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 길을 묻다 창작과 소통 총서 4
김이구 외 지음, 전국대학문예창작학회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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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소통 총서 4권이다.

 

문학이론가도 있고, 창작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문학에 대해서, 특히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작가의 길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런 책은 오히려 문학의 길을 가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세세한 지침서가 어떻게 작가를 만들어내겠는가. 작가는 치열한 자기 삶의 고민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문학의 길에서 길을 묻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하여 이 책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그냥 그렇게. 난 이렇게 작가가 되었다 또는 나는 이래서 쓸 수밖에 없었다 또는 쓰다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첫번째 글이 좋았다. 한 때 최두석의 시들을 좋아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시집 제목에 "꽃"이 들어가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 '시의 꽃'이라는 글 좋았다.

 

마찬가지로 생각할 만한 글, 또는 스마트한 시대에 생각해보아야 하는 문제를 다룬 '디지털시대의 충실한 원전 읽기'라는 글 좋다.

 

정보 범람의 시대에 제대로 된 정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인데... 이런 글들을 읽을 수 있는 일,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참조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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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뿌릴 두고

한 자리에 있기만 해선

꽃을 피우지 못 해

산들바람에도

날아가야 한다고

민들레 씨앗들이

제 존재를 허공에 날려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제가 뿌리 내릴 곳을 향해

다른 풀들이 있는 곳

다른 꽃들이 있는 곳

팍팍한 땅

전혀 꽃피울 수 없을 것 같은

보도블록 사이에도

씨앗들은 제 자릴 잡아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야 민들레 씨앗인 것을

 

하나 가끔은 아주 가끔은

제 자리를 찾지 못 하고

허공으로만

떠도는 것들이 있으니

제 뿌리를 떠났으나

꽃 필 곳을 찾지 못 하고

헤매고만 있는 것들이 있으니

 

허공에 넘쳐나는

하얀

민들레 씨앗,

 

제 자리를 찾지 못한

,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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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불편한 날들.

 

차가운 물 속에 자식을 잃은 사람들을 다시 물로 몰아내려 하고 있는 현실.

 

통행의 자유는 어느 순간 허락한 곳만을 통행할 수 있는 자유로 바뀌었고, 명박산성 이후 사라졌다고 믿었던 산성이 이번엔 근혜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으니...

 

자고로 산성이란 도피의 공간일 뿐인데... 국민들은 산성 바깥에 있고, 소수 집단만 산성 안에 있는 형국. 여기에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외국으로 가 버린 상태.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없는데, 왜 산성을 쌓았지. 최근 드라마로 징비록을 하던데, 전란 중에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던 왕이 그래도 큰소리를 치던데... 왕이 도망간 궁궐, 백성들이 어떻게 했는지가 역사책에 너무도 잘 나와 있어서 다시금 산성을 쌓았는지.

 

무엇보다, 물로 죽은, 물에 실종된 사람을 둔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을 다시 물로 몰아내려 하는 일은 이건 정말 해서는 안되지 않나.

 

본시 물은 백성이고, 물 위에 떠 있는 것이 왕인데, 어찌 물로 물인 백성을 몰아내려 하는지, 그것도 물로 생명을 앗긴 사람들에게. 여기다 각종 손해배상 청구에 엄정한 수사를 통한 처벌을 호언하고 있는 경찰들까지.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을 따스하게 감싸주지 못할 망정, 아무리 봄이라고 하더라도 차가운 물, 날카로운 물을 그들의 머리 위로, 그들의 몸 위로 날려서야 되겠는가.

 

그들에게는 그런 물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 또 얼마나 힘들겠냐는 위로,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주어야 하는데.

 

도대체 이 땅에 사랑이 남아 있는지, 적어도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다고 입만 열면 말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국민에 대한 사랑이, 나라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나날들이다.

 

그들이 국민을 사랑한다면 울타리 안에 남아 있는 99마리의 양도 중요하지만 울타리 밖으로 나간 단 한 마리의 양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로 사랑의 실천이고, 위정자가 지녀야 할 태도 아닌가.

 

최근에 시를 많이 읽는다. 신문이고 텔레비전이고 하도 안 좋은 소식들, 눈 막고 귀 막고 싶은 소식들만 들려서, 그래도 시를 읽으며 마음을 추스리고 싶기 때문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300호 특집으로 편집한 시집, "쨍한 사랑 노래"를 다시 읽었다.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사랑을 시를 통해서라도 느끼기 위해서. 그러다 황동규의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를 읽고 아, 이거다 했다.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꽂꽂이도

벽에 그림 달기도 아니고

사랑 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얌전히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 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異國)의 햇빛 속에서 겁도 없이.

 

박혜경,이광호 엮음, 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5년. 71-72쪽

 

이게 바로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자세 아닌가.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지녀야 할 자세 아닌가. 나서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 궂은일을 하는 것. 국민들이 궂은일에 마음쓰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것.

 

국민들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씻어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설거지고, 그런 설거지가 사랑 아니겠는가.

 

너무도 쨍한 사랑. 그것은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남모르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궂은일을 해 놓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환하게 웃을 수 있게, 세상은 봄이 왔으나 마음은 아직도 겨울인 사람들에게 그들 마음에도 봄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일, 그런 설거지.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설거지 대상을 국민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물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겨눠졌던 물줄기는, 그들의 응어리를, 그들의 한을 씻어내는 쪽으로 가야했는데...

