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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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하기 거북한 단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특히 지저분하다거나, 병과 관련된 말과 함께 쓰이는 단어니, 기생충이라는 말은 자주 쓸 수가 없다.

 

그런데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라니... 나는 기생충을 의대에서 연구하는 줄 몰랐다. 생물학과라든지, 아니면 수의학과 정도에서 기생충학을 배우는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학은 의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의대에서 시작했기에, 기생충학이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겠지만, 반대로 의학이 발달하고 환경이 좋아지는 현대에 들어서는 기생충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아, 또 대학에서도 교수를 채용하지 않아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과연 의대의 한 분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42-44쪽)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기생충학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저분하다고 여겨지던 기생충을 연구한다는 것 말고도, 기생충과 인간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우리들 건강의 많은 부분이 기생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생충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무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다는 깨달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기생충이 지저분해서 읽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기생충 부분을 빼고 이 책의 1부만 읽어도 된다. 기생충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읽으면 적어도 기생충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할테니 말이다.

 

기생충에 대한 거부감에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계속 읽으면 된다. 2부에서는 '소화기계에 사는 기생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요충, 회충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생충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들 소화기계에 살고 있는 기생충들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주지 않는 것들이고, 오히려 우리의 면역체계를 강화해주고 있기도 하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3부에서는 '조직을 침범해 사는 기생충'을 다루고 있다. 이 친구들은 좀 위험하다. 우리의 생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이 어떻게 우리 몸 속에 들어오는지 그 경로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

 

감염 경로를 안다면 조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 기생충들을 조심해야 한다. 역시 알아야 예방할 수 있다.

 

4부에서는 '뇌에서 사는 기생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뇌에서 산다. 이거 좋을 리가 없다. 조심, 조심 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말라리아 같은 경우는 아직도 제대로 된 백신이 없다고 하니 조심해야 하는데, 이들은 특히 모기나 파리에게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할 것.

 

5부에서는 '기타. 우리 몸 이곳저곳에서 사는 기생충'을 알려주고 있다. 폐디스토마나 회선사상충, 주혈흡충 같은 기생충은 아주 위험하고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고, 그리고 영화로 많이 알려진 '연가시'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는 없으니, 영화는 영화로 즐겨야 한다는 것까지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또는 우리가 알아야 할 기생충들에 대해서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감염경로라든지, 치료법이라든지, 조심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그 기생충들의 특징까지 쉽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징그럽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기생충들에 대해 친근감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생충에 친근감을 느낄 수는 없겠디만, 이렇게 서민과 같이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기에 우리들이 좀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생충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우리의 식생활습관이라든지 생활습관 등을 돌아보면 충분히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은 예방이 가능할 듯하니, 기생충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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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 강성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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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유파라고 하면 '인상파'일 것이다. 인상파라는 말이 좀 거세다면 인상주의라고 하면 되겠다.

 

인상파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고흐다. 그러나 고흐는 후기 인상파에 해당이 되니, 아마도 고흐를 제외하고 인상파 하면 모네를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

 

나는 가끔 마네와 모네가 헷갈리는데,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일테고, 그들의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책을 통해서만 만났기 때문에 그림들이 지니고 있는 차이점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이러한 인상파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인상파의 시작부터 절정기, 그리고 후기 인상파와 인상파가 영향을 준 화가들까지.

 

하여 인상주의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개관할 수 있는 좋은 책인데... 편제는 이렇게 되어 있다.

 

서문에서는 당시 프랑스 화단을 주도하고 있던 아카데미에서 벗어나는 데서 인상주의가 시작되었음을, 기원에서는 사실주의 화가라고 할 수 있는 쿠르베와 우리가 밀레를 대표로 알고 있는 바르비종파에 대해서, 그리고 인상주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마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실내에서 바깥으로 그림을 가지고 나온 화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화, 인물화 중심이던 아키데미 회화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세 번째 인상주의에서는 본격적으로 인상주의의 양식,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으며, 인상주의가 일본회화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장에서 이를 구체화하여 자주 그린 주제들이라고 하여 인상주의 화가들이 주로 그린 주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다음에는 그들 스스로 열었던 전시회에 대해서, 또 그들을 지지했던 지식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뒤로 가면 미국과 영국의 인상주의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길이라고 하여 인상주의가 그 뒤 미술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해주면서 책이 끝난다.

