지지 않겠는가.

 

조금은 그림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런 자만심이 들 때 뉴턴의 '나는 진리라는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이나 줍는 어린아이'라고 했다던 유명한 말이 떠오르니...

 

뉴턴같은 과학자도 자신을 진리의 바다에는 발도 담가보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겨우 조개껍데기나 줍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림책 몇 권 읽었다고 미술을 알겠다느니 하는 어리석은 소리는 하지 않겠다.

 

그래도 미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적셨다는 것이 미술을 친숙하게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이 다르지만, 자꾸 보아야 알게 되지 않겠는가. 반대로 알고 싶은 욕구가 보게 만들지 않겠는가.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또 보았던 그림책들을 엉성하게나마 한 줄로 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도판이 크지 않아서 그림을 자세히 보면서 마음을 울리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몇 번 보았던 그림들을 보며, 맞아 이 그림이 이랬었지 하거나, 처음 보는 그림들을 보면서 이 그림은 이런 의미가 있구나, 이렇게 감상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명화인데... 서양화만 있고, 서양화가만 있지 동양화는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예전에 세계사를 서양사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서양미술사를 세계미술사로 착각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그게 걱정이다.

 

책의 뒤를 보면 이 책을 편저한 사람도 중국인이라고 추측이 되던데... 동양의 그림을 적절히 배치했으면 명실공히 세계 100대 명화라는 제목이 아쉽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덧글

 

편저자에 대한 설명이나 이 책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머리말, 옮기며 등이 없어서 그것도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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