 

도대체 어떤 설거지를 하는 거지? 우리나라 경찰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말로는 국민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들만 앞에 나서서 가면서 국민들이 설거지 해야만 하는 것들만 남겨놓고, 국민들이 오히려 설거지를 하게 만들지.

 

정치인들, 위정자들, 그리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말로만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물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을 향해서 그 물줄기가 칼날처럼 날아와서는 안된다. 물줄기는 국민들의 응어리를 씻어내는, 국민들이 치워야 할 것들을 설거지해주는 쪽으로 향해야 한다.

 

그래서 이 시처럼 행동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말 국민을 사랑하는 모습이다. 그런 생각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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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길을 가려는 그대, 꽃신은 신었는가 창작과 소통 총서 3
전국대학문예창작학회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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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소통 총서"3권이다.

 

이 책을 편찬한 사람들이 '전국대학문예창작학회'니까, 아마도 창작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을 독자로 설정하고 책을 펴냈으리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꼭 대학생들만 읽으라는 법은 없다. 책은 특정 독자를 겨냥하여 낼 때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독자층에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청소년소설이라고 하지만 어른들 역시 많이 읽었고, 또 그림책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역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도 창작을 하고자 하는 대학생들만 읽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창작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는 재미가 있다.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어떻게 작품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작에 얽힌 작가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어서 좋고.

 

좋은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수 있어서 좋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자신도 글쓰기를 해볼 수도 있고.

 

문학의 길을 꽃신에 비유했는데, 아름답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기도 한 길이라는 뜻일테다. 문학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는 작가가 된 이들이 토로하는 경험담에서 잘 느낄 수 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사실 작가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하니, 창작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길은 매력있는 길이다. 도전해 봄직한 길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신의 자리에까지 올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신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자신만의 인물을 창조한다. 그리고 그 세계와 그 인물과 함께 영원히 살아남는다. 영생불사의 존재가 된다.

 

그러니 한 번 해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 길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창작론에 관한 책을 모두 불태워버리라고 하는 글부터, 이렇게 준비하라는 글까지 다양한 글이 섞여 있다.

 

더하여 작품 분석까지 한 글이 실려 있어 창작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 관점들을 접하고 나는 어떻게 하겠다고 정하는 것은 읽은 사람의 몫이다.

 

이 책은 딱 거기까지다. 무언가를 쓰려고 하는 사람이 쓰기 전까지... 쓰면서부터는 이 책은 뒤로 사라져야 한다. 그 점을 이 책에서는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이 점점 멀어지는 시대. 그럼에도 문학은 존재해야 하는 시대. 꼭 창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문학을 접하려는 사람, '꽃신은 신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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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에 전망이 없다고 여겨졌을 때, 이대로는 안 된다고 나온 교육잡지가 바로 "민들레"였다.

 

공교육이 무너져가고 있을 때, 학교 붕괴, 교실 붕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집단괴롭힘 및 왕따로 과연 이게 교육일까 할 때, 이런 방법으로 교육을 해보자고 한 잡지가 "민들레"였는데...

 

벌써 100호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교육에 관해서 10년 넘게 이야기를 해왔으면 이제는 할 이야기를 거의 다 했을 법도 한데, "민들레"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은 교육은 그때그때 또 새롭게 다가오는 화수분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는 "농사"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고, 음식이 자신의 입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과 힘들 과정을 거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현실에서 농사는 케케묵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은 늘 오래 된 것에서 시작하고,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발견한다.

 

"농사" 역시 마찬가지다. 농사는 우리가 없앨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생존할 수가 없다. 살아갈 필수요소가 바로 농사다.

 

공기와 같이 필수적임에도 공기와 같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농사고, 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에서 늘 뒤로 밀리는 것이 농업정책이다.

 

하다못해 핸드폰을 팔아서 쌀을 사오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농업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 이나라 정치권력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해진다. 이런 것은 가르칠 필요도 없다. 학생들 스스로 본능적으로 사회에서 무엇을 존중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농사는 힘들뿐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자기 생명을 유지시켜주는데 상관없다고... 이러니 음식물 쓰레기가 사회문제가 되곤 하지.

 

그 귀한 음식을 남겨도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는 사회, 오히려 수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풍요의 상징이 된 사회는 그다지 좋은 사회는 아니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이 그 음식을 구해보는 일이다. 씨앗부터 땅고르기, 돌보기, 수확하기, 요리하기, 먹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해보면 음식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음식은 다른 또 하나의 생명임을, 그 생명을 내가 먹고 있음을 알게 되기에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또 음식이 자신의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그 긴 과정을 통해 조급함을 버리고 기다림을 익힐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레 교육이 된다. 무어라고 교과과정에 적혀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점을 이번 "민들레"에서 강조하고 있다.

 

적어도 농사를 통해서 생명의 존귀함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단, 강요는 안된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점을 이번 호 대안학교에서 농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글(조영서, 농사 예찬?)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래저래 생각할 것이 많은 이번 민들레 98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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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4-1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도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ㅜㅜ

kinye91 2015-04-1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달에 나오는 격월간지인데, 교육 분야뿐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 많은 책이에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나온 지가 벌써 15년도 넘었네요.