 

아주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림들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서 인상주의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알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작가와 작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는 부분도 마련하고 있어서, 좀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상주의라고 하는 한 유파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상주의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그들은 실내에서만 이루어지던 그림을 밖으로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 빛을 그림에 들여와 빛에 의해 색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이 인상주의 화가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진경산수화를 도입한 화가들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념에서 현실로!

 

이것이 바로 인상주의의 모토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지금은 굳이 어느 유파의 그림이 옳다 그르다 할 필요는 없고,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을 감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인상주의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서, 인상주의의 흐름과 대표적인 화가들, 작품들이 한 눈에 들어오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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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96호"를 읽다.

 

두 달에 한 번 오는 잡지. 교육에 대한 잡지라고 하는데, 이 때 말하는 교육이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니, 이 책은 학생이나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오히려 무언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니, 사실은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고민없이 그때 그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의미있게 다가올 책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해결책이 있다는 말은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고민을 한다는 것은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고민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어떤 문제를 인식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주지는 않더라도 해결책의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호 특집은 "어른이 되는 길"이다.

 

정말,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특집을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지금 우리나라에 "어른"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란 시간이 흘러 특정한 나이가 되어서 상태가아니다. 단지 물리적인 시간으로 어른이 된다면 누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겠는가.

 

그러나 세계 각처에서 "통과의례"가 있었듯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의 경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한 단계를 넘어서는 상태, 그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통과의례"가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어른"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치열한 고민을 거쳐서 그 고민을 넘어설 때 그 때 온전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말에서 어른은 "얼우다"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다. 얼우다라는 말은 관계를 맺다는 말이고, 이 때 관계를 쉽게 말하면 결혼을 하다 또는 남녀 관계를 맺다라는 말이니, 이 말은 어른이란 나를 책임지는 단계를 넘어서 또 다른 '나'를 책임지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인가.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들의 몸 하나도 책임지기 힘든데, 자신들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까지도 책임져야 하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이 사회에서 제 몫을 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질문한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른"이 있는가?

 

이런 어른들을 우리는 "원로(元老)"라고 부르고, 무슨 일이 있으면 그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들에게 의존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물리적인 시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인간적, 관계적 시간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없을 때 우리는 힘들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이루어진다.   

 

"어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이번 민들레 96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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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14-12-2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가 있었군요.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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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고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험난한 세상, 자꾸 불안감을 조성하는 세상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고 싶었다.

 

제목만 보면 '상처받지 않을 권리'다. 그래, 지금 내가 받는 상처는 내 탓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나만 너무 상처받을 필요 없어. 라고 생각하고 책을 골랐다.

 

그런데, 아니다. 개인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이다.

 

그러므로 작가도 나오지만, 그 작가와 짝이 되는 철학자, 사회학자들이 나온다. 작품과 사상의 조화. 그런 조화를 통해 우리 시대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물론 분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름 대안도 제시하고 있지만, 대안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작가가 제시한 협동조합은 지금도 많이 논의되고 시도되고, 실천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주요 운동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왜 그럴까?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해서? 아니면 실천력이 부족해서? 그도 아니면 자본주의 세력이 너무도 강고해서?

 

이것저것이 다 합쳐진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협동조합 운동이 지지부진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요인은 불안감 아닐까 한다.

 

이 책의 3장에서 부르디외로 설명되는 이야기가 아마도 지금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가능성보다는 잠재성에 매몰되어 있다고. 가능성은 구체적인 실천 가능성이고, 실천을 의미한다면, 잠재성은 막연히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의 아비투스는 가능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이나 소시민들은 잠재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기에 그들이 혁명을 일으키지 못하고 현재에 주저앉아버린다는 것.

 

그러니 그들보고 용기없다고, 또 생각없다고, 한심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즉 그들을 구별지워 그 틀 속에 가두워버린 체계에 대해서 숙고해야 한다고 하는 부르디외의 논의는 시사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상처받으며 살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현재를 즐기기 보다는 잠재적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근에 사람들의 관심을 끈 드라마 "미생"을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현재를 희생하면서, 현재를 불안하게 살아가는지, 미래가 가능성이 아니라 잠재성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다.

 

"미생"이 그렇게 인기를 끈 이유가 바로 우리들 자신이 "미생"이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다면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그 대답이 바로 4장에 있다. 보드리야르. 그가 제시하고 있는 상징으로서의 선물. 바타유의 영향을 받았다는 저주의 몫. 즉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증여, 선물.

 

우리는 그런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 추구가 가라타니 고진이 이야기한 '생산-소비 협동조합'(428쪽)일 것이다.

 

노동자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생산자의 자리에 섰을 때 노동자는 '을'이되지만, 소비자의 자리에 섰을 때 노동자는 '갑'이 된다. 그런데 생산자의 자리에 섰을 때도 노동자가 '갑'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그가 생계의 기로에 서지 않았을 때, 그의 자유의지로 노동을 선택할 수 있을 때다. 그럴 때 노동자는 '갑'의 위치에서 생산의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계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소비자의 자리에 섰을 때 '갑'인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 지금 사회에서는 소비자의 위치에서도 노동자는 '을'이다. 자신이 욕망이라고 생각한 것이 자신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 의해 조작된 욕망이 내 욕망인 것처럼 들어와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소비조차도 '을'의 행위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우리가 누려야 할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8명이 등장한다.

 

이상, 짐멜; 보들레르, 벤야민; 투르니에, 부르디외; 유하, 보드리야르

 

돈에서, 도시로, 다시 아비투어로, 그리고 그 현란한 자본주의의 극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해야 할 우리들의 일로 내용은 이렇게 점점 넓고 깊게 전개가 된다.

 

마지막에 '선녀와 나무꾼'으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넘어섰지만, 이제는 상징가치가 우세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 상징가치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증여, 즉 선물이라는 사실. 이것은 바로 '공동체'에서 가능한 일이고,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생산-소비 협동조합'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이 연결이 되지 않을까 한다. 생계 문제에서 노동자가 벗어나게 하는 것. 그 때에서야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인문학적 성찰은 여유에서 올 수밖에 없으니, 정작 노동자에 대해서 글을 써도 노동자들이 읽을 시간이 없고, 읽지도 않고 오로지 지식인들만 읽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즉 노동자들에게 잠재성이 아닌 가능성을 사유하게 하려면 그들이 최소한 생계 문제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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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실에서 읽은 시 2 담쟁이 교실 19
하상만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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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실에서 읽은 시2" 권이다.

 

첫번째 책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 책도 이어서 읽게 되었는데, 1권보다는 과학에 대해서 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지식이 무궁무진하겠지만, 시에서 그 과학 지식을 찾아 함께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런 일을 한 시인이자 교사인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2권은 과학적 지식보다는 시인의 감성이 더 많이 나타난 책이다. 시에서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을 찾아내서 설명해주기보다는 감성적 설명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이 책은 건조한 서술보다는 작가의 감성이 들어간 표현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특히 2권에서는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시에서 '해' '달' '별'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우주에 관한 서술이 많은데, 우주는 과학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시적이기도 하니, 자연스레 책 내용에 감상이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과학과 시를 연결시키고, 독자들에게, 특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시인답게 청소년들에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책을 쓴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청소년들 하늘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늘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우주를 향해 자신의 꿈을 펼쳐보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을까?

 

마찬가지로 요즘 청소년들 시를 몇 편이나 읽을까? 시를 읽으며 마음을 넓고 깊게 하고, 세상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청소년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과 시를 융합하여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 시 한 편.

 

이 시에서는 과학을 찾아도 되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아도 된다. 정말 시는 우리가 찾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보물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공손한 손

                    -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하상만 엮고 씀, 과학실에서 읽은 시2, 2014년 1판 1쇄. 193쪽

 

이 책에서 발견하는 과학은? 바로 열의 이동 방법. 열의 이동 방법에는 복사, 대류, 전도가 있다고 하는데, 밥뚜껑에서 느껴지는 열은 바로 전도. (175쪽 참조)

 

열은 뜨거운 데서 차가운 데로 이동을 한다. 이런 과학적 사실에 작가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얼어버린 사람을 데우고 있는 따듯한 밥 한 공기를 생각해봐. 이 세상의 추위를 나누려는 열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니? (196쪽)라고 말이다.

 

우리는 연말이면 온갖 자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더 자선에 대해서 강조한다. 왜 연말에. 추우니까. 추우면 더 힘든 사람이 있고, 추우니 열의 전도가 필요하니까.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열이 이동해야 더 세상이 훈훈해지니까.

 

밥 한 공기에서, 그 밥뚜껑에서 과학적 사실과 그리고 우리가 사회에서 할 일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시 읽기이고, 시의 존재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유독 추운 올겨울, 이 시처럼 열의 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뜨거운 태양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밥뚜껑 정도는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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